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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ㅣ 바람그림책 127
구도 노리코 지음, 유지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6월
평점 :
아이는 모든 게 다 처음이라 그런지 땅에 떨어진 솔방울도 작은 돌멩이도 신기해합니다.
개미 구경도 좋아해서 집에 바로 돌아오는 법이 없는데요. 귀도 밝고 자연물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진 시기.
이제 좀 있으면 매미 울음소리가 들릴 텐데 '무슨 소리냐고~?' 궁금해할 아이에게 이 책이 딱이로구나! 싶었어요.
우선 이 책은 글밥이 거의 없습니다. 부드러운 색감의 세밀화된 그림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어느 날, 아침 7시에 자다가 전화를 받은 매미 씨. '맞아요. 드디어 오늘 밤이에요.'라고 말하는데요, 방 안에는 매매의 방이구나를 짐작할 만한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맴맴 왈츠 음반도 보이고 도토리 퍼즐, 미술도구부터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멋진 매미의 액자까지. 소품 하나하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옷처럼 크기별 차곡차곡 걸려 있는 허물들도 넘 앙증맞지 않습니까ㅎ
매미뿐만 아니라, 이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곤충 친구들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장수풍뎅이, 귀뚜라미, 반딧불이, 꿀벌, 애벌레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저마다 매미를 위해 꿀을 모으고 음식을 준비하고 힘을 기르고 악기 연습 등을 하며 오늘 밤에 있을 축제를 준비합니다.
매미는 드디어 마지막 탈피를 끝내고 성충이 되어 날개를 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축하 공연을 즐깁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그림체로 표현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매미 씨와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대략 7년을 보내고 밖에 나와 일주일에서 보름 남짓 살다가 죽는다고 해요.
이 사실을 몰랐을 때는 그저 매미의 울음소리가 '소음'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매미의 사정을 알고 나서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이건 아이를 낳고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이가 없을 때는 차마 용인 못했던 상황들도 아이가 생기니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고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이도 이 책을 읽고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고 여기 나오는 곤충 친구들처럼 관대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 구도 노리코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른 책도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