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의 신들 네오픽션 ON시리즈 3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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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공포소설의 거장 박해로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무속신앙과 심령현상이 결합되어 시종일관 소설 분위기는 섬뜩하고 긴장감이 넘쳐흐르고 어떠한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진다.

부패 교도관인 '주생'이 '돈'때문에 오래전 연락이 끊긴 베스트셀러 작가 사촌 '서진'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1857년 조정의 표적이 된 사교 세력 오성교의 토벌에 나선 조정 관군들의 상황과 2022년 주생의 상황으로 교차 진행되며 점차 그 모습(진실)을 드러내는 형식이다.

불법을 교모하게 흉내 낸 오성교의 두 신, 일선제력과 월선제력 그리고 주생을 포함한 등장인물의 욕망들이 얽히고설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기괴하고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도 멈추지 않는(못하는) 주생은 어딘가에 실존하고 있을 것만 같다. 픽션이지만 그들의 사리사욕은 낯설지 않기에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단죄의 신들]은 신은 사람을 복되게 하려고 존재하지, 심판하러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모든 생각을 담고자 애쓴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단죄의 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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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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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 분신에게 모든 것을 책임져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 네 내면의 음울한 부분 모두를. 그 분신은 아직 미숙한 너의 자아에 들어온 이물 異物이야.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p. 9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고 있는듯한 소년의 이름은 신견이다.

필요할 때마다 의지했던 그의 또 다른 분신이었던 'R'이 있었지만,

어느덧 소년은 무사히 성장하여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그녀는 2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종이학(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당시 그녀는 12세였다.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도 과연 해결되었을지 의문인 이 사건은 밀실 살인,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구타당한 흔적이 있는 아빠와 오빠(15세) 그리고 범행 현장에는 시체를 장식한 것처럼 엄마 유리의 사체가 312개의 종이학에 파묻혀 있었다.

암울한 분위기의 신견은 본능처럼 이 사건을 추적한다. 운 좋게 생존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해 보이는 그녀. 그리고 그녀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어떤 건지 의도를 모르겠는 신견.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결이 비슷해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아슬아슬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독창적 의식의 흐름이 [미궁]과 맞물려 흘러가면서 어느새 과거 '종이학 사건' 보다 현재 그들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미궁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종이학 사건의 단서를 토대로 추리하면 할수록 상상력이 끝없이 펼쳐져 스스로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이다.

악(惡)을 탐구해 온 저자는 실제 자신의 내면에 존재했던 'R'을 이번 작품에 투영시켰다고 한다.

일본 특유의 기이한 분위기와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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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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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오늘도 혼나고 오셔!'는 택시 운전사를 향한 사무직원의 응원이다.

제목만 봐도 택시운전사의 애환이 그려지는데 50세에 택시 운전사 직업을 택한 저자의 희비극이 담긴 책이다.

한 달에 달하는 연수를 마치면 최종시험이 기다리고 있고 정직원이 되기 전에는 관문이 하나 더 있을 정도로 택시 운전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다.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고 빡센 뒤처리 업무를 알고 나면 여성 택시 운전사에 대한 시선도 달라진다. 저자의 말대로 여성이 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터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런 기술도, 특별한 능력도 없는 저자가 택할 수 있었던 직업. 택시 운전사

장르는 다르지만 정혁용 소설 [침입자들]에서 택배 기사의 실정을 알 수 있었다면, '오늘도 혼자고 오셔!'에서는 저자의 기록을 통해 택시 운전사의 실정을 알 수 있다.

저자는 15년 동안 일하면서 4만 명 이상의 승객을 만났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그렇고 변화가 크지 않은 사무직 경력만 있는 나로서는 다른 세상을 엿 본 느낌이다.

매일 새로운 인간 군상을 만나면서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따뜻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승객, 먹튀 승객, 대놓고 반말하는 승객, 저자가 직접 태우진 않았지만 버릇없는 도련님 스타일까지... 이처럼 혀를 내두르는 승객에게 상처도 받지만 주변의 작은 배려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인간사가 그런 것 같다. 당시에는 괴롭고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그립고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저자 역시 그러한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날 택시 운전사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오늘도 혼나고 오셔!' 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누구나 다 각각의 사정과 사연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한 개인의 생생한 삶의 기록을 통해서 한 사람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에세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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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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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관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주춤했었다.

드디어 첫 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십각관의 살인]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십각관의 살인은 그야말로 아가사 크리스티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고전 추리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읽자마자 미스터리 소설에 처음 흥미를 느꼈던 아득한(?) 그때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특이한 구석이 있는 천재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십각관은 '청옥부'의 별채로 10개의 변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형태의 십각형 건물이다. 이 건물은 무인도에 있는데 일곱 명의 미스터리 연구회 대학생들이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이곳은 반년 전, '나카무라 세이지'와 그의 부인, 고용인 부부 등이 처참하게 살해된 곳으로 정원사의 시체만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행방불명된 그를 범인으로 보고 있는 상태이다.

그들은 이런 사실에 흥미를 느끼지만 십각관에 도착하자 이상한 일을 겪게 되고 범인이 예고한 대로 피해자가 하나둘 속출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곳. 지금은 미스터리 동호회를 탈회한, 그 섬에 가지 않은 가와미나미에게 죽은 '나카무라 세이지'로부터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고 인연이 닿은 시마다와 조사를 시작한다. 육지에 있는 그들과 섬에 있는 대학생들을 오가며 이야기는 교차 진행된다.

범인은 그들 중 하나일지, 아니면 외부인일지..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진다.

추리문학 고전기의 본격 미스터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신본격 운동'의 효시가 된 작품이라는데 그 특징이 이 작품에도 잘 나와있다.

아쉬운 점은 범인의 트릭이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 보였고 서양 미스터리 작가들의 이름을 별칭 삼을 정도로 기대가 컸던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의 추리 실력은 엘러리 빼고는 아쉬웠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조심성 없는 그들의 행동은 의아할 지경...ㅠㅠ)

하지만 고전 추리의 향수가 진득하니 이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못 헤어나올듯 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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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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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를 읽고 작가 사와무라 이치를 알게 되었다. 호러소설을 좋아해서 완전 취향 저격이었던,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소설을 만나 반갑기 그지없었다.

뒤이어 읽은 [시시리바의 집]도 보기왕보다는 약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었고, [아름답고도 추악한 너의 친구]는 좀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기대를 살짝 내려놓고 보게 되었는데 결과는 꽤 괜찮았다.

블랙기업에서 상사의 악의적인 괴롭힘에 시달려 자살시도를 한 적 있는 '소사쿠'를 위해 소꿉친구인 '준'과 '하루오'는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주도한 하루오는 많고 많은 섬 중에 '무쿠이 섬'으로 결정하는데 그곳은 어릴 적 세 사람의 우상이기도 한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의 예언에 들어맞는 섬이었다.

심령사진의 진위를 영시로 확인하고, 사연 있는 땅이나 건물에서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 '우쓰기 유코'.

그녀가 사망하기 두 시간 전에 최후의 예언을 남겼다. 그것은 그녀가 사망한지 20년 후인 2017년 8월 25일에 무쿠이 섬에서 여섯 명이 죽는다는 예언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아니 이런 찜찜한 곳을 대체 왜 가?' 란 생각이 먼저 들지만 안 가면 이 책은 탄생조차 못했으리라...)

무쿠이 섬에 가는 배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화려한 차림의 한 여성이 그곳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질 테니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 그녀도 같은 배에 탄다. 이 여성의 정체는 뭘까....

이윽고 일행은 그곳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원령이 내려온다며 갑자기 숙박을 거절당하고, 사람이 죽어서 도움을 요청하고자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고 소리치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조차 없고 경찰에 신고해도 날씨마저 안 좋아 당장 올 수 없다는 대답뿐이다. 이상한 섬사람들의 행동, 고립된 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영능력자 우쓰키 유코의 예언대로 한사람 한사람 죽어나가면서 긴장감은 고조된다. 마을 사람들의 말처럼 히키타 원령의 저주인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의해서인 걸까...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을 예의주시하며 읽어보시기를... 읽을수록 위화감이 느껴진다면 당신의 '촉'이 발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호러 미스터리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의 문제, 사회문제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예언의 섬]. 그곳에서 사와무라 이치의 필살기를 느껴보시기를...

아무리 재밌는 책도 두 번은 못 읽는데 이 책은 두 번 읽어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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