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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짐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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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이한 이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소설 속 배경은 아일랜드의 더블린인데, 작가는 덴마크인이고, 발표는 미국 문단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주요 내용을 나열해보면, 떠돌이 이야기꾼 짐의 옴므파탈적인 매력, 그가 풀어놓는 몽환적인 아일랜드의 신화, 그의 화술과 매력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여자들, 그리고 살인을 부르는 살인이 이어지는데, 적어도 외피만 보면 당장 읽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작품입니다.

 

저 역시 그런 이유로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지만, 표지에서 느껴지는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다음엔...” 하면서 거의 6개월 가까이 방치했던 작품입니다. 기어이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을 요약하면 만족감 1/3, 아쉬움 1/3, 몽롱함 1/3입니다.

몽롱함이 1/3이나 차지한 것은, 차디찬 날씨 때문에 신비감이 배가되는 (이야기꾼 짐이 들려주는) 북유럽 신화의 묘한 정서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아일랜드의 잿빛 풍광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 듯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전개되는 살인사건이 비현실적인 몽롱함을 발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더블린의 한 가정에서 세 구의 여성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조사 결과 자매인 피오나와 로이진이 자신들을 감금한 이모 모이라와 흉기를 들고 싸우다가 세 사람 모두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납니다. 그런데, 피오나가 감금된 채 작성했던 비망록이 뒤늦게 우체부 니알의 손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안에는 짐이라는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동시에 얼마나 치명적인 존재였는지, , 그가 어떻게 그녀들 앞에 나타났고 그녀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비극들이 벌어졌는지 등 사건 자체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정통 스릴러라기보다는 출판사의 소개처럼 로맨틱 스릴러로 분류되는 것이 맞습니다. 피오나의 비망록에 담긴 자매의 비극은 치명적 매력을 지닌 한 남자를 만남으로써 잉태된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서사를 잘 담고 있고, 그 비망록을 우연히 손에 쥔 우체부 니알의 위험한 모험 역시 내내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더불어, 이야기꾼 짐이 자매들에게 들려준 북유럽 신화는 소설 속 소설일 뿐 아니라, 짐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치로서 그 자체가 별도의 미스터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특성 상 읽고 난 후의 만족감은 천차만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통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나 옴므파탈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기대한 독자 모두 취향에 따라 조금은 싱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장르와 정서가 믹스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한번쯤 복잡 미묘한 이 작품에 도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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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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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드라마나 소설들이 많이 나오면서 제각기 차별화된 특징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설정들을 사용하는데, 이 작품 역시 특정 시간(1958)으로만 되돌아갈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저지가 주인공 에핑의 시간여행의 주된 목적인데, 암살 사건은 1963년이라 1958년에 도착한 에핑은 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1권에서는 시간여행으로 1958년에 온 에핑이 몇 가지 개인적인 사건을 고생하며 해결하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2권을 읽지 않은 상태라 (2권은 읽을 생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에핑의 목적인 케네디 암살 저지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프롤로그의 성격 치고는 1권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지루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 두 회 정도 분량의 에피소드, 그것도 익숙한 시간여행의 문법을 따라 진행되다 보니 1권 표지에 그려진 케네디의 얼굴이 자꾸 미끼로만 보이게 됐습니다.

 

1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이 많은 듯한데, (특히 인터넷 서점 별표는 대부분 5, 드문드문 4, 정말 가끔 3) 물론 스티븐 킹의 필력 자체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탄탄함은 인정하지만, 이번만큼은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운 소감만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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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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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러니의 스릴러 월드’ 2012 베스트 3위에 빛나는 '개의 힘'을 뒤늦게 읽었습니다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기대한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려한 이유는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사실 스릴러, 특히 액션 위주의 이야기나 정부와 CIA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결과부터 얘기하자면 1권의 50여 페이지를 남겨놓고 중도 포기했습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서평들을 검색해봤는데, 역시 저만 좀 이상한 독자로 분류되더군요.

 

물론 돈 윈슬로가 이 작품에 쏟은 6년이란 시간과 어마어마한 자료조사에는 경의를 표합니다아트와 아단, 티오, 칼란, 노라, 후안 신부 등 선 굵은 캐릭터들도 매력있습니다사건은 묵직하고, 잔혹하고, 시선을 끄는 힘까지 지니고 있습니다특히 미국의 두 얼굴에 대한 고발은 할리우드 영화의 쇼와는 차원이 달랐단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이나 기대감보다는 허전함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멕시코를 무대로 한 장대한 마약전쟁은 눈에 너무나도 잘 보이는데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겪는 인간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뭐랄까, 살아있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서사에 폭 파묻힌 인형 같다는 느낌이랄까요제겐 아트의 고뇌도, 아단, 노라, 칼란의 순탄치 않은 인생항로도 좀처럼 와닿지 않았습니다최근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책이 로버트 크레이스의 워치맨이었습니다할리우드 액션 영화라면 킬링타임용 캐릭터로는 최고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책으로는 좀처럼 몰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제 취향이 향하는 작가들이 누군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큰 스케일 속에서도 개인의 삶을 구석구석까지 들춰내 보이는 할런 코벤과 마이클 코넬리극도의 잔혹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도 사건 한복판에 놓인 개인의 안위가 걱정되어 한시도 눈을 못 떼게 만드는 테스 게리첸과 넬레 노이하우스거대한 구조에 항거하면서 겨우겨우 숨 쉬며 버텨내는 개인들을 알뜰히 그려낸 왕년의 거장 존 그리샴과 로빈 쿡 등이 저와 코드가 맞는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적어도 개의 힘에 관한 한) 저와 생각이 다르겠지만제가 근처에도 안가는 게 낫겠다, 싶은 작가나 작품들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아무리 개인의 취향의 문제라지만모두들 극찬한 작품을 절반도 못 읽고 포기했다는 것은 참 낯 뜨겁고 민망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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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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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여름캠프에 참가한 네 명의 아이가 사라진 사건은 격렬한 소송 끝에 거액의 위로금이란 판결로 종결됐고 이후 세상은 아이들을 잊은 듯했다어느 날 코플랜드는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의 단서를 찾던 중 여동생을 비롯한 네 명의 아이들이 실종된 20년 전 사건과 재회하게 된다20년 뒤에야 나타난 뜻밖의 단서는 사라진 아이들 중 하나가 성인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과 누군가 아이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덮으려 한다.”는 것.

여동생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는 남자와 진실을 덮으려는 부모의 갈등그리고 사건 이후 처참하게 해체된 가족의 비극과 함께 20년 전 은폐됐던 충격적인 진실이 천천히 조금씩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주로 일본 미스터리를 탐독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할런 코벤을 알게 됐습니다그의 명성이나 작품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던 상태에서 말 그대로 우연히 서가에서 집어든 책이 용서할 수 없는이었습니다이후 몇 편의 작품을 접하면서 편차가 심한 작가가 아니라는 신뢰를 갖게 됐습니다덧붙여, 단 한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함의 덕분에 다시 한 번 할런 코벤과 만나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코벤 특유의 중저음 같은 필력이 초지일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허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곳곳에 적절한 트랩을 잘 설치해놓았습니다긴장감이 팽팽합니다. 20년 전 숲에서 벌어진 사건과 현재 사건의 연결 고리도 매력적이고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가장 중요한 코드는 (조금은 질질 끄는 느낌도 있었지만좀처럼 중간에 책갈피를 끼우거나 한숨 쉴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캐릭터, 사건, 서사가 잘 어우러졌고 너무 무겁지 않은 메시지도 위화감 없이 녹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네 개에 그친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 대비 과도한 분량때문입니다분량만 차지한 사족과 과도해 보이는 부연 설명은 수시로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었는데다 읽고 나니 이 작품의 구조가 -----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그만큼 초중반에 독자를 지치게 만드는 페이지가 많았다는 뜻입니다좀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했던 클라이맥스와 엔딩은 오히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그 호흡이 빨라서 더 아쉬움이 컸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신뢰할 수 있고 편차가 별로 없는 작가인 건 분명하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B+에서 A- 정도에 머물렀던 느낌이라다음에는 확실한 A+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족으로 두 가지만...

작품 중에 꽤 많은 노래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노래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한 탓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는 생각입니다노래 제목은 일종의 고유명사이니 원제 그대로 살렸어야 되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요즘 들어 영미권 소설이나 드라마에 한국 또는 한국인이 자주 등장하는데아직까지는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편입니다그런데, 이 작품에도 짧지만 강렬하게 한국인에 대한 비호감이 드러나있어서 아쉬웠습니다울컥하기도 했지만, 그게 현실일 수도 있으니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긴 합니다다만, 맥락 상 굳이 그렇게 묘사 안 해도 되는데 일부러 강조하면서 비호감을 드러낸 점이나 여느 책과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았던 점은 눈에 무척 거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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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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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특성 상 반전 또는 국면 전환이 많다 보니캐릭터나 내용을 조금만 설명해도 작지만 여러 개의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많아조금 애매하게, 간략하게만 소개하면...

 

연극 순회공연 중인 토비 플러드는 곧 이혼할 아내 제니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 공연지인 브라이턴에 일행들보다 하루 먼저 도착합니다그런데 제니는 자기 주위에 이상한 남자가 맴돈다며 토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이혼 자체가 아쉬웠던 토비는 제니의 부탁대로 남자를 추궁하고 그로부터 사과를 받아냅니다하지만 그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제니 곁을 맴돌기 시작하고동시에 토비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들려줄 테니 단둘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냅니다이후 토비의 주위에서 의문의 실종과 죽음이 연이어 벌이지기 시작합니다자신을 떠나려는 제니를 붙잡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토비에겐 악몽 같은 시간들과 그보다 더 끔찍한 사건들만 닥쳐올 뿐입니다.

 

토비가 브라이턴에 머무른 일주일간의 이야기가 통시적으로 전개되면서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죽음들과 함께 어딘가 다분히 연극적인 느낌이 드는 비밀과 거짓말들이 횡행하지만좀처럼 몰입해서 읽기 편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구성은 다소 혼란스럽고, 조연들은 이야기 전개를 위해 편의적으로 배치된 느낌이고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비밀이라는 것도 그다지 뒤통수를 칠만한 내용은 아니었으며그것을 캐내려는 주인공과 막으려는 악당의 대결도 긴장감이나 개연성 모두 다소 떨어져 보였기 때문입니다이 모든 아쉬움들은, 주인공이 해결하야 하는 미션과 그것을 막아내야 하는 악당의 동기가 뚜렷하지 못한 탓입니다독자 입장에서 따라가고 싶은 떡밥이 눈에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무척 빠른 속도로 잘 넘어갔는데어렵지도, 나이브하지도 않은데다 사족 없이 확실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깔끔한 문장들, 굳이 잔혹한 디테일 없이도 보는 사람을 서늘하게 만드는 표현력이 눈에 띄었습니다영국에서 인기 있는 작가이며 스무 권 이상의 작품을 출간했다고 하니 이만큼의 내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아쉽게도 한국에선 이 작품이 유일한 출간작입니다한번쯤은 더 만나보고 싶은 작가라 새 작품 소식이 곧 들려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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