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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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신과 의사이자 아동상담소 소장인 쿠마베는 친구를 통해 학대 아동 아키를 소개받습니다상담 도중 미심쩍은 부분이 생긴 그는 직접 가정조사에 들어가는데아키의 어머니인 키미에로부터 학대의 주범이 그녀 자신이란 고백을 듣게 됩니다쿠마베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웃과 주변을 상대로 좀더 깊은 조사를 시도하지만대부분 아키 가족과 등을 진 이웃들은 쿠마베에게 냉소적인 반응만 보일뿐입니다그러던 중 키미에의 내연남이 쿠마베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아키를 끌고가는 일이 벌어집니다아키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쿠마베는 어느 날 한 남자아이로부터 (아키의 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고백이란 것은 그것이 자신의 행동임을 털어놓는 일인데얽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탓에 살인의 대상이 소녀인지 아닌지 무척 모호해지는그야말로 제목 자체가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하지만 분명 소녀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쉽고 편한 마음으로 읽어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바였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터뷰어가 아동학대를 당하면서 성장한 아키의 유년기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인터뷰를 시도합니다아키가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아동상담소에서 만난 쿠마베 소장아키를 도와줬던 남자친구, 아키의 담임교사, 의사 등 아키 주위에 머물렀던 많은 사람들이 시차를 두고 ‘10년 전 그날 그 사건에 대해 회상합니다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아키의 불행했던 날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모두가 감춰온 또는 모른 척 해온 비밀과 거짓말들이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그리고 적잖은 강도의 반전과 함께 출판사 소개글대로 슬프고도 무서운 결말에 이릅니다.

 

이야기는 촘촘하게 잘 짜였고인터뷰 대상인 인물들의 캐릭터나 배치도 기승전결에 따라 흥미롭게 이루어졌습니다다만, 소재와 형식 때문인지 미스터리로서의 긴장감은 조금 약합니다오히려 읽는 동안 조금은 불편하고 화가 난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아동학대를 비롯하여 어린이가 피해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불편함 때론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개인적으론 그런 이유 때문에 영화 도가니를 보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 작품 역시 수시로 덮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순한 돌직구처럼 아동학대 자체를 다룬 작품이란 뜻은 아닙니다.)

 

1년 전쯤 처음 읽은 후에 남겨놓은 메모를 보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꼭 찾아서 읽어볼 것이라고 돼있습니다아쉽게도 인터넷 서점에는 사토 세이난의 작품이 이 작품 밖에 없는데언젠가 새 작품이 출간된다면 다짐한대로 꼭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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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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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건의 연쇄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숫자들을 분석한 경찰은 다음 사건 현장이 야경으로 유명한 한 고급호텔이라고 추정하고 잠복근무에 돌입한다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한 닛타 고스케는 베테랑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시를 받지만 두 사람은 수사 기간 내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인다수사는 뜻대로 풀리지 않고 호텔을 찾아오는 다양한 투숙객을 상대하며 서서히 지쳐갈 즈음 닛타 형사는 호텔 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앞둔 신부에게서 불길한 조짐을 포착한다하지만 뭔가 확실한 단서 하나 잡히지 않는 가운데 예고된 살인 날짜가 시시각각 다가온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언젠가 중고책 직거래 때문에 만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무조건 사서 읽게 되는데미야베 미유키 작품은 작품마다 좀 들쑥날쑥 해서 일단 여기저기 물어보고 구입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전 그 반대인데...”

 

사실 일본 미스터리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이 두 작가 때문이었는데시간이 지날수록 미미 여사의 작품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깊어진 반면히가시노의 경우 가끔씩 헉 소리가 나오게 하는 경우가 잦아지더군요.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손에 쥐고도 잠시 고민했던 게 사실입니다그리고 반쯤 읽었을 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지요이런 저런 호텔 손님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신참자호텔 버전인가 싶기도 했고어떤 대목에선 주객이 전도된 듯 경찰이 잠복근무를 하게 된 호텔 이야기같기도 했습니다(“온갖 군상이 등장하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는 인터넷 서점 소개글이 정말 공감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스터리의 긴장감은 갈수록 옅어졌고중후반에서야 뭔가 일이 벌어지려나, 했지만, 딱히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범인이 남겼다는 트릭도 히가시노의 작품이라기엔 좀 어설프거나 억지스러웠습니다물론 막판에 나름 이리저리 꼬아서 긴장감을 주긴 했지만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별 세 개 이상은 못 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히가시노가 작품 수에 대한 욕심을 조금 포기하더라도읽고 나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전작들처럼 좋은 작품들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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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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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초인류에 의해 인류가 멸망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접한 미국 대통령은 극비리에 용병을 투입하여 아직 맹아기에 있는 초인류를 제거하기로 합니다초인류는 물론 그들과 함께 있는 인류학자 사살까지 지시받은 용병 조너선 예거는 팀원들과 함께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로 잠입하여 위험천만한 여정을 시작합니다한편, 급사한 아버지의 이메일 유언에서 충격적인 메시지를 접한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연구하던 신약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하던 중 밀림 속 예거와 접촉하게 됩니다누스(NOUS)’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초인류 남매인 아키리와 에마와 마주한 예거는 그들의 특별한 능력에 경악하는 한편,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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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하다가 결국 해를 넘겨서야 제노사이드를 읽게 됐습니다워낙 화제작인데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대가 컸습니다.

 

제목인 제노사이드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이 작품은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다룹니다다만, 인종, 종교, 영토 등 고전적인 목적의 학살이 아니라 인류를 굴복시키거나 심지어 멸망시킬 수도 있는 새로운 초인류의 절멸이 목표라는 점에서 단순한 대량학살 이상의 의미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종이 되기 위한 진화, 더 많은 것들을 갖기 위한 다른 종을 향한 대량학살 등 인류가 오랜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수행해 온 미션들을 토대로 작가는 초인류 또는 신인류에 의한 현생 인류의 절멸 가능성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습니다그 상상력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지루한 논쟁만 반복될 수 있는 소재에 액션, 첩보, 스릴러, 미스터리 코드를 가미함으로써 작가는 제노사이드를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예거, 겐토(와 그의 아버지), 초인류를 보호하는 인류학자 등 작가가 선한 인류로 내세운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고 이입하며 책을 읽겠지만현생 인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려는 미국대통령을 지지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그만큼 제노사이드에서 그려진 초인류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동등하고 공정하게 대해야 할 동반자 아니면 애초에 싹을 잘라야 하는 위험한 존재인 겁니다작가의 의도는 분명 전자 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있지만개인적으론 좀더 논쟁을 붙이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초인류의 문제가 현실이 된다면, 모르긴 해도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지 않을까요?

 

어지간해선 과학이나 SF 설정이 들어간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제노사이드는 아직은 실현되지 않은 가상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무척 매력적으로 읽혔습니다과학, 의학, 액션, 첩보 등 방대한 분야에 대한 작가의 노력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무엇보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을 조금도 빈틈없이 직조한 필력이 놀라웠습니다.

 

다만,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이, 심하게 말하면, 엉망으로 편집됐다는 게 너무 속상했습니다사방에 오타가 너무 많아서 읽는데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처음엔 메모지에 기록을 하다가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허탈한 나머지 그만두고 말았는데이후에 나올 개정판에서는 제발 이 말도 안 되는 오류들이 바로 잡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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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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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LP판을 등장시킨 것처럼, 책 내용은 크게 Side ASide B로 나뉘어져 있습니다전개 양상은 좀 다르지만 고전영화 젊은이의 양지를 연상시키는 멜로 관계가 펼쳐집니다20대 초반에 만난 첫사랑과 애틋한 원거리 연애를 하던 도쿄의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앞에 툭 나타난 예쁘고, 돈 많고, 고학력인 완벽녀 때문에 갈등합니다그런데 때마침 첫사랑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오자 남자는 낙태가 됐든 이별이 됐든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를 배신하고 싶은 마음을 싹틔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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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기본 틀은 연애소설입니다읽는 내내 책 뒷표지의 카피 연애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를 기대했는데미스터리는 실종된 채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을 땐 연애소설 그 자체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뒷부분에 실린 해설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말하자면, 찾을 범인도 없고, 특별한 미스터리도 없고,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다 읽었는데해설을 보고서야 이 작품이 서술트릭 미스터리였다는 알게 됐다는 얘깁니다(출판사도 서술트릭이라고 대놓고 홍보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라고 여기진 말아주세요.)

 

그제야 복기해보면, “그래, 그때 뭔가 좀 위화감이 느껴졌지.”라는 대목들이 분명 있습니다작가가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기 위해 얼마나 꼼꼼히 준비했는지도 알게 됩니다하지만, 어지간한 서술트릭이 아니면 좀처럼 반하지 않는 취향이다 보니 해설을 봐야 파악할 수 있는 허술한 서술트릭의 정체에 감탄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왔습니다.

 

미스터리를 탐독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일부 서술트릭 작품에 매료된 적도 있었습니다작가가 작정하고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경우정말 눈에 불을 켜고 숨겨진 트릭을 찾아내려고도 해봤습니다다만, 많은 독자들이 최고의 서술트릭으로 손꼽는 작품에 아무런 감흥이 없던 적도 있었고반대로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작품 가운데 매력적으로 읽은 작품도 있었습니다말하자면 서술트릭 자체가 싫은 건 아닌데 작품에 따라 만족도의 편차가 컸던 셈입니다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처음부터 서술트릭이란 걸 모르고 읽은 탓도 있지만 다 읽고도 서술트릭 자체를 인지 못한 것은 저의 오독 때문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전략과 전술이 그만큼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서술트릭이란 걸 공개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이 작품은 오히려 미리 공개해야 그나마 독자가 배신감(?)을 덜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그래야 평범해 보이는 연애소설 속에서 트릭을 찾는 재미라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어쩌면 출판사가 스스로 서술트릭임을 공개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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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IN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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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다마키는 연애의 말살을 주제로 소설 을 쓰려 한다주인공은 1970년대에 발표된 미도리카와 미키오의 소설 무쿠비토에 등장하는 내연녀 O말하자면, 다른 작가가 쓴 소설 속 인물을 주인공 삼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하겠다는 것무쿠비토는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사소설(私小說)인데남편과 O코의 불륜을 향한 아내의 광기와 싸움을 불쾌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린 건 물론 등장인물 대부분 실명으로 등장해서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까지 줬던 작품.

이 사소설에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은 오직 O코뿐이었다다마키는 두 번의 낙태를 겪고도 가정파괴범으로만 그려진 무쿠비토O코가 현실에서 유부남 편집자와 사랑에 빠진 자신의 운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연민까지 느낀다하지만 그로 인해 다마키는 허구와 현실이 뒤섞이는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대표작 ‘OUT’ 이후 미스터리(‘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물론 다마모에같은 순문학까지 대략 4~5편의 작품을 통해 기리노 나쓰오와 만나왔습니다뭐라고 단정할 만큼 아직 그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재미와 의미가 균형감 있게 잘 살아 있어서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처럼 좀 허망했던 경우도 있었지만요.)

 

처음 읽은 ‘OUT’이 인상적이었던 덕분에 ‘IN’은 여러 가지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입니다제목 자체만 봐도 서로 연결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물론 연애의 말살을 다뤘다는 카피를 보곤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살짝 불온한 냄새를 풍기는 그 주제 역시 충분히 매력이 느껴졌고 호기심을 자극해왔습니다.

 

요약한 줄거리대로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지는데하나는 각자 가정을 갖고 있는 소설가 다마키와 편집자 세이지 사이의 연애의 말살이고또 하나는 소설 속 소설인 무쿠비토에 등장하는 소설가 미키오와 그의 아내 치요코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내연녀 O코 등 세 사람의 연애의 말살입니다.

정열적인 사랑의 끝에 그 흔적을 말살하려는 심리가 괴물적으로 비쳐진다.”라는 소개글대로 이 작품은 사랑이나 불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종료된 뒤의 서늘한 심리를 다룹니다그래선지 비슷한 소재로 치정 또는 복수를 그린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어딘가 심하게 구부러지고 왜곡된 듯한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연애는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은밀하게 변질되어 간다.

부패해간다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이다. 가스가 차서 한꺼번에 폭발한다.

폭발한 뒤에는 두 사람 다 제각각 내동댕이쳐져

주위를 둘러보면 눈앞에 낯설고 거친 들판이 펼쳐진다.” (p76)

 

일본어 발음 ‘IN’으로 읽히는 한자들(, , , , )로 명명된 챕터 제목들은 그 챕터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사뭇 궁금함을 자아내는 독특한 형식이었고주인공인 소설가 다마키가 실명소설 속에 등장한 내연녀 O코의 정체를 추적하는 대목도 소소한 미스터리 코드가 내재되어 있어 흥미를 배가시킵니다.

 

하지만, 다 읽은 뒤의 솔직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허전함이었습니다연애의 말살이란 서로를 상처내고, 타인 앞에서 모욕을 주고, 심지어 폭력까지 주고받다가끝내는 기억 속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그런 과정의 종결이라는뭔가 있어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씁쓸한 연애 뒤끝의 담론을 다소 어렵고 복잡하게 풀어간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소설은 허구와 현실을 오가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친다.” 라는

몇 번씩 반복적으로 강조된 주제의식도 좀 거북했고두 이야기의 접점을 위해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엮은 것도 작위적으로 보였습니다환영(幻影)과 예지현상까지 벌어지는 부분에선 솔직히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은 작품입니다소재는 흥미로웠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저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아직 읽어야 할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 많이 있는데개인적으론 아무래도 미스터리 혹은 장르물에서 그녀의 미덕을 만끽할 수 있을 듯 합니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일단 궁금함과 호기심을 접지는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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