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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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가 같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 학창시절 만난 철학은 어려운 학문이었다.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알아보는 사전을 통해 만나는 철학도 어렵게 다가온다. 이전에 만났던 철학은 무겁고 딱딱하게 다가왔다. 그런 철학으로 휴식을 한다는 것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마음의 상처 없이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내개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번 스스로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철학으로 휴식하라>에서는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글을 만난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른세 개의 이야기들을 딱딱한 철학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말랑말랑한 이야기이다. 상처받은 영혼이 위로를 바랄 때, 욕망과 집착으로 괴로울 때, 매너리즘에 빠져 허덕일 때, 세상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미래를 여는 혜안이 필요할 때라는 소제목만 보더라도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마주한 문제들이다.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우리를 순풍에 두지 않는다. 성장의 시간이라 생각하며 버티기 힘든 상황들도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이겨내는 방법도 있지만 오롯이 나만의 문제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힘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들은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나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1을 향해 달린다. 다른 것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주목한다. 잘 하면 인정받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공부라는 하나의 관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공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00을 좋아하고 잘 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도 한 가지 잣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나를 바라보게 된다.

 

윌저는 다원적 평등 을 강조한다. 이는 어떤 측면에서 존경받지 못할 사람들도 다른 면에서는 명예롭게 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중략)

나에게도 인정받을 무엇인가가 있다면 상 받는 이에 대한 질투심도 수그러든다. - p.42

 

 

 

어려운 철학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든 철학을 만난다. 그 안에서 우리가 마주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낼 지혜로운 방법들을 알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말했듯이 우리들도 세찬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 흔들림을 불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철학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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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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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이 넘었다고 한다.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 용어가 사라지며 이제는 주종이 아나란 동반자의 개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들은 선택되고 있으며 버려지는 일이 많다. 이 책을 보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려면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다. '자격'이라는 것도 주어져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왜 자꾸 나만 따라와>에서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하고 책임감 없이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그들과 함께 지내려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반려동물들은 특별하다. 지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만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야 할 반려동물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있다.

 

 

첫 번째로 만나는 이야기는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인 <너만 모르는 엔딩>의 최영희 작가의 작품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친근한 반려동물이 아닌 공생동물이 등장한다. 공생동물은 유전자 설계로 인간이랑 짝을 지어서 태어난 반려동물이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재하에게 '퍼슬'이라는 공생동물을 입양했다. 인기있는 공생동물은 유니콘인데 엄마는 왜 재하에게 퍼슬을 입양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퍼슬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이 반려동물과 만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 있는 반면 외면받는 동물들도 있다. 그런 동물들은 버려지는 일이 많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피라온'을 만난다. 피라온은 인간의 복제품이다. 미르는 자신이 피라온인줄 몰랐다, 부모님이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고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도록 늘 사랑을 주었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을때 버려진 강아지 '송이'를 만난다. 미르는 어쩌면 자신도 송이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일까, 송이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송이가 미르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버려지는 존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너도 나도 인간이 아니야. 그렇지?"
(중략)

"하지만 너도 나도 감정이 있어. 안 그래? 우리 가족이 누구인지도 알아. 그들이 언제 기뻐하고 슬퍼하는지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나는 있잖아……." - p.74~75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까.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동물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일곱 편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웃을 수만은 없다. 그들이 행복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쌍방향으로 통하는 관계이다. 인간의 부속품이 아닌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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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6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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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작품은 학창시절 권장도서라 의무적으로 읽었다. <이방인>과 <페스트>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아니라 학교에서 내준 숙제였기에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페스트>는 죽은 쥐들의 모습이 가장 떠올랐다. 그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 오래도록 남아있고 다른 것들은 크게 다가오지 않아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는 <페스트>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시기적으로 맞물려서인지 이런 상황을 우리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랑'을 알제리 해안에 위치한 프랑스의 평범한 도시라 소개하고 있다. 평범한 이 도시에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사 베르나르 르외는 여느 와 같이 퇴근하는 길에 층계참 한복판에서 줄은 쥐를 발견한다. 쥐가 나올 곳이 아니기에 마음에 걸린다. 이것이 오랑시에 벌어진 불행의 시작이었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사실이죠." - p.57

 

쥐와 사람들이 죽는 이유가 페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랑시는 폐쇄된다. 도시가 폐쇄됨으로써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이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껴지는 시기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만남의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의 우리들은 전화나 SNS를 통해 연락하지만 오랑시의 사람들은 편지조차 주고받을 수 없게 된다.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들에게 고통이었다.

 

우리에게는 편지를 쓴다는 사소한 기쁨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 p.78

 

책에서는 폐쇄된 도시에서의 생활을 귀양살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으니 상상을 한다, 직접 기차를 탈 수 없으니 가차 타는 상상을 하고 제비가 나는 모습, 저녁때의 이슬방울 등 일상의 모습을 기억한다. 지금의 우리들도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시간을 기다린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일 것이다. 이런 것들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들과 마주하니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피할 수 없다. 페스트가 재앙처럼 다가왔을 때 사람마다 그것을 대하는 반응이 달랐다. 의사 르외, 랑베르 기자, 파늘루 신부, 보건대의 타루, 시청 직원 로랑 등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인간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무능력함도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은 방관이 아니라 최선이다.

 

불안한 상황이니 불안함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확실하지 않은 것에 흔들리고 동조하게 된다. 지금의 가짜 뉴스처럼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은 믿음을 갖고 옳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안한 마음이 앞서 그들은 쥐를 죽인다는 명목 아래 사람들이 사는 집까지 불태우는 일이 생긴다. 흔들리지 않는 이성으로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지금 우리가 놓여있는 현실과 닮은 점이 많은 이야기라 어느 때보다 빠져들어 보게 된다. 영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혼자가 아닌 함께 모여 그들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 페스트가 사라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한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 않고 우리들 곁에 살아남아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위해 언젠가 다시 찾아올 거라 말한다. 끝이 아니라 다른 문제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가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며 불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며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대처할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것이 끝인 것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간과하며 욕심의 시간을 갖는다며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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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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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평범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통념적으로 우리들끼리 정해 좋은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우리들은 어떤 모습을 떠올릴까. 요즘은 나이 차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자와 그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렇게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모습을 만들어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 본다.

 

 

 

<도쿄타워>의 토오루와 코우지가 만들어가는 모습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살짝 의문이 든다. 그 감정은 두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제3자인 우리들이 그들의 감정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위험해 보인다. 그들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에게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드러나는 것이 두렵고 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두 커플의 만남을 무어라 규정짓기 어렵지만 토오루가 감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코우지는 육체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토오루는 시후미가 읽은 책을 찾아보고 음악을 즐겨듣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토오루는 그녀와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고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을 좋아한다. 코우지는 키미코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한다.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지만 이유는 다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느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듯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제 스무 살이 되어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만드는 사랑도 결국 그들이 책임지고 감당할 몫이다.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절대 같은 게 아니라고."
(중략)

"누구와 살든, 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과 살아." - 본문 265쪽 

 

언뜻 보면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소재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축하받지 못할 관계일 수도 있다. 그들의 관계를 사랑하는 사이라도 단정 짓기도 어렵다. 우리들이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변하지 않고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들을 사랑하는 관계라 말하며 응원하기는 힘들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올까. 아슬아슬한 현재를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미래가 다가올지 여전히 위험한 미래를 살아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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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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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작가 중 한 명은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환야>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1,000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다. 다른 책 같으면 많은 분량에 읽는 것이 두려울 수 있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가독성이 높아 눈 깜짝할 사이에 읽는다. 이건 어떨 때는 단점으로 다가온다. 오래도록 읽고 싶은데 벌써 다 읽어서 아쉬움이 생긴다.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환야>도 읽기 시작하면 두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중간에 멈추지 못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 몰입하여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한 번 만나게 되면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나보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표지부터 눈여겨보게 된다, 1권, 2권의 표지에 보이는 인물은 여자와 남자로 추측이 된다. 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1권에서는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인데 2권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으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마사야가 스스로 만든 어둠일까. 아니면, 미후유가 이끄는 어둠에 어쩔 수 없이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마사야의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들의 삶은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모른다. 첫 단추는 지진이 일어나던 날의 선택이다. 그 단추를 잘못 끼워 스스로 만든 어둠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지진이 일어난다. 장례식에 찾아온 고모부의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아버지가 남긴 보험금으로 빚을 갚으라는 고모부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대들보에 깔려 있는 고모부 도로시를 구해주었더라면 마사야의 삶은 달라졌을까. 마사야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그 현장에는 신카이 미후유가 있었다. 이 일로 마사야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 1권 334쪽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고 사건들도 해결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의심스러운 가토 형사. 그는 조용히 독단적으로 여러 사건들을 파헤져간다. 그러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밝혀지며 한 인간의 속 모습을 보게 된다. 마지막은 예상과 다른 결말이라 조금 놀라웠다. 아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렇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다. 마사야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택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마지막은 미후유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야." - 2권 123쪽

 

마사야의 모든 행동들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한 일이라며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데 있어 이유는 없겠지만 마사야는 미후유의 어떤 점을 사랑한 것일까. 그것이 과연 사랑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있다. 마사야는 미후유의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다.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무서운 중독이다. 미후유에게 중독되어 조정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사야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가 아니다. 아니면 믿고 싶어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쩌면 독자가 결말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사건의 중심에 어떤 인물이 있을지 유추할 수 있음에도 긴장감을 늦출수 없다. 인간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가끔은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인물들이 있다. <환야>에서 만나는 미후유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서 '선'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녀가 꿈꾸는 세상은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 만들어  가는 행복이다. 아니, 그녀가 꿈꾸는 행복도 아니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결국 마사야는 미후유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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