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가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이번달 들어 세 번의 북콘서트를 경험했다 (<마술라디오> 때는 사회자)
과거에는 좀 이름난 저자들이 교보문고 등에서 저자강연을 했는데
북콘서트는 2년 전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종류의 판촉행사다.
북콘서트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었다.
1) 저자강연이 저자의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전달하는 형식이라면
북콘서트는 사회자가 책에 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질문들을 던지고,
참가자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는 시간도 마련하니
“쌍방향”이란 점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2) 저자강연은 대형서점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한 반면,
북콘서트는 출판사가 카페 등을 빌려서 하는 거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3) 북콘서트는 저자강연과 달리 중간에 가수 등의 공연이 삽입될 수 있어서
재미 면에서 유리하다.
예를 들어 정혜윤 작가의 <마술라디오>에서는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씨가 게스트로 등장했고,
지난 주말에 있었던 <기생> 편에서는 홍대에서 싱어송 라이터로 활약중인 김사월 씨가 주옥같은 노래 세곡을 불러줬다.
개인적으로도 저자강연보다 북콘서트가 훨씬 더 좋은데,
이건 작년 교보에서 얻은 저자강연회를 무지 재미없게 했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콘서트를 하면서 내가 강의보다 일문일답에 훨씬 더 강하다는 걸 깨달아서다.
일례로 지난 주말 <기생>에 대한 북콘서트 때,
슬라이드로 준비한 내 강의에 관객들은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일문일답 때 내 한마디 한마디에는 거의 자지러졌다.
북콘서트가 잘 되기 위해선 뭐니뭐니해도 사회자가 좋아야 한다.
인생 최초의 북콘서트를 <마술라디오> 사회로 시작하다보니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지나가버리고 말았는데,
이틀 뒤 있었던 북콘서트 때 ‘바갈라딘’님이 사회보시는 걸 보니까 이틀 전의 내 모습이 무지 부끄러웠다.
부끄럽건 자랑스럽건 다 내 삶이 걸어온 역사,
나라도 사랑해줘야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참가했던 북콘서트 사진들을 여기다 실어 본다.
<기생> 북콘서트에서 강연하는 모습. 다리가 짧아 보이는 건 상의 때문임.
<기생충, 우리들의 동반자>의 저자이자 <기생>을 같이 쓴 정준호님과 함께.
정준호님의 강연 모습. 그 왼쪽에 내가 보이는데, 자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의자에 앉는 자세가 안좋을 뿐.
모델 코스프레.
정혜윤 작가의 <마술라디오>의 사회를 보는 장면.
이건 내 인터뷰집에 대한 북콘서트 장면. 왼쪽은 지승호님, 오른쪽은 명사회자 바갈라딘님.
* <기생> 편에서 게스트로 나온 김사월 씨는 노래와 더불어 멘트로도 감동을 줬는데,
기억나는 몇 개만 적는다.
"저도 관객의 호응에 기생하며 살고 있는 가수"
"제 노래 중 기생충과 숙주의 사랑에 해당하는 게 있어서 불러드린다"
"개미선충이 딸기 코스프레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제 노래에도 그런 비슷한 게 있다"
책을 꼼꼼히 읽고 거기 맞춰서 노래를 선곡하는 정성이라니,
앞으로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 물으면 무조건 김사월 씨라고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