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찰스 레이먼드 맥컬리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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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프랑켄슈타인드라큘라그리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스티븐 킹은 현대 미국 호러 문학의 바탕이 되는 작품으로 위의 세 작품을 꼽았다.

 

프랑켄슈타인, 1818년 메리 셀리

지킬 박사와 하이드』 1886로버트 스티븐슨

드라큘라, 1897년 브램 스토커

 

그동안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드디어 손에 잡게 되고위 세 권을 모조리 훑어보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동안 들어 내용은 알고 있었던 이 책그 세세한 부분을 이제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이 단순히 선과 악두 가지 모습으로 왔다갔다 변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보다 심층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살펴보는 심리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내용은 모두다 알고 있는 것이니 굳이 줄거리를 소개할 필요도 없다.

 

등장인물은 헨리 지킬 박사그의 다른 분신인 에드워드 하이드.

그의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친구인 래니언 박사

어터슨 변호사의 친척인 리처드 엔필드.

 

등장인물 중 다른 사람은 그저 보조 역할을 하고 중요한 인물은 바로 지킬과 하이드이다.

지킬과 하이드는 동일인인데 선악을 상징하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며 등장한다.

 

그렇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

 

지킬 박사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누기도 하고 결합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두 영역 사이의 고랑이 있네하지만 내 안에는 다른 사람보다 그 고랑이 더 깊어서 선과 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106)

 

이 책의 마지막 부분, <헨리 지킬의 사건 진술서 전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서 <헨리 지킬의 사건 진술서 전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지킬과 하이드의 변신 차원의 이야기는 그저 기본적인 사항이고저자인 스티븐슨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여기 담겨있다.

 

 

인간은 결국 각양각색의 모순되고 독립적인 인자들이 모여 형성된 집합체에 불과하다. (107)

 

지킬 박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다.

 

각각의 본성을 따로따로 분리해서 별개의 개체에 수용할 수 있다면 참기 힘든 고통들이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107)

 

그렇게 해서 드디어 실험은 시작된다.

즉 약물을 조제해서 다른 본성을 각각 분리한 다음 별개의 몸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즉 선한 본성은 지킬 박사의 몸에악한 본성은 하이드의 몸에 담고 살아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그리고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헨리 지킬의 사건 진술서 전문>는 헨리 지킬 박사의 고백록이다.

 

이 고백록에는 위에 언급한 선과 악의 문제를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성에 대하여

아주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다.

 

이 중 몇 가지 기록하고새겨볼 말이 있다.

 

약을 마시기만 하면 당장 저명한 교수의 육신을 벗어버리고 두꺼운 망토처럼 에드워드 하이드의 육신을 두를 수 있었네. (113)

 

이게 가능하다면 그 후 사람의 마음과 행동은 어떤 쪽으로 흐를까?

선한 쪽으로아니면 악한 쪽으로?

에드워드 하이드는 악의 결정체이다악을 행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러나 아직은 통제가 가능하다인간 지킬이 하이드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이제는 그 상황이 점점 변한다통제 불가능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실험실 안으로 도피해 준비해 둔 약을 마시는데 단 일이 초면 충분하지. (114)

 

그렇게 약에 의한 변신이 가능했는데점점 그 약효가 달라진다.

점점 약에 관계없이 변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신해버리는 것이다.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게 인간이다.

 

그러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에드워드 하이드의 성격이 돌이킬 수 없을만큼 내 성격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118)

내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악마가 포효하며 뛰쳐나왔지. (120)

 

지옥의 악령이 내 안에서 깨어나 미친 듯이 날뛰었네. (121)

 

드디어 인간 내면의 본성들이 서로 싸우다 악한 쪽이 승리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면 적국에게 점령당한 것처럼 이제는 적국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도 거울 하나 들여놓자.

 

거울이 있다지킬 박사의 방에 새로 들인 가구 거울이다. (110)

 

이글을 쓰는 지금 내 옆에 있는 거울은 이런 모습의 변화를 비춰볼 목적으로 나중에 들인 것이다. (110)

 

그렇게 들여놓은 거울을 통하여 지킬 박사는 자기의 모습을 살펴본다.

하이드의 모습도지킬 박사의 모습도.

 

우리도 우리의 모습이 혹시 변할지 모르니거울 하나 들여놓고 냉철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이 책은 그런 거울의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선과 악 어느 편의 모습인지 살펴보며 살아가라고.

 

다시이 책은?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영원한 고전이다.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친 명작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너무 허투루 대한 듯 하다.

그저 줄거리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마치 이 책 전부를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는가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인간을 속속들이 알려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려면 ,이 책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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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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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벨 훅스는 누구인가?

 

본명이 글로리아 진 왓킨스(Gloria Jean Watkins, 1952년 9월 25~2021년 12월 15)인데필명 벨 훅스(bell hooks)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작가사회운동가페미니스트이다.

30권 이상의 저서와 다수의 학술 논설이나 사회주류(mainstream)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또한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으며많은 강연도 하였다흑인 여성의 관점을 기초로 하면서 교육예술역사섹슈얼리티대중매체여성주의 등의 인종사회적 계층성별 문제에 임하고 있다. (위키백과)

 

참고로 그녀의 필명 벨 훅스(bell hooks)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6)

그녀는아니 그는이런 경우 요즘 남녀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라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이 책 역시 라고 부른다.

 

그는 자기 자신보다 그 글의 내용에 집중해서 읽기를 바랐기에 그는 이름을 소문자로만 썼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런 견해를 남긴다.

 

사소해 보이는 실천이지만 권위주의적인 학계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했으므로 이 실천을 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6)

 

이 부분에 대하여궁금해진다.

지금까지 영문자로 쓰여진 서양 사람 이름을 대문자 소문자 구분을 하지 않고 읽었었다그런데 이름을 소문자로 쓰면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을 몰랐다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

그러면 그런 그의 생각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에는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그것도 궁금해진다.

 

이 책의 내용그의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의 주인공 벨 훅스는 처음 만나는 인물이어서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다.

그녀의 저서가 많은데단 한 권도 읽지 못한 상황이라 과연 그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는데다행하게도 이 책에서 그의 책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기에그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각각 소개되는 책은 다음과 같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벨 훅스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올 어바웃 러브벨 훅스당신과 나의 공동체본 블랙

 

이 책의 필자들은모여 같이 벨 훅스를 읽는다.

 

필자는 모두 7명이다.

필자들의 면면이 책의 앞날개와 뒷날개에 적혀있는데 이건 좀 불편하다.

책날개에 필자의 약력을 써놓긴 했지만 그것을 그 필자가 쓴 부분 앞에 가져다 놓았으면 좋았을 것인데그게 아쉽다.

 

책 한 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78-109)

 

먼저 <책 소개>로 시작된다.

 

우리말 번역본도 있다.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

벨 훅스 저/이경아 역 문학동네 | 2023년 01월 30

이 책은 2008년 국내에서 벨 훅스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됐다문학동네에서 15년 만에 새롭게 펴내며 시대에 맞춘 번역으로 전면 개정했다또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해제를 새로 덧붙였다권김현영은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세대론 이슈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한국 사회에서 왜 여전히 이 책의 메시지가 유효한지 역설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0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벨 훅스는 이 책을 통하여 계급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그 이유는 계급에 대하여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벨 훅스는 가난한 노동계급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거쳐 계급 이동을 하면서 세상의 편견을 온몸으로 겪는 가운데 경험해야 했던 외로움과 고통을 털어놓는다.

 

그 다음에 필자는 7명이 같이 모여 이 책을 주제로 한 대화 내용을 마치 서기가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처럼 기록해 놓고 있다물론 그 기록은 다분히 주관적인 감상이 많이 들어있다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다른 참석자의 발언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서 발언을 남긴 저자는 레일라장재영조은김은지오혜민김미소그리고 편집자의 발언까지이 글의 필자는 그런 발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본인이 겪어가는 우리 사회에서의 계급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여기 이 부분을 특별히 주목한 것은 필자의 이런 발언 때문이다.

 

어릴 적 내 머릿속 단어장에서 계급과 가장 비슷한 단어는 주제였을 것이다엄마가 아껴 써야 한다사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종종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된다고 했으니까. (88)

 

계급이란 말 대신 주제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니까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다.

계급이란 말은 사회적 계층으로 나누고 신분을 구분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주제라고 하니 같은 무리 안에서 나뉘어지기는 하되 신분상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무엇인가 차이는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 속으로 독자들도 끼어들어가 한마디 정도는 해도 좋을 듯한 분위기가 이루어진다.

 

다시이 책은?

 

책이 진지하다.

필자 7명이 특히 벨 훅스가 의미를 지닐만한 상황에서 일을 하는지라 저절로 벨 훅스의 발언이 심도있게 여겨질 만하다그래서 벨 훅스는 필자들에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선도자가 되기도 하고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이 시대는 분명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게 점점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다그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이 책은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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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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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史色)

 

요즘 우리나라에 난데없이 소환된 인물이 있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루머의 애꿎은 피해자가 된 인물이다.

그녀를 단두대로 보내게 했던 수많은 루머들이제 그런 소문들이 모두다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녀가 죄인인양 떠들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런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을까?

 

포르노에 집중 포화를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 (96-97)

 

당시 프랑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포르노의 주인공으로 많이 오르내렸다이는 국가에 대한 불만을 오스트리아 출신 외국인 왕비에게 푼 것이다그녀는 포르노 속에서 아주 난잡한 여자로 등장한다심지어 혁명 법정은 그녀에게 근친상간의 죄목까지 날조한다물론 사실이 아니었지만 혁명 세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결국 엉뚱한 죄목으로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이 책의 분석을 살펴보자.

 

혁명의 아버지들이 포르노를 쓴 이유는 간단합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포르노가 종교와 정치의 권위를 비판하기 가장 좋은 무기였기 때문입니다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끈적하게 묘사한 난잡한 성관계 이야기는 삽시간에 대중에게 퍼졌습니다그만큼 절대 왕정에서 벌어지는 귀족들의 비도덕성을 공격하는 데 탁월했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철학 서적은 그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지요야한 웹툰이나 영상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프랑스혁명 당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지요.

문자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책을 통해 체제의 모순을 파악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왕과 왕비 귀족과 성직자의 문란한 성관계를 폭로하는 포르노야말로 전제정을 무너뜨릴 가장 좋은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91)

 

이런 내용이 실려있는 책제목이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이다.

제목에서 언뜻 떠올리게 되는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읽어보면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역사 지식에 접할 수 있다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주제편으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역사에서 찾아서 살펴보고 있다그래서 사색(史色)이다.

예컨대아이를 낳은 교황이 있었다는데과연 사실일까?

저자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밝혀놓고 있다그러니 혹 누가 아이를 낳은 교황이 있다고 아는 척 떠벌리면 이 책을 권해주시라.

또 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박멸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시절유대인을 어떻게 색출했을까?

바로 유대인들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남성 성기에서 흔적을 찾아냈다.

 

독일 자경단들은 유대인으로 의심되는 집을 급습해서문서를 확인하고 또 여의치 않으면 그 집 가장의 바지를 벗겨 확인하는 황당한 방법을 썼다. (51)

 

2부에는 인물들이 등장한다그중 잘 알려진 이름을 꼽으면?

사드 후작넬슨앙리 2헨리 8앨런 튜링보들레르그리고 괴테도 등장한다.

 

앙리 2세는 프랑스 왕이다.

그의 부인 왕비는 그 유명한 카트린 드 메디치이탈리아의 피렌체 출신이다.

앙리 2세는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마상 창시합을 하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았는데여기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 이미 정부가 있었다바로 디안 드 푸아티에.

저자는 앙리 2세의 일생을 그의 정부 디안과 왕비 카트린의 관계를 통해 그려놓고 있다.

그러니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앙리 2세 치하의 프랑스 역사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영국의 헨리 8세는?

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6명의 왕비를 거쳤으며 그중 두 명을 처형장으로 보냈다이것영국의 역사다.

 

이런 이야기재미있다.

 

이집트 신전에 들어가려다 뜻밖의 일을 당한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 (43)

우리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아는 인물그 피타고라스는 이집트 신전에 들어가려가 뜻밖의 요구를 받는다그게 무엇일까책에서 확인하시라.

 

콘프레이크크래커최초의 시리얼인 그래뉼라의 개발에 얽힌 이야기들 (53- 60)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보들레르의 시 <비상>(318-319)

 

연못들계곡들산들숲들구름들,

바다 위로태양 너머로창공 너머로별들의 천구 너머로,

나의 정신너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파도 속에서 황홀해지는 헤엄 잘 치는 사람처럼,

너는 말로 할 수 없는 남성적 쾌락을 느끼며

그 방대하고 깊은 곳을 즐거이 누비고 다니는구나.

 

다시이 책은?

 

읽을 게 풍성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라는 주제를 통해 인류 역사를 짚어보고 있다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 성()이 차지하는 분량이 상당하다는 것 알게 된다.

 

저자가 이런 글을 쓰면서 들었다는외설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풀었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내용을 재미있게 푼 것은 맞는데외설적인 내용이라는 건전혀 아니다그런 이야기는 실제 역사책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물론 행간에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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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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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어슬러 K. 르 귄.

미국의 SF 작가다어둠의 왼손이 대표작이다.

읽어본 적이 있는데, 흠미와 재미를 그 광대한 스케일에 담아 놓은,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이다.

그런 그녀가 글쓰기 워크숍을 열고 있었다는 것이 책에서 알게 된다.

 

그녀가 실시한 글쓰기 워크숍에서 실제 시행했던 것을 책으로 엮었고세월이 흐름에 따라 글쓰기와 출판 현황이 변화하니 그런 변화에 맞춰서 낸 개정판이 이 책이다.

 

이 책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있나?

 

이 책은 스토리텔러를 위한 책으로,

그들이 찾고 있는 서사 산문의 기본요소들에 관해서 생각하고 토론하고 연습할 거리를 담고 있다.

글의 소리부터 목소리시점글에 무엇을 포함하고 뺄 것인가애 관한 문제까지,

각 챕터에는 주제에 관해 토론할 거리와 훌륭한 작가들의 예시문연습이 포함되어 있다.(5)

 

먼저 이런 지침 새겨놓자.

 

작품을 큰 소리로 읽어보라.

글을 소리 내어 읽고 들으면리듬이 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고대화를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12)

 

자기 글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의식할 줄 아는 기술은 작가에게 필수적이다. (21)

 

권하건대적어도 당분간은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인칭이 사용되었는지 주목하여 보고 인칭이 바뀌는지바뀐다면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라. (91)

 

흔히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판단하고 비웃는 듯 해서 그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나는 관여적 작가 시점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작가적 서술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도 사용할 것이다. (114)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보편화된 용어이지만어색한 감이 들었는데 저자가 그걸 잘 짚어주었다.

 

글쓰기를 하면서 만난 의문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

 

접속사에 관한 사항 : 

우리말 글쓰기에 어떤 저자는 접속사 사용을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그 저자는 접속사를 문장을 번거롭게 하는 아주 나쁜(?) 품사로 간주하고 있다.

접속사의 기능이 이어지는 문장 내용을 빨리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여 영 그 지침이 마뜩하지 않았는데이 책에서는 다른 지침이 있어여기 적어둔다.

 

짧은 문장을 접속사로 엮는 버릇은 문체상 적절하긴 하지만 생각없이 사용되면 어린아이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려서 이야기를 따라가지 어렵게 만든다. (51)

 

저자는 '짧은 문장'이라고 말한다짧은 문장을 접속사로 이어가는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이런 예를 들었다.

 

그들은 행복했고그리고 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었고그리고 헤밍웨이를 너무 많이 읽었다고 느꼈으며그리고 밤이었다. (51)

 

짧은 문장을 이어갈 때 접속사는 문제가 많은 품사다그런데 혹 이런 오해 하고 있지 않는지?

문장을 가급적 짧게 쓰라는 말.

그래서 짧은 문장을 써야 좋다는 것, 많이 듣지 않았는지?

그러나 저자는 짧은 문장으로 된 산문이 우리가 말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은 근거없는 믿음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니 짧은 문장을 이어갈 때 접속사는 군더더기처럼 보일지 몰라도 긴문장을 이어갈 때는 문장의 뜻을 빨리 알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으니내 생각에는 접속사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이런 것도 글쓰기독서에 도움이 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수많은 사람의 생애를 살았다고 느끼게 된다이런 경험이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139)

 

대개 be 동사보다 일반 동사들이 더 정확하고 다채롭지만, be 동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햄릿이 독백을 할 수 있었을지어떻게 하나님이 빛을 창조할 수 있었을지 말해보라. (100)

 

이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자의 친절한 해설을 안 읽어볼 수 없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의 독백)

빛이 있으라. Let there be light. (성경의 하나님 말)

 

번역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런 글 읽어보자

 

사랑하는 것들을 없애라. (killing your darling)

(윌리엄 포크너와 스티븐 킹 등이 했던 글쓰기에 관한 조언으로작가가 좋아하는 표현이나 인물 등이 오히려 글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삭제하라는 뜻이다. - 옮긴이) (51)

 

두 번째 단락은 하나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한국어판에서는 그렇지 않지만원문을 보면 단락 전체가 세미콜론으로 연결되어 있다. -옮긴이) (56)

 

그러니 역자가 글자만 영어를 한국어로 바꿔 놓는 번역이 아니라그 내용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번역했다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책에는 더더욱 번역자의 이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시이 책은?

 

이런 말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글쓰기에 대한계획을 세우거나 플롯을 짜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글을 쓰기 전에 대체적인 방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일부분만 써보면나머지는 글을 쓰는 동안 저절로 해답이 나온다. (158)

 

저자는 이런 말로 글쓰기에 대하여 미리 걱정하거나겁을 먹지 말라고 독자들을 격려한다.

이 책에서 이 말이 가장 힘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한다면이 책에 담겨있는 많은 지침들은 아주 맛있는 양념이 되어서 글쓰기라는 음식을 만드는 데 갖은 맛을 내도록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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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조배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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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먼저 이 사실 짚고 가자

 

이 책이 해설하고 있는 원래 책베버의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어렵다.

몇 번 읽기를 시도했으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

 

이유는?

이 책의 원본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내가 가진 번역본(문예출판사)은 본문이 164쪽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주석한 주()가 무려 150쪽에 달한다그러니 본문을 읽다가 주를 찾아 읽다가 하는 와중에 그만 길을 잃고 헤매기를 몇 차례그만 두었던 책이다물론 그 내용이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으니 그랬던 것도 큰 몫을 차지하긴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비로소 왜 그 책이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이건 주석이 길고 짧은 탓이 아니라 순전히 그 내용 탓(?)이었던 것이다.

즉 그 안에 들어있는 난해한 분석그리고 치밀하게 짜여진 논증 구조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또 여기 말하길본문과 거의 같은 분량을 차지하는 상세한 주석의 문제도 거론하면서 학술적 탐구가 아니라면 일반 독자들은 본문만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고 한다. (11진작 그걸 알았더라면우선 본문이라도 충실하게 읽을 걸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게 된다.

 

하여튼 그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이 책의 필자는 그래서 원 책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읽을 수 있는지를 잘 지도해주고 있다감사한 일이다.

 

이 책은 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중요한 부분은 앞의 두 개 장이다.

1장은, <종교사회학의 창시자막스 베버>

막스 베버의 저작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학자의 특성이 저작의 성립 및 영향 등을 살펴보고 있고

2장은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읽기.

원 책의 구성에 따라 나누어 일정하게 요약하고 해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면원 책을 읽기를 위한 준비가 다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 몇 가지 기록할 것들을 추려본다.

 

독일 국민의 정치적 미성숙

 

독일은 세계 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킨 국가이다그런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우선 독일 국민들이 그런 전쟁을 일으킨 정치 세력을 왜그리 쉽게 허용했는지 의아했었는데이 책에 이런 기록이 보인다.

 

20세기를 앞둔 독일 사회는 통일과 경제 발전이라는 성과를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에 부합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창출하지 못해 반자유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싹트고 있었다결과적으로 독일 시민 사회의 허약한 토대는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후유증과 더불어 1930년대 이후 히틀러의 나치즘이 대중의 동의를 통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40)

 

충분한 설명은 못되지만그래도 독일이란 나라의 통일 과정에서부터 구성이 허약하게 이루어진 사회였다는 점충분하게 납득이 된다.

 

그래서 독일 국민의 정치적 미성숙부실한 시민 사회사회주의 정당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대안적 정치 세력의 부재는 두고 두고 독일 사회의 어두운 배경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 책에서 베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념적으로 분석하는 대상 중 가장 중요한 열쇠 말은 당연히 개신교와 자본주의일 것이다특히 그는 역사적 형태의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와 근대 자본주의’ 두 가지로 구별하여 인식한다전자는 어느 시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인류 문명 안에 존재했던 경제 구조로서 자본주의’ 일반을 가리키고후자는 그런 자본주의가 특정한 시기인 근대에 들어와 독특한 경제 활동의 조직화를 이룬 것을 말한다. (43-44)

 

그럼 개신교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살펴보자.

즉 개신교가 자본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 개신교라는 말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데개신교에는 여러 교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개신교를 교파별로 구분하고 설명하고 있는데이 설명하는 부분이 원 책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므로 정리해 본다.

 

개신교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저자는 개신교를 세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 자본주의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루터교칼뱅교그리고 청교도다.

 

루터교 :

결론적으로 독일어 성경 번역 당시 루터의 의도에 대한 기대와 달리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루터교의 직업관이나 노동관은 생산적이며 능동적인 개신교의 생활양식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혀 전개되지 못했다. (143)

 

루터교에서는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구원과 경제활동 간의 관계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주지 못하고 따라서 루터교에서는 새로운 경제 윤리의 기반이 되는 정신적·문화적 변동이 수반될 수 없었다.

 

칼뱅교 :

저자는 칼뱅교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칼뱅교는 경제 활동에 대한 어떤 연관성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남게된다.

 

구원받은 자에 속하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없는 그런 신앙 생활은 결국 이 회의감과 비참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98)

 

청교도 :

청교도는 직업 노동을 중시하고 돈을 벌어 재산을 축적하는 것을 구원론과 연결짓는 교리를 전면에 내걸었다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바울의 말을 강조하며 재산 유무에 상관없이 근면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합리적으로 행해지는 직업 노동은 주님의 명령이라고 설파했다. (98-99)

 

따라서 청교도는 부 자체를 추구하는 저속한 방식이 아니라 재산 축적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님 나라 건설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적극적 신앙생활을 정당화했다. (101)

 

그렇게 해서 베버는 새로운 윤리적 가치의 핵심을 16-17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했던 개신교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종교적 원천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발견하고 있다.

 

그런데 베버는 이런 청교도의 노동관과 교리를 바로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연결하지 않고다시 한 단계를 나아가 세속적 금욕주의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직된 생활 양식의 기원을 찾아 설명하고 있다그 부분이 원 책의 부 1장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데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베버의 결론이 결코 피상적인 검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심층적인 검토와 논증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타기록해두고 싶은 것들

 

그의 묘비명 :

우리는 그에 필적할 정도의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221)

 

베버는 정치를 천직으로 부여받은 정치인의 직업적 책무에 대하여 악마적 수단을 통해 천사적 대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223)

 

다시이 책은?

 

그렇게 이책은 막스 베버의 저작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입문서로 손색애 없다그뿐만 아니라그 책을 해설하는 것과는 별도의 항목인 제 장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

 제 장은 <철학의 이정표>라는 항목으로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그중 이런 것 적어두고 싶다,

 

니체의 책 아침놀에서

자본주의 사회와 그것을 지배하는 가치관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225)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이 책은 인간의 자연적이며 궁극적인 활동을 개념적으로 구분하여 정치의 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해 사유했다는 점에서 베버의 책에 나타난 개신교의 직업 노동에 대한 분석과 비교하며 읽어볼 수 있다. (239)

 

또한 저자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소개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21세기 자본』에서 행하는 경제학적인 관점의 거시적 조망이나 비판적 분석은 베버의 문제의식과는 거리가 멀지만주장의 합리성을 증명하려는 논증을 통해 근대 자본주의의 한 역사적 특징을 전향적으로 인식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그 맥이 닿아있다. (243)

 

이는 저자가 베버의 책을 소개하면서 계속 강조하던 점이 논증 부분이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기에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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