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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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양과 어렵게 느껴질 부분이 많으리라는 예상에도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문학의 역사를 되짚어가는 여행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제목이 <문학의 역사>이니만큼 책장을 펼치면 연대표로 보는 문학의 역사가 한눈에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원전 20세기경 '길가메시'의 서사시부터 20세기 중반 이후의 '보이지 않는 인간'이나 '백년의 고독' 등의 작품이 실리는데 초반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를 시작으로 그리스나 로마, 인도의 작품에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유럽으로 점차 확대해나가는 작품 설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다 마지막 20세기 중반 이후에 드디어 중국과 일본 작품이 등장하는데 소개된 작품이 모옌의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이다.

전반적으로 영국을 소재로 한 문학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며 유럽과 미국 문학이 소개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드디어 아시아 문학이 등장하는구나 싶은 것도 찰나 중국과 일본 문학 두 편만을 소개하고 있어 아시아 독자들에게는 아쉬운 마음도 크게 작용할 듯싶다. 어쨌든 아쉬운 마음을 조금 뺀다면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요소를 주는 이야기가 많아 조금 어렵게 다가오긴 했어도 지루하거나 읽는 것이 힘들다는 느낌은 덜했던 것 같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나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을 당시 역사적인 상황과 함께 풀어쓰고 있어 작품에 깃든 작가의 야망이나 또는 그와 무관한 전지적 작가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위대한 문학이라 칭송받는 작품의 뒷이야기까지 모두 훑어볼 수 있는 대목이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고 중간중간 고어의 단어가 어디에 기원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있어 앎의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책을 좋아는 하지만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이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도 하였고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까지 등장하는 통에 평소 독서 습관이 편협하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는 작가들과 이야기에는 잘 몰랐기에 신선하게 다가와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반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었다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들었다.

어쨌든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에 역사적인 사실이 함께 녹아들어 더 생동감 있고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고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되짚어 읽어보면 좋을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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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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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뭐에 씐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인간의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 감정 기복일 테지만 누군가는 그 상황을 바라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요괴가 들어갔다 나간 것은 아닐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상상력이 <요괴도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요괴도시>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눈치를 받으며 자라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괴물로 커버린 아이들, 방임과 학대,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해 영혼조차 외로운 아이들, 직장 후배를 성희롱하는 늙다리 상사, 나이 먹었음에도 여자들만 보면 추파를 던지는 늙은이, 어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원조교제하려는 어른들, 과 후배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쾌락만을 충족하고 가차 없이 버린 선배, 제대로 화를 다스리지 못해 여자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남자, 더럽고 위험한 오물을 사슬에 묶인 요괴들에게 던져주었던 인간의 더러운 탐욕...

단편들 속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야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오히려 현실보다 소설의 사건들이 오히려 약한 감이 있어 더 씁쓸하게 다가와지는 이야기, 울그락불그락하거나 빨간 핏줄이 터질듯한 선명한 눈을 가졌거나, 머리에 뿔이 있거나, 기괴하게 생긴 온갖 외모를 가진 요괴보다 어쨌든 더 무섭고 소름 끼치는 것은 인간이란 사실에는 어떤 반기도 들 수 없을 듯하다.

공포 소설의 밑바닥엔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시기 등이 합쳐져 발현되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분출되기도 하고 현실의 그런 이야기들은 오싹한 공포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7편의 이야기 중 폐기물을 먹는 요괴 이야기나 이시우 작가님의 '광원 공포증'은 기억에 남는데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문체가 매력인 이시우 작가님의 단편은 역시나 묘한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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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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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일상에서의 탈출, 지금 어딘가에 요괴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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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맛있는 커피집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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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성실한 집념은 일본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음식이든, 제품이든 일본이들 특유의 이미지는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에 소개된 카페에서도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 책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1년간 간행되었던 카페 소식지에 실렸던 카페들을 다시 추린 것으로 일본 정취에 걸맞은 외관과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 소개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는 쇼와 시대에 지어져 상당한 세월을 자랑하며 3대에 이르는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커피의 대표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한 지점에 대한 소개도 실려 있다.

다양하다는 표현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원두와 그에 걸맞은 배합을 자랑하는 가게들, 점주들의 지향점과 커피에 대한 무한 애정, 커피 맛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고객들과의 소통, 자연 친화적이거나 동네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정겨운 카페로 자리 잡은 곳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여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들르는 카페에서 무료로 주는 사료는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실내 장식으로 꾸미는 그림을 직접 그리는 점주가 있는가 하면 카페의 캐릭터 깃발과 성냥갑을 나눠주는, 웃음이 정겨운 형제가 하는 카페 소개도 엿볼 수 있다.

소개된 카페마다의 개성과 역사가 농밀하게 담겨있어 한 군데도 빠짐없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정감 있는 소개가 인상 깊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현대적이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가 엿보이는 한국의 카페와는 달리 오래되었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손질한 흔적들이 어릴 적, 젊었을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인테리어가 정겹게 다가오는 카페들이 많아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즈넉한 골목에 자리한 카페에서 일상에서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는 여유를 느끼며 깊고 진한 맛을 담은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고단함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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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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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었지만 아무나 될 수 없었던 신도시 아파트 청약 당첨을 이뤄낸 미연은 직장이 상당히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자신에게 집착했던 엄마와 인연을 끊으며 결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지호와 셋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 엄마에게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미연이었지만 드림힐이라는 이름의 새 아파트가 주는 기대감과 달리 이삿날부터 한쪽 손이 없는 섬뜩한 눈빛의 경비원과 마주치며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자신이 이사 때문에 한껏 예민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경비원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는 양심에 찔리면서도 털어낼 수 없는 찝찝함을 남편 정우에게 털어놓지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남편 정우의 쓴소리만 듣게 된다. 하지만 미연에 불안감은 키즈카페에서 만난 채윤이란 엄마의 반응을 보고 싸한 느낌을 받지만 바쁜 직장 생활과 초등학교 2학년이라 손이 많이 갈 아들 지호의 초등학교의 새 생활 등이 맞물리며 진지하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아들 케어도 잘하고 싶었던 미연, 남편 정우는 애초에 미연이 지호를 놔두고 맞벌이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자신의 경력을 멈추고 싶지 않았던 미연의 간곡한 부탁으로 맞벌이를 해나가고 있었지만 자신을 위해 모인 회식자리에도, 새 프로젝트로 야근이 잦아진 팀에 자신만 빠지게 되는 것도, 아이의 픽업을 책임졌던 정우의 갑작스러운 약속으로 지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시점에서도 미연은 죄지은 사람처럼 동동거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생활에서 지호가 친해진 영희란 아이의 엄마는 바로 위층에 살며 미연이 언제 출근을 하고 지호가 언제 돌아오는지, 미연이 늦는 날에는 지호를 초대해 저녁까지 먹여 보내주지만 미연과는 연배도 맞지 않고 화려한 옷차림에 진한 화장, 늘 몸에서 풍기는 좀약 냄새, 사람 기분을 묘하게 거슬리게 만드는 무례함에 그녀와 친해지고 싶지 않지만 모범생인 영희를 따라 지호가 알아서 숙제와 공부를 하는 모습은 싫지 않다.

<습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조이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축복을 받으며 시작할 수 없었던 결혼생활을 남편의 외도와 맞벌이를 하면서도 아내를 배려해 주지 않는 정우의 이기적인 모습, 지호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미연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의 모진 말들을 다 받으면서도 가정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미연의 모습이 애처롭고 위태로워 보인다. 거기에 더해 이사 온 신도시에서 실종된 아이와 만세교라는 이상한 종교가 미연 가까이에서 그녀의 삶을 더 좀먹고 있었으니 다음에 닥칠 일이 설마 내가 예상한 것은 아닐까? 짐작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더 답답하고 기괴하게 흘러간다.

어딘가에서 보거나 읽었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지만 가슴을 조이는 기괴함을 느끼게 하는 데는 가히 으뜸이라 할 만큼의 몰입감을 던져준 소설 <습기>, 제목처럼 끈적거리는 불쾌함이 내내 들러붙어 더 서늘한 기분을 맛봤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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