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책 한권을 다 읽은 후에 다음 책을 읽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디선가 일명 ‘일시다독술’(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보는 독서술이라고 해야 하나?)을 접하고부터는 소생의 독서습관도 바뀌었다. 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뭐 호상간에 연관이 있는 책도 아니고 그냥 소생 취향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읽는 것이다.

 

어젯밤 같은 경우, 소생은 침대에 누워 <더불어 숲>을 두 단락 정도 읽고(10여분 소요), 다음으로 <오르부아르>를 한 10여페이지 읽고(10여분 소요) 또 <로마제국 쇠망사6>을 한 5페이지 정도 읽은 후(10여분 소요) 두 눈을 딱 감고 잠을 청했던 것이다. 아아아 자기 전에 북풀도 한 5분 정도 훑어본다. 이 5분이 혹은 10분되고 혹은 20분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 책이 ‘이봐요! 돼지님! 제가 사실은 엄청 재미있는 책이거등요, 한번 읽어보세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호호호’라고 소생의 얇은 귀에 속살거리고, 저 책을 읽고 있으면 또 다른 책이 ‘이봐! 돼지! 나는 어떻할 거야? 나한테는 왜 신경을 안써, 너무한 거 아냐? 돼지 주제에 흥흥흥’ 하며 불평을 토로한다. 뭐 하나 진득하게 읽을 수가 없다. 항상 쫓기는 듯한 느낌이다. 안절부절이다. 무슨 ADHD 환자 비슷하다. 알라디너 여러분들의 독서 습관은 어떠하신지요?  요즘 읽고있는 책들입니다.

 

 

 

 

 

 

 

 

 

 

 

 

 

<로마제국쇠망사 6>

P223를 읽고있다. 제국 로마의 역사는 이제 발기, 절정, 사정 단계(소생이 오랜 연구 끝에 몸으로 체득한 국가발전단계 구분론올습니다. 발기-진입-고비–절정-사정-쇠퇴....음...)를 차례차례로 거쳐, 말하자면 짜릿하고 좋은 시절을 다 지나서, 이미 오래전에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성지 탈환의 기치아래 출정한 제4차 십자군은 엉뚱하게도 같은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약탈한다. 그것이 성스러운 전쟁이건 세속의 싸움이건 간에 예나 지금이나 대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십자군이 성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베네치아에게 진 빚을 탕감해야했고 중세의 경제동물인 베네치아의 늙은 도제 단돌로에게는 공화국의 이익이 최우선이었을 뿐 ‘성전’이란 개뼈따귀 같은 소리였다. 도제는 당시에 이미 90이 넘은 나이로 눈까지 거의 봉사인데도 불구하고 콘스탄티노플 공략 선두에 서서 침략군을 지휘했다. 베네치아는 콘스탄티노플로부터 막대한 부를 탈취했고 도제는 콘스탄티노플에서 죽어 성소피아 성당에 묻혔다. 도제의 불굴의 노욕에 대하여는 결국 800여년 뒤의 교황 바오로 2세가 사과를 하게 된다. 교황은 2001년 그리스 방문시에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이 유린하고 총대주교좌인 성 소피아 성당을 신성 모독하고 신자들을 처참하게 만든 만행’에 대하여 사과를 했다. 도제도 나름의 죄값을 치르긴 했다. 비잔틴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수복한 후에 성소피아 성당에 안치된 도제의 유골은 파헤쳐져 굶주린 개때들에게 던져졌던 것이다.

 

 

 

 

 

 

 

 

 

 

 

 

 

<중세 1>

현재 진도는 P58. 신년을 맞이하여 큰 마음 먹고 시작했다. 원래는 <로마제국 쇠망사> 완주 후에 시작하려고 했으나 마음이 급해서 대책없이 책장을 펼치고 말았다. 서문만 54쪽이다. 서문의 요지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중세는 흔히말하듯이 혹세무민하는 암흑시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책은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의 6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부분마다 또 서문이 있다.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두 번째로 읽고 있다. 현재 진도는 133쪽. 사전 지식없이 처음 읽었을 때 보다는 훨씬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도 돼지 대가리가 원래 티미하고 어리하니 또 곧 잊어버릴 것이다. 1453년 5월 29일에 있었던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대하여 베네치아인, 제노바인, 피렌체인, 그리스인, 비잔틴 제국 고위인사, 오스만 제국의 사가, 슬라브인, 로마 추기경과 레스보스의 대주교 등등등 숱한 인사들이 수많은 자료를 남겼지만 이것들을 짜맞추어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은 10,000피스 직소퍼즐을 완성하는 것보다 더 지난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사라졌거나 손상된 퍼즐 조각들은 어찔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숲>

248쪽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 선생의 부음을 들었다. 스승다운 스승이 부재한 아국에 그나마 한분 계시는 스승마저 떠나시니 쓸쓸하고 적막하다. 이 책은 세계여행기다. 그야말로 세계 방방곡곡 구석구석을 훑고 있다.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하는 기행문은 인도의 갠지즈강을 거쳐 아프리카의 킬로만자로까지, 멕시코의 피라미드와 잉카 제후의 도시 마추픽추에서 히말라야의 산기슭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간의 위안을 받았다. 보상이라고 한다면 물론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겠지만, 20여년동안 좁디좁은 옥중에서 영어의 생활을 하신 선생에게 이렇게나마 세상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뭐랄까 소생이 이도저도 뭣도 아니지만 어쨋건간에 소생에게는 약간의 위로 되었던 것이다.

 

 

 

 

 

 

 

 

 

 

 

 

 

<오르부아르>

P298를 읽고 있다. 곰발님이 극찬하셔서 설라무네 읽게되었어요. 요즘 소설을 너무 안 읽고 있다는 반성과 재미있는 소설 한 편 보고 싶다는 의욕이 본 독서를 추동하는 양축이랄 수 있겠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간다. 이런저런 다른 일들도 많았지만 지난 토일 이틀동안 200여페이지를 겨우 읽었다. 표지 그림에 말대가리가 나오고(예전에 소생이 중학교 다닐 때는 오르부아르 표지 그림 비슷한 말대가리 모양의 ‘조다쉬’라는 나름 유명한 청바지 브랜드가 있었는데 요즘 이 말대가리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알베르가 처음 구덩이에 파묻힐 때에도 잘린 말대가리가 등장한다. 이 말대가리에게 무슨 중요한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한쪽 콧구멍을 막고 다른 한쪽 콧구멍으로 담배피우는 묘사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라도 되겠지>

이건 몇일 전에 다 읽었다. 나름 재미있다. 김중혁씨도 참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 쓸데없는 생각 중 소생 생각과 비슷한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소생은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운전 중에 별일도 아닌데 뒷차에서 갑자기 ‘뽜앙--’하고 클락션을 울릴 때는 깜짝놀래기도 하거니와 소생도 뒷차에다 대고 따따블로 ‘뽱뽱뽱뽜아앙---’하고 두배세배 강도의 가열찬 경적을 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차량 뒤 트렁크 아래에 ‘뒷차량용’ 클락션을 설치했으면 쓰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던 것이다. 총명하신 김중혁씨(소생과 거의 같은 연배인데 소생은 왜 총명하지 못한지 반성! 반성! ㅜㅜ....)는 더 나아가 차량 지붕에 전광판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있다. 일명 ‘자동차 문자 게시판’. 탁견이다. 소생은 이걸보고 아하!! 맞다!! 맞다!! 연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입 아프고 다리 아프게 차에서 내려서 어쩌고 할 필요가 없다. 운전석에 편하게 앉아서 자판을 타닥타닥 “운전그따구로”, 하면 상대편 차량의 운전수도 운전석에 앉아서 자판을 타닥타닥 “너나잘해” ㅋㅋㅋ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P56쪽까지 읽었다. 여기 알라딘 마을에도 한창훈 추종자들이 상당수 당당하게 계신 것으로 안다. 견문 일천한 소생은 알라딘 마을에서 한창훈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했건만 그래도 역시 무엇을 모른다고 말하는 때는 부끄럽고 어떨 때는 용기마저 필요하니 아 한심하구나 돼지여!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돼지에게 무슨 이득이 있었던고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회나 해물류가 몹시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 함정이다. 함정은 깊고도 커서 돼지 한마리쯤은 쉽게 삼킬듯하다.

 

 

 

 

 

 

 

 

 

 

 

 

 

<환관탐정 미스터야심>

진도는 P226.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라는 부제가 붙었다. 책 뒷면에는 ‘19세기 초 매혹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펼쳐지는 음모와 반란’라고 인쇄되어있다. 환관탐정 야심이 등장하는 제임스 굿윈의 또다른 소설 <스네이트 스톤>을 겨우 간신히 읽어낸 소생으로서는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소생의 관심사인 ‘이스탄불’ 때문에 의무감으로 읽고 있다. 역시나 별 재미는 없다. 읽기 시작한 지 한달은 넘은 것 같다.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의 최정예부대이자 술탄의 친위부대다. 어린 기독교도 소년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개종시킨 후 술탄에게 절대 충성을 바치는 무적의 친위부대로 만들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시에 결정적인 승리는 예니체리에 의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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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6-01-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산만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집어서 읽는 편이네요. 3,4권 같이 읽으나 1권 읽느나 집중도는 정말 수준 이하라서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6-01-21 09:23   좋아요 0 | URL
어멋!! 적금 깨서 도서 구입하신 가넷님 ^^
혹독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계시죠??

고양이라디오 2016-01-2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책을 본 영향인지, `일시다독술`을 쓰고 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씨도 그렇고, 아무튼 많은 독서가가 `일시다독술`을 쓰는 것 같더라고요ㅎ 그전에는 한번에 한 권만 읽었는데, 동시에 여러권 읽으니깐 덜 지루하고 다양한 책들에서 본 내용들이 연결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성격상 `일시다독술` 이 맞는 것 같아요.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막상 읽다보면 금방 지겨워져서, 다른 책에 손이 갑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 폐해도 만만찮습니다ㅎㅎ 먼가 산만한듯도 하고, 책 한 권을 빠르게 읽지 못하니, 가끔 책에 일체감과 통일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생기고, 앞부분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한 번 스킵해서 봐야되기도 하고, 읽다가 안 읽는 책들도 많이 생기고요ㅎㅎ

그래서 전 보통 10권 이상을 동시에 읽는데ㅠ 물론 10권이 동시에 똑같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그 때 그 때 더 많이 읽고 싶은 책 3~5권을 좀 더 빠른 시간내에 읽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은 읽는데 몇일이 소요되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몇 주, 몇 달이 걸리는 책도 있고요. 진짜 재미있는 책은 한 번에 한 권 읽는 경우도 드물게 있고요ㅎ 소설책은 보통 동시에 안 읽습니다. 왠지 한 번에 하나의 세계에만 집중해야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건 심리적인 이유같고 경험상 소설책 2~3권을 동시에 읽어도 크게 지장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ㅎ 세계가 그렇게 쉽게 겹치지는 않나 봅니다ㅎ

붉은돼지 2016-01-27 12:57   좋아요 1 | URL
고라님이 바로 일시다독술의 대가 달인이시군요..ㅎㅎㅎㅎㅎ
일시다독술이라고 하니 무슨 축지법 비슷한 느낌.....아니면 무슨 대단한 절세의 무공 비급같은 느낌입니다.ㅎㅎㅎ 10권은 정말 너무 많구요....4~5권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01-27 15:42   좋아요 0 | URL
네ㅎㅎ 일시다독술하니 먼가 분신술생각도 나고ㅎ

네 저도 4~5권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ㅎ

하리 2016-01-31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저거 손대다가 잊어버리는 일까지.... ;;; 뭐라도 되겠지는 저도 갖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 얼른 읽어봐야겠네요. (뒷차에게 욕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ㅋ)

붉은돼지 2019-10-11 11:03   좋아요 0 | URL
하리님 잘 계시죠 ㅎㅎㅎ
3년이나 지나서 댓글을 다는군요.ㅎㅎㅎㅎㅎ
지금 돌이켜보니 위의 책 중에서 그래도 중세는 중도 포기했고 나머지는 그래도 다 읽었네요 ㅎㅎㅎ

보물선 2016-02-09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다 마는게 너무 많아요. 특히 단편집. 작년부터 고치려고 노력중입니다.

붉은돼지 2019-10-11 11:08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3년 8개월만에 댓글을 다는 게으른 돼지입니다. ㅜㅜ
저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책 많습니다.
최근에 읽다가 만 책은요
720쪽 짜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80쪽 쯤 읽다가 그만둔지 한 달 넘었구요
<그리스인 이야기 2> 도 100여 쪽까지 읽다가 그만둔지 두 달쯤 된 것 같아요. ㅎㅎ

돌궐 2019-10-1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50 채우고 갑니다.

붉은돼지 2019-10-11 11:09   좋아요 0 | URL
친절하신 돌궐님 감사합니다.
좋아요 50은 아마 돼지 최고 기록일 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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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가겠다’는 ‘읽겠다’, ‘읽을 것이다’, ‘읽어갈 것이다’ 와는 다른 느낌이다. 아득한 독서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겠다는 굳은 의지와 다짐이 느껴진다. 네~ 불초한 소생도 열심히 읽어가겠습니다.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23권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 8권이 읽은 책이다.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23권 중 소생이 가지고 있는 책은 15권이다. 《자기앞의 생》이 그런 내용인줄 처음 알았다. 70년대 히트했던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고 저쩌고하던 대중가요 ‘모모’가 소생은 미하엘 엔더의 《모모》인줄 알았다.

 

 

 

 

 

 

 

 

 

 

 

 

《사는게 뭐라고》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어쨌든 흥미롭게 읽었다. 후속편으로 《죽는게 뭐라고》가 이렇게 금방 또 뚝딱 출간되니, 뭐랄까 생사를 너무 쉽게 우려먹는 것 같아서 조금 그렇다. 더구나 책이 너무 얇아서(정확하게 200쪽이다.) 속편 낼려고 억지로 한 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격도 12,000원으로 조금 비싼 것 같다. 설상가상밥상으로 자꾸 안좋은 생각만 든다.

 

 

연이나,,,, 책은 재미있다....고 하면 또 좀 그렇고.....말하자면, 내 생각에는...유익하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책 제목처럼 시크하게 ‘죽는게 뭐라고’ 는 안된다. 역시 죽는 거는 대단히 중요하고 엄청나게 심각한 현상이다. 소심한 소생은 죽는게 너무 무섭다. 아픈게 너무 무섭다. 아아아!!!!!!!!!!! 죽기싫다. 아프기 싫다. 건강하게 천년만년 살고 싶다.

 

 

 

 

 

 

 

 

 

 

 

 

 

 

 

김훈의 아버지에 대해 처음 알았다. 상해 임정에서 활동했으며 광복후에도 한동안 김구를 보필했다고 한다. 또 60년대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정협지》라는 무협소설을 쓴 소설가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름이 ‘김광주’다. 상하이 홍구공원 의거 모의시 폭탄을 투척할 사람으로 윤봉길과 같이 거론된 인물이라고 한다. 사실인지 과장인지 소생은 알수 없다. 인터넷에 그렇게 나와있다. 김훈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가 구술하는 무협소설을 대필하면서 문장을 배웠다고 한다.

 

 

김훈이 각종 연장을 수집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일을 잘 하지 못하는 나의 수치심은 연장을 사서 모으는 자기보상으 취미로 발달했다’고 한다. 외국여행에서 연장을 사서 들어오다가 세관 심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하고 연장들을 무슨 작품처럼 거실벽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한다. 김훈이 모은 연장은 톱, 망치, 펜치, 니퍼, 드라이브, 스패터, 대패 작두 등등이라고 한다. 작두까지...

 

 

‘여자 7’에서 김훈은 젊어서는 양희은, 나이 좀 먹어서는 김추자, 지금은 심수봉을 좋아한다고 한다. 삼인에 대한 김훈의 평이다. “양희은 목소리의 쓸쓸함은 애절하지 않고 강력하다.”, “김추자의 여성성은 내연기관처럼 끊임없이 폭발하고 배기한다.”, “심수봉은 그 결핍의 자리로부터 남자의 안쪽을 향해 직접 쳐들어오면서 노래한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토지 완간후 박경리 선생을 추억하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 간행했다는 《수정의 메아리》도 읽어보고 싶다. 절판인데 중고는 있다.

 

 

 

 

 

 

 

 

 

 

 

 

 

줌파 라히리를 떠올릴 때마다 소생의 혼돈스런 머리속에는 ‘라히리’와 ‘리하리’와 ‘리히리’가 무슨 삼둥이 형제처럼 나타나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소생의 약을 살살 올린다. 누가 진짜게??? 아둔한 소생이 알리없다. 리히리라고 생각했는데 라히리였다.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 같다. 한심하다. 이 비슷한게 또 있다. 프랑스와 칠레 합작 와인인 ‘알마비바’는 ‘알바비바’와 ‘알바미바’ 또 이렇게 삼둥이 형제가 되어 약을 살살 올린다. 소생의 찬바람 부는 경제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급진 와인이다. 딱 한번 마셔봤다.... 아!!! 한잔 생각나네

 

 

'나보다 큰 이 작은 책'은 바로 ‘사전’을 말한다. 책의 내용은 리하리가 이탈리아어를 배워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리하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뭔들 고대하던 책이 아니겠나만은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별 내용도 없는 걸 한권으로 뚝딱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소생의 경우로 말하자면 라히리 같은 위대한 작가도 외국어를 그리 쉽게 간단하게 배우는 건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얻었다는 것이 독서의 큰 성과요 보람이다.

 

 

책은 포켓사이즈 비슷한 크기에 200쪽이 채 안되고(165쪽이다) 가격은 12000원이다. 이것도 《죽는게 뭐라고》와 같은 ‘마음산책’ 출판사의 책이다. 비슷한 판형의 ‘북스피어’의 ‘에스프레스 노벨라’ 시리즈는 7800원~8800원 수준이다. 분량은 200쪽이 넘는다. 저작권료 등 출판사 나름의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찬바람 부는 소생의 가정 경제는 자꾸만 비교를 강요한다.

 

 

사실 책값에 대하여는 될수 있으면 시비를 따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어떤 책이든 책이란 것은 그것을 쓴 작가 나름의 오랜 노고와 피땀의 결실이다. 오래 정성들여 가꾸어온 과실을 가만 앉아서 낼름 받아먹는데 그 정도의 댓가는 당연히 지불해야한다는 것이 소생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불만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된다. 문제는 욕심많은 돼지가 책을 꾸역꾸역 사모을려고 하는 것이다.

 

 

 

 

 

 

 

 

 

 

 

 

 

 

 

대단원의 6권이다. 지금 41쪽을 읽고 있다. 쇠망사 6권의 서두는 십자군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은 지 한참 되었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익숙한 것들이 있어 쉽게 읽힌다. 별 감상도 없는 이야기를 끄적이는 이유는 쇠망사 6권을 읽는 작업 역시 오랜 여정이 될 것이므로 소생이 언제 어디쯤 와있었다는 것을 기록해 놓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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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5-11-1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로마제국쇠망사를 다 읽으시겠네요. 저는 요즘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책 읽기도 등산처럼 고되네요. 그래서 드라마만 멍청하게 보고있네요 ㅋㅋ

붉은돼지 2015-11-11 09:25   좋아요 0 | URL
올해 안으로 쇠망사를 다 읽을지 모르겠습니다...ㅜㅜ 천천히 읽을 생각입니다.
정말 몸이 안좋을 때는 책 읽는 것도 힘들죠 ㅜㅜ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1-1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저도 줌파 리하리를 라히리로 알고 있었어요~~ 라히리가 더 입에 붙어요ㅠㅠ

붉은돼지 2015-11-11 09:26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줌파 라히리가 맞습니다. 어리한 제가 또 착각했어요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5-11-1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줌파... 는 발음도 포기, 독서도 포기한거 같습니다. ㅋ

붉은돼지 2015-11-11 09:26   좋아요 0 | URL
발음은 포기하셔도 독서는 포기하시기 마시기를 ㅋㅋㅋㅋㅋ

별족 2015-11-11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동아일보사 2000년에 나온 축복받은 집에 줌파 리히리, 라고 되 있는데요?

별족 2015-11-11 09:21   좋아요 0 | URL
아, 아이패드로 `라히리`라고 썼는데, 왜 `리히리`로 보이고, 왜 컴터로 수정이 안 되는 걸까요-_-;;;

붉은돼지 2015-11-11 09:27   좋아요 0 | URL
오오 죄송해요^^ 라히리가 맞아요...페이퍼 내용도 수정하겠습니다. ㅜㅜ

책읽는나무 2015-11-1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줌파 라히리로 알고 있었군요^^

붉은돼지 2015-11-11 09:32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나무 님이 바로 알고 계시는 겁니다. 라히리 맞습니다.
제가 또 삼둥이에게 농락당했어요...ㅜㅜ

해피북 2015-11-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히리`로 ㅋㅂㅋ. 그렇지만 늘 있는 일이라서 슬플겨를이 없답니다. 예를들어 ` 거리에 핀 꽃`은 `길가에 핀 꽃`으로 검색하고 `송곳`에 `구고신`을 `고구신`으로 찾기도 하거든요 ㅋㅂㅋ

책 값에 관한 이야기에 크~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말씀처럼 출판사 사정에 의해 값이 책정되는거겠지만요. 출판사마다 가격이 달라서 의문도 생기더라고요. 며칠전에 산 `산책`이라는 서해문고 대표 `김흥식`님이 쓰신 4900원 짜리 책이 있는데요
살짝 살펴보니 출판, 도서정가제 그리고 가격 책정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겼더라고요. 그냥 생각을 끼적거렸다고 쓰신긴 했지만 출판인의 입장을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붉은돼지 2015-11-11 10:40   좋아요 0 | URL
몇몇 엄청 헷갈리는 이름들이 있어요...단어 기억 상실증도 깊어가고...뭐 어쩔 수 없는 일이죠 ㅋㅋㅋ
말씀하신 `산책`은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기회닿으면 구입해서 함 읽어볼 작정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1-13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훈 작가의 부친이 정협지의 작가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은 구할 수 없지만, 제 기억으로는 당시 무협지의 대명사처럼 불렸다고 합니다.

붉은돼지 2015-11-13 15:36   좋아요 0 | URL
김훈 작가의 부친이신 `김광주`라는 분 인터넷을 좀 뒤져보니 대단하신 분이더군요...
원래는 정통 순수(?) 문학을 하셨는데....무협소설을 썻다는 것도 그렇고
한때 김구를 보필한 것...윤봉길과의 친분 등등......
 

 

 

 

 

 

 

 

 

 

 

 

 

요 앞전(이건 잘못된 표현같다. 역전앞 같은....그래도 흔히 ‘요 앞전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 많이 쓰고 있어 고치지 않았다. 잘못 된 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은 선비의 자세가 아니다.) 페이퍼에서 소생이 신영복이 현자같이 생각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 책 〈담론〉을 읽다보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신영복에게 선지자와 같은 능력이 있는 것이다.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오랜 수형(처음에 소생은 수형을 수행으로 읽었다. 사실 수형이 곧 수행일 것이다.) 생활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지하철에서 누가 어느 역에서 내릴 것인가에 대해서 거의 정확하게 예측합니다.” (이건 수형생활과는 별로 상관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게 장시간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단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일찌기 이런 은사를 입은 선지자가 없었다.)

 

이건 신영복이 지하철에서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한다. 언젠가 신도림역에서 내릴 사람을 골라 그 앞에 서 있었다. 전철이 신도림역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일어섰다. 신영복이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잽싸게 그 자리로 옮겨앉고 앞에 서있던 친구를 자기 자리에 앉혔던 것이다. 그 순간 신영복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이양역지(以羊易之)’ 였다는 것이다. 상상해보면 조금 웃긴 시추에이션이다. 선생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통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신영복은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나름대로 신도림역에서 내릴 사람의 정면에 서서 누가 보더라도 그 자리에 대한 연고권이 내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불법적(?)으로 차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108쪽)

 

‘이양역지(以羊易之)’는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전에 한번 이야기 했었는데 제선왕이 제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소를 양으로 바꾸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지하철 자리 이야기에서 왜 맹자의 이양역지가 나왔는지 사정을 이야기하려면 복잡하니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옵고 바로 지하철 좌석 소유권이랄까 점유권이랄까 하여튼 지하철에서 좌석을 이미 선점하고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났을 때 그 빈 좌석의 승계권은 누구에게 있나하는 뭐 그런 이야기다. 신영복같은 현자도 역시 소생의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소생이 뭐 현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을 전국 지하철에 비치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담론'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삼십폭공일곡(三十輻共一轂)’은 수레의 바퀴살 30개가 한 개의 홈통에 모여있다는 뜻입니다. 서안에 갔을 때 진시황이 타던 수레의 모형을 보았습니다. 노자의 이 구절이 생각나서 바퀴살을 세어봤습니다. 일행에서 뒤쳐져 가면서 세어 봤습니다. 정확하게 30개였습니다.”(123쪽) 

   

‘삼십폭공일곡(三十輻共一轂)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뒤에 당기무(當其無) 유거지용(有車之用)라는 문구가 이어 나온다. 수레의 바퀴살 30개가 한 개의 홈통에 모여있는데 그 가운데가 마땅이 비어있기 때문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그릇은 속이 비었기 때문에 그릇으로 쓰임이 있다는, 결국은 ’없음‘이 '쓰임'이 된다. '유용'한 것이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긴데...역시 소생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옵고......

 

신영복이 서안의 진시황 병마총에 갔을 때 수레를 보고 도덕경의 이 구절을 생각해낸 것도 놀랍고 또 직접 세어본 것도 놀랍다. 그리고 그 수레 바퀴살이 정확하게 30개 인것도 놀랍다. 노자가 춘추전국시대 사람이고(노자가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일가이니....) 진나라가 춘추전국을 일통하게 되니 시대적으로 동시대가 맞다. 뭔가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할 때 이렇게 아귀가 착착 맞아주면 참 신기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다. 소생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병마총 수레 이미지를 찾아 바퀴살을 세어봤다. 맞다. 30개다.

 

수레 사진은 <최선의 세계일주>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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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4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4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0-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담담하게 쓰신 서평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 2015-10-24 22:55   좋아요 0 | URL
다이제스트님 ~~서평은 아니구요 그냥 페이퍼로 쓴 글이어요^^
요즘은 페이퍼에 중구난방으로 되나마나한 글만 쓰다보니
조금 정리된 서평같은 글은 잘 못 쓰겠더라구요ㅜㅜ

북다이제스터 2015-10-25 17:55   좋아요 0 | URL
아, 페이퍼는 서평의 형식, 틀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제가 잘 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ㅠ

붉은돼지 2015-10-25 21:58   좋아요 0 | URL
아! 페이퍼는 서평의 형식, 틀이라는 님의 말씀도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글쓰기 처음 작성할 때 리뷰가 아니고 페이퍼로작성했다는 그런의미였어요^^

해피북 2015-10-2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요앞전`이란 표현이 잘못된 표현이였군요 ㅎㅎ 잘못된 표현인줄도 모르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ㅋㅂㅋ. 신영복선생님의 글도 참 신통방통했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시는 붉은돼지님 글 역시 놀라웠어요 ㅎ 저는 `담론` 읽으며 아, 그렇구나 정도로 읽곤했는데 말이죠. 이 글 읽고나니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ㅋㅂ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붉은돼지 2015-10-25 10:04   좋아요 0 | URL
`앞전` 이란 말은 `역전앞`처럼 내용이 중복되는 말이라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제생각이에요^^
저도 사실은 지하철 자리 이야기와 이양역지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 대목을 다시 읽어봐도 잘 이해가 안되더라구요ㅜㅜ

보물선 2015-10-25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신공을 터득하려면 `수행`을 해야겠네요^^

붉은돼지 2015-10-25 10: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이게 왠만큼 정진한다고 되는 건 아닐거예요 신영복선생님쯤은 되야 도가 터질듯요 ^^

서니데이 2015-10-2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속 수레의 바퀴살을 세어봤습니다^^
붉은돼지님, 좋은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5-10-27 11:31   좋아요 1 | URL
바퀴살은 30개 맞는데 홈통 가운데가 비어있지는 않아요....
전쟁용 수레여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제는 김탁환의 읽어가겠다를 조금 읽었다. 현재 보고 있는 책이 5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것 조금 보다 저것 조금 읽고, 왔다리 갔다리 다소 촐싹스럽고 약간은 경망스러운 것 같다. 김탁환의 이 책에는 23편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모두 젊음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김탁환이 이르기를 이 소설들에는  열망덧없음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결국 젊음이란 '덧없는 열망'이란 말인지도 모른다. 김탁환은 이 23편의 소설들을 모두 네 번씩 읽었다고 한다. 대단하다. 처음 소개되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요즘도 가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공익광고협의회 제공으로 청소년을 선도하는 혹은 공공을 계몽해 보겠다는 광고 방송이 나온다. 소생이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를 훨 더 많이 들었는데 공익광고협의회에서는 주로 청소년 선도 방송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공익광고가 있다. 바로 크눌프와 관련된 광고다. 내용은 이렇다.

 

“(청소년) 여러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를 읽어보셨습니까? 크눌프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젊은 시절 유흥과 방랑으로 인생을 낭비합니다. 결국 크눌프는 눈덮인 산속에서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라고 절규하며 죽어갑니다. 청소년 여러분 어두운 밤거리를 방황하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크눌프처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됩시다....“ 뭐 이런 비슷한 내용인데 크눌프가 절규했다는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다.”라는 말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 저녁 9시쯤 되면 라디오에서 이 광고 방송이 나왔던 것 같다. 이 광고가 거의 한 일년 정도 방송되었던 것 같다. 하도 많이 들어서 광고 대사를 거의 다 외우다시피 했었다. 동네 만화방에 앉아 정신없이 만화책을 보다가 주인방에 있는 라디오에서 이 공익광고가 흘러나오면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빨리 집에 가서 공부해야겠네......불쌍한 크눌프처럼 안되려면...은 아니고....어쨋든 그랬던 기억도 난다.

 

아마 소생이 크눌프를 찾아 읽게된 것도 이 공익광고 때문인 것 같다. 소생은 크눌프가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처럼 젊어서 놀기만 하다가 결국 늙어서 비참하게 죽는 그런 한심한 인물인줄로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게 그거하고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크눌프가 비록 마지막에는 피를 토하고 죽지만 너무나 자유롭고 멋지고 평화로운 인생을 산 사람이었다. 하느님도 인정했다. 소생도 가능하다면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궁금하다. 당시 그 공익광고 문안을 작성한 사람은 크눌프를 읽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소생이 모르고 있는 뭔가가 있는 것인지.... 정녕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이야기는 전에도 한번 했었는데 어쨌든 광고 문안 작성자가 크눌프를 읽고 '헛된 짓거리로 젊음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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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3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가 <크눌프>를 읽어서 서평을 쓰는 날이 오게 되면, 붉은돼지님의 글을 모티브 삼아서 크눌프를 평가해보고 싶군요. ^^

붉은돼지 2015-10-24 10:06   좋아요 1 | URL
네~~ cyrus님 서평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살리미 2015-10-23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 그 광고 기억나요. 어찌나 집에 가라던지..... ㅋㅋ 저도 <크눌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그 사람, 크눌프 읽었어도 그렇게 이해할 수 밖에 없을거란 생각도 드는군요. 내가 가진 생각의 틀로 이해를 하게 마련이라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거든요.

붉은돼지 2015-10-24 10:09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도 크눌프 꼭 한번 읽어보세요^^
양도 그리 많지않고 나름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서평도 남겨 주세요...ㅋㅋ ㅋ 숙제 ㅋㅋ

초딩 2015-10-23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눌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를 인정하게 되었어요 ㅎㅎ

붉은돼지 2015-10-24 10:11   좋아요 2 | URL
크눌프가 왜 인생을 낭비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초딩 2015-10-24 10:37   좋아요 1 | URL
˝낭비한 사람˝은 보통의 성실한 사람들의 관점인것 같아요. 저는 크눌프 동방순례 같이 있는 책을 읽었는데 둘다 자서전적이었어요. 크눌프는 헤세이면서 또 문학 자체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아요. :-)
 

 

 

 

 

 

 

 

 

 

 

 

옛날에 김민이라는 만화가가 있었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검객 불나비시리즈는 소생이 소싯적에 무척 감명깊게 봤던 작품이다. 불나비는 단순한 검객이 아니라 구도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불나비시리즈는 기존의 무협 만화와는 달리 다소 형이상학적인 내용이었다고 기억한다. 목이 댕강 잘리고 팔이 뚝 떨어져 나가는 유혈 낭자한 칼싸움만 있는 그런 만화가 아니었다.

 

불나비가 유랑 수행 중에 깊은 산속의 고찰에 몇 일 묵게되는데, 늙은 중이 내어놓은 천년 노송이 그려진 그림을 끝내 베지 못한 이야기라든지(만화에 의하면 천하제일검 불나비가 이 종이 조각을 베지 못한 것은 그림에서 노송의 천년 세월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나비를 꺾고 찬하제일검이 되려는 욕망에 불타는 검객 불나방(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음)은 불나비의 행적을 쫓다가 그 고찰까지 찾아오게 되는데, 불나방은 늙은 중이 내놓은 노송 그림을 단숨에 베어버린다. 그리고는 그림 값으로 금덩이 하나를 던져놓고 총총히 떠난다. 늙은 중은 혀를 끌끌 차며 그 금덩이를 똥통에 던져 버린다는.......그런 내용이다.)....강물 위에 비친 달을 검으로 가르는 이른바 월광검법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난다.

  

또 이런 것도 있었다. 어느 청년이 친구인가 누구인지의 음모와 모함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처음에는 복수심에 불타던 이 청년이 감옥에서 할 일이 없어 책을 읽게 되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 계절이 바뀌고.... 한해, 두해, 세해가 십년, 이십년, 삼십년이 되는 사이 점점 공부가 깊어져 마침내는 허연 수염을 길게 기른 현자가 되었고......출옥한 후에는 자신을 배신했던 친구인지 누구인지를 다 용서하고 불쌍한 중생들의 정신적인 스승이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이것도 무척 감명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신영복을 생각할 때 마다 자꾸만 김민의 만화책에 등장하는 그 현자가 떠오른다. 신영복이 뭐 현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는 현자일지도 모른다. 담론은 오래전에 사놓은 책이다. 그동안 미루고 있다가 어제 잠자리에서 펴 들었다. 초장부터 눈길을 끄는 대목이 나온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이란 음모라고 합니다. 음모(陰謀)라는 수사가 다소 불온하게 들리지만 근본은 공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작 불온한 것은 우리를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소외 구조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현실에서 음모는 든든한 공감의 진지(陣地)입니다.”(14) 우정은 음모이고 음모는 공감의 진지다....멋진 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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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2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만화책을 헌책방에 발견하면 구입하고 싶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만화책을 보기가 힘들어요. 있어도 희귀성에 따라서 가격이 높아져요.

붉은돼지 2015-10-23 10:12   좋아요 1 | URL
옛날에 보던 만화 잡지 `어깨동무` 도 창간호의 경우는 상당히 고가인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