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스케치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자크 상페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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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얼굴 빨개지는 아이'로 각인이 된
장자크 상페를 그의 생활지인 파리에서 만났다.
서른을 앞 둔 내가 직접 가 보았던 파리를
장자크 상페가 그려 준 모습으로 만나니
스쳐 지나갔던 여행지였던 그곳이
마치 클로즈업 하듯이 내 두 눈 가까이로
확 다가왔다.

<파리 스케치>는 파리의 일상적인 하루의 순간들이
상페 특유의 그림체로 순간 순간 펼쳐진다.
아침 햇살이 파리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만든 밝고 어두운
빛과 그림자 사이로 파리지앵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
패션의 도시답게 아름답게 차려 입은 여인들을 향한 남자들의 시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파리 시민들의 모습,
카페에서, 집에서, 공원에서, 길에서 혼자 혹은 누군가와 커피를 함께 하는 사람들,
가두시위를 하는 시민들,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 
곳곳의 공원에서 혼자 또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출근하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장이 열린 곳으로 시장을 보러 나오기도 하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말 그대로 생활하는 파리라는 살아 숨쉬는 장소를 보여준다.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에도, 가라앉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에도,
비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비가 멈춘 젖은 도로 위의 시간에도, 달이 높이 뜬 밤에도,
밝아 오는 아침에도 만나는 파리의 순간들.
내가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과 많이 다르지 않으면서
살아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파리만의 특유한 감성을 
간략하게 그러니까 제목 그대로 스케치할 수 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쉬크한 파리가 그대로 담긴 스케치들.
개인적으로는 색을 더한 그림들보다
검은색의 농담이나 한 가지 색으로만 포인트 컬러를 준 그림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직접 내 두 눈으로 담았던
파리의 은혜로운 파란 하늘이 갑자기
너무 그리워지게 만든
상페의 <파리 스케치>
파리에 가보지 못 한 누군가에게도,
파리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파리에 갈 누군가에게도
파리를 쓰~윽하고 가볍게 그렇지만 깊게
보여주는 책이 될 것 같다.

상페 아저씨의 유머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몇 장면을 낚시용으로 투척하고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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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락일락 라일락 푸른 동시놀이터 7
이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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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가득한 라일락이 춤을 추는 것 같다.
그 라일락 나무 그늘 아래 말간 미소를 띤 꽃 같은 아이들이 
그려진 표지부터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일락 일락 라일락>의 첫 장을 넘기면,
동시조 하나 하나가 마치 꽃잎 하나 하나처럼
피어나 아이들 머리 위로 우리 머리 위로 내려 앉는다.
시조 한 편, 한 편이 주는 즐거움을 말로 표현한 것처럼
일락(一樂)이며, 일락(一落)한다.

<일락 일락 라일락>에는 수많은 나무와 꽃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더없이 푸른 나무의 속삭임을 마음에 받아 쓰며,
나무 안기 놀이를 하며 커다란 나무를 안다가 이내 나무에게 안기며,
나무가 하늘 속으로 걷고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
빨갛게 익은 사과들이 아삭아삭하는 소리를 눈으로 보고,
호랑이가 숨어 있다 곧 뒤척일 것만 같은 호랑가시나무와
치렁치렁한 삼단머리 같은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누에들의 밥인 뽕나무 앞에선 방귀뀌지 말라는 귀여운 당부에 미소짓게 된다.

향기로운 수수꽃다리(라일락의 우리말 이름이란다. 참 어여쁜 이름 ^^)
그 꽃그늘 아래 아이들이 바람을 부르고,
난초꽃 세 송이가 방긋하고 짓는 미소 향기에 미소로 인사하고,
아카시아꽃잎 가득한 베개 베고 향기로운 꿈길을 걷고,
줄장미를 따라 끝없이 걷다 해가 꼴딱 져버리기도 하고,
짙푸른 파초 잎사귀로 치마를 만들어 달라 엄마에게 조르기도 한다.

여름 저녁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검정고양이 한 마리 눈망울 속에 반짝거리는 별빛을 들여다 보고,
이마를 맞대고 흘러들어오는 마음은 가족 모두 모인 저녁등이 켜지면 보이고,
얼굴이 환한 웃음으로 불을 밝혀 어스름 방 안을 밝게 하고,
나만 보면 웃음 짓는 짝꿍의 한 마디에 가슴이 쿵광쿵광 대고,
줄넘기하며 힘차게 뛰어오르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내려오는 것을 본다.

하나의 동시조에 하나의 미소를 짓게 되는
<일락 일락 라일락>
나무를 들으러, 나무를 안으러, 나무에게 안기려 밖으로 나가고 싶고,
꽃향기를 맡으러, 꽃의 미소에 화답하러 밖으로 나가고 싶고,
짝꿍과 줄넘기를 하러, 공을 차러, 맨손체조를 하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일락 일락 라일락>

점점 밖에서 자연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우리 아이들과
답답한 현실이 감옥 같이 느껴지는 어른들에게
건네고픈 <일락 일락 라일락>

건네며 "우리 나무 안으러 가자!"고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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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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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컴퓨터 자판과 휴대폰의 자판에 익숙한 우리에게
왠지 낯선 타자기 이야기를 들고
나타난 톰 행크스.
배우에서 작가로 변신한 톰 아저씨.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배역을
어떻게 소화해내셨을지 궁금함과 기대로 책장을 넘겼다.

소설집에는 모두 17개의 단편소설이 다양한 형식으로 
여러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흥미로운 인물들이 나와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와 애나가 친구에서 연인 사이가 되었다 3주 만에 다시 친구로 돌아온 이야기,
(나와 애나 그리고 스티브와 엠데시는 이후 다른 단편에서 함께 달 주위를 선회하고 돌아오기도 하고
볼링 천재 스티브가 연속 스트라이크 72번을 달성하고 tv에 출연하기도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버질과 버드의 퇴역 후의 이야기,
갑자기 대스타와 영화를 찍고 홍보여행을 다니게 된 신인 배우 로리의 이야기,
행크 피셋 기자가 전하는 동네 소식이라 쓰고 잡담으로 읽는 이야기,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커크가 당한 신체적 사고 그리고 알게 된 아버지의 외도,
이혼하고 세 아이들과 그린스트리트로 이사 간 베티가 만난 이웃 사람들 이야기,
지방에서 뉴욕으로 대배우의 꿈을 안고 올라온 수 글립의 성공담,
부모가 이혼해 아빠와 살고 있는 10살 생일을 코 앞에 둔 케니가 엄마와 엄마의 새 남자친구와 보낸 특별한 주말 이야기,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운명처럼 타자기를 만나 글을 쓰게 된 그녀의 이야기,
대부자인 버트가 1939년으로 떠난 시간여행 이야기,
올림포스 그룹의 보스인 에프엑스알이 태양에너지 집열소를 사들이기 위해
프리지아라는 작은 도시의 모텔 올림포스에 묵은 이야기,
베렝게리아호에 친구를 숨긴 채 미국으로 건너온 기구한 운명의 불가리아인 아산의 이야기까지
정말 이야기 하나 하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야기는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씁쓸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톰 아저씨의 전문적인 지식에 놀라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피식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톰 아저씨가 연기를 할 때 주는 다양한 기분과 감동을
글 속의 화자들을 통해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각기 다른 이야기들 속 공통 분모인 타자기.
과연 이 타자기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대체 타자기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을까란 의문이 들어
어느새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단서가 될 수도 있는 소설 속 한 구절.
"당신은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을 찾고 있는 거군요."(283쪽)
아마 톰 아저씨는 타자기를 통해 그것을 찾은 것 같다.

하얀 종이 위에 자음 하나, 모음 하나 하나를 쳐서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연결하고, 단락을 모으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나가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같이 3년 넘게 보내고 이 소설집을 내게 되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책의 두께도 상당하다.
하루 하루 쌓아온 글 쓰는 시간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기에
첫 소설집임에도 그에게 작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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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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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가장 먼저 하고픈 말.
'나'와 '너'가 만나 서로에게 건네는 바로 그 첫 마디.

첫번째 안녕!
엄마가 그것도 소시지 엄마가 아가를 낳는다.
엄마와 아가는 서로에게 '안녕!'
아가는 쑥쑥 자라 처음으로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
엄마에게 '안녕!' 잘 다녀오겠다며 말이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세상은 안녕하지 못하다.
엄마에게 돌아온 아이는 엄마와 함께 나이 들어 간다.
그러다 이번엔 엄마가 아이에게 마지막 '안녕!'
혼자 남은 소시지 아이 아니 할아버지는 외롭고 허전해
엄마의 빈 자리를 큰 곰돌이 인형으로 채운다.

두번째 안녕!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그 누구도 데려가지 않는 버림받고 소외된 존재.
소중한 엄마를 잃은 경험이 있는 소시지 할아버지는
같은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강아지를 거부하지만
결국 강아지의 안녕을 누구보다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없어
강아지와 매일 아침 한 집에서 '안녕' 인사하는 사이가 된다.
달라도 많이 다른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오해에서 이해로 넘어가는 그 시간을 지나면
함께하는 안녕의 감동이 더욱 크다.

 

세번째 안녕!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강아지.
기다리다 지친 강아지는 할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간다.
강아지는 할아버지를 찾으러 나간 여행에서
폭탄 아이와 불을 만난다.
그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존재의 '안녕'
셋은 그렇게 함께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함께한다.

 

네번째 안녕!
죽은 이들에게 그들이 살던 별을 보여 주는 일을 해 온 나에게
소시지 할아버지가 찾아 온다.
역시나 소시지 할아버지는 별에 남은 강아지를 본다.
강아지가 폭탄 아이와 불을 만나 셋이 친구가 되는 것을 보고서
조용히 "괜찮아... 이젠 괜찮아..."라는 할아버지.
소시지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나와 소시지 할아버지는 함께 하게 된다.

 

안녕달의 <안녕>을 보며
나는 슬픈 눈물과 안녕했고,
재미있는 상상력과 안녕했고,
따뜻하고 보듬어주고픈 캐릭터들과 안녕했다.

많은 기교나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들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같은 반 친구가 그린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친근한 그림체와
그 상상력이 참 따뜻해서 좋았던 그림책 <안녕>
그림만으로도 정말 이야기를 등장 인물들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의 힘, 서사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안녕>
이런 그림책이, 이런 작가가 있어서
참 고맙다.

우리 모두가
'안녕'과 '안녕' 사이에서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살아간다는 평범하고도 따뜻한 진실을
'안녕'을 말하는 그 진심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게 해 주는
안녕달의 <안녕>을 보고나면
당신도 사랑하는 모두에게, 소중한 무엇인가에게
안녕을 전하고 싶어질 것이다.

지금 건네는 이 마지막 안녕은
당신의 안녕을 바라는 나의 주문이 걸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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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페미니즘
코트니 서머스 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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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해 잘은 몰라도 그럭저럭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그동안 이해가 아닌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얼마 전부터 여성혐오란 말과 함께 짝을 이뤄 함께 다닌 단어, 
페미니즘.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페미니즘을 은연 중에
남성혐오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 뭔가 
그래서 읽으면서 놀라고 반성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아직 여전히
꼭 저 단어여야 하는가란 의문이 남아 있지만
이 책의 제목대로 ‘나만의’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
그동안 붙어 있는 수상쩍은 의심을 걷어내고
진짜 페미니즘에 대해 '발견'했다.

제목처럼 44명의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나다운 페미니즘’
다양한 목소리가 때론 글로, 때론 그림으로
종이 위에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의 페미니즘을 보여주고 있어
'모든 개인이 평등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페미니즘 본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즘의 저 믿음 위에 각자의 목소리를 얹어
책 한 권에 담은 것이 바로 
'나다운 페미니즘'이다.
나 역시 같은 믿음을 같고 있는 한 사람으로,
공존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과연 '나다운 페미니즘'의 정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덧붙여야 할 나만의 숙제가 생겼다.

모두가 보아야 할 책.
그리고 특히 지금도 소외받고 있는 누군가와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누군가와
페미니즘의 옷을 입고 공존이 아닌 공격만을 하고 있는 허울뿐인 누군가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싶은 책,
'나다운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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