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VS중 무역대전쟁 - 세계 패권 쟁탈을 향한
주윈펑.어우이페이 지음, 차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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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학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중국의 중화사상 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의 첨예한 대립으로 읽힌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에 가깝지만, 심정적으로는 미국에 더 많은 러브 콜을 보내온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읽힐 것인가. 이 책에 제시되는 수많은 수치와 자료를 일일이 짚고 넘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리 큰 규모의 국가 간 대결이라도 결국 이를 움직이는 것은 지도부의 마음 속에 깔린 생각의 차이일 것이다. 부실한 신흥 강자와 노회한 전 지구적 패권 국가 그리고 그 틈새에 우리나라가 있는 미중 무역마찰의 배경과 전망을 살펴보자.


 

1. 트럼프의 외교정책

트럼프가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의 시초는 그가 30여 년 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미국 우선주의로, 장사꾼 출신답게 자국의 적자를 타개하고 세금을 줄여 경제를 성장시킴으로써 타국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세계정세의 흐름을 주도하는 빅 브라더 국가의 지도자가 제정신으로 할 소리인가 싶고, 이런 인간을 뽑아 준 미국인들의 정신적 타락과 철학의 빈곤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행기로 날아가는 주 Flyover States’처럼 경제적으로 낙후된 내륙의 주 대부분이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그가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이후 분배 불균형 상황은 대공황 직전까지 갔고, 더는 참지 못하게 된 미국 중산층은 반세계화, 반이민, 수입반대를 외치던 트럼프를 선택했다. 하긴 우리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잘 살게 해주겠다는 공약 하나만 믿고 희대의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은 적 있으니 누굴 탓하랴 싶다.

 

2018616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무역전쟁은 현재의 글로벌 무역체계가 중국에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21세기 들어 미국에는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에 기반하며, 이 모든 상황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계속하는 상대에게는 각종 가능한 법률을 채택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하였다. 무역 편중 현상을 두고 중국한테 공정무역을 위해 이미 충분한 개선의 기회를 주었으나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수정할 전쟁의 수단으로 관세폭탄을 투하하기로 하였다.

 

2. 전쟁의 근원

이번 무역전쟁은 과거 아테네의 국력 신장으로 두려움을 느낀 스파르타가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으로 전쟁을 일으킨 양상과 거의 흡사하다. 위협의 싹이 트기 전에 먼저 제거한다는 명분은 그럴싸하게 들리겠지만, 국제관계에서 볼 때 이는 신흥 약소국을 대하는 소심하고 겁많은 강대국 특유의 오만의 극치인 동시에 내부의 적을 감당할 수 없는 무능한 정권이 택해 온 외부의 적 유인책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다양한 경로로 자국의 정보를 캐내 간다고 믿으며,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적인 존재가 되리라고 본다. 신흥국가 중국의 굴기를 두려워하여 미국의 당파를 초월한 방위비 증액을 공동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핵심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획득하고 신흥 하이테크 산업과 국방산업 신기술을 장악하는 경제 침략을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 미국은 중국을 경제적 및 지정학적 최대 경쟁자로 인식하며 할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기에 반드시 제거할 악성 종양으로 보는 것이다.

 

기독교적 사고방식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천사는 악마가 존재함으로써 그 지위와 역할에 정당성을 획득한다. 미국의 국방산업이 천사의 구실을 하려면 언제나 무찌를 악마가 필요하며, 악마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려 든다. 이로써 빈부격차, 지역 간 소득 격차, 인종 문제, 이민자 문제, 총기 남용, 약물 남용 등 산적한 내부 갈등에 관한 관심을 외부의 적에게 돌리게 되면 다른 모든 문제는 자연스레 묻혀간다. 때마침 눈에 띈 악마적 존재가 바로 중국 되시겠다. 가장 두려운 점은 성장세에 있는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긴 하지만 언제가는 미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맞수가 되리라는 예상이다.

 

3. 패권 전쟁의 역사

대국의 부상과 쇠락의 과정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p.107)

대부분의 강대국은 중상주의로 대변되는 산업정책과 이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무력을 바탕으로 일어섰다. 일단 강대국의 기반을 갖추고 나면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려 들었고 이를 고수하기 위해 무력 충돌도 감수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서구 역사에서 일어난 전쟁은 통상 자국의 상권과 영향력 확장을 위한 무력 충돌이었으며,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사상자의 참상이 더욱 참혹해졌다. 미국과 중국은 평화롭게 공존하고 구동존이 하며 충돌을 화해로 풀어가고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이는 허울 좋은 구실일 뿐 이들 각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자국의 이익이다.


 

4. 미국과 일본의 무역마찰

한국 동란이라는 호재와 전쟁을 치르는 듯한 국가 주도형 경제성장 계획으로 떼부자가 된 일본의 성장 과정을 상술하였다. 사상 초유의 경제성장으로 대미 무역 흑자국 지위를 누리던 일본은 미국의 두 번째 핵폭탄, 즉 플라자 합의에 따른 관세 폭탄으로 1990년대 들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침체를 겪게 된다. 무역에 관한 한 미국은 혹독한 방법으로 일본의 무릎을 꿇게 했지만, 일본 기업들은 혁신, 업그레이드, 우회 진출 전략으로 곤경을 타파하였다.


 

5.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중간 무역마찰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로는 첫째,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 둘째 미국 수출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고 셋째, 그렇다면 중국은 860만개 미국은 125만개 일자리가 감소하며 넷째, 2025년까지로 예상할 때 미국보다는 중국이 장기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으로는 한국 GDP 0.18%에 해당하는 약 27.1억 달러 하락되고 컴퓨터, 전자, 광학제품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크다. 일본의 경우처럼 업그레이드와 우회진출 및 주문 이전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 40년간 경제성장에 주력해 온 중국은 현재로서는 확실히 미국의 가장 큰 상대로 부상하였으나 본질적으로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다. 일부 최첨단 기술에서는 선두집단에 속하지만 GNP는 세계 평균 정도이며 미국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신흥 소국 아테네로 비유당하지만 정작 미국의 적은 항상 마음 깊은 곳에 있어왔다. 저자는 승자는 없고 패자뿐인 무역전쟁을 해결할 평화의 사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로 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약도 못 지키고 우유부단한 존재로 매도당하지만, 외부로부터는 사뭇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색다르다. 저자는 대만에서 평화의 사자가 나타나기를 염원하며 글을 맺는다.

 

흔한 말로 미국이 우리의 혈맹이며 든든한 우방이라고 한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국제적 지위의 급격한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작품이라는 음모이론마저 제기되는 가운데, 과거 그들이 일본을 상대로 톡톡히 효과를 보았던 관세폭탄 전법을 이번에는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무기 삼아 구사하고 있다. 실제보다 평가절상된 사실상의 개발도상국 중국의 중화사상 명분 찾기와 팍스 아메리카나의 재현을 노리면서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을 뻗는 자국 우선주의 미국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말로는 등거리 실리 외교를 외치지만 사실은 무역마찰로 어떤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눈치 보느라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외교정책을 펴온 우리 정부는 과연 앞으로 어떤 실익을 취할 것인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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