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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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논어를 한참 공부할 때가 있었다. 교과목에 있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발로에서였다.

지금처럼 책이 많이 나와 있을 때도 아니고, 자세하게 풀이하고 주석까지 달아 펴낸 책은 대개 대학교재나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주머니가 늘 얄팍했던 본 독자는 문고판을 사서 갖고 다니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외우기 시작했다.

대략 문고판에 실린 것은 원문과 해설 정도였다. 약간의 주석은 머리말이 전부였다.

분량은 많지 않아 외워볼까 욕심을 내 시작했으나 이해가 안 되면서 외우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 한문학이나 한문을 따로 배우거나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문을 외운다는 건 더 힘들었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라 꽤 오랫동안 버스 통학 시간에 주로 외웠다. 결국 6개월 동안 들여다보며 암송하다 중단했다.

한문학을 공부할 것도 아닌데 너무 미련스러운 공부법인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논어는 이후 내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용은 이름만 들었을 정도였다. 사서삼경 중 하나라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중용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본 적은 있지만 막상 중용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생활 전선에 뛰어든 이후에는 "중용을 지켜라"는 얘기는 수없이 했으면서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견해를 전달하기 위해 입에 담는 정도였다.

"사실 중용은 좀 어려워 논어, 맹자 다음에 나이 먹어 천천히 봐도 괜찮을 거라는 예전 선생님의 조언도 있었다.

이제 와서 중용을 읽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나이 먹음'의 때가 된 것일까?

저자의 전작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이후 새 작품이다.

전작에서의 명쾌한 해석이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묻어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용』의 원문 중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하는 60개의 명문장을 엄선하고

우리 삶에 적용시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어떤 순간에도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내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으로 생각의 내공을 키우는 ‘중용의 힘’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머리말에서 드러나듯 50이란 나이는 부모와 자식, 가정과 회사, 사장과 부하직원 사이에 ‘낀' 때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후반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타인, 나와 세상 속에서 나만의 무게중심을 찾는 것이다.



전작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대한민국에 동양고전 열풍을 일으킨 신정근 교수가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시리즈로 8년 만에 돌아왔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논어’를 잇는 시리즈의 ‘중용’ 편이다.

전작을 통해 삶의 지혜가 절실한 마흔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여전히 흔들리며 살아가는 오십의 독자들에게 어떤 순간에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내가 되는 법, 나만의 중심을 찾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법을 전한다.



중국 철학의 ‘사서(四書)’ 중 한 권인 『중용』은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삶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용(中庸)’이란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현명함’, 무엇을 할 때 끝까지 고민하고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치열함’,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완벽함’의 다른 말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기우뚱하다가도 중심을 잡게 해줄 삶의 무게추”가 바로 중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심오한 인생의 지혜가 담긴 『중용』을 쉽게 풀이하고 그 속에서 삶에 유용한 가치들을 끌어낸다.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되는 문장을 선별하고 원문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하여 고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그 지혜를 삶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마음껏 흔들려라.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것이 인생이다!”

‘중용’으로 삶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위엄 있고 점잖고 곧고 바르니 존경받는다-재장중정(齊莊中正)”

“방구석에서조차 부끄럽지 않네-불괴옥루(不愧屋漏)”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하고, 치우치며 혼란하더라도 나만의 무게중심을 지키면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중용』의 지혜로 인생의 품격을 높이는 법을 일러준다.

최선의 판단이란 무엇일까?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내가 경험한 삶의 지혜가 무조건 옳다고 믿으며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있기 쉽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의 극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누구든 틀릴 수 있음을 잊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태의 두 극단을 다 고려하라-집기양단(執其兩端)

중용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융통성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며 엄격하기만 하면 멀어질 수 있으므로 너그러움을 갖추는 것, 평가의 기준이 획일적이다 보면 반발이 생길 수 있으니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바로 이런 것이 책에서 말하는 ‘중용’이다. (‘담박하지만 물리지 않는다-담이불염(淡而不厭)

그렇다면 『중용』에서 말하는 품위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상황에 끌려 다니며 아등바등하지 않고 상황과 늘 거리를 두며 자신의 인생을 살찌우는 사람(‘위험을 무릅쓰면서 행운을 바라다-행험요행(行險僥幸),

자신을 무리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나날이 은은하게 빛나는 사람(‘비단옷 입고 홑옷을 걸치네-의금상경(衣錦尙絅),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윗사람을 끌어내리지 않는 사람(‘윗자리에 있으며 아랫사람을 깔보지 않다-재상위불릉하(在上位不陵下).

이런 사람이 바로『중용』에서 말하는 군자다.

이처럼 이 책에는 한 차원 깊은 통찰과 삶의 내공을 키우는 지혜가 담겨 있다.

50을 앞둔, 혹은 50을 가로지르고 있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기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용』 하면 평온하고 차분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중용』은 극단이 판을 치는 ‘소은행괴’의 세상에서 주위에 널려 있고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는 평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쉰의 나이도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하고 화려함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 없는 보통에 다시 눈이 가는 때다.

보통이 결국 오래가기 때문이다. 『중용』과 쉰의 나이는 평범함에서 잘 어울린다. <p.21>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는 군자라면 먼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밖의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 내가 놓이는 상황마다 충실하게 살다 보면 거기서 배울 것은 배우면서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주위 사람을 이해하며 삶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압도되어 어찌할 줄 모르며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자신은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 상황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조금씩 가꾸며 인생을 살찌울 수 있다.

< p.32~33>



할 말을 딱 부러지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면 얼마나 고상하고 멋진가.

할 행동을 제때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면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가.

마이크 잡으면 놓을 줄 모르고 상황 파악을 못하고 상식 없이 굴면 말과 행동이 모두 화를 부르게 된다. 화근이 된다.

언행상고는 언행이 화근보다 예술이 되게 하는 지침이다. <p.94>

마음도 확고하게 기준이 서 있으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복잡해서 머리가 아플 수는 있지만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지 않는다.

이것이 마음의 중심이고, 그 중심을 잡는 힘이 마음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중용』만큼 마음 근육의 중심을 잡는 문제를 두고 고민한 책이 없다. <p.104>

도대체 무엇이 하루 몇 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보지 못하게 할까? 그것은 바로 일상의 비정상화다.

우리가 일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면 시간에 맞춰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끌어가며 살 필요가 있다.

먼저 하루 얼마의 시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아울러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안에 불빛을 비춰 부끄러워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마음은 숨길 곳이 아니라 자주 들여다봐야 할 곳이다. < p.124>



부모가 자식을 엄격하게 키우다 보면 사이가 다소 멀어질 수 있으므로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키울 때의 중용이다.

평가 기준이 획일적이다 보면 경우에 따라 가혹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융통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평가할 때의 중용이다.

경험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면 섬세하지 못하고 놓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꼼꼼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능력을 균형 있게 키울 때의 중용이다. <p.167~168>

내게 진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중용』에서는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아야 나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04>

『중용』에서는 주위 사람이 한 번 해서 성공하면 나는 백 번 시도하고 주위 사람이 열 번 해서 성공하면 나는 천 번을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주위 사람보다 적어도 백배 이상의 노력을 하라는 말이다.

이때 백배는 단순히 횟수나 양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내게 익숙해져서 내 것이 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

이렇게 사람마다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니 일찍 이루는 남과 비교해서 서둘러 포기하지 말고

내게 맞는 시간과 길을 찾으라는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p.211>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가장 좋은 반찬이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가장 좋은 모임이란 부부, 아들딸, 손주라네.

김정희가 71세 때 쓴 예서체 대련이다. 71세라면 세상에서 맛있다는 음식 다 먹어보고 세상에서 이름난 모임에 다녀보았을 터이다.

노년에 다시 돌이켜보니 늘 곁에 두고 먹는 일상의 소박한 음식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음식이고,

아무런 긴장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가족이야말로 가장 좋은 만남이란 사실을 새삼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발견이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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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12-3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 밀레니얼과 젠트리피케이션
경신원 지음 / 파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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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가 매우 사소했다. 상권의 변화에 따른 서울의 변화된 골목길 등을 소개해주는 책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이나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단어도 전혀 몰랐고,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됐다.

또 어떻게 도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어떻게 바람직하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도 처음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전혀 예상치 못한 지식을 얻은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향상시킨 것이다.

서울에 수십 년 사는 사람으로서 서울의 발전에 대해 최소한 고민하고 협력해야 하는 공동체 의식이 가슴에서 싹튼 것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지주계급 또는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로,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하였다.

글래스는 런던 서부에 위치한 첼시와 햄프스테드 등 하층계급 주거지역이 중산층 이상의 계층 유입으로 인하여 고급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하층계급 주민은 치솟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남으로써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저자의 의도는 명확하다. 자본주의의 성장 이후 전 세계적 현상이 된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에서 자라 서울을 소비하는 새로운 소상공인들, 그들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새로운 소비자는 누구인가?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밀레니얼이 몰고 온 오래된 골목길의 새로운 변화, 그 변화의 중심인 이태원에서 서울의 미래를 묻는다.

즉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 매우 미래지향적이고 공동체 의식이 넘치는 서울의 모습을 그리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에 따르면 주택시장과 사회 계층의 변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긴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주의 임대료 폭리와 상권에서 내몰리는 세입자’라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반에 소개되었다.

오늘날 젠트리피케이션은 아시아와 남미까지 전 지구적 현상이며 도시마다 나타나는 양상이 다양한데, 우리의 경우 주거시설을 카페나 레스토랑 등의 상업시설로 바꾸는 오래된 구도심의 상업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홍대 일대에서 시작된 주거지역의 상업화 현상은 2000년대 중반 급속하게 증가해 이태원,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상수동 등으로”(17P)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의 이유를 무엇으로 분석하고 있을까?

저자는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 중산 계층이 거주하고픈 매력을 느낄 만한 역사성을 가진 건축물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전체 인구 가운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59.9%,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을 91.8%에 달하며,

저자는 그 원인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한 정치권력과 재벌, 부동산 투기라는 세 가지 요인을 꺼내놓는다.


젠트리파이어, 새로운 소상공인 계층의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서울 안에서 가장 이국적인 동네이자, 낙후된 동네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태원’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였다.

1980년대에는 외제 모조품이나 보세 옷가지를 팔던 동네, 주한 미군을 상대로 한 클럽이나 바가 많았던 낯설고 위험한 지역, 이태원. 이곳에 주한 미군의 발길이 줄어들자 성소수자 공간이 생겨났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몰려오면서 이국적이고 특색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섰다.

2000년 중반에는 이렇게 형성된 외국 문화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내국인들이 이태원으로 몰려들었다. 2010년 이후 이태원의 변화는 더 빨라졌다.

“대로변뿐만 아니라 우사단로, 회나무길, 경리단길 등이 20~30대 밀레니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골목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69P)었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은 ‘1. 임대료가 저렴한 오래된 골목길의 낡은 단독주택 증개축 증가 2. 유동인구의 증가 3. 지가 및 건물가의 상승 그리고 취득세와 재산세 증가’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원주민과 낡은 골목길의 변화를 이끌었던 선구적 젠트리파이어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임대료가 상승했을 뿐 아니라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였고, 외국 음식점과 의류점이 증가하면서 오랫동안 이 골목을 지켜왔던 세탁소나 동네 마트, 미용실 등 근린시설이 줄고 말았다.


젠트리파이어, 새로운 소상공인 계층의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서울 안에서 가장 이국적인 동네이자, 낙후된 동네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태원’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였다.

1980년대에는 외제 모조품이나 보세 옷가지를 팔던 동네, 주한 미군을 상대로 한 클럽이나 바가 많았던 낯설고 위험한 지역, 이태원. 이곳에 주한 미군의 발길이 줄어들자 성소수자 공간이 생겨났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몰려오면서 이국적이고 특색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섰다.

2000년 중반에는 이렇게 형성된 외국 문화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내국인들이 이태원으로 몰려들었다. 2010년 이후 이태원의 변화는 더 빨라졌다.

“대로변뿐만 아니라 우사단로, 회나무길, 경리단길 등이 20~30대 밀레니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골목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69P)었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은 ‘1. 임대료가 저렴한 오래된 골목길의 낡은 단독주택 증개축 증가 2. 유동인구의 증가 3. 지가 및 건물가의 상승 그리고 취득세와 재산세 증가’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원주민과 낡은 골목길의 변화를 이끌었던 선구적 젠트리파이어에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임대료가 상승했을 뿐 아니라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였고, 외국 음식점과 의류점이 증가하면서 오랫동안 이 골목을 지켜왔던 세탁소나 동네 마트, 미용실 등 근린시설이 줄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런던 사람들은 더 나은 거주 환경을 찾아 런던 외곽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교외화(Suburbanization)’로 인한 ‘도심공동화(Urban hollwoing phenomenon)’가 활발하게 이뤄진 1960년대에,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진보적이고 보헤미안적인 예술가, 문학가, 배우, 지식인 계층이 임대료가 저렴한 노동자 계층 지역에 들어가 노후된 건물을 새롭게 복원하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변화시켰다. 그러자 지역의 임대료가 점차 상승하였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노동자 계층이 밀려나게 되었다. <p.16>

밀레니얼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강남 개발로 외면받던 강북의 낡고 좁은 골목길을 핫플레이스로 바꾸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핫플레이스는 대부분 개발이 제한되거나 느리게 이뤄져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강북의 골목길에 있다.

밀레니얼은 강남의 매끈한 건물이 주는 느낌보다 오래된 골목길의 낡은 주택에서 빈티지한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주택을 자신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내 스타일’의 사업을 꾸려간다.

또한 ‘나만 아는’ 상품과 장소 혹은 ‘나와 관심사’가 유사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에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며, 비주류의 문화 경제적 활동을 주목하고 지지한다. <p.23~30>


2000년대 중반 이후 20~30대 밀레니얼은 자신들이 경험한 이태원 골목의 핫플레이스들을 SNS를 통해 발 빠르게 공유하고 확산했다.

이태원을 방문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곳에서 사업하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오래된 골목길의 낡은 건물들이 증개축을 통해 카페나 레스토랑, 부티크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

이러한 상업 시설과 유동인구 증가는 공시지가를 상승시켰고, 재산세와 취득세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자체와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태원의 골목길에 나타난 변화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윈윈 시추에이션’이 되었다. <p.80>

우리는 과도한 임대료를 부과하는 ‘욕심 많은’ 건물주를 비난한다.

그렇지만 이 비참한 결과의 원인이 과연 전적으로 ‘조물주보다 더 위에 있다는 건물주’에게만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건물주가 어떻게 조물주보다 더 위에 있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들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시장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뜨거운 열망 때문이다.

우리는 건물주를 욕하면서도 내심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부러워한다. (…) 우리 사회에 아직도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것은 우리가 모두 건물주가 되기를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p.154~155>


밀레니얼은 기존 세대가 우려하는 바처럼 단지 자기중심적이고 인내심이 부족하고 불평과 불만이 많은 세대만은 아니다. 그들은 기존의 어떤 세대보다 공익에 관심이 많다.

세계의 환경 문제와 빈곤 문제 등에 기꺼이 동참하며, 더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세대다.

기존 세대의 소비만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미니멀리즘과 공유경제를 이야기하는 세대다. (…) 지금은 저성장의 시대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마틴 와이츠먼은 1980년대 미국 경제의 스태그네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유경제의 개념을 처음으로 이야기한다.

저성장시대의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갈 서울의 미래 모습 또한 자신의 소유를 남과 공유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선한 개발’이나 ‘참한 도시’ 같은 도덕적 로망에 사로잡힌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너가 공존하려면, 각자가 아닌 ‘우리’의 유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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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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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아름답다'이다. 책이 아름답다는 뜻보다는 문자와 소리와 색이 어우러진 예술품을 대한 것 같다는 의미다.

이 책에 실린 스물세 곡의 아리아와 스물세 편의 그림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아름다움이다.

하긴 오페라 감상은 지금까지 10편을 넘지 못한 주제다. 그러나 거기서도 소리와 사람 몸짓, 동작 등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리아의 주인공에 대한, 오페라의 등장인물에 대한, 그림 속 인물에 대한, 화가와 작곡가

그리고 그들의 운명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가슴이 아팠던 적이 많았다.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자는 에필로그나 책 곳곳에 '연민'을 말하고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의도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의 감상이다.

저자의 말대로 버트런드 러셀이 자서전에서 말한 것처럼, 오페라 아리아와 그림은 내게 천국을 보여주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연민은 다시 저자 자신을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다.

인간과 존재에 대한 연민은 예술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게 했다고 고백한다.


Aria 01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살리오?

Aria 02 그리운 그 이름, 내 마음 가운데 자리한 그 이름

Aria 03 오묘한 조화로다 23

Aria 04 오늘밤 산들바람이 부는 소나무 아래로 오세요, 편지의 이중창

Aria 05 축배의 노래

Aria 06 미쳐버린 나약한 그녀의 노래, 광란의 아리아

Aria 07 어떤 갠 날

Aria 08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Aria 09 의상을 입어라

Aria 10 달에게 보내는 노래

Aria 11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Aria 12 내 이름은 미미, 봄날의 첫 햇살은 제 것이에요

Aria 13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네

Aria 14 아, 믿을 수 없어라. 꽃이여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이야

Aria 15 이 천벌 받을 가신놈들아!

Aria 16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시지요?

Aria 17 그렇다면 저는 먼 곳으로 떠나겠어요. 성스러운 종소리가 저 하얀 눈 사이로, 저 황금빛 구름 사이로 메아리쳐 사라지듯이

Aria 18 내 운명의 여인이여!

Aria 19 5월의 아름다운 어느 날처럼

Aria 20 아씨, 제 얘기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Aria 21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

Aria 22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이 책의 소제목을 일일이 소개하는 건 아리아의 제목부터가 아름다움과 무관치 않아서다. 심지어는 외로움과 처절함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길지 않은 책을 다 읽고 난 후 곧바로 다시 천천히 그림 위주로 읽고 아리아 제목과의 연관성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우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고, 감동도 꽤 있었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애정도 커졌다. 시나 오페라, 미술 등 모두 예술이다. 창작이 있고, 대중에게 전해졌을 때 감동도 주고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의 수많은 감정의 응어리를 정화시켜 주는 역할도 예술이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문자로, 소리로(읽다 보면 머릿속에 소리가 맴돈다), 눈으로 창작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멋진 일이다. 책을 선택해 읽은 보람도 느낀다.


끝으로 저자의 에필로그를 겸한 설명을 들어본다.

"이번 작업에서 찾은 아리아와 그림 사이의 접점은 ‘연민’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사랑한 많은 아리아의 주인공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 했다.

그리고 그 아리아에 공명했던 그림 속 인물이나 화가들의 삶 역시 불행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련한 인생의 행로를 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페이소스를 스물세 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느꼈던 리골레토의 울분과 비원을 우리 화가 이중섭의 그림 [흰 소]에서 보았고,

[나비부인]에서 흐르던 초초상의 애타는 절규가 모네의 그림 속에서 그저 아시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소비된 것은 씁쓸한 일이었다.

이렇게 아리아와 그림을 하나의 공간 속에 두고 있노라면 오페라의 등장인물 혹은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아리아는 그림이, 그림은 아리아가 대신 전해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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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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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이 책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의 존재를 알았다고 말한 것이 옳다.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한 권에 담았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알기 위해 읽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려운 내용인 데다 철학이라면 '철'자도 모르는 본 독자가 한 번 읽어 소화하기에는 당초 벅찬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상을 가진 철학자였고, 그의 제자 플라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터였다.

독자들이 아는 대로 소크라테스는 BC 5세기경 상대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진리를 내세운 소피스트에 대항하여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그뿐만 아니라,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그래서 이 책 또한 플라톤이 저술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된 세 권의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그리고 ‘에로스’를 예찬하는 『향연』을 담고 있다. 4권의 책을 한 권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우선 책의 내용을 충실히 읽기 위해 순서대로 요약해본다.



1.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에 불경죄와 청년들을 부패시킨 죄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잡신들을 믿는다”는 고발에 대해 자신을 변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1차 변론과 유죄 평결 이후의 2차 변론, 그리고 사형 선고 후의 3차 변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자신의 친구가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게 되는데, “가장 지혜로운 자는 소크라테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의미를 알고 싶어 지혜롭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나눴지만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고발을 당했다고 변론했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는 신탁에 의한 것이므로 새로운 잡신을 믿는다는 고발의 내용이 거짓이며, 청년들이 자신의 행위를 모방한 것뿐이기 때문에 청년들을 부패시켰다는 고발 또한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2. 크리톤

사형 집행 날을 코앞에 두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탈옥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크리톤은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소크라테스를 설득한다.

첫째, 소크라테스를 살릴 수 있는데도 살리지 않으면 친구들이 욕을 먹게 된다는 것,

둘째,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택한다면 그를 고발한 적들을 돕는 셈이 된다는 것,

셋째, 죽게 되면 자식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이성과 논증을 바탕으로 탈옥이 정의롭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아테네에 산 것은 이미 법에 복종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탈옥을 하면 그 합의를 깨뜨린 자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과 친구, 그리고 국가에게 해악을 입히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수치스럽게 살아남아 자신이 추구하던 참된 진리를 더럽히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3.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생애 마지막 순간, 그의 친구들과 추종자들이 함께 모여 ‘영혼 불멸’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화에서 죽음을 재앙이 아닌 복으로 여기고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의 죽음은 화(재앙)가 아니라 복이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은 영원히 축복받은 자들의 땅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승에서의 철학자의 삶은 그 준비 과정이기 때문에, 도리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4. 향연

『향연』은 플라톤의 글 가운데 『국가』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책이다.

기원전 416년, 아가톤이라는 비극 작가가 레나이아(Lenaia)제(祭)의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연회를 베푼다.

이 책은 이 연회에 참석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인 ‘에로스’를 예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보다 먼저 ‘에로스’를 예찬한다.

그들은 모두 ‘에로스’ 신을 자신의 연애 대상 또는 예찬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들은 ‘에로스 신’은 완전하고 온전히 아름답다는 전제 하에서 예찬을 이어간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에로스’는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을 연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아름다운 일들과 미덕들을 연애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거기서 “아름다움” 그 자체, 즉 ‘이데아’를 관조하고 직관하는 경지로 올라갔을 때에 ‘에로스’는 완성된다.

이에 덧붙여 철학은 궁극적으로 ‘이데아’를 직관하기 위한 것이고, 철학의 수단은 이성에 의거한 추론과 변증이다.

따라서 철학하는 것, 즉 이성적인 변증을 통해 참된 것들인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 진정한 지혜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고유한 의미에서의 ‘에로스’다.



플라톤이 책으로 쓴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출판사에서 이 한 권에 담았다.

앞서 말한 네 권의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이라고 불리는 25편의 대화편 중 초·중기 저작들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에서는 이 네 권의 책을 그리스어 원전 완역하여 한 권으로 엮어낸 것이다.

전문 번역가 박문재의 상세한 주석과 해제를 통해(철학에 문외한인 본 독자는 그것마저 이해하기 어렵지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사상을 더욱 쉽고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한다.

어차피 여러 번 읽을 요량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간략한 생애와 사상, 업적을 쓴다.

소크라테스는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는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플라톤은 이 책의 저술자이다. 많은 독자들이 아는 바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이 책도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담고 있다.

이 네 권의 책은 『플라톤의 대화편』이라고 불리는 25편의 대화편 중 초·중기 저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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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괜찮지 않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 상처뿐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13일의 심리 수업
마르니 퓨어맨 지음, 이현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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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번의 연애 실패 경험이 있다.

한 번도 없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연애는 쉽게 오기도, 의도치 않게 가기도 한다.

"사랑하는데, 최선을 다해 잘해 주는데 왜 날 싫다고 하는 거야."라는 감정을 연애 실패 경험자는 다 갖고 있을 터다.

독자도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새로운 연애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해를 쉽게 하려 한 배려인지 날짜별로 약 2주간의 솔루션을 제시해 읽어서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 어떤 사랑을 줄지가 명확해졌다. 큰 수확이다.


“어쩌다가 이런 사람에게 빠졌을까?” "친구들, SNS 속 커플들의 모습은 달달하기만 한데, 왜 내 연애는 매번 이 모양일까?"

"사귀기만 하면 상대방에게 휘둘리며 ‘을’이 되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끝이 보이는 관계뿐이야."

주위에 이렇게 푸념어린 하소연을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잘 해보려 해도, 매번 반복되는 연애 패턴에 지쳐만 간다.


《또, 괜찮지 않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는 이처럼 괴롭고 불만족스러운 연애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담은 책이다.

연애 전문 상담사인 저자가 내담자들에게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13일 간의 심리 상담 과정을 통해 상처뿐인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연애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먼저 관계를 형성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 체크리스트로 현재 연애 상대의 유형을 파악하고,

유년시절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특정 유형의 사람과 자꾸 얽히게 되는 이유를 점검하면서

관계를 맺을 때 발생하는 믿음과 행동 방식이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본다.

또한 왜 상대가 일방적으로 관계를 휘두르는 걸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지, 가까이하면 더 멀어지기만 하는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끌리지 않는지 등 관계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진단하면서 사랑 이후 찾아오는 이별의 과정, 감정 대처 전략까지도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오랜 기간 부부, 커플 문제를 다뤄온 저자는 애착 이론을 통해 부정적인 연애 패턴을 반복하는 원인을 진단해내고 건강하고 존중받는 관계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한 예로 테일러와 헌터는 만난 지 3년이 지났다. 테일러는 자기 사업을 꽤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친구도 많고 취미도 다양했다.

서로 바빠서 자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잘 지냈고 둘의 관계는 괜찮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둘 사이에는 가벼운 대화만 오갔다.

테일러는 언젠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었지만 헌터와 결혼한 미래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그와 헤어질 만한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고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저자는 이 관계의 문제를 테일러의 어린 시절에서 진단해낸다. 테일러의 부모는 그녀가 여덟 살 때 이혼했다.

이혼 후 어머니는 네 번 재혼했고 아버지는 딸뻘인 나이의 여자와 결혼했다.

테일러가 청소년일 때 아버지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신뢰할 수도 일관성도 없는 어른들 때문에 그녀의 삶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사랑하지는 않지만 일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헌터와의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사랑의 감정,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고, 안정적인 헌터와의 관계에 숨어서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려 한 것이다.

테일러는 불안했던 어린 시절로 인해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회피하고 적당히 안정적인 관계만을 찾았다.

이밖에도 혼란스러운 연애 패턴만을 반복하는 사람에게서 잦은 이사나 지속적인 부모의 다툼으로 평온이나 차분함을 경험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부정적인 태도와 불평불만, 낮은 자존감으로 매번 연애를 망치는 사람에게서 아버지로부터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던 어린 시절을 진단해낸다.


저자는 또한 책은 헤어짐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별의 고통을 이겨내는 전략을 제시하고,

자신을 중심에 두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별 직후는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꾸만 곱씹고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려는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괴로운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책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GET SMART’ 전략을 제시한다.

먼저 ‘목표 지향(Goal Orientation)’은 앞으로의 성취에 집중하는 것으로 연애와 관련된 괴로움을 관리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통스럽더라도 계속 이어나가는 자세다.

다음으로는 ‘감정 관리(Emotion Management)’가 있다.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고 전반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왜곡된 생각과 태도는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 미래, 감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마음가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자신이 부정적인 생각과 논리를 갖고 있지 않은지 항목을 세워 조목조목 점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신을 진정시키고 위로하는 ‘자기 위로(Self-soothing)’, 자체적인 판단 없이 지금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고 온전히 경험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 파악하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나 위로, 위안을 받는 ‘타인에게 손 내밀기(Reaching Out to Others)’,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건전하고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변화된 행동(Transformed Behavior)’의 과정이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인연과의 연애를 끝낸 후 슬픔에 빠져 지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바꿀 순 없다. 책에 담긴 13일의 심리 상담을 통해 나의 어린 시절, 내 현재의 연애를 바로 들여다보자.

그간 몰랐던 내 안에 존재하는 관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한결같은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직한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영화 속 짝사랑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당사자라면 짝사랑이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것이다.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도 모른다. 짝사랑은 주는 만큼, 혹은 전혀 돌려받을 수 없다.

한 번이든 연애 패턴의 일부이든,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그저 우연이 아니다.

짝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패턴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기억이나 경험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행히 이 패턴을 지우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파트너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일. 혼자 사랑하고 있지는 않나요?> 중에서

도대체 왜 고통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일까? 이 질문에 완벽한 답은 없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볼 수는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자기 모습을 회피하거나 잘못된 관점으로 바라본다.

자기를 인식하는 통찰력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통찰력이 엄청난 사람도 있지만 아예 없는 사람도 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부터 마음에 심각한 장애를 앓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또한 개인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능력이나 의욕에도 차이가 크다. <4일. 자꾸 상처받는 관계에 빠지는 이유> 중에서


성장기에 함께한 가족인 원가족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다.

원가족으로부터 그리고 세대간의 영향력을 통해 소통하는 법, 감정을 느끼고 다루는 법, 욕구를 충족하는 법 등

일상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들을 배운다. 가족 안에서 당신의 가치와 자아관, 세계관도 형성된다.

따라서 원가족이 당신의 연애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다.

<5일.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을까?> 중에서

애착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평생 따라다닌다.

사랑에 빠지면 새로운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데, 사랑하고 배려하며 애정 어린 행동을 함으로써 이를 유지한다.

이 관계를 어떻게 형성했는지가 성인이 된 이후 파트너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6일. 사랑이란 무엇일까?> 중에서


우리의 감정은 타인 혹은 세상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내면에서 주관적으로 겪는 경험이다.

감정은 상황을 인지한 결과이자, 신체의 생리학적 반응의 결과다.

우리는 감정을 유발한 신호(상황이나 사람) 및 신체적인 감각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분노ㆍ슬픔ㆍ즐거움 등으로 이름 붙인다.

과거 경험하거나 배운 것, 문화, 사회화 등 많은 요소가 감정 표현과 느낌에 영향을 끼친다.

연인ㆍ친구ㆍ가족과 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내면의 감정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8일. 감정에 귀 기울이기> 중에서

감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에게 볼모가 될 필요 없다.

당신이 아는 것보다 당신은 훨씬 감정과 행동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감정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고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 뒤에는 갈망이 있다.

우리는 타인과 유대감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잘못된 인연과의 연애를 끝내야만 당신에게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문이 열린다.

사랑이 가득한 연애를 하고 싶은 당신의 바람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연애가 끝났다고 끝없는 슬픔에 계속 빠져 지낼 필요는 없다. <9일. 이별의 아픔을 건너는 법> 중에서


어느 누구도 인생에서 고통스럽거나 비극적인 사건을 피해갈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큰 변화나 깨달음은 이렇게 힘든 시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힘든 경험 자체에 고마움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이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나 의미를 고맙게 여길 수는 있다.

이 경험으로 당신이 무너질지 아니면 강해질지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다. <13일. 모든 중심에 ‘나’를 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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