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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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청혼』은 표제어에서 풍기는 느낌으로는 청춘 로맨스 소설쯤으로 보인다. 맞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도 누구 부인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더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SF소설로서 로맨스 소설이다. 그러나 국경이나 종교의 벽을 뛰어넘는 열렬한 청춘들의 로맨스처럼 격정적이지 않다. 지구에서 180시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군 복무 중인 ‘나’가 지구에 사는 연인에게 보내는 열두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판타지 소설이다. 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킨 것으로 아름답고 애틋함을 더했다. 이 소설은 지난 2013년 초판본이 발행됐다. 당시로서는 SF문학이 대세를 이룬 시기는 아니다. 영국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피포터 시리즈〉가 발표돼 '해리 포터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부터 SF문학이 소설 장르의 대세가 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1997년 제1권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07년 제7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간되면서 10년간 이어진 해리포터 시리즈의 막을 내렸다. 2001년엔 해리 포터 첫 번째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영화 역시 매편마다 차례로 제작되며 2011년까지 이어지며 큰 흥행을 거두었다. 

그 이전에 SF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리포터가 대세 문학으로 자리 잡게 한 역할을 한 주인공이란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작가가 간간이 SF소설을 발표했다. 독자는 SF소설에 큰 관심이 없어 읽지는 못했지만 몇몇 작가는 문단 데뷔할 때부터 우리나라 SF소설의 역사는 세계 문학사와 함께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숫적으로 판단할 때는 아직 전성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초판본 출간 11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 작업을 거쳐 복간된 것이다. 이 작품은 첫 발표 당시 짜임새 있는 전술과 생생한 전투 묘사가 자아내는 박진감,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천체물리학과 군사학 등의 전문 지식, 서정성이 돋보이는 사랑 감정의 서술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 배명훈은 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저자는 이번 개정 작업은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조탁하고 묘사와 표현을 시대감각에 발맞추어 수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한 『청혼』은 거대한 우주 공간과 우주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청혼』 발표 이후 단편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와 『미래과거시제』를 펴내면서 SF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저자는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는 우주 공간에 대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청혼』의 몇몇 내용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문예중앙〉이라는 문학잡지의 복간호에 맨 처음 발표되었다. 지금은 많은 소설가가 문학잡지에 SF소설을 발표할 수 있지만, 11년 전에는 사정이 달랐다. 어느 문단 모임에서 나는 이 소설에 대한 평으로, 'SF 그거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특별히 마음에 두지는 않아서 누가 한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수많은 문단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빙산의 일각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다른 문학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학잡지에 글을 발표하는 SF 작가에 대한 평은 SF 독자 사이에서도 꽤 박해서, 나는 일종의 '전향한 작가' 취급을 받기 일쑤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럴 때면, 저자가그 지면에 구체적으로 어떤 소설을 발표했는지 읽어보고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자신은 '순문학을 주로 다루는 잡지의 주목받는 지면에 우주 전쟁 이야기를 실을 수 있는 소설가' 같은 것이었는데, 그 우주 전쟁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 『청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두 개의 문학장 사이에 놓인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처음 발표되었다고 해설하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말은 SF소설이 어느 쪽 문장장에서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는 저자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이후 발표한 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에서도 썼지만, "원래 남의 예술은 다 이상한 법이고, 다만 내 예술도 다른 사람에게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 : 케플러운동을 하는 두 천체가 있을 때, 그 주위에서 중력이 0이 되는 5개의 점으로 라그랑주 특수해라고도 부른다. 두 천체를 잇는 직선상에 3개,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2개의 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삼각형을 이루는 2점에 제3천체가 있을 경우 매우 안정하여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라그랑주는 케플러운동을 하고 있는 두 천체를 연결하는 직선상의 3점과, 또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2점에서 중력이 0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5개 점을 라그랑주의 특수해라고 한다.(독자 주)



『미래과거시제』는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단독 소설집으로, 최근 3년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집중적으로 집필한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한국 문단의 중견 작가 곽재식은 이 책에 대해 “한국 SF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작가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곽재식 작가는 책 뒷 부분에 실린 추천사를 통해 "한국 SF가 성장하여 문학의 주류에 다가오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배명훈 작가는 항상 그 선봉 중에서도 맨 앞 줄에 서 있었다"면서 "단어 하나하나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재료로 제 몫을 하고 있고, 즐겁게 이어나가는 줄거리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현대 한국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통찰이 스며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래과거시제』는 독자가 배명훈의 소설을 처음 읽은 책이다.

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저자 배명훈의 소설집 『미래과거시제』는 저자가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더욱 경이로워졌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래상어 그림을 감상하러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났다가 함정에 빠진 돈 쓰는 로봇 마사로 이야기(「수요곡선의 수호자」), 비말 차단을 위해 파열음을 완전히 제거한 미래 세계(「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시간 여행을 둘러싼 한 연인의 사랑스러운 미스터리(「미래과거시제」), 판소리 형식으로 펼쳐지는 유일무이 요절복통 로봇 전투담(「임시 조종사」) 등이 갈고 닦은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또 종이처럼 2차원의 형태로 날아온 외계의 존재들(「접히는 신들」), 잠들어 있는 의식과 듀얼 가상현실이라는 구상(「알람이 울리면」)까지, 저자는 언어와 시간과 공간을 다양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꿈’과 ‘만약’의 세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상상과 성찰이 맞물린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이 소설집은 배명훈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은 물론 배명훈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각별하고도 뜻깊게 다가갈 것이라는 느낌을 독자는 받았다.



독자는 사실 SF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다. 소설 작품을 좋아하지만 '과학'이 들어감으로써 독자에게는 '서먹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먼저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지는 SF 작품을 읽기 위해서라도 과학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로서는 고등학교 때 과학이나 수학을 착실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뒤늦은 각성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SF 소설은 물리학 등 과학 분야에 대한 기초 공부를 더 해야 더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해피포터 시리즈〉도 영화로 나온 뒤에야 관심을 갖고 접근했지 책을 먼저 읽은 적도 없다. SF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 용어나 원리를 읽을 때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할 정도로 문외한이었으니 쉽게 SF 소설이 다가오지 못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배명훈 저자의 작품을 읽었지만 앞으론 그의 소설을 찾아 읽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집들이었다. 그리고 이 책 『청혼』은 짧지만 장편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 단편집을 주로 낸 저자가로 생각했던 독자의 과문함을 탓해야 할 일이다. 이 소설이 앞서 두 단편집보다 이른 시기에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혼』을 읽은 이후 독자는 마치 신문명에 눈 뜬 듯한 느낌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그동안 한국의 SF를 따로 읽은 것은 별로 없지만 외국이나 일본의 SF 작품은 여러 권 읽은 기억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업무 시간이 무척 많이 남았다. 집에서 일하는 날이 더 많았으니... 출퇴근 시간도 오롯이 남은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가벼운 읽을거리부터 찾아 꾸준히 읽어보니 예전의 다독의 습관이 다시 배어들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서적을 훑어보다가 SF소설이 굉장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처 몰랐던 환상의 세계, 미래의 세계, 과거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SF소설의 또다른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독자의 SF소설에 대한 관심은 오롯이 배명훈 작가의 소설들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소설 『청혼』의 줄거리는 무미건조할 정도로 이성적이어서인지 저자가 지구 여성과 우주인 '나'의 로맨스를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독자 개인의 생각이다. 다른 분들은 우주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평가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청혼』은 목성 근처 소행성대에서 궤도연합군 작전 장교로 복무 중인 우주 출신 ‘나’가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너’는 빛의 속도로 17분 44초 떨어진 거리에서 ‘장거리 연애’ 중이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지구까지 170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 ‘나’를 만나기 위해 180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날아온다. ‘나’는 지구의 중력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지구로 가게 될 날을 막연히 그려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곳 우주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끝나야 한다.

‘나’가 복무 중인 우주 함대에는 사연이 있다. 오래전 지구에서는 옛 예언서에 적힌 대로 외계 함대가 공격해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함대를 건설해 목성 근처에 파견했는데, 의심했던 목소리들도 잠시, 건설 30년 뒤에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예언서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궤도연합군을 공격해온 적의 정체는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구에서는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의심해 감찰군을 파견하고, 사사건건 감시하고 통제하는 감찰군으로 인해 누가 진짜 적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사이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대를 정비하는 동안 휴가를 받은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170시간을 날아 지구로 가지만 떨어져 있던 거리만큼 뭔가 서먹해진 관계 속에서 ‘너’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180시간을 날아 귀환한다. 귀환한 뒤 우주에서는 몇 차례 전투가 벌어지는데 적은 마치 시간을 건너오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공격하고 사라지곤 한다. ‘나’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적의 존재, 그리고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전쟁의 형세는 점점 복잡해지는데…… 전쟁이 끝나는 때는 언제일까.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은 진짜 반란군일까. ‘나’는 데 나다 장군이 이끄는 궤도연합군에 남을 것인가, 감찰군 편에 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만나러 다시 지구로 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2013년 이후 여러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p.154) 〈작가의 말〉에서 저자 배명훈은 로맨스를 다루었기에 필요한 말이 아니라, 저자의 우주 개척관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지구인의 정상성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우주를 감각하는 사람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고뇌와 갈등을 2013년의 내가 의도한 방식으로 형상화하려면 군인과 천문학자, 지구 행정 기구의 파견인 등이 필요했던 셈이다. 주인공에게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라는 말은, 이 모든 인물을 다 겪은 다음에나 쓸 수 있는 문장이었을 것이다. 또 이 소설에서 처음 다룬 '공간의 거대함과 극복할 수 없는 시차의 문제'는 이후에 발표한 여러 편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하고 변주하며 내 소설의 주요 주제로 발전시켰다. 2013년에는 일종의 실험이었지만, 지금은 대규모 정착지가 세워진 탄탄한 공간이 되었으니 안심하고 발을 디뎌도 좋다는 뜻이다."(p.159~160)


"너는 모르겠지. 그런 건 없다고 말할지도 몰라. 하지만 함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지구 출신과 나 같은 우주 태생 사이에 가로놓인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수도 없이 봐왔어. 그건 말이야, 사소해 보여서 더 본질적인 그런 차이야. 그만큼 각자의 삶에 밀착돼 있지. 은연중에 튀어나오고, 충돌이 생길 때마다 상대가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그 무언가.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지, 지구에 애인을 둔 수많은 우주 태생 동료가 똑같은 고충을 이야기해. 우리끼리 모여서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진짜로 지구 출신과는 다른 인류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어."(pp.115~116)


저자 : 배명훈(Myung-hoon Bae)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한국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를 펴냈다. 『총통각하』(2012), 『예술과 중력 가속도』, 장편소설 『신의 궤도』(2011), 『은닉』(2012), 『맛집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SF동화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2011), 중편소설 『가마틀 스타일』 『청혼』, 단편 단행본 「춤추는 사신」, 「푸른파 피망」,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출간했다.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하였는데,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수요 곡선의 수호자」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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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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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조언 - 철학자가 들려주는 내 인생의 해답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안창우 옮김 / 온스토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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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철학에 대해 문외한인 탓에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동서양 철학자 몇 명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이름마저 잘 모른다. 대학도 철학과는 무관한 전공이어서 철학 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의 책도 별로 읽지는 않았지만 특히 철학 관련 책은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정독을 해본 기억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의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다니던 회사도 '재택 근무제'를 실시해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정말 많은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만 신경 쓰느라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지만 팬데믹 상황이 오래 가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게 생각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 먹고 원하는 책을 직접 구입해 읽어보기는 꽤 오래 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가 거의 처음이었으니 책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했는지 자각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이때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 철학자 니체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두 권이 아니라 출판사에 열풍이라도 인 것처럼 많은 저작물이 나와 있었다. 니체의 번역 도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체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한 분들이 니체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책도 다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사나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니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확인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니체의 철학이 코로나 팬데믹이란 인간 삶의 큰 위기에 닥쳤을 때 상당히 유효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니체 열풍'은 2년 여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후 새로운 이름의 철학자가 등장했다. 바로 이 책의 원저자인 쇼펜하우어다. 기왕 철학을 읽은 김에 쇼펜하우어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보고 싶었다. 쇼펜하우어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거리가 멀어진 철학자다. 당시 선생님은 쇼펜하우어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말씀이겠지만 '염세주의자'로 설명했다. 설명을 덧붙이면서 염세주의자를 각인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한참 꿈을 펼칠 나이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염세'와 '자살'이란 단어는 독자가 쇼펜하우어를 다시 들먹이지 않은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는 아마도 쇼펜하우어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 가면 그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이 늘 놓여 있다. 독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쇼펜하우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부상된 이유에는 관심이 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말씀에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펴서 그의 철학을 좀 알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니체의 영향이엇던 것 같다. 실제로 쇼펜하우어를 들먹인 책은 '니체의 스승'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니 실제 스승은 아니었으니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쇼펜하우어가 거론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쇼펜하우어의 조언』은 쇼펜하우어가 그의 저서에 남긴 말들 중 '명언'을 가려뽑아 삶의 지침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된 '명상집', '격언집'에 가깝다. 하루에 몇 개씩 읽고 필사도 해보면서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머릿속에 각인해 살아가면서 잘 적용해 도움이 될 만한 글귀들로 이루어졌다. 

편역자 안창우는 "삶의 고민에 답을 해주는 ‘내 인생의 해답’이라고 말한다. 고민해결책이자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고민을 포함하여 오늘의 일터, 만남, 퇴근 후 시간에 새로 생긴 오늘의 질문을 한 번에 하나씩 떠올리고 이 책을 활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책을 펼친 후 본문 우측 페이지에 있는 ‘쇼펜하우어의 조언’을 읽은 후, 좌측 페이지에 조언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짧게 압축하여 적어볼 것을 권유한다. 글을 쓰는 것에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일기를 쓰듯, 그날의 사건과 기분을 짧은 문장으로 자유롭게 채워 넣어도 좋다는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쓴 한 문장의 글은 훗날, 독자 이름의 철학자가 쓴 오래된 일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독서를 북돋운다. 

이 책에는 없는 말이지만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비관주의자, 아웃사이더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붙어다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쇼펜하우어를 조명한 다른 책에 나온 말이다. 실제 자신도 이를 인정하고 우울증을 호소한 일이 있다는 것.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치열하게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철학자였다고 주장한 책이었다.



독자가 지금 인용한 부분은 신정일 작가가 쓴 책임을 밝힌다. 이 책을 설명하며 그 책의 이름까지 거론하기에 부적절한 것 같아 저서명은 생략한다. 신정일 작가가 쓴 책에 큰 매력을 느낀 것도 신정일 작가 자신이 현실 참여주의자이자 실존주의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냉철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분이어서 이 점이 쇼펜하우어와 닮았다는 생각에서다. 그 책에서 작가는 "니체는 쇼펜하우어 책을 스승으로 삼아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스위스 앵가딘 지방의 실스마리아 호숫가를 거닐다가 자라투스트라가 다가옴을 느꼈다.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처럼 독특한 철학자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순간이나 사건이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책을 만나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절경을 만나기도 한다. 바로 그 순간이 지나온 어느 세 월에서도 접하지 못한 어떤 영감이나 환희의 불길을 활활 솟구치게 하기도 하고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인생을 지금껏 살아온 것하고는 아주 다르게, 아니 혁명처럼 작용하게 하는 것이 인연이다. 그래 헤르만 헤세는 “인연을 아는 것은 사고요, 사고를 통해서만 감각이 살아난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나 모든 사물과의 인연은 다 운명적이며 필연적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독자로서 그와 그가 소개한 철학자들을 이젠 좋아했기 때문에 여기에 인용해 보았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그의 책과 주장은 독자에게 쇼펜하우어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접근해 볼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의욕의 바탕에는 얼마 전 읽었던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주제로 한 책이 있었다. 즉 쇼펜하우어의 저서 중에서 아포리즘을 추려내 해석하고, 깊은 뜻을 편자의 생각으로 풀이해 주는 책이었다. 이 책 『쇼펜하우어의 조언』도 같은 의미로 집필됐다. 다만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낼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실천의 방법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탁월성은 독자들의 실천 여부에 달린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의 말이라도 알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냥 단순한 지식에 그친다. 진정으로 위인들이 제시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위인의 말도 그 실효를 거두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독자들도 꾸준히 읽고 실천의 노력을 보인다면 반드시 저자의 집필 의도를 넘어 위대한 철학자들의 삶의 철학, 가르침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한 문장씩 따로 떼어 내 꼭꼭 씹어 잘 소화시키도록 유도하기 위해 여백을 많이 남겼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들의 생각을 적든, 일기를 쓰든, 아니면 실천 각오를 다지든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삶에 한발짝 다가선 셈이다. 이를 꾸준히 계속한다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바람 이상의 무엇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쇼펜하우어의 생애를 에피소드로 생각지 않고 학문적으로 접근해보면 그에게서 배울 것은 수없이 많다는 기존 쇼펜하우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도 덧붙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그 효용성을 분명히 빛낼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의 아포리즘들이 남아 있는 원전을 편역자가 밝히지는 않았다. 아마 그의 저서가 많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의 아포리즘은 몇 권의 책에 집중돼 있는지도 빈약한 지식의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또한 역편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새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의 주저(主著) 몇 권을 소개해주는 일이다.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정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봐야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이런 생각이 담긴 책은 1851년 출간된 『소품과 부록』에 집대성되어 있다. 표펜하우어는 『소품과 부록』에서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풀어냈고,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며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소품과 부록』은 쇼펜하우어의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이 제목으로 새로 출간했다. 의외로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완역본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서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서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서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이 책에 담긴 그의 철학은 프리드리히 니체, 아인슈타인, 카를 융, 밥그너, 찰스 다윈,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카뮈,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찰리 채플린, 토마스 만, 보르헤스 등 수많은 각계 거장과 명사들에게 큰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니체 역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었다.



이 책에 적힌 수많은아포리즘 중 출판사와 독자가 좋아하는 문장 몇 개만 소개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편역자가 설명을 달아주는 형식이다. 

① 다수의 의견이 늘 정의인 것은 아니다-인생에 진리는 없다. 삶은 우둔한 동화일 뿐, 세상은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세상이야말로 내 눈엔 실수와 오류투성이다.

② 칭찬보다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라-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은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더 가치 있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이다.

③ 점잖은 척 행동하지 마라-점잖은 척은 상대에게 경멸감을 일으키는 속임수이며,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남의 눈에 좋게 비치려는 속 보이는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

④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라-수많은 지식과 생각을 몇 줄 문장만으로 간단히 축약하는 능력은 그 사람이 가진 사고의 크기와 유능함을 보여준다.

⑤ 꿈의 재료는 이미 내 안에 있다-내가 되고 싶은 최선의 모습과 해낼 수 있는 꿈의 원천은 자신 안에 존재한다. 원천의 크기가 클수록 내 속에서 싹트는 기쁨도 커지는 법이다.

⑥ 농담조차도 현명한 이들과 하라-지성을 객관적으로 관리할 줄 아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벼운 농담조차 소중한 조언으로 변화시키곤 한다.

⑦ 상대 지위에 예를 갖추되 현혹되지 마라-지위와 계급이란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으로,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계층을 나누어 표면적인 존경심을 억지로 끌어내는 수단에 불과하다.

⑧ 우울한 감정에 취하지 마라-우울은 불감증의 한 고리로, 이것에 취하면 사회적 규범 안에서도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⑨ 반성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반성은 과거의 실수를 돌이켜보는 긍정적 과정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자기혐오가 될 수 있다. 그럴 땐 차라리 아무 생각 말고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⑩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지 마라-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밝힘으로써 그의 지성은 두 배가 된다.



⑪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다-모든 불행은 주변 사람들 기대치에 나를 맞추려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냥 나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한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⑫ 결심했다면 결과를 걱정하지 마라-이미 시작했다면 과정에 충실하여 그에 따른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걱정을 멈출 길이 없다면 차라리 긍정의 마음으로 결과를 기대하라.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충족이 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역자 : 안창우


출판기획자.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후, 독서지도사, 논술지도사로 청소년 교육 활동에 힘을 쏟았다. 이후 출판기획자로 전향해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기획하였으며 현재는 도서 출판 스토리온유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획·집필한 책으로는 《집밥의 여왕》, 《1분 생활 상식》, 《쉽게 배우는 손글씨 캘리그라피 시리즈》, 《동화로 배우는 손글씨 시리즈》, 《동화와 힐링이 만나다 시리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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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모티머 J. 애들러.찰스 밴 도렌 지음, 독고 앤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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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와 인터넷의 발달로 이젠 정말 활자 인쇄된 책이 필요없어지나 싶다. 얼마 전까지는 신문이 사양산업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젠 책마저 디지털 영향을 받는다면 아날로그 감성은 사라지나 하는 조바심이 먼저 난다. 차츰 바뀌어 가겠지만 디지털 속도는 워낙 빨라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사회에서 밀려날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활자에서 화면으로 보는 디지털 책으로 바뀌어 가기는 하지만 아직 책은 고유의 모습과 힘을 잃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1940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잘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 "책을 읽기 위해 책을 읽는 방법을 배운다"는 아이러니한 주제를 다루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게 책 읽는 법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어야 가장 잘 책의 주제와 집필 취지를 읽어낼 수 있는지를 적어 놓은 책이기에 꾸준히 읽히는 책이라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만약 책 읽는 법에 대해서만 적혀 있다면 이 책이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기에 힘들었을 것이란 추정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 웬만한 지식은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오늘날 책에 대한 효용성과 힘은 디지털이 갖지 못한 것도 읽어낼 수 있는 종이 책만의 고유한 기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1세기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예전처럼 지배계급만 문자나 학문을 배우는 시대가 아니기에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는 각종 정보를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이다. 그만큼 대중의 힘이 강력해졌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책은 지식의 창고이고, 학문의 전달 매개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은 손에 가지고 다닐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보 자체를 생산하는 일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삶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문자를 알아 책을 읽기는 하지만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종이 책이나 디지털 책이나 모두 무용지물이다.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은 많다. 특히 확실한 정보는 거의 책이나 문서로 기록된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 점은 아직 종이 책이 제 역할을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책은 어떻게 여전히 효용성이 큰 지식 전달 체계로 존재할까?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책의 효용성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1940년에 처음 출판되었다니 세계 사회는 역사상 가장 큰 전쟁 시기였다. 이 책은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밴 도렌의 공동 저자가 집필했다. 두 저자가 모두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장을 지냈다는 사실에 독자는 주목한다. 이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던 때에 이 책이 출간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768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되고 있는 백과사전 중 가장 역사가 긴 책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영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감에 따라 세계적인 백과사전으로 발전해 갔다고 한다. 그 분량과 내용도 점점 늘어나 초판 3권에서 제2판 10권, 제3판 18권, 제4판 20권, 제7판 21권으로 계속 늘어났다. 현대 지식 기반 사회로 넘어가는 사회에서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평가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자국어 번역판이 생기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고 한다.

브리태니커가 240년 간 끊임없이 진화해 온 이유는 "지식의 가치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되, 그 지식을 구조화하는 방식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최적의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역시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에 출판되었지만 이후 재편되는 세계 질서로 인한 시대적 변화에 맞게 독서법의 변화도 잘 조응했다는 데 있다고 한다. 1972년에 새롭게 펴낸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 저자들은 독서의 제1수준인 기초적 읽기부터 살펴보기(독서의 제2수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를 넘어 마지막 통합적 읽기(독서의 제4수준)까지 다양한 읽기의 수준과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자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브리태니커 편집자 출신인 저자들이 제안하는 독서법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독서법을 훌쩍 뛰어넘어 책을 어떻게 표지와 목차로 판단하는지, 어떻게 이해의 바탕인 기초적 읽기 능력을 갖춘 다음 살펴보기, 분석하기, 통합적 읽기로 나아가는지 다양한 책을 사례로 들어 알려준다.



저자들은 또한 실용서, 문학책, 소설·희극·시, 역사, 과학·수학, 철학, 사회과학과 같은 각 장르를 읽는 데 가장 효과적인 다양한 독서 기술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인 통합적 읽기로 정신과 인생을 성장하도록 돕는 특장점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신토피콘을 이용한 책 읽기는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며, 교육적인 효과를 가져와 초보자에게 더 도움을 준다. 부록에서는 세계적인 고전으로 구성된 137가지 추천도서목록을 제안하고 읽기 기술, 이해력과 속도 등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독서의 수준별 연습문제와 테스트를 제공해 책을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점검하도록 이끌어준다. 당시로서는 세계 출판계를 놀라게 할 올바른 독서법을 제시한 데 대해 이 책을 독서법 텍스트로 삼을 만하고 주창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전성기를 지나 이젠 쇠퇴기가 아닌가 싶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21세기 들어 인쇄본 백과사전의 수용자가 급감하면서 2008년 현재 인쇄본의 출간과 개정 작업은 중단된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2001년 위키피디아가 대안적 백과사전으로 등장해, 온라인 독자들에 의해 편찬되며 자유롭게 정보를 추가하거나 오류를 교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백과사전 작업이 진행돼, 온라인에서 선보였다.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지식 전달의 대명사로 꼽히던 브리태니커사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1990년대 초에 ‘브리태니커 전자색인’과 ‘브리태니커 CD’ 등을 내놓았고, 브리태니커 온라인을 개발해 현재 인터넷상에서 독자들이 찾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백과사전으로서는 인터넷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 증거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 지식 전달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정보를 어떻게 습득해 어떤 식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도 아우르는 내용이 이 책의 집필 취지에 들어 있기에 계속해서 종이 책 출판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되는 대목이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끝까지 능동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놀라운 지적 성장뿐 아니라 일이나 직업에서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모티머 J. 애들러는 "역사상 훌륭한 저자는 훌륭한 독자였지만 그들이 필독서를 모두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들은 대부분 오늘날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보다 적게 읽었을 수 있지만 책을 정말 잘 읽었다. 책을 완전하게 읽어냈기에 좋은 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책을 잘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잘 읽으려면 먼저 훑어보기만 해도 되는 책인지 찬찬히 잘 읽어야 할 책인지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들이 이 책에서 알려주는 독서의 단계에 따라 책을 읽으면 된다. 이 책의 집필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은 예전보다 더 많은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까지 마치며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가 대중화하면서 문맹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소설류를 즐겨 읽던 기호도 소설 이외 책들로 폭이 넓어졌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영원한 과제라고 시인했다. 미국은 1970년 대에 이를 위해 많은 기금을 지원했고,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어린 학생들이 읽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른들도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속독에 관심이 많아졌다.(이 주장은 1972년 새롭게 펴낸 책의 프롤로그에 담겨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모든 책을 똑같은 속도로 똑같이 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종류에 따라 다르게 적절한 속도로 읽는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지나치게 빨리 읽거나 지나치게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책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는 속독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법도 다루었다. 때로는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잘 읽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초등학교 수준 이상의 책 읽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책 1972년 재출간본은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독서의 단계〉, 2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 3부 〈분야별로 다르게 읽는 법〉, 4부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책을 읽는 목적과 기초적 읽기(독서의 제1수준), 살펴보기(독서의 제2수준)를 설명하고 능동적 읽기로 의욕적인 독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2부 〈분석하며 읽기(독서의 제3수준)〉에서는 책 분류하기, 책 꿰뚫어 보기, 저자와 협약해 용어 파악하기,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 찾기, 공정하게 비평하기, 저자에게 찬성하기와 반대하기를 정리하고 책 읽을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실용서 읽는 법, 문학책 읽는 법, 소설 · 희곡 · 시 읽는 법, 역사책 읽는 법, 과학책과 수학책 읽는 법, 철학책 읽는 법, 사회과학책 읽는 법 등 책의 분야에 따라 읽는 법을 예시를 들어 설명해 독자가 책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4부 〈책 읽기의 궁극적 목적〉에서는 통합적 읽기(독서의 제4수준), 책 읽기와 정신의 성장으로 책 읽는 법을 마무리한다. 부록에서는 저자들이 엄선한 세계적인 고전 137가지를 소개하고 읽기 기술, 이해력과 속도의 진행 상황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수준별 연습문제를 실어 다소 어려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실질적으로 적용해 볼 기회를 마련해 놓고 있다.

책을 잘 읽는 것, 즉 능동적으로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유익하고, 우리가 하는 일이나 직업에 발전을 가져올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살아 있게 하고 성장하도록 만들어준다고 공동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제시한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읽어라.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뭔가를 찾아보려고 하거나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 하지 말고!”에 따라 책을 집어 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을 던지며 비평적으로 읽다 보면 “아!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 수 있다. 책을 잘 읽고 싶어 하는 또는 잘 읽어야 하는 이들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 살아 있는 고전으로 진정한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길 먼저 읽은 독자로서 기대할 수 있도록 책은 쓰여 있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주의를 기울여 읽고 금방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멈추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 읽으면 곧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난다. 그러면 다시 이 부분을 집중해서 읽는다. 이렇게 각주, 주석, 참고문헌 등으로 빠져나가지 말고 끝까지 읽는다. 딴 데로 새면 길을 잃는다. 모르는 문제는 붙들고 있어 봤자 풀 수 없다. 다시 읽어야 훨씬 쉽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읽어야 한다.”



중요한 문장을 찾아내는 또 한 가지 실마리는 그 문장에 쓰인 단어들이다.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그 단어를 매개로 좀 더 주의해 읽어야 할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해석하기 위한 제1단계가 제2단계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거꾸로 될 수도 있다. 즉 의미를 모르는 문장이 나타나면 그 문장에 있는 단어들에 주의하는 경우다. 여기서 원칙들을 이야기하는 순서는 꼭 그대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단어가 명제를 만들 수도 있고, 명제를 보고 중요한 단어를 찾을 수도 있다. 즉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어를 알면 문장에 들어 있는 명제를 파악할 수 있고, 문장에 있는 명제를 파악하면 중요한 단어들을 찾았다는 뜻이다.(p.138~139) - 「9장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 찾기」 중에서


저자 : 모티머 J. 애들러(Mortimer J. Adler)


미국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 교양 보급에 힘쓴 철학자이자 저술가. 1902년 뉴욕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의 교수를 거쳐 시카고대학교 법철학 교수를 지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편집장과 애스펀 인문학연구소 고문을 지냈고, 1952년 미국철학협회를 설립했다. 지은 책으로 『개념어 해석』,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열 가지 철학적 실수』, 『여섯 가지 위대한 관념』, 『토론식 강의 기술』 등이 있다.


저자 : 찰스 밴 도렌(Charles Van Doren) 


미국의 저술가 겸 출판 편집자. 유명한 저술가와 지식인을 여럿 배출해 명성을 얻은 밴 도렌 가문에서 1926년 태어났다. 아버지 마크 밴 도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였고, 어머니 도로시 밴 도렌은 소설가, 큰아버지 칼 밴 도렌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였다. 이러한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찰스 밴 도렌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모교의 영문학 강사로 일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편집자이자 저술가, 편집자로 활동하며 여러 권의 교양서를 펴내 호평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진보의 이념』, 『독서의 즐거움』, 『지식의 역사』 등이 있다.


역자 : 독고 앤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토론식 강의 기술』, 『마음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터』, 『곰을 잡은 아이들』, 『새들백교회 어린이사역 리더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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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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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추리·미스터리 소설이 굉장히 인기 있는 장르의 문학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전문 잡지가 정기적으로 간행된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추리소설의 본적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국의 문물을 많이 받아서인지, 아니면 지리적 위치가 '불안한 섬'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범죄·공포 등 스릴러와 수사와 관련된 추리소설 등이 인기여서 추리 소설 작가도 굉장히 많다고 들은 바 있다. 잡지 이야기는 이 책 〈서장〉에 등장하기에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을 쓴 저자 미쓰다 신조는 '머리말'을 써서 책 앞에 붙이면 편집자와의 이야기는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저자는 〈서장〉을 통해 이 책의 편집자를 만나 몇 마디 나누는 것으로 책 출판 관련 회의는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특히 이 책 『죽은 자의 녹취록』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저자가 〈소설 스바루〉(슈에이샤)에 2013년 3월호부터 2016년 1월호에 비정기 연재했던 글들을 한데 모은 것이어서 더 이상 말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이날 만남에서 이 소설집의 구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오간 이야기는 '글 싣는 순서'에 대한 것이었다. '잡지에 게재한 순서대로 실으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가이었다. 작품 순서를 검토하는 일은, 한 권의 단편집으로서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연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암묵적 합의는 출판계의 관례로 있는 듯하다. 물론 저자도 이 사실을 알고, 잡지에 부정기적으로 발표했던 단편소설들이라 한 권의 책으로 묶기에 신경을 써서 확인한 바 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이 책 출판사이자 잡지 발행사인 담당 편집자인 도키토 미나미와 그녀의 상사인 이와쿠라 마사노부와 함께였다. 이날 회의에서 이와쿠라가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면서도 저자의 의견을 물었다. 저자도 생각해놓은 바가 있어서 "다섯 번째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와 그 다음 작품 「스쳐 지나가는 것」은 괴이(怪異)한 현상이 조금 비슷하지 않느냐고 반문으로 의견을 냈다. 그러자 도키토의 침묵은 조금 의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때까지의 대화를 통해, 이와쿠라가 저자의 작품을 별로 읽지 않았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을 의견이 다르다고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는 말에 모두 동조한다. 그러나 도키토의 말 속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저자가 '어떤' 예상이 떠오른다. 다만 설마, 하는 마음도 강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좀처럼 믿기지 않은 말과 조우하게 된다. 

"저희 잡지에 게재된 순서를 고수하려는 것은, 실은 그동안 제가 체험한 오싹한 일들을 그 단편들 사이에 삽입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p.17)

저자에 머리에 떠오른 '또 다른 어떤' 일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도키토는 한 번 말문을 열자 거침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의뢰 드리고 싶은 것은···."

회사 〈소설 스바루〉 2013년 3월호에 예정된 '초봄의 호러 소설 특집'에 관한 이야기다. '초봄의 호러'라는 표현은 상쾌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잘못된 듯한, 어쩐지 모순된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저자로서는 꺼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광증적(狂症的)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저자는 덧붙인다. 솔직한 감상에 도키토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예리한 지적이시네요. 이 특집의 광고 카피가 '피어난 것은 벚꽃인가? 아니면 당신의 광기인가?' 거든요." 저자는 엔터테인먼트 계열 소설 잡지의 특집으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되겠구나 하고 납득했다. 미스터리라면 '밀실'이나 '알리바이' 같은 테마 설정도 자연스럽겠지만, 요즘에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호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많은 문예지가 이제는 하나의 상품이 아닌, 작가에게 장편을 연재하게 하고 추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기 위한 일종의 '그릇'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매체의 특집에 테마 주의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선생님이 쓰신 호러 작품 대부분이 실화에 기초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네, 뭐··· 그런 작품도 있죠."

"저희 잡지에 싣게 될 단편도, 꼭 그런 방향으로 구성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소설 스바루〉 2013년 3월호에 발표한 것ㅎ이, 다음에 싣게 될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이라고 서장을 대신한다. 덧붙이지 않고는 못 배길 한마디를 저자는 남긴다. "더욱 갑작스럽지만-쓸데없는 염려일지도 모르지만-만약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이후에 기록할 도키토 미나미와 비슷한 체험을 하신 분은, 일단 기분전환을 하고 나서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기를 부탁드립니다."



〈서장〉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어졌지만 이 책 『죽은 자의 녹취록』은 일본 최고의 호러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괴담집이다. 미쓰다 신조는 호러(공포)와 미스터리(추리)라는, 양립될 수 없어 보이는 두 장르를 융합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양대 장르의 독자들로부터 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거장이다. 『죽은 자의 녹취록』은 생의 절벽 끝에 몰려 자살을 선택한 자들이 직접 테이프에 녹음한 죽음의 과정을 듣는다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미쓰다 신조의 이전 작들과 같이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끈적한 공포의 늪지로 독자들을 서서히 끌어당겨 잠기게 한다.

이 소설집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 ‘나(미쓰다 신조)’는 작품의 소재를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한 르포 작가를 만난다. 그는 흥미로운 기획이 있다며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말해준다. 그 작업이란 바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녹취를 하는 것. 이를 소재로 작품을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그의 제안을 ‘나’는 받아들인다. 한편, 이 기획의 내용을 알고 흥미를 느낀 출판사의 편집자 또한 죽은 자들이 남긴 테이프를 듣게 되고, 그녀는 이상한 일들을 잇달아 경험한다. 이 대목에서 〈서장〉의 여운이 다시 떠오른다.(이 소설을 번역해 우리에게 소개한 역자 현정수 역시 〈역자 후기〉를 통해 기이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메타픽션의 작법 등 독특한 작풍으로 ‘미쓰다 월드’로 불리며 “대체 불가한 하나의 장르”로 일컬어지는 미쓰다 신조의 소설 미학은 독자가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호러 분위기 조성'이 한몫 단단히 할 것 같다. 호러와 미스터리 두 장르의 융화에 있어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작품의 성격이나 주제에 따라 어느 한쪽에 좀 더 무게추를 두기도 하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군 가운데 『죽은 자의 녹취록』은 추리보다 공포 쪽에 한층 비중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 소설집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의 평가에 기대어 이례적 〈서장〉에 대해 말하자면 미쓰다 신조는 스스로를 작품 내에 등장시키며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메타픽션의 작법을 능숙하게 활용해 독자들을 특유의 공포 속으로 서서히 빠뜨리는 솜씨에 있어 정평이 나 있다. 이 소설집 또한 그러한 작가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책을 미쓰다 신조의 다른 책들과 구분 짓게 만드는 몇 가지 특징은, 미쓰다 월드의 기존 팬들은 물론이고 초심자들 또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죽은 자의 녹취록』은 저자가 〈서장〉에서 밝히고 있듯 3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들을 하나로 모아 엮은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록 순서대로 작품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섯 편의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는 과정에마저 공포의 서사를 부여하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점묘한다. 이로써 전혀 새로운 장편과 같은 이야기를 직조해내는 것이다. 이는 언뜻 작품과 작품 간의 다소 느슨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안해낸 서사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각 수록작과 그것을 아우르는 『죽은 자의 녹취록』 전체를 관망해보면 미시와 거시의 이야기를 놀라우리만치 정치하게 엮어 짠 대가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여섯 편의 괴담과 망자들이 남긴 마지막 육성에 관한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이 모골 송연해지는 책은, 그가 쓴 괴담집의 목록에서 가장 첫째 줄에 올라가 있을 대표작 중 하나다.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에서 호러 미스터리 소설 작가인 ‘나’는 작품의 구상을 위해 소재를 찾다가 지인의 소개를 통해 기류 요시히코라는 남자를 만난다. 나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기류와 함께 호러 관련 책의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죽은 자의 녹취록’이라는 흥미로우면서도 소름 끼치는 기획을 글로 쓰기로 결정한다. 이 책의 〈서장〉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게 하는 것은 〈서장〉이 저자의 의도 아래 계획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에 관한 이야기처럼 길게 쓴 이유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후 기류는 자살한 사람들이 스스로 죽기까지의 과정을 녹음한 테이프의 내용을 녹취한 샘플 세 개를 보내온다. 자살에 이르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원고를 보던 나는 심한 불안감과 불쾌감에 빠져든다.



「빈집을 지키던 밤」에서는 대학생 마이코에게 어느 날 아르바이트 제안이 들어온다. 마이코가 전해들은 아르바이트의 내용은, 그녀가 속한 문예부의 옛 선배 집을 하룻밤 봐주는 것. 집주인인 하카야마 부부가 외출해 있는 동안 백모가 홀로 계실 저택에서 하루 동안 머무르기만 하면 꽤 두둑한 액수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제안에 마이코는 솔깃한다. 그러나 봐주기로 한 저택에 도착한 그녀는 3층 창문에 어른거리는 의문의 형체를 목격하고, 하카야마 부부의 말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은 정해진 시각 기차역에 네 사람이 모이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은 함께 등산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작 모임을 주도한 리더 가쿠는 나타나지 않고, 그가 남긴 메시지를 따라 네 사람은 기차를 타고 산으로 가 하이킹을 시작한다.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쿠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등산 경로를 알아냈다면서 네 사람을 인적이 드문 길로 인도한다. 가쓰야는 점점 더 음습해지고 온몸에 오한이 퍼지는 듯한 기운으로 그득한 그 길이 어쩐지 불쾌하기만 하다. 

제목만 들어도 섬뜩한 「시체와 잠들지 마라」에서는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나’는 동창회에서 만난 K에게서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K의 어머니는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어머니가 입실해 있던 2인실에 어느 날 한 환자가 새로 들어온다. 여든 전후로 보이는 노인 환자는 의식이 없는 것처럼 타인의 인사나 말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지만, K는 그가 혼자 중얼중얼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의 순서도 무시한 채 반복되는 이야기에 K는 어느덧 집중하게 되고, 그녀는 그것이 곧 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안팎과 시공간이 뒤얽힌 이야기를 듣던 K는 이내 혼란에 빠진다.


"한데 네가히산에 오를 거라면 반드시 오쿠미야에 참배해야만 한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산속에서 외눈에 외다리인 마물과 마주치게 된다는 무서운 전승이 이곳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탓이다. 다만 마물 운운하는 것은 가이드북의 정보가 아니라 인터넷상의 괴담 사이트에서 발견한 체험담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체험이 적혀 있어서, 그런 쪽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 가쓰야조차도 조금 오싹하게 느낄 정도였다. 괴담 이야기를 듣거나 읽거나 하는 것은 즐겁지만, 자신이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되면 역시 이야기는 달라진다.(p.157)



다섯 번째 소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에서는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나’는 점성술 관련 기획을 위해 점성술사를 찾는다. 그리고 사람이 죽을 때를 점성술로 알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로부터 대학 시절의 무서운 경험을 듣게 된다. 남자 친구와 서로의 자취방을 오가며 연애를 하던 그녀는 어느 날 남자 친구에게서 통학길에 이상한 여자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여자는 초로의 나이로 보였는데, 비가 오지 않는 날인데도 노란 비옷과 우산을 갖춘 차림으로 길가에 서서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고도 한다. 이후로 남자 친구는 노란 우비의 여자를 계속 목격하고,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린다. 마지막 소설 「스쳐 지나가는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독립을 하게 된 유나가 주인공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어느 아침에 예기치 못한 균열이 찾아온다. 문 앞에 누가 놔뒀는지 알 수 없는 꽃이 있는 것을 시작으로,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길을 지나며 스쳐 지나던 사람들 사이에 낯선 검은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유나는 검은 형체를 목격하는 곳과 자신의 집 사이의 거리가 매일매일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노란색 우의를 온몸에 걸친 초로의 여자가, 이 부근에서 계절과 날씨를 불문하고 출몰한다. 다만 가만히 서 있을 뿐이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통행인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경우도 없다. 그러나 이따금씩 갑자기 누군가를 응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든 눈을 맞춰서는 안 된다. 모르는 체하고 그 자리를 바로 떠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큰일을 당한다.(p.275)


나는 자료실 구석에서 낡은 카세트리코더와 헤드폰을 꺼내 와서, 녹음기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했다.

…… 기뻐하겠지. 자네와 나에게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말이야.

엽기적인 자의 피다.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p.356)



앞서 언급한 대로 역자 현정수는 책의 뒷 부분에 있는 〈역자 후기〉를 통해 번역하고 있는 중 겪은 일(비 오는 날 한밤중에 들려오는 여자의 수다 떠는 목소리를 들은 후 확인하지 못함) 때문에 이후로는 늦은 밤 마쓰다 신조의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공포 분위기 묘사에 세뇌인지, 환청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저자 : 미쓰다 신조(みつだ しんぞう, 三津田 信三) 


추리소설 작가이자 편집자.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적 호러를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열광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다. 나라 현 출생. 고야산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일하며 ‘월드 미스터리 투어 13’ 시리즈, ‘일본 괴기 환상 기행’ 시리즈, ‘호러 재패네스크’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2001년 『호러작가가 사는 집』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은 추리작가로서의 그의 능력을 독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밀실 살인사건으로 대표되는 본격 추리소설에 민속학적인 괴기담을 섞은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작가 미쓰다 신조를 등장인물로 내세운 시리즈와,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를 화자로 한 시리즈를 쓰고 있다.

본격추리의 틀에 토속적이고 민속학적인 괴담을 결합한 독특한 작풍으로 ‘본격호러 미스터리의 기수’라 호평받는 것은 물론, 평단과 독자가 고루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대표작으로 일본 미스터리 문학상을 휩쓴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등의 ‘도조 겐야’ 시리즈, 작가와 동명인 미쓰다 신조가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 ‘사상학 탐정’ 시리즈, ‘집’ 시리즈 등이 있다.

추리소설 편집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한 그가 담당한 기획으로는 월드 미스터리 투어 13 시리즈, 일본기괴환상기행 시리즈, 호러 저패네스크 등이 있다. 1994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아유카와 데쓰야가 엄선한 앤솔로지 『본격추리3 미궁의 살인자』에 안개관, 미궁 책자 제1화를 실은 것을 시작으로 추리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산마처럼 비웃는 것』 『흉조처럼 피하는 것』을 비롯하여 『작자불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사관장』 『셸터 종말의 살인』 『붉은 눈』등이 있다. 『검은 얼굴의 여우』로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미쓰다 신조는 현재 트위터를 통해 독자와 활발히 소통하는 한편, 차기작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역자 : 현정수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순문학부터 장르문학, 라이트노벨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카마치 신의 『천계살의』,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집』, 『괴담의 테이프』, 『노조키메』, '집 시리즈' 3부작, 아야쓰지 유키토의 『어나더 에피소드 S』, 미아키 스가루의 『3일간의 행복』, 미나토 가나에의 『유토피아』,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저서로 『금지된 낙원』, 『해질녘의 매그놀리아』, 『이력서』, 『여름 휴가』,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절대 최강의 사랑 노래』,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에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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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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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학문으로 '신(神)들의 세상'이었던 중세에는 잔뜩 움츠리고 있다가 르네상스 이후 급격한 발전을 거듭했다. '인간을 위한, 인간의' 세상을 만드는 데 과학처럼 정확하고 분명한 학문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대라고 해서 과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 이전부터 과학이 먼저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증거로는 그리스 철학 이전부터 이미 자연과학을 추구하는 많은 학자가 있었다는 것. 농사를 위한 천문 읽기, 강우량에 의한 하천 범람 시기, 바람의 방향에 관한 의문 등을 연구했다. 자연에서 해법을 구한다는 의미에서 자연과학이라고 했다고 알려진다. 그것은 그리스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이야기다. 즉 탈레스란 학자의 물질 구성 5요소, 별자리 조사, 강우량과 농사의 관계, 하천의 높낮이에 따른 농사의 문제 등 다양하게 의문을 갖고 연구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건축 문화 발전도 자연 과학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삶, 특히 인간의 삶에 대한 지혜를 구하자는 철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연과학이 소홀해지지 않았나 싶다. 전쟁 무기 개발이나 농사, 일기 등 기후 등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과학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세상이 '신'들에 의해 움직여지게 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신은 인간의 삶 모든 곳에 작용한다는 생각이었기에 과학이 뿌리내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학은 학문으로 틀을 갖추고 학문의 영역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을 뿐 인류의 삶 속에는 과학적 산물이 엄청나게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리스 자연과학에 대한 설명은 백과사전의 힘을 빌어본다. "과학과 철학은 기원전 6세기 이후의 그리스 사람들이 창조한 것으로, 이것이 오늘날의 과학과 철학의 모체가 된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그리스 문명에 비해 수천 년 앞서 출현하였고, 이 지역의 사람들은 자연계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축적하였다. 그러나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사람으로 나타난 신인 왕, 군사력의 주축인 귀족계급, 그리고 종교조직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승려계급이 지배하고 주민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노예였다. 따라서 이들 사회에서는 지적 모험을 실제로 해보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이 점에서 이들 사회의 분위기는 중세 유럽과 유사하며, 근대까지의 동양사회와 구조상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



현대과학의 기본인 추상화, 체계화, 법칙화, 그리고 과학의 기본적인 방법인 실험·관찰·계산은 기원전 6~7세기 그리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이 사전은 밝히고 있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자연에 대해 일관되게 합리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설명하며 몇 개의 제한된 원리들을 설정하여 그것들의 결과를 연역하려는 시도가 행해졌다. 이러한 시도는 분명히 사물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목적이었다. 최초의 철학과 과학이 그리스에서 태동한 것에 대한 지역적 및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음과 같이 들 수 있다.

그리스의 과학과 철학은 이오니아 인들이 세운 소아시아 지역의 해안 도시 밀레토스의 상인이었던 탈레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밀레토스 사람들은 여러 나라와 무역을 하였으며, 금화를 사용하였다. 탈레스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가졌던 신을 중심으로 한 주술적이고 신화적인 우주관을 버리고 합리성에 바탕을 둔 사고를 시도한, 그리스 과학, 수학, 철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탈레스를 시조로 하는 이오니아(밀레토스)학파는 바빌로니아의 천문학과 이집트의 수학을 그리스 과학과 철학으로 승화시켜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가 페니키아인으로 짐작되는 탈레스는 동방(바빌로니아)과학에 대해 교육을 받았으며, 이집트와 바빌로니아를 여행하였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하면 탈레스는 일식을 예언하여 메데스와 리디아 왕국간의 전쟁을 막았다고 한다. 현재의 천문 계산에 의하면, 이 일식은 기원전 585년 5월 28일에 일어난 것을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탈레스는 자신의 천문학 이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며, 바빌로니아의 천문학 지식에서 일식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으로 짐작된다.

탈레스는 또한 피라미드의 높이를 삼각형 닮은 꼴 정리를 발전시켜 그림자로 측정하였으며, 이집트 기하학을 빌려 여러 기하학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것들은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인들이 이미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있으나, 탈레스가 했다는 것이 오늘날의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자석의 성질을 처음으로 연구하였고, 자석이 쇠를 움직일 수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레스가 “우주는(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용어로는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물질, 즉 원소는 무엇인가에 해당된다.



표제어로 『과학 잔혹사』를 채택한 이 책의 집필 취지는 “과학에도 속죄해야 할 잘못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21세기 접어들면서 '과학 만능의 시대'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저자 샘 킨(Sam Kean)은 이 책에서 지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 어린 야망으로 타락한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이른바 과학과 과학의 '흑역사'를 짚어낸 것이다. 그 토대 위에 세워진 과학의 잔인한 역사는 알면 알수록 과학이 과연 인간을 이롭게 하는 학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과학 만능주의'에 경고 카드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 책은 매우 의미가 깊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해적질_표본 수집일까, 식민지 약탈일까」 2장 「노예 무역-흰개미집 연구자의 자금 조달 방법」 3장 「시신 도굴-해부학자들의 위험한 거래」 4장 「살인-하버드의학대학원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 5장 「동물 학대-전류 전쟁과 최초의 전기 처형」 6장 「비열한 경쟁-공룡 뼈 발굴 작전」 7장 「의사들의 연구 윤리 위반-매독 연구의 희생자들」 8장 「명성에 눈이 멀어-얼음송곳으로 뇌를 수술한 의사」 9장 「간첩 활동-소련에 원자폭탄 설계도를 넘긴 화학자」 10장 「심리적 고문-수학 천재는 왜 테러리스트가 되었는가」 11장 「의료 과실-음경이 훼손된 아이의 불행」 12장 「증거 조작-약품 수사국 슈퍼우먼의 진실」 등이다. 제목으로만 살펴봐도 과학자·지식인이라기보다 도둑, 돈과 권력에 눈 먼 사람, 광인 등에 심지어 살인자까지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야만적 성품의 소유자들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과학과 종교는 분리되어 다룬다. 서로 반목할 수밖에 없는 흔적을 역사에 남긴 탓이라는 독자의 생각에 불을 지피듯 잔혹한 행위가 많이 등장한다.

이를 테면 초창기 해부학자들은 시신을 구하기 위해 시신 도굴꾼과 거래했으며, 토머스 에디슨은 경쟁자의 기술을 부정하기 위해 개와 말을 전기로 고문했다는 이야긱다. 또 저체온증인 사람을 소생시키는 방법으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나치 독일의 생체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가 유일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자들은 역사상 일부 비열한 범죄에 책임이 있다. 과학자들은 왜 악행을 저지른 것일까? 이 책 『과학 잔혹사』는 이처럼 과학적 성취의 잔혹한 이면을 조명한다. 이 책은 한때 세상을 들끓게 했던 과학 범죄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타락한 과학자와 의사의 심리적 동기를 파헤친다. 클레오파트라부터 식민지 약탈, 전쟁과 냉전의 희생자들, 그리고 첨단기술로 변화할 미래의 범죄까지, 과학의 역사에서 갈등과 드라마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작가 샘 킨은 과학적 성취와 얽혀 있는 잔인하고 섬찟한 범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독자는 찰스 다윈이 존경한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 윌리엄 댐피어가 약탈을 일삼은 괴팍한 해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분류학의 아버지로 영향력을 떨친 칼 폰 린네가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를 쓸 때 참고한 표본 컬렉션은 노예 제도에 기대 채집된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질식사시키는 방법을 ‘버킹(burk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시신 도굴꾼의 이름 윌리엄 버크(William Burk)에서 따온 것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버크는 시신이 필요한 해부학자들과 거래하다가 살인까지 저지른 인물이라고 한다. 

또 발명 천재 토머스 에디슨은 전류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개와 말에게 전기 고문을 가했고, 신경과 의사였던 월터 프리먼은 정신질환자들의 뇌 속을 얼음송곳으로 헤집는 수술을 확산시켰다. ‘젠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심리학자 존 머니는 생물학적 기반을 무시하고 음경이 훼손된 아이에게 성전환 수술을 강권해 한 사람의 인생을 비극으로 만들었다.

과학자나 의사는 대개 똑똑하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사실 그들에겐 동양에서도 '스승 사(師)'를 붙여 존칭한다. 그렇지만 과학자와 과학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덕성에 어긋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때로는 법의 선을 넘기도 했다. 오늘날의 과학은 그러한 어두운 역사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어떤 동기와 심리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강한 호기심, 지식에 대한 갈구, 지나친 자부심에서 비롯된 명예욕, 일부의 고통과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자기 정당화 등 과학자들이 타락하는 과정과 과학 범죄가 지닌 독특한 요소들을 드러낸다. 과학과 의학이 어느 때보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은 과학과 의학이 올바른 절차를 밟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은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기술은 우리를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의학과 기술'로 정의되는 과학은 분명 세상에 좋은 것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다. 그렇지만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윤리적인 과학은 희생자를 만들고, 사회적인 논란을 야기하며, 과학 공동체에 혼란을 준다. 결과적으로는 연구자들의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다. 오늘날 대개의 과학자에게는 윤리적 의무가 부과돼 있다. 의사에게 어떠한 이유로든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사 윤리적 의무가 한 가지 예다. 또 대량 살상 무기의 연구에 참여해서도 안 된다는 과학자의 윤리도 있다. 의학이나 과학 기술이 전쟁을 통해 이미 무기로 사용한 전력이 있어서 뒤늦게 부과된 것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의학이나 과학 기술은 지구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실제 모델인 18세기 해부학자 존 헌터는 시신 도굴꾼과 거래해 수많은 시신을 사들이며 시신 거래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의대생 증가로 시신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시신 가격이 치솟았고, 가격이 오를수록 이 시장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2012년 체포된 마약 분석가 애니 두컨이 저지른 증거 조작은 사법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처음부터 학위를 조작해 업계에 발을 들인 두컨은, 마약 시료를 제대로 시험하지 않고 경찰의 추정을 그대로 기록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두세 배가 넘는 시료를 처리했다. 그 결과 두컨이 시험한 3만 6000건 전체가 도마에 올랐고, 이를 처리하느라 300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2만 건 이상의 원심 판결이 파기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 범죄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과학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과학 윤리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를 던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노예 무역을 통해 채집된 수많은 표본은 여전히 과학자들이 참고하는 자료이고, 고통받은 피험자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사용하는 것이 고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인지와 같은 고민거리가 남아 있다. 전문가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도 이제 도덕성과 윤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시대에, 이 책은 정직과 성실성, 양심적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원자폭탄의 발명에 결정적 도움을 준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정립하고 증명한 상대성이론에 의해서다. 물리학에서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합친 것을 뜻한다. 전자는 아주 빠른 속도, 정확히 말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학(kinematic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후자는 아주 무거운 물체가 주위에 미치는 힘을 다루는 동역학(dynamics)의 영역이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듯이 상대성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이 제안하고 발전시켰다. 특수상대성이론은 1905년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와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에 관련되어 있는가?'에서 발표된 것으로, 일반상대론은 1915년에 프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한 것으로 기준을 삼고 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은 미국에서도 절대적인 과학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인 미국에 독일과 일본 등 적국에서 원자폭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첩보가 날라들자,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은밀히 원자폭탄 연구를 명령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심지어 러시아 역시 원자폭탄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뒤늦게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쟁에 깊숙이 참여한 미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첩보다. 루스벨트는 아인슈타인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가능한 일이지만 자신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지고 있다. 원자폭탄 연구에 돌입한 각국이지만 재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결국 원자폭탄 발명은 미국에 의해 이뤄졌고, 전쟁 종식의 목적으로 일본 본섬에 원폭 투하가 결정돼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다.

전쟁 발발국에 대한 응징이기는 하지만 원폭 투하 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또 원폭 투하 전에 이미 일본은 항복할 것을 결정한 상태라고도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원폭을 투하한 것은 공산주의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도 뒤늦게 알려진 비밀 중의 하나다. 원자폭탄 발명의 이론적 뒷받침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



이 책은 특정 과학 분야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과학에서 묻혀 있던 어두운 이야기를 조명했다. 지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 어린 야망에 사로잡힌 과학자,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사연, 역사적 맥락과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읽어가면서 굉장히 불편한 심정을 억눌러야 한다. 그러나 몰입도는 높아간다. 과학 발전이 꼭 인류의 행복을 위해 쓰이지는 않는구나 하는 자성과 통찰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과학 발전을 이유로 때로는 잔인한 장면도 스스럼없이 연출하는 과학자와 의사 등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이 있구나 하는 각성도 촉발된다. 잔인하게 희생되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저자 샘 킨은 이야기에 몰입해 과학의 충격적인 역사를 읽는 것이 과학 윤리를 내면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윤리를 지키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이야기로 윤리 의식을 마음에 심어주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저술가다운 말이다. 논리적이기도 하다. 특히 독자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실제 모델과 작가 이야기에는 어릴 적 동경했던 모험심과 작가 역량에 의심마저 생긴다. 동심은 파괴됐지만 적확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독자의 삶에 한구석에 남아 영감을 주는 지혜의 한조각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독자의 집필 취지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마치 모험심을 강조하는 소설처럼 읽힐 수도 있다.


저자 : 샘 킨(Sam Kean)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얼음송곳 의사』의 저자. 미국 워싱턴 D.C.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뉴욕 타임스 매거진〉 〈슬레이트〉 〈뉴 사이언티스트〉에 글을 썼다. 미국과학작가협회 특별상(2009)을 수상했다. 『사라진 스푼』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미국 아마존 ‘사이언스 Top 10 Books’에 꼽혔고,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최고의 책’,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에디터스 픽’에 선정되었다. 『뇌과학자들』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와 함께 PEN/E.O. 윌슨 문학적 과학 작품상과 AAAS/Subaru SB&F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 A.V. 클럽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굿리드 초이스상 비문학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역자 : 이충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교양 과학과 인문학 분야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로 제20회 한국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진화심리학』 『사라진 스푼』 『루시퍼 이펙트』 『우주를 느끼는 시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잠의 사생활』 『우주의 비밀』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도도의 노래』 『루시, 최초의 인류』 『스티븐 호킹』 『돈의 물리학』 『경영의 모험』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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