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탐구 - ‘좋아요’와 구독의 알고리즘
올리비아 얄롭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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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함께 발전한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다양한 방법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중 문화 프레임을 바꿀 정도로 부상했다. SNS는 이미 전 세계인들이 실시간으로 의사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 발전에 힘입어 개발된 SNS가 이젠 인터넷을 통한 인류 번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개인과 개인의 소통을 목적으로 발전해온 SNS는 이제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월드와이드웹 기반의 서비스이다. SNS는 21세기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적·학문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등장한 서비스의 수가 많은 만큼 서비스의 특징 또한 다양하여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정의하고 있을 정도로 SNS는 발전 초기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얼마만큼 진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키토피아〉는 2012년 SNS를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호적 관계망이나 교호적 관계를 구축해 주고 보여 주는 온라인 서비스 또는 플랫폼"으로 정의한 바 있다.

보다 이론적인 관점에서는 보이드와 엘리슨(Boyd & Ellison)가 2008년 정의한 "개인들로 하여금 ① 특정 시스템 내에 자신의 신상 정보를 공개 또는 준공개적으로 구축하게 하고, ② 그들이 연계를 맺고 있는 다른 이용자들의 목록을 제시해 주며, 나아가 ③ 이런 다른 이용자들이 맺고 있는 연계망의 리스트, 그리고 그 시스템 내의 다른 사람들이 맺고 있는 연계망의 리스트를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 웹 기반의 서비스"이다. 어떤 관점을 따르냐에 따라 정의는 각기 달라지지만, 정의들에서 공통으로 지적되는 요소는 웹 사이트라는 온라인 공간, 대인 관계의 형성 및 유지, 관계망의 구조, 관계망의 파도, 정보의 교류 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SNS는 웹 사이트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공통의 관심이나 활동을 지향하는 일정한 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시간 이상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자신의 신상 정보를 드러내고 정보 교환을 수행함으로써 대인관계망을 형성토록 해 주는 웹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로 정의될 수 있다.



SNS 이외에 소셜 미디어, 소셜 소프트웨어, 마이크로블로그 등 다양한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지만, 마케팅 기원을 가지고 있는 소셜 미디어나 기술적 측면이 강조되는 소셜 소프트웨어 등에 비해 SNS라는 용어가 보다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것 같다. SNS 발전은 디지털 시대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란 뜻의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을 말한다. ‘영향을 주다’는 뜻의 영어단어 ‘influen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인 단어이다.

인스타그램·유튜브·트위터 등 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팔로워)를 보유한 SNS 유명인 혹은 유튜버, 영향력이 큰 블로그(blog)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등이 이에 속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들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보통 사용 후기 등을 올리는 식으로 기업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해 홍보 효과를 내는 정도이지만 향후 발전 방향에 따라 세계를 이끌 리더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따라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의 새 직업으로 떠오른 상태다. 사실 사회적·경제적 의미로 국한되어 있지만 정치 등 전문 분야에서의 활동도 자신이 원한다면 지속할 수 있기에 인류 삶의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인플루언서들은 현재 우리가 놓인 순간의 상징이자 우리가 앞으로 향할 곳의 조짐"으로 풀이될 정도의 형국이다. 이 책 『인플루언서 탐구』는 오늘날 온라인 생태계를 지배하게 된 인플루언서의 모든 것을 설득력 있게 분석하기 위해 쓰였다. 저자 올리비아 얄롭은 "개인의 일상과 정보가 업로드되고, 소셜 미디어 스타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좋아요’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양산하는 인플루언서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을 풍부한 사례와 유명 인플루언서 및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인플루언서는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고, 그들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 성공 가능성과 인플루언서가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 세계의 핵심을 짚고 그 미래를 전망한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개인적인 정보를 기꺼이 공유한다. 뜬금없는 생각과 사소한 행위부터 출산, 입양, 결혼, 죽음, 프러포즈, 휴가, 그리고 미용, 육아, 가족생활 등을 낱낱이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공유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고도로 수익성 높은 산업이 되어, 가장 인기 있는 이들을 백만장자로 만들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수백만 명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온라인상의 유명인, 즉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일정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매일 업로드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샅샅이 파헤치고, 자기 삶의 주요 행사를 방송하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숨 가쁜 몸짓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을 사적인 순간에 초대한다. 어느덧 온라인에 자신을 공유하는 것은 제2의 천성이 되었고, 참여와 자기 최적화의 논리는 우리 삶에 구석구석 침투하기 시작했다.

SNS 가운데 하나인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매달 10억 명 이상의 활동적인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8분의 1이고, 매일 1억 개 이상의 포스트가 그 플랫폼에 올라간다는 것. 지난 2018년에는 370만 개 이상의 스폰서십 포스트가 올라갔고, 이 수치는 2020년 600만에 도달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여러 곳의 연구는 전 세계에 5,000만 명 이상의 인플루언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전업 인플루언서는 약 200만 명, 그 나머지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활동하는 아마추어로 파악하고 있다.

저자는 인플루언서 업계에서, 이른바 '소셜 미디어 혁명'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생겨난 디지털 에이전시 수백 개 중 하나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소셜 미디어 공간을 지배하는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를 깊이 있고 폭넓게 분석한다. 열 살도 되지 않은 형제가 공동 유튜브 채널에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10대 엄마가 자신의 출산 과정을 브이로그로 기록하고, 대학생을 사칭해 온라인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의 채널을 키우기 위해 괴상한 행위를 일삼고, 정치적 폭동 사건 현장을 찾아가 생중계하는 등과 같은 사례를 통해 인플루언서의 면면을 책을 통해 밝힌다. 저자 올리비아 얄롭은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이 책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려는 취지로 집필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100만 팔로워 정책〉, 2장 〈‘인플루언서’ 인자〉, 3장 〈극도로 온라인인〉, 4장 〈하이프 하우스, #이상적관계, 그리고 키드플루언서들〉, 5장 〈크리에이터 경제학〉, 6장 〈차 엎지르기〉, 7장 〈플랫폼 대 사람〉, 8장 〈로그오프〉 등이다. 인플루언서가 무엇인지부터 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는지, 인터넷 문화가 어떻게 거대한 인플루언서 산업으로 진화했는지,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지까지일까. 저자는 인플루언서를 더욱 가까이서 지켜보며 밀착 취재하기 위해 10대 인플루언서 훈련 캠프,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파티와 시상식, 온라인 콘텐츠용 사진 촬영 현장을 찾아가는 등 종횡무진 누비는 한편 저자 자신도 직접 인플루언서 실험을 감행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온라인 생태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인플루언서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기술한다. 이에 따르면 먼저 조회 수와 시청자 수가 치솟아야 한다. 그러면 브랜드와의 협찬 계약과 에이전트가 달라붙기 시작하고, 콘텐츠 업로드 주기는 갈수록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 또한 파벌이 형성되고, 경쟁이 과열되고, 불매운동의 위협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100만 이상의 구독자를 달성하면 수많은 팬 계정, 현장 뒤에서 일하는 팀, 그리고 자기 이름을 단 상품 라인 여럿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이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플루언서의 수익 창출은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말하고, 구체적으로 수입액도 밝힌다. 인스타그램의 최고 인플루언서인 카일리 제너(Kylie Jenner)는 포스트당 약 120만 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포브스〉는 2019년 최고 10위까지의 게이밍 스트리머가 도합 2억7,0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총 1억2,100만 달러를 벌었다고 보도했다. 2019년, 음모이론 블로거인 셰인 도슨(Shane Dawson)과 과시적인 뷰티 구루인 제프리 스타(Jeffree Star)가 손을 잡고 아이섀도 팔레트를 공동으로 출시하여 쇼피파이 서버를 다운시키고 즉시 매진으로 불과 몇 초 만에 3,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사실도 이 책에 적혀 있다. 특히 ‘키드플루언서’인 라이언 카지(Ryan Kaji)는 텍사스에서 활동하며 다채로운 색색의 장난감을 언박싱하는 발랄한 영상으로 조회 수 450억 회 이상을 달성한 어린아이인데, 2020년에 광고 수익으로 2,950만 달러를, 자신의 상품 라인으로는 2억 달러를 벌어들여 유튜브 소득 순위의 정상을 차지했다고 강조한다.



SNS를 자주 이용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믿기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SNS가 급격하게 부상한 이유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인플루언서가 창출하는 수익과 활동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까지 바꿔놓고 있다. 그 핵심은 구독과 조회 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 자신을 상품화하고,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도덕관념까지 기꺼이 집어던져버리는 행태는 인플루언서라는 성공 지표의 어두운 그림자다. 현재로서는 인플루언서 공간을 향한 관심이 전례 없는 성공 사례에만 쏠려 있다. 핵심 선수, 우수 성과자, 새로 등장한 10대 백만장자, 판매 기록 경신, 그리고 인터넷을 폭발시키는 바이럴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그저 꼭대기의 숫자가 아니다. 기사 제목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성공적인 콘텐츠로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크리에이터 계급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책은 덧붙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양식과 정체성을 소득원으로 삼는 전업 크리에이터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를 보조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전체 골조가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 마케터나 법률가, 매니지먼트, 홍보 담당, 창작자, 편집자, 전략가, 조수를 비롯해 대체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는 남용되고 오해받고 클릭 낚시용 유행어로 전락하면서 여러모로 그 의미를 잃었다. 그 말은 자신을 넘어 더 넓은 기표가 되었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현대인의 신경증, 불만, 영감 등을 나타내는 언어이자 특정한 유형의 사람이나 철학, 그리고 문화적 순간에 대한 지시어가 된 것이다. 많은 점에서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는 거꾸로다. 인플루언서가 오히려 영향을 받는 쪽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어떤 개인의 통제력도 전혀 미치지 못하는 힘들의 산물로서 말이다. SNS가 급격히 부상하고 또 역사도 얼마 되지 않아 부작용도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인플루언서의 과도한 정보 공유에 대한 비판은 흔히 개인의 구체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곤 하지만, 포스팅할 권리는 갈수록 광범위하게 기대되는 듯하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를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이 계속해서 혁신되고 강화되면서 말이다. 우리 삶과 정체성의 모든 측면을 상업화하는 경쟁에서, 인플루언서는 나머지 우리보다 그저 한 발 앞서 있을 뿐이다는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인플루언서의 세계는 어떻게 작동하고, 또 재구축되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인플루언싱'은 누구나, 모두가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잠재력과 가능성이 인플루언서 산업의 핵심 유인이다. 성공의 비결은 언뜻 스마트폰 버튼 몇 개를 누르는 게 전부인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인플루언서의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해본 결과로 남은 건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겨우 한 줌 더 늘어난 팔로워, 그리고 성공이라는 것의 엄청난 복잡성과 상황에 대한 모호한 개념뿐이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주의 깊게 계산된 전략과 오랜 시간에 걸친 최적화는 이 모든 노력의 결과를 예측 불가하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변덕과 균형을 이룬다고도 귀띔하기도 한다. 명확해지는 것은 인플루언스라는 상업적 기계의 요구사항이 갈수록 늘어나기만 한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조차 자리를 지키려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뛰어들기는 쉽지만 성취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SNS는 개인이 무한의 개인과 무한의 경쟁적 구도기 때문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일단 직업적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고 나면 인플루언서에 대한 요구는 오로지 증가하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와 달리 인플루언서들은 고도로 내밀한 순간을 전략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프로필을 구축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인플루언서의 빛나는 조명 뒤에는 비방과 인플루언서 가십이 따라붙고 인신공격과도 뒤엉킨다. 안티팬덤, 비판, 혐오, 악플 등과 같은 뜻하지 않은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인플루언싱은 수익성 높은 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인플루언서’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다섯 배로 치솟았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종말을 고하고 우리 스스로 온라인 존재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저자의 지적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방위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추적하고 분석하면서 그 위험성 또한 적지 않음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좋아요’와 구독 버튼을 눌러달라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간곡한 부탁을 매일같이 받고 있다. 낯선 이들과의 소통, 콘텐츠 제작에 대한 압박감, 바이럴 경쟁, 그리고 플랫폼과의 역학 관계 등에서 빚어지는 문제들 또한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다.



정치가들이 인플루언서가 된 것을 넘어, 그들이 존재하는 플랫폼은 이제 엄청난 영향력을 축적해 그 자체로 핵심적인 정치 참여자가 되었다. 그들의 데이터 뱅크, 정보 흐름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전 지구의 수백만 시민이 이용하는 공적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역할은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그리고 트위터를 심지어 가장 노련한 정치적 인플루언서들조차 맞서 싸워야 하는 권력으로 만든다.(p.329)


"인플루언서 문화는 어쩌면 사멸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편에서 빼앗은 기회를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는 유동의 시기를 겪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위기에서 발생한 혼란은 인플루언서 시스템을 포함한 인터넷 전체를 휘감아, 그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그것이 의존한 기존 패턴을 해체했다. 친구, 가족, 팔로워, 정치가, 공인, 직장 동료, 그리고 내 뉴스피드를 채우고 한밤중에 열이 오른 내 머릿속을 빙빙 도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난 무슨 일이 일어난대도 놀랍지 않은 탄력적인 시대에 들어섰다. 비록 인플루언스 종말의 시대는 아니라 해도, 내가 아는 형태의 인플루언스는 종말을 맞을 터였다."(p.389)


저자 : 올리비아 얄롭(Olivia Yallop)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전통적인 광고업계를 거쳐 소셜 미디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전략가 겸 크리에이티브이자 트렌드 분석가로 일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디즈니, 에스티 로더 및 컨버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전략 수립에 관여했으며 런던 패션 칼리지, 콘데나스트 칼리지 등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역자 : 김지선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기사도와 테러리즘』,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북유럽 문화사』와 『살인자의 사랑법』, 『애프터 쉬즈 곤』, 『출구는 없다』,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등 다양한 서스펜스 소설과 더불어 『엠마』, 『오만과 편견』 등의 고전소설을 한국어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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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권력자편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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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역사를 배울 때, 대학입시를 위한 역사를 배웠을 뿐 진정한 의미의 역사를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학교 다니는 자체가 "대학입시를 위한 것"이었으니까. 역사 수업도 선생님들이 대입 위주로 시험에 나올 만한 사건을 중심으로 설명을 곁들이는 정도였다. 덕분에 사건의 조각조각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어도 역사의 흐름에는 거의가 문외한이었다. 역사 선생님들도 학년 초 첫 수업 때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주셨지만 그때뿐,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역사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고 독자는 학창 시절 생각했던 것 같다. 핑계가 될지 모르지만 역사의 흐름이나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선생님들도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대신 '암기'를 전제로 역사를 가르치셨다. 

대입 시험에서도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순서에 대해 묻는 문항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순 '암기'가 아닌 '이해'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역사 교육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안다. 아마 출제 선생님들도 동시대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항을 꼭 들어가도록 출제했다. 대입 출제 문제에 "다음 사건 중 올바른 순서대로 나열된 문항을 고르시오" 정도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해야 맞출 수 있는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렇게 자세하게 배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암기를 선호했다. 이유는 한결같이 대입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역사'를 위한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차라리 외워서 문제를 풀고 남은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더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방법이 정답의 달콤한 열매를 따기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그렇게 배운 것은 사실 일정 기간 사회에 나와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다 못해 드라마를 보더라도 그때 외운 연표나 사건의 연도 등이 기억 속에 남아 있어 시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봤던 기억이 자주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가르치지도 출제도 그런 식의 문항은 없어졌다고 듣고 있다. 역사 공부의 방법의 변화는 역사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해 본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는 tvN 방송에서 진행한 교양 프로그램 이름이다. 우리가 침략을 받아 어려웠던 시절,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경과는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또 다른 침략을 대비할 수 있는지 등 역사의 교훈을 깊이 있게 강의하는 교수들이 강사로 나와 자세하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준다. 시리즈로 방영된 프로그램 가운데 세계사의 「권력자 편」을 따로 묶었다. 저자는 '제작팀'이다. 강의는 각 분야에서 전공으로 연구한 분들이 직접 출연한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지만 '기획·제작 팀'(이하 저자)으로 일원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자는 이 책의 출간 취지에 대해 "이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일은 저마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역사 속 사건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사를 좀 더 깊숙이 배운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이라도 예상하고 대비할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tvN 최고 화제 교양 프로그램인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뤘던 내용 중 세상을 뒤흔든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권력자가 탄생하는 순간은 물론,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의외의 사실들까지 담았다고 저자는 밝힌다. 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았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정사와 야사로 구분한다면 야사도 정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내용까지 이 책에 담았다는 말이다. 이 책은 모두 10명의 세계사를 뒤흔들고, 주도적으로 이끈 10명의 인물들이 각 1장(章)씩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제목에는 그 인물을 설명하는 키워드와 함께 부제가 붙어 있다. 또 강의한 분들의 각각의 이름이 첨부돼 있다. 1장 「영국을 근대국가로 만든 희대의 스캔들헨리 8세」, 2장 「러시아는 어떻게 강국이 되었을까?-표트르 대제」, 3장 「청나라의 몰락을 장식한 권력의 화신-서태후」, 4장 「스캔들과 비극으로 얼룩진 정치 명문-케네디 가문」, 5장 「그는 어떻게 히틀러로부터 영국을 구했나-처칠」, 6장 「공포로 소련을 지배한 독재자-스탈린」, 7장 「그녀는 어떻게 흔들리는 영국 왕실을 지켰나?-엘리자베스 2세」, 8장 「미국 대통령에서 범죄 혐의 기소자까지-」「도널드 트럼프」, 9장 「전쟁광 독재자인가, 러시아의 구원자인가-푸틴」, 10장 「세계 1위 부자의 쩐의 전쟁-빈 살만」 등이다. 



타고난 바람둥이 기질로 무려 여섯 번이나 결혼한, 심지어 첫 결혼은 형의 아내와 했던 헨리 8세의 이야기부터 재벌집 망나니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된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재산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돈이 많은 세계 1위 부자 빈 살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돈과 힘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책 안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면 독자들의 재미는 역사를 왜 배우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저자는 시간 관계상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내용까지 상세하게 정리해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뒤바꾼 세계사 속 결정적 순간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역사란 스포일러가 넘치고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 권력자편』은 세계 질서를 뒤흔든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사건 사이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속속들이 파헤친다. 외우지 않아도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통해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역사의 이면과 진실을 탐구할 수 있도록 설명과 함께 다양한 그림과 지도, 사진도 컬러로 담았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은 아는 것을 넘어 경험으로 안내된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로 가르친 것은 이 책에 담겨 있지 않다. 정사를 근거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지만 정사에만 매달리지 않았다는 반증인 셈이다. 공개된 역사의 이면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첫 장은 영국의 헨리 8세의 이야기다.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왕 중 한 명이다. 엄청난 여성 편력과 바람기로 무려 여섯 명의 여성과 결혼했다. 그중에는 형의 아내도 있다. 스캔들만 능한 왕이 아니라 놀랍게도 그의 여성 편력은 영국이 근대국가로 거듭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에는 아내(왕비)가 된 6명의 여성이 모두 소개되지만 헨리 8세의 여성 편력은 왕조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헨리 8세의 아버지이자 전 왕 헨리 7세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왕은 튜더 가문이지만 기반이 약했다. 이때문에 헨리 8세는 자신이 죽으면 왕권이 다른 가문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때문에 아들을 낳지 못한 이유를 모두 왕비에게 돌리며 아내를 바꿨다고 말한다.



다만 왕비를 버리거나 죽이면서까지 아내를 바꾼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저자는 본다. 특히 헨리 8세의 여성 편력은 아내의 시종 등도 필요하다면 취하는 데 있어 겉으로 내세운 이유가 대부분 "아들이 못 낳아서"로 밝혀진다고 한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받아들이는 입장은 관계가 없는 왕의 권력이 남용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또 딸이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의 대영제국으로의 확장에 밑거름이 된 여왕이다. 남성이 왕이었던 시대보다 훨씬 영국을 잘 이끌었던 것이다. 물론 헨리 8세의 생각은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영국(당시에는 웨일즈를 포함한 잉글랜드)에는 엘리자베스 1세 이전에는 여왕이 없었다고 하니 헨리 8세의 변명도 설득력이 있긴 하다. 

또 왕비가 된 앤 블린은 불륜의 관계이며 아내 캐서린을 내쫒고 결국 왕비의 자리에 오른다. 앤 블린은 정부로 있을 때 정식으로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기에 헨리 8세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캐서린을 내쳤다. 그러나 왕비가 엄연히 존재하고, 교회법에 따라 이혼을 할 수 없게 되자 캐서린과의 결혼이 잘못 되었다고 증명하는 술수를 쓴다. 저자는 이때 '혼인 무효'를 위해 교황에게 인정받기 위해 《성경》의 〈레위기〉 20장 21절을 인용했다고 한다. "누구든지 그의 형제 아내를 데리고 살면 더러운 일이라. 그가 그의 형제의 하체를 범함이니 그들에게 자식이 없으리라." 교황에게 자신이 형수와 결혼해서 하느님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자승자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고 하니 과연 '스캔들의 왕'이라 할 만하다. 왕실을 굳건히 하기 위해 종교를 바꾸면서까지 이뤄낸 결혼이었지만 자신의 대를 이을 아들을 얻지 못한 헨리 8세는 이번에도 앤 블린과의 혼인을 무효로 만들기로 한다. 그가 이번에 찾은 방법은 앤 블린이 불륜을 저지른 간통죄와 근친상간의 죄까지 뒤집어씌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철면피함도 보여준다. 앤 블린은 5명의 남자와 간통 및 근친상간을 한 죄로 런던탑에 가두어버린다. 

헨리 8세는 앤 블린의 시녀였던 제인 시모어와 세 번째 결혼을 한다. 특히 제인 시모어는 의붓딸인 메리와 엘리자베스와도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헨리 8세와 가까워지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아들 에드워드를 얻었다. 왕위를 이어받을 아들의 탄생으로 왕실의 후계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전 국민이 축하할 수 있는 축제를 열 정도로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았고, 헨리 7세와 아버지 헨리 7세, 요크의 엘리자베스와 제인 시모어가 함께 있는 '가족 초상화'를 궁정화가에게 제작케 하고 복사해 전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고 하니 헨리 8세의 '아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는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이 소개되고 있는데 한 명은 케네디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특히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전통의 명문 가문인데다 젊고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의 힘 있는 업적이 소개될 것을 바랐지만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케네디의 스캔들도 만만찮다. 존 F. 케네디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아마 가문 덕이라고 저서에서는 언급되지만 '쿠바 봉쇄령'으로 미국의 힘과 능력을 러시아도 꼼짝 못하는 강경책이 성공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케네디는 스캔들과 비극적 죽음(암살)에 대해 주로 설명하고 있다. 케네디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 후보 시절 TV 토론회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토론회 전까지 존 F. 케네디 46%, 닉슨이 47%로 박빙이었는데 1차 토론회 이후부터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차 토론회가 끝난 후 존 F. 케네디 49%, 닉슨은 46%로 전제가 뒤집혔다.

여세를 몰아 선거에서 이긴 케네디는 '뉴 프런티어'라는 새로운 세대의 개척자 정신을 강조했고, 인종차별 폐지와 사회복지 확산에 힘써 더욱 인기 있는 대통령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평화봉사단을 설립하고 세계 각지에 봉사단을 파견해 저개발국의 발전을 돕기도 했다. 또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 시대에 소련과의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무사히 념겼고,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달 탐사 시대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재클린의 사이 좋은 부부 사이의 간극에는 추악한 비밀이 존재했다고. 가장 먼저 독보적 분위기와 외모를 자랑한 독일 출신의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염문을 뿌렸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존 F. 케네디 아버지와와도 스캔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 시카고 마피아 샘 지안카나의 정부이자 배우인 주디스 캠벨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존 F. 케네디와 지안카나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덕분에 케네디 정부와 마피아의 연계설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키도 했다. 존 F. 케네디는 배우들뿐 아니라 백악관 내부에서도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 패멀라 트루누어는 재클린의 언론 비서관이자 케네디 대통령의 연인이었다고 알려졌다. 아내의 최측근과도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또 대통령 해외 출장에 동행하는 여비서 두 명이 따로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한다. 수많은 여성과 염문설을 뿌린 케네디 대통령의 스캔드릉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녀는 1962년 뉴욕 메디슨 크퀘어 가든에서 열린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파티에서 축하 공연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하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두 사람은 이때 이미 연인 관계였다고 한다. 케네디는 암살로, 마릴린 먼로는 의문의 약물 중독사로 밝혀진 죽음을 싸고 각종 루머가 발생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서태후는 중국 역사상 희대의 악녀로 손꼽힌다. 황제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둘렀으며 청의 몰락을 함께한 인물이기도 하다. 서태후가 죽자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그녀가 밤마다 미소년들을 궁으로 부르고, 황제와 황태후를 독살했다며 욕했다. 또한 그녀의 사치 때문에 청일전쟁에서 패배했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진실일까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그의 악행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약명의 권력자로서 러시아의 스탈린을 빼놓을 수 없다. 스탈린은 러시아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집권기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수백만 명에서 최대 수천만 명까지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이토록 많은 희생으로 그가 이루고자 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막말꾼’, ‘트러블 메이커’, ‘미국 정치계의 빌런’ 등으로 불렸다.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대통령이기도 했던 그의 어린 시절은 ‘재벌집 망나니’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랬던 그는 어떻게 미국인의 마음을 흔들고 대통령까지 되었을까? 권력자들은 권력을 잡기 전까지도 많은 의문의 과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 자리가 그만큼 지키기 힘들다는 이유일까, 아니면 독하지 않고서는 권력자에 오르기가 어려운 걸까? 이 책이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세계적 영향을 끼친 권력자는 "파도 파도 끝이 없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매년 전 세계 부자들의 순위를 집계한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이 이곳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부자, 즉 ‘비공식 세계 부자 1위’는 따로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총리이자 절대 권력을 가진 왕위 승계 서열 1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다. 그의 재산은 상상을 초월하며 매일 100억 원씩 700년을 써도 다 쓸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초대 국왕의 25번째 아들의 여섯째 아들로 태어난 빈 살만은 1,000명이 넘는 왕의 손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왕위를 계승할 왕세자에 오르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의 권력이기도 하니까.


저자 :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에 들이닥친 코로나19. 자유롭게 누군가를 만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무렵 집에서 안전하게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숨겨진 세계사까지 배울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 것이 <벌거벗은 세계사>이다. 그 마음이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이 책이 조금이나마 현시대의 갈증을 해소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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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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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는 말을 한 사람은? 이라는 문제를 내면 열에 아홉은 '백설공주'라고 답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동화 〈백설공주〉 속 새 엄마인 왕비(계비)가 거울에게 물어본 말이다. 〈백설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들었던 동화다. 이 동화는 전래동화와 달리 독일 작가 그림 형제(Bruder Grimm)가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에 수록한 이야기이다. 초판에는 『백설공주』라는 제목으로 실렸다가, 1857년 최종판에서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바뀌었다고 한다. 

초판에서는 새 왕비가 아닌 백설공주의 친어머니가 공주를 질투하였으며, 그녀를 숲 속으로 데려간 것도 왕비가 직접 한 것으로 내용이 전개되었으나,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점점 순화시키면서 최종판에서는 현재와 같은 이야기로 변형이 되었다고 〈두산백과사전〉은 기록하고 있다. 이 동화는 세계 여러 나라로 전해지면서 알바니아에서는 새 왕비와 두 명의 언니가 주인공을 괴롭히고, 러시아에서는 일곱명의 난쟁이 대신 일곱명의 기사가 등장하는 등 번주가 이뤄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전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백설공주'는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소재로도 무수히 사용될 정도로 독특하고 동화 속 착하고 아름다운 공주의 이미지로 굳혀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에게도 전래동화가 있다. 주로 구전으로 전해져 온 것이 많으며, 조선시대 들어서는 일부 소설 혹은 이야기 책에 적혀 전해진 것도 있다. 전래동화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보다, 어린이들이 직면하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실존적인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실마리가 될 만한 주제를 은유와 상징, 혹은 알레고리를 통해 돌려서 제시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교훈적 메시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독자도 어렸을 때 전집류의 동화책을 많이 가졌고, 또 읽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단행본보다는 전집으로 발간되었다. 당시 전집류에는 주로 서양 동화(소설)가 많이 실렸다. 당시 전래 동화는 전집에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끼어들어간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세계명작전집〉 혹은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이름이 일반적이었으며, 여기에 포함된 책은 대부분 서양 문학이었다. 아마 해방 후 서양문화가 우리 사회에 들어왔고, 또 한국전쟁이 끝난 후 우리나라가 받은 서양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동화에는 다양한 신화적 상징이 등장한다. 또한 신체의 절단과 훼손·친족 살해 등의 상징적 사건들도 많다. 이 같은 사건들은 모두 현실의 잔혹함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성장과 변화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그 문제의 해결을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분석한다. 잔혹한 사건이나 문제 해결의 과정은 종종 환상과 마법의 세계 속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 환상과 마법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어린이들의 용기와 자존감을 북돋우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독자가 어렸을 때 읽어던 전집류의 동화책에는 『그리스·로마 신화』 『소공녀』 『보물섬』 『톰소여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등이 늘 들어 있었으며, 어른이 되어서야 지극히 단순하고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실망한 적도 많다. 이를 테면 『로빈슨 크루소』에서 나오는 모험심과 용기 많은 주인공은 노예 상인이었다는 말이다. 노예무역선을 타고 가다 배가 좌초된 후 무인도에서 홀로 살다가 식인종인 토인(그때는 표현은 '토인'이었다)들이 잡아 먹으려는 한 흑인 아이를 가까스로 구출해 함께 살며 겪는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가장 기억이 생생하다.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결국 그 섬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험심과 용기에 감동하고 모험심의 상상력을 높이기도 했었다. 동화의 실체에 접근하다 보면 의외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상징과 은유가 많아서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는지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잔혹함'의 요소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세계적 동화 작가로 알려진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 등의 당초 목적과 일치하는 의견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책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동화 여주 잔혹사」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동화 속 여주인공이 권력자의 잔혹함에 피해를 입고 생명을 잃을 정도로 핍박을 받지만 결국은 '백마 탄 왕자'에 의해 구출되는 스토리가 많아서 붙여진 부제인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여는 말)〉을 통해 "이 책은 내게 서구의 옛날 이야기를 다시 읽는 작업이자, 오랫동안 이야기 속에 억눌렸던 여성들의 살을 쓰는 작업이기도 했다"고 역설한다. '내 살을 썼다. 당신에게 가서 살이 되기를 빈다'는 이야기에 독자는 공감한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추천평을 쓴 문학박사 정희진은 '본디 동화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승하는 수단'이라고 잘라 말한다. "지배 이데올로기를 담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다. 이 시대는 글자 그대로 읽기보다 재해석하는 힘이 중요해졌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여성의 고난을 피해라고 보기보다는 치유로, 회복으로 재해석한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분석한다는 면에서 창의적 글쓰기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래동화, 젠더, 젠더화된 동화라는 세 분야를 아우른 빼어난 텍스트이자, 젠더의 관점에서 전래동화 입문서, 교과서, 전문서의 경계를 허문다고 책의 추천사를 썼다.

이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젠더=‘여성 문제’로 간주한다. 젠더에 관한 한 최악의 관점이다. 이 책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형성 과정이 어떻게 인류 문명의 토대가 되었는지 보여주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인식론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젠더의 지적인 지위를 높인다. 다양한 사례와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박식함과 통찰 덕분에, 이 책은 여성주의와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참고문헌이 될 것이다. 여성주의는 세상을 설득하려는 세계관이 아니다. 이 책은 여성주의 시각의 우월성을 드러내므로, 온-오프 세계에서 여성의 ‘무기’로도 더할 나위 없다. 한편 도전과 전복의 연속인 이야기의 힘과 풍부한 콘텐츠는,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어른이 읽고 후대에 ‘전래(傳來)’할 의무가 있음을 증명한다. 성차별이 젠더 갈등으로 둔갑한 이 시대가 혼란스럽기만 한 모든 남성과 여성에게 권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쌍년이 되는 건 해법이 아니다」, 2장 「소년이 걸어야 하는 자기 몫의 황무지」, 3장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는 여자」, 4장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갈까?」, 5장 「탑에서 나와 광야를 걷는 여자」, 6장 「자식은 죽여도 아버지는 못 죽인다」, 7장 「백설공주 계모 왕비의 거울 뒤, 그놈 목소리」, 8장 「이제는 인간으로 변신할 시간」, 9장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10장 「뜨개질하는 여자를 두려워하라」 등이다. 책의 앞뒤로 「낯선 만큼 매혹적인, 그 이야기의 숲길로」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와 「숲에서 돌아 나오다」라는 제목의 〈에필로그〉가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숲'을 말한다. 


현재 인간은 숲 밖에서 살아간다. 

숲 밖이 문명이자 이성이고 편리라면, 

숲은, 진정한 의미의 숲은 사라져버렸다.

우리에게 숲은 피톤치트가 뿜어져 나오는 

산림욕과 휴양의 장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저자는 "옛이야기(동화)는 권력자의 논리를 전하는 통로인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의 지혜가 숨어 있는 보물창고"라고 전제한 후, 우리는 이 책과 함께 옛이야기가 전하는 삶의 무기를 찾아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1장의 제목 「쌍년이 되는 건 해법이 아니다」라고 욕설을 섞어 '동화 제대로 읽기'로 강렬한 재해석을 준비한다. 1장에서 저자는 성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여신의 제단에라도 오르는 일인 것처럼 착각해서 낭만화의 허구에 빠지면, 백설공주 꼴이 난다고 주장한다. 착하고 어질게 순종하면서 자신의 욕망도 모르고 욕망의 주체가 되어보지도 못한 채 사는 여성은 백설공주의 어머니 왕비처럼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착하면 호구'라는 세간의 표현은 여기에도 딱 들어맞는다. 사실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것만큼 인간에게 치명적인 대우는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키우지 못하고 남자들의 시선을 가치의 기준점을 삼는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 같은 삶은 비참하다. 여성을 오로지 살덩어리로 여기는 남성들의 가치관에 따르면, 언제나 살덩어리는 새로운 살덩어리, 더 어리고 예쁜 살덩어리로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날카롭고도 강렬한 재해석을 저자는 내놓는다.

4장의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란 의문은 '살덩어리'론을 뒷받침한다. 배부르게 먹을 거면 통통한 아기나 살찐 아줌마가 낫지 않을까? 씹을 맛 있는 근육질 기사는 어떻고? 저자는 “용이 사실은 여자 그 자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용은, 그러니까 애초에 여자를 잡아간 것이 아니었다. 여자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용감하고, 제멋대로인가 하면 신비한 능력과 깊은 지혜가 있다. 여자는 용처럼 제멋대로인 야성과 파워를 함께 지닌 존재이다. 하지만 가부장제가 자리를 잡던 시절, 용맹하고 제멋대로인 여자는 필요 없었다. 멋지고 나이스한 기사는 달려가 용에게 공주를 내어 놓으라고 소리 지른다. 공주는 귀한 신분이 되어 왕궁에서 살아야 한다며, 용과 함께 숲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공격한다. 기사의 공격에 여자는 용의 면모는 버리고, 예쁘고 여린 여린 공주의 모습만 갖고 기사를 따라나선 것이다. 그러니 “용이 공주만 잡아간 것이 아니라 기사가 공주만 구해온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새로운 시대, 지금도 여자는 공주로 사는 것이 최고일까?



마지막 10장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뜨개질하는 여자를 두려워하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뜨개질하는 여성이 이야기에 등장하면 긴장해야 한다라고 주의를 준다. 그 여성이 바로 이야기를 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음모를 계획하거나, 모든 일의 배후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폭풍의 언덕』에서 화자인 록우드가 직접 보고 겪은 부분은 늙은 히스클리프의 집에서 묵은 경험과 캐서린 주니어와 힌들리 주니어가 등장하는 장면 정도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 넬리가 뜨개질하며 들려준 이야기를 록우드의 입으로 전한 것이다. 다시 말해 『폭풍의 언덕』은 히스클리프와 함께 자란 하녀 넬리가 재구성한 이야기를 록우드가 듣고 옮긴 이야기로, 두 사람의 입을 거친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 이야기는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주워 온 고아인데 주인 나리가 된 히스클리프와 두 남자에게 사랑받고도 만족하지 못한 캐서린을 과연 넬리는 어떤 시선으로 보았을까? 개인적인 감정은 하나도 개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진술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를 지어내는 힘을 지닌 뜨개질하는 넬리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 이야기에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얼마만큼 끼워 넣고 채색했을까? 저자는 의문의 답을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찾는다. 뜨개질하는 여성의 원형은 '모이라'라는 그리스 신화 속 운명의 여신들로, 한 명은 인간의 생명을 나타내는 실을 잣고, 한 명은 감고, 또 한 명은 끊는다. 이 신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고대부터 인간의 삶은 실처럼 자아내고 엮는 것으로 여겼으며 이야기를 자아내고 짓는 행위와 늘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즉, 실을 잣고 옷감을 짜고 뜨개질하는 곳에는 늘 이야기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 잣는 세 여인』이라는 그림 형제 이야기를 보면, 실을 잣는 일은 여성의 몫이고 이를 잘하면 최고의 신랑감에게 시집간다는 교훈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 명의 실 잣는 여인은 운명의 여신들을 변주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 이 이야기는 실을 잣는 육체적인 노동이 어떻게 정신적인 가치로 환원되는지 보여주는 한 가지 예로 저자는 생각하고 있다. 여왕은 실잣기에 뛰어나다는 소문이 있는 아가씨를 왕궁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사흘 안에 실을 자아내면 왕자와 혼인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실잣기는 아가씨가 아니라 세 명의 늙은 여인이 나타나 대신 해낸다. 여인들은 반드시 결혼식에 초대해 달라는 조건을 붙인다. 이 일이 수 세기 혹은 수천 년을 걸쳐 여성들이 노동으로 쌓아 올린 그 모든 업적은 아가씨와 결혼하는 왕자의 결정으로 그 가치가 전도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단순히 재미있고, 조금 낯선 이야기로서 전래 동화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내용을 낱낱이 밝혀서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내용과 이제 버리고 새로 써야 할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옛 여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할 책도, 학교도 없었다. 불가에서, 물가에서, 혹은 뜨개질을 하며 전래동화 속에 지혜와 예언과 과거를 이야기에 담아 전달할 뿐이었다.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특히 여성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옛 여인들이 이야기 속에 숨겨둔 보물을 캐내야 할 때라고 현재를 규정한다.. 또한 저자는 책에서 전래 동화의 문학적 즐거움을 새롭게 조명하고, 동시에 전래 동화에서 배우는 인간 성장의 비결을 이야기한다. 이 시대, 우리가 여전히 옛이야기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성장의 비결을 아는 것. 그리하여 이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전래 동화를 새롭게 쓰는 것.

사실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에는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온 상징과 이미저리가 층층이 쌓여 있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앞으로 만들어 나갈 이야기이자 소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 받아온 전래 동화에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와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천 년 깊게 공유해온 집단 무의식의 흐름을 저어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러나 여자 혼자 변한다고 해서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자도 자기 몫의 광야를 거쳐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왕자가 눈이 멀었다고 해도 왕이 있는 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 이상하다. 흥미롭게도, 이야기에서 눈이 머는 건 주로 남자들이다(여자는 주로 목소리를 잃는다).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무지몽매함, 그러니까 여자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눈먼 상태가 흔히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리고 미숙한 남자는 눈이 먼 상태로 광야를 헤매다가, 영적인 통찰과 인도를 상징하는 노랫소리를 듣고 자신의 여자와 만나 화합해야 한다.

그러니까 라푼젤 이야기는 여자와 남자가 온전한 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한편, 한 사람 내면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어떻게 온전하게 통합을 이루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p.126~127)


저자 : 조이스 박(박주영)


영어교육전문가이자 영어교재 저자 및 강연자, 에세이스트로 인천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에서 교양영어를 가르쳤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서 실용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각종 교육청 및 학원 본사에서 교강사 연수를 주로 하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전국 공무원 순회 젠더 콘서트 패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영미 문화 강연을 고려사이버대학, 코엑스, 엔씨소프트 삼성전자 등에서 진행했고, 세계시민교육과 영어그림책 강연을 해오고 있다. NGO 러빙핸즈의 이사로도 활동하며 멘토링 및 지원 사업 홍보에 힘쓰고 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부 및 대학원,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TESOL 대학원을 거쳐, 한국외대에서 TESOL 박사를 수료했다. 또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저지 비즈니스 스쿨의 DEI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에는 『조이스 박의 챗GPT 영어공부법』, 『오이스터 영어공부법』, 『하루 10분 명문낭독』, 『내가 사랑한 시옷들』 등. 역서에는 『행복의 나락』,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등 총 80 여권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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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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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청혼』은 표제어에서 풍기는 느낌으로는 청춘 로맨스 소설쯤으로 보인다. 맞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도 누구 부인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더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SF소설로서 로맨스 소설이다. 그러나 국경이나 종교의 벽을 뛰어넘는 열렬한 청춘들의 로맨스처럼 격정적이지 않다. 지구에서 180시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군 복무 중인 ‘나’가 지구에 사는 연인에게 보내는 열두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판타지 소설이다. 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킨 것으로 아름답고 애틋함을 더했다. 이 소설은 지난 2013년 초판본이 발행됐다. 당시로서는 SF문학이 대세를 이룬 시기는 아니다. 영국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피포터 시리즈〉가 발표돼 '해리 포터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시기부터 SF문학이 소설 장르의 대세가 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1997년 제1권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07년 제7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간되면서 10년간 이어진 해리포터 시리즈의 막을 내렸다. 2001년엔 해리 포터 첫 번째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영화 역시 매편마다 차례로 제작되며 2011년까지 이어지며 큰 흥행을 거두었다. 

그 이전에 SF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리포터가 대세 문학으로 자리 잡게 한 역할을 한 주인공이란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작가가 간간이 SF소설을 발표했다. 독자는 SF소설에 큰 관심이 없어 읽지는 못했지만 몇몇 작가는 문단 데뷔할 때부터 우리나라 SF소설의 역사는 세계 문학사와 함께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숫적으로 판단할 때는 아직 전성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초판본 출간 11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 작업을 거쳐 복간된 것이다. 이 작품은 첫 발표 당시 짜임새 있는 전술과 생생한 전투 묘사가 자아내는 박진감,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천체물리학과 군사학 등의 전문 지식, 서정성이 돋보이는 사랑 감정의 서술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 배명훈은 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저자는 이번 개정 작업은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조탁하고 묘사와 표현을 시대감각에 발맞추어 수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한 『청혼』은 거대한 우주 공간과 우주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청혼』 발표 이후 단편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와 『미래과거시제』를 펴내면서 SF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저자는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는 우주 공간에 대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청혼』의 몇몇 내용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문예중앙〉이라는 문학잡지의 복간호에 맨 처음 발표되었다. 지금은 많은 소설가가 문학잡지에 SF소설을 발표할 수 있지만, 11년 전에는 사정이 달랐다. 어느 문단 모임에서 나는 이 소설에 대한 평으로, 'SF 그거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특별히 마음에 두지는 않아서 누가 한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수많은 문단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빙산의 일각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다른 문학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학잡지에 글을 발표하는 SF 작가에 대한 평은 SF 독자 사이에서도 꽤 박해서, 나는 일종의 '전향한 작가' 취급을 받기 일쑤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럴 때면, 저자가그 지면에 구체적으로 어떤 소설을 발표했는지 읽어보고 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자신은 '순문학을 주로 다루는 잡지의 주목받는 지면에 우주 전쟁 이야기를 실을 수 있는 소설가' 같은 것이었는데, 그 우주 전쟁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 『청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두 개의 문학장 사이에 놓인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처음 발표되었다고 해설하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말은 SF소설이 어느 쪽 문장장에서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는 저자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이후 발표한 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에서도 썼지만, "원래 남의 예술은 다 이상한 법이고, 다만 내 예술도 다른 사람에게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ian point) : 케플러운동을 하는 두 천체가 있을 때, 그 주위에서 중력이 0이 되는 5개의 점으로 라그랑주 특수해라고도 부른다. 두 천체를 잇는 직선상에 3개,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2개의 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삼각형을 이루는 2점에 제3천체가 있을 경우 매우 안정하여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라그랑주는 케플러운동을 하고 있는 두 천체를 연결하는 직선상의 3점과, 또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2점에서 중력이 0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5개 점을 라그랑주의 특수해라고 한다.(독자 주)



『미래과거시제』는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단독 소설집으로, 최근 3년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집중적으로 집필한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한국 문단의 중견 작가 곽재식은 이 책에 대해 “한국 SF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작가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곽재식 작가는 책 뒷 부분에 실린 추천사를 통해 "한국 SF가 성장하여 문학의 주류에 다가오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배명훈 작가는 항상 그 선봉 중에서도 맨 앞 줄에 서 있었다"면서 "단어 하나하나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재료로 제 몫을 하고 있고, 즐겁게 이어나가는 줄거리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현대 한국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통찰이 스며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래과거시제』는 독자가 배명훈의 소설을 처음 읽은 책이다.

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저자 배명훈의 소설집 『미래과거시제』는 저자가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더욱 경이로워졌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래상어 그림을 감상하러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났다가 함정에 빠진 돈 쓰는 로봇 마사로 이야기(「수요곡선의 수호자」), 비말 차단을 위해 파열음을 완전히 제거한 미래 세계(「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시간 여행을 둘러싼 한 연인의 사랑스러운 미스터리(「미래과거시제」), 판소리 형식으로 펼쳐지는 유일무이 요절복통 로봇 전투담(「임시 조종사」) 등이 갈고 닦은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난다. 또 종이처럼 2차원의 형태로 날아온 외계의 존재들(「접히는 신들」), 잠들어 있는 의식과 듀얼 가상현실이라는 구상(「알람이 울리면」)까지, 저자는 언어와 시간과 공간을 다양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꿈’과 ‘만약’의 세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상상과 성찰이 맞물린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이 소설집은 배명훈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은 물론 배명훈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각별하고도 뜻깊게 다가갈 것이라는 느낌을 독자는 받았다.



독자는 사실 SF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다. 소설 작품을 좋아하지만 '과학'이 들어감으로써 독자에게는 '서먹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먼저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지는 SF 작품을 읽기 위해서라도 과학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로서는 고등학교 때 과학이나 수학을 착실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뒤늦은 각성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SF 소설은 물리학 등 과학 분야에 대한 기초 공부를 더 해야 더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해피포터 시리즈〉도 영화로 나온 뒤에야 관심을 갖고 접근했지 책을 먼저 읽은 적도 없다. SF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 용어나 원리를 읽을 때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할 정도로 문외한이었으니 쉽게 SF 소설이 다가오지 못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배명훈 저자의 작품을 읽었지만 앞으론 그의 소설을 찾아 읽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집들이었다. 그리고 이 책 『청혼』은 짧지만 장편소설의 범주에 들어간다. 단편집을 주로 낸 저자가로 생각했던 독자의 과문함을 탓해야 할 일이다. 이 소설이 앞서 두 단편집보다 이른 시기에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혼』을 읽은 이후 독자는 마치 신문명에 눈 뜬 듯한 느낌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그동안 한국의 SF를 따로 읽은 것은 별로 없지만 외국이나 일본의 SF 작품은 여러 권 읽은 기억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업무 시간이 무척 많이 남았다. 집에서 일하는 날이 더 많았으니... 출퇴근 시간도 오롯이 남은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가벼운 읽을거리부터 찾아 꾸준히 읽어보니 예전의 다독의 습관이 다시 배어들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서적을 훑어보다가 SF소설이 굉장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처 몰랐던 환상의 세계, 미래의 세계, 과거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SF소설의 또다른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독자의 SF소설에 대한 관심은 오롯이 배명훈 작가의 소설들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소설 『청혼』의 줄거리는 무미건조할 정도로 이성적이어서인지 저자가 지구 여성과 우주인 '나'의 로맨스를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독자 개인의 생각이다. 다른 분들은 우주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평가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청혼』은 목성 근처 소행성대에서 궤도연합군 작전 장교로 복무 중인 우주 출신 ‘나’가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너’는 빛의 속도로 17분 44초 떨어진 거리에서 ‘장거리 연애’ 중이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지구까지 170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 ‘나’를 만나기 위해 180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날아온다. ‘나’는 지구의 중력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지구로 가게 될 날을 막연히 그려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곳 우주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끝나야 한다.

‘나’가 복무 중인 우주 함대에는 사연이 있다. 오래전 지구에서는 옛 예언서에 적힌 대로 외계 함대가 공격해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함대를 건설해 목성 근처에 파견했는데, 의심했던 목소리들도 잠시, 건설 30년 뒤에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예언서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궤도연합군을 공격해온 적의 정체는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구에서는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의심해 감찰군을 파견하고, 사사건건 감시하고 통제하는 감찰군으로 인해 누가 진짜 적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사이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대를 정비하는 동안 휴가를 받은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170시간을 날아 지구로 가지만 떨어져 있던 거리만큼 뭔가 서먹해진 관계 속에서 ‘너’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180시간을 날아 귀환한다. 귀환한 뒤 우주에서는 몇 차례 전투가 벌어지는데 적은 마치 시간을 건너오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공격하고 사라지곤 한다. ‘나’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적의 존재, 그리고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전쟁의 형세는 점점 복잡해지는데…… 전쟁이 끝나는 때는 언제일까.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은 진짜 반란군일까. ‘나’는 데 나다 장군이 이끄는 궤도연합군에 남을 것인가, 감찰군 편에 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만나러 다시 지구로 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2013년 이후 여러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p.154) 〈작가의 말〉에서 저자 배명훈은 로맨스를 다루었기에 필요한 말이 아니라, 저자의 우주 개척관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밝힌다. 이에 따르면 지구인의 정상성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우주를 감각하는 사람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고뇌와 갈등을 2013년의 내가 의도한 방식으로 형상화하려면 군인과 천문학자, 지구 행정 기구의 파견인 등이 필요했던 셈이다. 주인공에게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라는 말은, 이 모든 인물을 다 겪은 다음에나 쓸 수 있는 문장이었을 것이다. 또 이 소설에서 처음 다룬 '공간의 거대함과 극복할 수 없는 시차의 문제'는 이후에 발표한 여러 편의 소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하고 변주하며 내 소설의 주요 주제로 발전시켰다. 2013년에는 일종의 실험이었지만, 지금은 대규모 정착지가 세워진 탄탄한 공간이 되었으니 안심하고 발을 디뎌도 좋다는 뜻이다."(p.159~160)


"너는 모르겠지. 그런 건 없다고 말할지도 몰라. 하지만 함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지구 출신과 나 같은 우주 태생 사이에 가로놓인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수도 없이 봐왔어. 그건 말이야, 사소해 보여서 더 본질적인 그런 차이야. 그만큼 각자의 삶에 밀착돼 있지. 은연중에 튀어나오고, 충돌이 생길 때마다 상대가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그 무언가.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지, 지구에 애인을 둔 수많은 우주 태생 동료가 똑같은 고충을 이야기해. 우리끼리 모여서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진짜로 지구 출신과는 다른 인류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어."(pp.115~116)


저자 : 배명훈(Myung-hoon Bae)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한국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를 펴냈다. 『총통각하』(2012), 『예술과 중력 가속도』, 장편소설 『신의 궤도』(2011), 『은닉』(2012), 『맛집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SF동화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2011), 중편소설 『가마틀 스타일』 『청혼』, 단편 단행본 「춤추는 사신」, 「푸른파 피망」,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출간했다.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하였는데,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수요 곡선의 수호자」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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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조언 - 철학자가 들려주는 내 인생의 해답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안창우 옮김 / 온스토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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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철학에 대해 문외한인 탓에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동서양 철학자 몇 명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이름마저 잘 모른다. 대학도 철학과는 무관한 전공이어서 철학 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의 책도 별로 읽지는 않았지만 특히 철학 관련 책은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정독을 해본 기억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의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다니던 회사도 '재택 근무제'를 실시해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정말 많은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만 신경 쓰느라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지만 팬데믹 상황이 오래 가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게 생각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 먹고 원하는 책을 직접 구입해 읽어보기는 꽤 오래 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가 거의 처음이었으니 책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했는지 자각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이때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 철학자 니체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두 권이 아니라 출판사에 열풍이라도 인 것처럼 많은 저작물이 나와 있었다. 니체의 번역 도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체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한 분들이 니체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책도 다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사나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니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확인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니체의 철학이 코로나 팬데믹이란 인간 삶의 큰 위기에 닥쳤을 때 상당히 유효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니체 열풍'은 2년 여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후 새로운 이름의 철학자가 등장했다. 바로 이 책의 원저자인 쇼펜하우어다. 기왕 철학을 읽은 김에 쇼펜하우어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보고 싶었다. 쇼펜하우어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거리가 멀어진 철학자다. 당시 선생님은 쇼펜하우어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말씀이겠지만 '염세주의자'로 설명했다. 설명을 덧붙이면서 염세주의자를 각인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한참 꿈을 펼칠 나이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염세'와 '자살'이란 단어는 독자가 쇼펜하우어를 다시 들먹이지 않은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는 아마도 쇼펜하우어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 가면 그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이 늘 놓여 있다. 독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쇼펜하우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부상된 이유에는 관심이 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말씀에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펴서 그의 철학을 좀 알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니체의 영향이엇던 것 같다. 실제로 쇼펜하우어를 들먹인 책은 '니체의 스승'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니 실제 스승은 아니었으니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쇼펜하우어가 거론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쇼펜하우어의 조언』은 쇼펜하우어가 그의 저서에 남긴 말들 중 '명언'을 가려뽑아 삶의 지침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된 '명상집', '격언집'에 가깝다. 하루에 몇 개씩 읽고 필사도 해보면서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머릿속에 각인해 살아가면서 잘 적용해 도움이 될 만한 글귀들로 이루어졌다. 

편역자 안창우는 "삶의 고민에 답을 해주는 ‘내 인생의 해답’이라고 말한다. 고민해결책이자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고민을 포함하여 오늘의 일터, 만남, 퇴근 후 시간에 새로 생긴 오늘의 질문을 한 번에 하나씩 떠올리고 이 책을 활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책을 펼친 후 본문 우측 페이지에 있는 ‘쇼펜하우어의 조언’을 읽은 후, 좌측 페이지에 조언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짧게 압축하여 적어볼 것을 권유한다. 글을 쓰는 것에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일기를 쓰듯, 그날의 사건과 기분을 짧은 문장으로 자유롭게 채워 넣어도 좋다는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쓴 한 문장의 글은 훗날, 독자 이름의 철학자가 쓴 오래된 일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독서를 북돋운다. 

이 책에는 없는 말이지만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비관주의자, 아웃사이더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붙어다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쇼펜하우어를 조명한 다른 책에 나온 말이다. 실제 자신도 이를 인정하고 우울증을 호소한 일이 있다는 것.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치열하게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철학자였다고 주장한 책이었다.



독자가 지금 인용한 부분은 신정일 작가가 쓴 책임을 밝힌다. 이 책을 설명하며 그 책의 이름까지 거론하기에 부적절한 것 같아 저서명은 생략한다. 신정일 작가가 쓴 책에 큰 매력을 느낀 것도 신정일 작가 자신이 현실 참여주의자이자 실존주의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냉철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분이어서 이 점이 쇼펜하우어와 닮았다는 생각에서다. 그 책에서 작가는 "니체는 쇼펜하우어 책을 스승으로 삼아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스위스 앵가딘 지방의 실스마리아 호숫가를 거닐다가 자라투스트라가 다가옴을 느꼈다.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처럼 독특한 철학자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순간이나 사건이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책을 만나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절경을 만나기도 한다. 바로 그 순간이 지나온 어느 세 월에서도 접하지 못한 어떤 영감이나 환희의 불길을 활활 솟구치게 하기도 하고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인생을 지금껏 살아온 것하고는 아주 다르게, 아니 혁명처럼 작용하게 하는 것이 인연이다. 그래 헤르만 헤세는 “인연을 아는 것은 사고요, 사고를 통해서만 감각이 살아난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나 모든 사물과의 인연은 다 운명적이며 필연적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독자로서 그와 그가 소개한 철학자들을 이젠 좋아했기 때문에 여기에 인용해 보았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그의 책과 주장은 독자에게 쇼펜하우어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고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접근해 볼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의욕의 바탕에는 얼마 전 읽었던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주제로 한 책이 있었다. 즉 쇼펜하우어의 저서 중에서 아포리즘을 추려내 해석하고, 깊은 뜻을 편자의 생각으로 풀이해 주는 책이었다. 이 책 『쇼펜하우어의 조언』도 같은 의미로 집필됐다. 다만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낼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실천의 방법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탁월성은 독자들의 실천 여부에 달린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의 말이라도 알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냥 단순한 지식에 그친다. 진정으로 위인들이 제시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위인의 말도 그 실효를 거두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독자들도 꾸준히 읽고 실천의 노력을 보인다면 반드시 저자의 집필 의도를 넘어 위대한 철학자들의 삶의 철학, 가르침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한 문장씩 따로 떼어 내 꼭꼭 씹어 잘 소화시키도록 유도하기 위해 여백을 많이 남겼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들의 생각을 적든, 일기를 쓰든, 아니면 실천 각오를 다지든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삶에 한발짝 다가선 셈이다. 이를 꾸준히 계속한다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바람 이상의 무엇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쇼펜하우어의 생애를 에피소드로 생각지 않고 학문적으로 접근해보면 그에게서 배울 것은 수없이 많다는 기존 쇼펜하우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도 덧붙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그 효용성을 분명히 빛낼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의 아포리즘들이 남아 있는 원전을 편역자가 밝히지는 않았다. 아마 그의 저서가 많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의 아포리즘은 몇 권의 책에 집중돼 있는지도 빈약한 지식의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또한 역편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새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의 주저(主著) 몇 권을 소개해주는 일이다.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정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봐야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이런 생각이 담긴 책은 1851년 출간된 『소품과 부록』에 집대성되어 있다. 표펜하우어는 『소품과 부록』에서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풀어냈고,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며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소품과 부록』은 쇼펜하우어의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이 제목으로 새로 출간했다. 의외로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완역본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서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서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독자는 이해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서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이 책에 담긴 그의 철학은 프리드리히 니체, 아인슈타인, 카를 융, 밥그너, 찰스 다윈,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카뮈,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찰리 채플린, 토마스 만, 보르헤스 등 수많은 각계 거장과 명사들에게 큰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니체 역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었다.



이 책에 적힌 수많은아포리즘 중 출판사와 독자가 좋아하는 문장 몇 개만 소개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편역자가 설명을 달아주는 형식이다. 

① 다수의 의견이 늘 정의인 것은 아니다-인생에 진리는 없다. 삶은 우둔한 동화일 뿐, 세상은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세상이야말로 내 눈엔 실수와 오류투성이다.

② 칭찬보다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라-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은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그러나 더 가치 있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이다.

③ 점잖은 척 행동하지 마라-점잖은 척은 상대에게 경멸감을 일으키는 속임수이며,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남의 눈에 좋게 비치려는 속 보이는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

④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라-수많은 지식과 생각을 몇 줄 문장만으로 간단히 축약하는 능력은 그 사람이 가진 사고의 크기와 유능함을 보여준다.

⑤ 꿈의 재료는 이미 내 안에 있다-내가 되고 싶은 최선의 모습과 해낼 수 있는 꿈의 원천은 자신 안에 존재한다. 원천의 크기가 클수록 내 속에서 싹트는 기쁨도 커지는 법이다.

⑥ 농담조차도 현명한 이들과 하라-지성을 객관적으로 관리할 줄 아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벼운 농담조차 소중한 조언으로 변화시키곤 한다.

⑦ 상대 지위에 예를 갖추되 현혹되지 마라-지위와 계급이란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으로,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계층을 나누어 표면적인 존경심을 억지로 끌어내는 수단에 불과하다.

⑧ 우울한 감정에 취하지 마라-우울은 불감증의 한 고리로, 이것에 취하면 사회적 규범 안에서도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⑨ 반성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반성은 과거의 실수를 돌이켜보는 긍정적 과정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자기혐오가 될 수 있다. 그럴 땐 차라리 아무 생각 말고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⑩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지 마라-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밝힘으로써 그의 지성은 두 배가 된다.



⑪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다-모든 불행은 주변 사람들 기대치에 나를 맞추려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냥 나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한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⑫ 결심했다면 결과를 걱정하지 마라-이미 시작했다면 과정에 충실하여 그에 따른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걱정을 멈출 길이 없다면 차라리 긍정의 마음으로 결과를 기대하라.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충족이 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역자 : 안창우


출판기획자.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후, 독서지도사, 논술지도사로 청소년 교육 활동에 힘을 쏟았다. 이후 출판기획자로 전향해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기획하였으며 현재는 도서 출판 스토리온유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획·집필한 책으로는 《집밥의 여왕》, 《1분 생활 상식》, 《쉽게 배우는 손글씨 캘리그라피 시리즈》, 《동화로 배우는 손글씨 시리즈》, 《동화와 힐링이 만나다 시리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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