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충격적인 뉘우스를 하나 들었다.

램프의 요정에서 무료 배송 대신 배송료를 받겠다는 선포였다. 아니 이럴 수가!

그동안 책은 무료 배송으로 받아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조건이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 무료 배송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구입단가 기준으로 15,000원 이상 무료배송이 적용된다.

그 밑의 금액들은 일률적으로 2,500원 배송료를 내야 한다. ]

 

사실 도시가스니 전기비가 오른다고 했을 적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렇게 춥던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버티던 나였으니까 말이다.

오래 전, 추운 곳에서 살다 보니 어지간한 추위는 히터 틀지 않고 버틴다. 집에서 전기낭비는 거의 범죄로 취급을 받기 때문에 허투루 쓰는 전기 사용은 극도로 자제한다.

 

그런데 책 사는데 배송료가 붙을 지도 모른다는 뉘우스에 분노하고 말았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해 움직이는 모양이다. 이럴 수가...

 

하긴 만원하는 순댓국 값에 식겁했다. 8천원 정도 하던 서민들의 대표 음식인 순댓국이 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안 먹어!!! 어제 다시 8천원 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실 맛도 새로운 곳이 더 좋다. 다만 회사 사무실에서 좀 멀다는 게 흠일 뿐.

 

무섭게 뛰는 점심값 때문에 최근 편의점 도시락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사알짝 광고성 기사도 난무한다. 기자가 직접 4,500원 하는 혜자 도시락(?)600원 할인된 3,900원에 사 먹은 체험기사를 신중하게 읽었다. 나도 한 번 이런 걸 사다 먹어야 하나.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다 먹은 녀석 세척과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쩌지라는 환경 문제가 바로 뒤통수를 때린다. 합리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소비는 역시 어려운 모양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의 전방위적 물가 인상 속에서 온라인 서점 역시 그전처럼 무료배송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추정이다. 동시에 오래전 도정제 실시와 더불어 책값이 올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나 책값이 오르지 않나하는 우려 때문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그 때도 만원 무료배송을 맞추기 위해 10% 할인가격까지 고려해서 12,000원 정도에서 책값이 책정되지 않았나 싶다.

 

책값이야 제각각이라 딱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불경기 속에서 전반적 가격 인상 추세에 따라 책값 역시 인상이라는 수순을 따를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책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을 더 좋은 이유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또 죽어라고 책을 사대는 우리 같은 책쟁이들은 왜 이렇게 책값이 비싸! 이러면서도 또 사대겠지만.

 

그동안 게을렀다. 다시 책 정리에 나서야지 싶다. 일단 두 번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 그리고 소장각이 아닌 책들은 가차 없이 기증하거나 팔던가 해야겠다. 좀 귀찮긴 하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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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6 11: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진짜 월급빼곤 다 오르는데 무료배송이 없어진다는거 진짜인가요?
아니면 또 예전처럼 무조건 몇만원 이상을 채워야 하는걸까요? 이 동네 사람들은 무료 배송 안해준다고 책을 안 사는게 아니라 무료배송 기준 맞춘다고 책을 더 사대는 사람들이잖아요. ㅠ.ㅠ

레삭매냐 2023-02-16 11:44   좋아요 2 | URL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습니다.

덜 사거나 안 사는 게 아니라
무배에 맞춰 더 살 계획을 짜
지 않을까요 ㅋㅋㅋ

좋은 건 다 사라져 버리네요.

북깨비 2023-02-16 15: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이 동네 사람들 ㅋㅋ 저도 이 동네 주민 다 됐어요.

stella.K 2023-02-16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값은 정말 올라도 넘 많이 올랐더군요.
물가가 오르면 책 같은 문화비는 정말 안 쓰는데...
그냥 사 놓은 책이나 이 기회에 읽어야겠어요.
집 도시락 문화도 조만간 다시 등장할 것 같아요.
혜자네 도시락이 있나요?

저희도 가급적 보일라 안 트는 쪽인데 매샥님 그렇게 안 트시면
꼬맹이는 어떻게 잘 견디나요? ㅎ
점점 나이는 먹고 추위는 싫고 아무래도 벳남이나 라오스 같은 나라로
이민가고 싶다는 생각 들 것 같습니다. ㅋㅋ

레삭매냐 2023-02-16 11:46   좋아요 1 | URL
일단 꼬맹이는 한 겨울에도
이불 걷어차고 하이킥하면서
자는 친구라 ㅋㅋㅋ

닝겡이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는 존재라 생각하고 추우면
아 춥구나 하고 그렇게 사는
거지요. 접 때 명절 끝나고 나
서는 정말 춥더라구요.

아무래도 이런 하이퍼인플레
이션 시절에는 문화 비용을
줄이기 마련이죠. 영화관에
안 간게 수 년은 되는 것 같
습니다. 영화값도 올라서 더
안 보러 가게 되더라구요.

chika 2023-02-16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옥. 정말 무료배송이 없어진대요? @@

생필품도 저는 무료배송 받기가 쉽지 않아 그냥 비싼대로... (도서산간지역 배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추세인지라, 책 역시 배송비를 받기 시작하면 도서산간을 구분할 듯 하기도 하고)
이래저래...쉽지 않네요.

근데 배송비 이전에 책값 자체가 이미 오르지 않았나요? 요즘 왠만한 책은 이만원에 다가가던데말이죠;;;;;

레삭매냐 2023-02-16 15:06   좋아요 1 | URL
무료 배송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
램프의 요정에서 오늘부터 무료
배송 하한가를 적용하기 시작했
습니다.

제가 지금 막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구입단가 15,000원 미만의 책들은
무조건 배송료 2,500원이 붙습니다.

그렇지요, 책값이 마이 올랐습니다 ㅠㅠ

미미 2023-02-16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값도 올라서 18000원이상 하는 책들 보면 일단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출판사와 작가에게 쪼금 서운한 마음까지)

소설은 되도록 도서관 이용하고
3월부터 희망도서 신청 활용하고
자구책을 마련해야겠어요. 흐잉

레삭매냐 2023-02-16 15:07   좋아요 2 | URL
출판사와 작가들도 먹고 살아야지
라고 한다면, 아마 할 말이 없지
싶습니다 ㅠㅠ 모든 게 다 올랐으
니 말이죠.

저도 한 번 읽고말 책들은 가급적
이면 사서 읽지 않고 도서관을 이
용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과연 그
게 지켜질 진 모르겠지만요. 암튼
지금은 그렇습니다.

자구책에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16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료 배송 하한가 때문에 책을 더 사게 될까 걱정이네유ㅠㅠ 2500원 내느니 중고책 하나 더 사는 게 이득이란 생각에 맨날 책 한 권씩 더 사게 되는데ㅠㅠ

다 오르는 데 책값만 안 오를 순 없겠죠ㅠㅠ

책 안 사려고 하는 데 이게 쉽지가 않네요ㅠㅋㅋ


아 <엘 마리아치> 덕분에 재밌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3-02-16 15:21   좋아요 1 | URL
일전에 삼겹살구이의 수율이
50%라는 말을 들은 고기사랑
마니아들의 댓글이 떠올랐습니다.

여지껏 600그람이라고 생각하고
먹은 고기가 300그람이었단 말인
가!! 그럼 더 먹어야겠다.

만원이면 배송료 내 피 같은 돈
2,500원을 내야 한다고? 그럼
15,000원에 맞춰서 책을 더 사야
지 -

마리아치 전설 같은 썰, 댓글로
달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서니데이 2023-02-16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송료가 15000원 이상으로 변경되는 건 언제부터인가요. 금액이 조금 애매하네요.

레삭매냐 2023-02-16 22:01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적용한다고 합니다.

서니데이 2023-02-16 22:03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저도 찾아봤는데 y사 k사도 이번에 같은금액으로 배송료 기준이 변경되는데 y사는 이미 적용 k사는 며칠 뒤 일 거예요. 이젠 책 가격이 더 오르거나 아니면 배송료 부담이 커지겠어요.

새파랑 2023-02-17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주점 중고를 적극 활용해야겠습니다 ㅋ 배송료 주고 책사본적이 없는거 같긴하네요 ㅎㅎ

책값오르는게 더 걱정이긴 합니다 ㅡㅡ

레삭매냐 2023-02-17 13:40   좋아요 1 | URL
저도 수년 전부터 새책보다
중고책을 더 사고 있는데...

이번에 더더욱 박차를 가해야
겠습니다.

책값 인상, 왜 이렇게 억울한
마음이 드는지요.

가필드 2023-02-17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부터 무배가 아닌 조건부 배송이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해네요 ㅠㅠ
편의점 말씀하셔서 생각나는데 삼각김밥이
몇백원 이었던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1800원에서 2000원이 훌쩍 넘으니까요
국물있는 것들은 12,000원을 대부분 하는거 같더라구요 그나마 싼게 만원 ㅠㅠ

레삭매냐 2023-02-17 13:41   좋아요 2 | URL
어제 점심에 라면+김밥
을 먹었는데요...

반줄 김밥이 2천원이었습니다.
놀랐습니다. 반줄 김밥의 등장 -
반줄 김밥이 무언고 했더니
반토막짜리 김밥이더라구요.

아 이제 만원 짜리 일상화되었
네요. 밥 먹기가 무서버요.

페크pek0501 2023-02-24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전엔 책값이 다른 것들에 비해 저렴한 편에 속했는데 이젠 그렇지가 않아요.
가격이 높으면 구매할 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물가 내린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아파트 관리비도 그렇고 돈 폭탄 맞는 기분입니다...

레삭매냐 2023-02-24 13:06   좋아요 1 | URL
저는 무엇보다 점심 때
나가서 먹는 밥값이 너무
비싸진 것 같아요.

한 번 오른 물가는 내리
는 법이 없는데 말이죠.
 
중세 3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중세를 지배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12
올리비에 보비노 지음, 파스칼 마냐 그림, 이정은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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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말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중세>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시리즈 3권을 빌렸다. 생각보다 글밥이 많아서인지 금방 읽을 줄 알았던 그래픽 노블들을 다 읽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보니 1권과 2권 리뷰는 쓰지도 못했네.

 

3권은 중세의 두 축 가운데 봉건제도와 핵심이었던 기독교(가톨릭)를 다룬다. 로마 시대에 소아시아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기독교 문명은 서구 문명의 핵심 요체의 자리에 오른다.

 

다신교 사회였던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유입될 때만 하더라도, 유일신 사상의 기독교는 다수 로마 민중들에게 배척당하고 심지어 박해를 받기도 했다. 유구한 기독교 역사에서 박해와 순교는 교세를 누그러뜨리는 기제가 아닌 오히려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훗날 일본의 위정자들은 그런 기독교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지막지한 탄압 대신 교묘하게 사제와 신도들의 배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독교 전파를 억압하는데 성공했다. 아마 고대 시대에는 이런 정치적 방법을 몰랐던 모양이다. 기독교인들을 십자가형이나 사자굴에 던져 넣는 방식이 유효할 거라는 판단착오가 그 반대 효과를 불러 오기도 했다.

 

기존의 로마 중심의 세계에서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고 노바 로마라 부르기 시작하며, 세계의 중심을 동쪽으로 이동시킨 콘스탄티누스 시절에 비로소 기독교는 제국의 유일한 종교의 지위를 얻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그 후 천년 이상 중세 시대를 지배한 기독교 세상이 열리게 됐다.

 

로마 교회의 수장인 교황을 중심으로 서로마교회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가 이끄는 동로마교회의 분열은 1054년 결정적인 분기점을 만나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첫 번째 사도로 꼽히는 베드로의 대리인으로 자청하던 교황이 어느 순간부터 그리스도의 대리인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사도의 대리인의 위치와 성자의 대리인의 위치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교황을 중심으로 하는 가톨릭의 수직적 체계는 필연적으로 세속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였다. 야심적인 교황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교권이 세속권을 능가하게 되었다.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교황에게는 제후들을 파문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파문당한 제후나 세속군주는 봉건 질서 시스템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기 마련이었다. 권위가 사라진 군주에게 계속해서 충성을 맹세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로마 교황들은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 연옥을 발명해서 면죄부를 발행하고, 그리스어로 쓰인 니케아 신경에는 원래 없었던 필리오케를 삽입해서 위격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등 동방교회와 점점 멀어지는 길을 택하기 시작했다.

 

필리오케(filioque:그리고 아들로부터도) 논쟁은 초기 기독교 신학 논쟁에서 유래되었다. 27편의 신약성경들은 그리스어로 쓰였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라틴어와 달리 그리스어는 추상적이고 이상을 추구하는 언어였다. 그리스 사람들은 신과 성자와 성령이 하나라는 기독교 교리에서 핵심을 이루는 삼위일체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인가, 인간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논쟁이 선행했다. 논쟁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주제는 없었다. 게다가 신성과 인성을 각각 강조하는 이단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에 기름을 끼얹게 되었다.

 

325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소집한 니케아 공의회에서 삼위일체론에 입각한 니케아 신경이 채택되면서 위격에 대한 논쟁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서방교회에서 당시 에스파냐에서 널리 퍼져 있던 아리우스파를 배제하기 위해 니케아 신경에 원래 그리스어 버전에는 없던 필리오케를 슬쩍 끼워 넣으면서 동서교회의 갈등이 폭발해 버렸다.

 

2차전은 성상파괴 문제였다. 군인 출신 동로마 황제 레오 3세가 726년 성상파괴 명령을 내리면서 동서교회 갈등이 다시 분출했다. 당시 무슬림과 대치하고 있던 레오 3세는 일절의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 이슬람 세력의 영향을 받아 동로마 교회에서 유행하던 성상을 모조리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로마 교회는 황제의 권력에 예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황의 통제 아래 있었던 서로마교회의 상황은 동로마의 그것과는 달랐다. 로마에서 교황은 계속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세속권을 강화해 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교황이 동로마 황제의 일방적 명령을 따를 이유가 없었다. 117년에 걸친 성상파괴 논쟁(Iconoclast Controversy)은 기존의 전례를 따르는 것으로 유야무야되고 만다.

 

1054년 교황의 특사가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를 파문하고, 대주교 역시 특사를 파문하는 사태로 교회는 분열하게 된다. 그리고 4차 십자군원정 당시 콘스탄티노플이 십자군에게 약탈당하는 사태로 동서교회는 분열을 넘어 서로 적대의 관계로 돌입하게 된다.

 

중세 교회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신앙이나 구원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대형 교회 건축에 집중하게 되면서 결국 몰락하게 되는 과정은 21세기 한국 교회의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즐겨보는 종리스찬 JDSN이 너튜브에서 언급한 대로, 외형적으로 거대한 양적 성장을 이룬 한국 교회가 더 이상 청년 세대에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고 기존의 성도들조차 가나안 성도들이 되는 현상에 소위 교계 지도자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염불보다 젯밥이 눈이 먼 사이비 목사들이 정치판을 휘젓는 모습도 기가 차다. 종교 권력이 세속화되었을 때, 중세 가톨릭교회는 권력의 정점에서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붕괴가 시작되었을 때, 그들만 모르고 있었다. 21세기 어느 나라의 교회도 마찬가지다. 외면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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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2-15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분이네요 ^^
종리스찬 tv 보고 왔어요

레삭매냐 2023-02-15 17:27   좋아요 1 | URL
인스타로 알게 된 분인데
콘텐츠가 인상적이어서
자주 보고 있답니다.

가필드 2023-02-17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메냐님 얼마전에 봤던 난처한 미술이야기 중세편을 다룬 4-5편도 생각나게 하네요
성상 파괴로 남아 있는 유물들이 많이 없다 하셨거든요 ㅠㅠ 교회들이 세속화되어 있는게
문제인거 같아요 이럴때일수록 초대 교회들의 갈급했던마음들이 생각나게 합니다

레삭매냐 2023-02-17 14:37   좋아요 1 | URL
논쟁이라는 게 막상 당시에는
죽어라고 싸우지만 나중에 지
나고 나면 왜 싸웠는지도 모르
기가 다반사인 것 같습니다.

성상 파괴논쟁도 발발할 시점
에는 뜨거웠지만, 나중에 결
국 유야무야되고 말았지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 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500년 전 종
교개혁 당시부터 있었던 표현
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다는 게
참...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벤저민 카터 헷 지음, 이선주 옮김 / 눌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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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벤저민 카터 헷의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를 마침내 다 읽었다. 책의 절반가량을 호기롭게 읽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생각해 봤다. 그 이유가 뭘까하고 말이다.

 

내 나름대로 분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919년부터 1933년까지 계속된 14년 동안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었다. 대략적으로 당시 독일 국내 정치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는 점 그리고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으로 독일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과 수많은 실직자들이 발생해서 결국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가 집권했다는 정도의 지식이 전부였다. 바이마르 공화국을 출범시킨 사회민주당을 필두로 한 독일 국내 정치에 대해 몰랐고, 그레고어 슈트라서-쿠르트 폰 슐라이허-프란츠 폰 파펜 등등의 정치 플레이어에 대한 무지 때문에 잠시 쉬게 되지 않았나 싶다.

 

벤저민 카터 헷이 저술한 민주주의의 위기 그리고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에서는 보다 근원적인 분석에서 출발한다. 19148, 독일 제국은 발칸에서 시작된 전쟁에 하나가 된 상태로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4년 뒤인 191811월 전쟁에 진 것도 아닌데 결국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쓰게 되었다는 신화가 탄생했다. 그것은 독일 민족정신에 그어진 하나의 생채기였다. 21번이나 내각이 들어선 바이마르 공화국의 원죄는 그런 패배의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게다가 1919년은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가 탄생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파멸과 창조는 한 끝 차이라는 걸까. 저자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독일 민중이 어떻게 해서 히틀러라는 도무지 타협을 모르는 야만적 지도자를 선택하게 되었고, 훗날 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증유의 재난 속으로 뛰어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꼽은 키워드는 두 가지다. 오판과 과소평가. 파펜이나 슐라이허 같은 기득권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히틀러와 나치당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오판했다. 192311월 뮌헨의 비어홀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보헤미아 졸병출신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에는 애송이였지만, 혼란스러운 정치판에서 체급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치기 어린 비어홀 폭동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독재자는 군대와 관료의 조력 없이 권력을 찬탈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후 독일 내부의 정치 혼란과 경제 위기는 나치즘이 독버섯처럼 퍼질 수 있는 기가 막힌 환경이었다. 나치는 농촌 중심의 신교도에게 인기를 끌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베를린이 사회민주당과 공산당 계열 노동자들의 요새였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다. 1925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전쟁 영웅 힌덴부르크는 우파 중심의 국가 통합을 꿈꾸었다.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귀족 출신 힌덴부르크는 히틀러를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이센 귀족 출신의 육군 원수가 오스트리아 출신 상병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보지 않아도 뻔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까.

 

독일 정치에 분노와 증오의 싹을 뿌린 나치가 두 번의 총선을 거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정치집단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프로파간다의 전문가였다. 당시 유명한 상업광고를 능가하는 정치 선전으로 괴벨스는 히틀러를 독일 국가의 마지막 희망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편에 그런 선전이 있었다면, 다른 한편에는 철모단과 돌격대라는 무력집단을 동원한 정치 폭력이 존재했다. 나치 집단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1931-32년 내란 위기는 절정이었다. 문득 수년 뒤에 일어난 스페인 내전에 앞서 독일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다른 하나의 키워드인 과소평가를 살펴보자. 당시 독일의 다수 중산층 보수주의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히틀러 일당에 베팅을 걸었다. 그들은 히틀러와 수하들의 권력욕과 야망을 과소평가했다. 1933130, 힌덴부르크가 지루한 줄다리기 협상 끝에 어쩔 수 없이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하자 나치들은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의회 다수당이었던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을 모두 불법화시키고, 게슈타포를 동원한 정적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괴벨스도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서 언론을 통제했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 매체였던 라디오를 동원하고, 포스터를 이용한 여론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그전에 자본을 동원한 이게파르벤 같은 대기업이 언론을 순치시키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지금 현재 차례로 건설기업에 넘어간 언론의 모습과 어쩌면 이렇게 일치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반대파들이 히틀러 집권 초기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역시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12년 독재와 전쟁 그리고 패전과 분단을 피할 수가 없었다. 히틀러의 전횡을 막기 위한 부총리 프란츠 폰 파펜과 에트가어 율리우스 융, 프리츠 귄터 폰 치어슈키, 헤르베르트 폰 보제 같이 양심적 인사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1934630<장검의 밤> 사건으로 일소되면서 히틀러와 나치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반대파 뿐 아니라, 자신의 집권에 정치 폭력을 행사하면서 지대한 공을 세운 돌격대와 한 때 동지이자 돌격대 지도자 에른스트 룀마저 숙청해 버렸다.

 

저자는 독일 중심주의가 독일 정치에서 우선시 되었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유럽 공동체 건설의 아이디어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에 이미 태동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민주주의가 번성하고 미국-영국-프랑스와 협력할 때, 독일이 번영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역사가 보여준다. 유럽 통합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국가가 독일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신호들이 잇달아 들어왔을 때, 오판과 과소평가로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결과는 독일 민족을 파멸로 인도했다. 그렇기 때문에 후대의 독일 사람들은 민주 시민 양성을 국가적 목표로 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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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3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3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2-15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읽어야 할듯요

레삭매냐 2023-02-15 17:28   좋아요 1 | URL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다 읽고
나니 보람찼습니다.
 

오늘 예전에 서평단 활동을 하던 블로그에 공지가 떴다.

요지는 간단하다.

 

서평을 젭알 K문고에 올려 달라는 거다. 참 웃기지.

서평 확인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서평 도서를 받고 리뷰를 K문고 사이트에 올리는 걸 디폴트로 시행하겠다는 말인가 보다.

램프의 요정에서는 선수들이 마구마구 올려 대는데 어디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플랫폼에서 서평을 애타게 찾고 있으니 말이다.

 

들어 보니 작년 서평 사이트를 개편하고 나서 현저하게 서평이 줄어든 모양이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먹기 위해서는 서평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램프의 요정과 개인 블로그 외에는 다른 곳에 서평을 올리지 않는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여기저기 사용하다 보니 램프의 요정이 리뷰 올리기에 가장 편리해서가 아닐까.

 

K문고가 오프라인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 강자겠지만, 온라인에서는 밀리는 모양이지. 그리고 보니 나도 K문고에서 가끔 책을 사곤 하는데, 절대 그 사이트에 올리지 않는다. 아니 올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마 이유는 메리트가 1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램프의 요정에는 기존의 선수들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반면, 타사이트에서는 그런 게 불가능한 모양이다. 카카오가 국내 메신저 업계를 평정한 것처럼, 램프의 요정 역시 업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책 구매하기 전에 사람들이 반드시 찾아보는 서평 데이터를 꾸준하게 축적하고, 또 선수들을 북플에 묶어 두는 전략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지 않나 싶다.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뱀다리] 작년 5월에 읽다만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를 다시 펴들었다.

참 읽다가 만 책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게다가 이 책을 절반이나 읽었는데 말이지.

 

히틀러 집단에서 그나마 온전한 정신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던 괴벨스가 선전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공황 위기를 거치면서 SPD와 공산당의 요새였던 제국 수도 베를린에 나치들이 침투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읽었다.

 

1930년대 경제위기와 지극히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배고픔에 시달리던 독일 사람들에게 히틀러는 진정 마지막 희망이었던 걸까. 민족의 구세주라고 착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썩은 동앗줄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지 않았을까.

 

엉터리 지도자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한 장면이 어쩌면 이렇게 겹쳐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역사는 비극으로 반복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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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0 15:3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다른 곳에는 서평을 안 올리게 되더라고요.
K문고도 그렇지만 그래24도 서평 올리는 공간은 어째 알라딘보다 더 구린 것 같아요.
게다가 알라딘 이곳이 뭐랄까 이웃끼리 소통이 아주 활발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3-02-10 17:04   좋아요 2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보니 예전에 창비 이벵에
책 받아 먹고자 한 번 올린 적이
있네요. 순전히 이벵용 블록인 줄.

소통이 재산이다. 암요.

독서괭 2023-02-10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온리 알라딘사용자라.. (오프라인으로 사는 일도 몇년간 없었고요) 알라딘서재에는 몇년씩 꾸준히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겠죠?

레삭매냐 2023-02-10 17:05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커뮤너티를
단시간 내에 건설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입니다.

그런 고로 K문고 서평 프로
젝트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사료됩
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10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그래24에서 사도(카드 할인 혜택 때문에) 활동은 알라딘에서 합니다. 알라딘 서재가 편하고 이웃들도 많고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3-02-10 17:07   좋아요 2 | URL
전 이제 아예 책은 그래24에서
안 사게 되네요.

모든 책은 램프의 요정에서만
산다! 게다가 그래24에서 운영
하던 중고매장까지 줄어 들어
더더욱 선택을 안하게 되네요.

고객을 가두리에 묶어 놓는 효
과에서는 램프의 요정의 능력치
를 따라가지 못하지 싶습니다.

더 후하게 적립금을 뿌려 주시라.

물감 2023-02-10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디에서 오늘의 리뷰(맞나?)에 몇 번 당선되고 소액도 받곤 했었는데요, 반디가 문닫고부터는 알라딘만 올리게 되네요. 확실히 타사는 메리트가 없긴 합니다.

레삭매냐 2023-02-10 17:09   좋아요 1 | URL
우와, 추억의 반디입니다.
간만에 반디 사이트 들어가
보니 올해 다시 부활한다고
하네요.

예전에 반디에서 참 후하게
적립금을 뿌려 주셔서 감사
하게 받아 먹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반디 오프매장
이 있어서 간간히 이용하고
또 헌책도 팔고 그랬었는데
사라져 버려서 아쉽더라구요.

2023-02-10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ngri 2023-02-10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묘하네요. 굿즈며 북플도 그렇고 요정이 이것저것 일을 잘벌이기도하고 충성스러운 선수들 관리 포함 더 매력적인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3-02-11 09:23   좋아요 1 | URL
매출에서는 그래24에게 밀리지만
고객 충성도에서는 요정이 압도적
이지 않나 추정해 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어장관리는 탁월
합니다.

행인1 2023-04-08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찾아보니 알라딘은 공식 서평단 운영 안 하는 거 같던데
말씀하신 선수들은 어떻게 유입되고 관리되는지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3-04-10 19:50   좋아요 0 | URL
램프의 요정이 예전에는 공식
서평단을 운영했었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요.

오랜 램프의 요정 토박이들의
재미진 놀이터라는 점이 유인
요소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행인1 2023-04-15 18: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답글 감사합니다!
네 한 17년도쯤에 중단된 것처럼 보여서요
출간 마케팅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던 중에 블로그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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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부터 읽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던 책이 있었다.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었다. , 다른 책도 하나 있었지.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전자는 사지 않았고, 후자는 사서 읽었다. <해방일지>는 이번 달궁 독서모임의 책이기도 해서, 다음달이 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을 계획이다. 김훈 작가의 책들은 개인적으로 정한 어떤 이유 때문에 사서 읽지는 않고, 빌려서 읽는다.

 

고등학교 시절 왜 이렇게 한국 근대사가 싫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국사 시험을 망치고 말았다. 물론 어렵기도 했었지만.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다 보니 역사적 사건들 간의 상호작용을 몰랐고, 억지로 외운 것들을 쉽게 까먹기 마련이었다. 이번에 <하얼빈>을 읽으면서 한국 근대사를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게다가 침략자 일본의 개항 이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다 보니 유기적 관계까지 아우르게 되었다. 그리고 너뷰트로 그전에 봐둔 러일전쟁에 대한 개관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청일전투에서 일본군이 육전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두었던 성환 전투에 대한 작가의 단상에서는 무릎을 쳤다. 이런 거지, 하고 말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소설에 대한 감상을 말하기 전에 서설이 길었다. 역사적 사건에 기반한 소설 <하얼빈>은 두 가지 시선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조슈 번사 출신으로 조선 침략에 선봉에 서 있던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다른 캐릭터는 그를 사냥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황해도 신천 출신의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다. 전혀 서로 다른 두 캐릭터의 심리를 오가며 서사를 이끌어 간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독자의 의구심을 작가는 단박에 뽀개 버린다.

 

우선 이토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해에서 조선 침략에 나섰다. 그는 을사늑약부터 시작해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방식으로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는 선봉장이었다. 군대해산 후, 조선 팔도에서 일제에 대항하는 의병이 곳곳에서 일어서자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서 소요를 진압하고 민중을 학살했다. 메이지 유신이라는 폭압적 방식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미개한 조선을 문명화시킨다는 자신들만의 논리를 구사했다. 그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소위 탈아시아해서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자신의 실력에 비해 과대망상에 가까운 헛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토는 무력이 아닌 도장으로 조선을 집어 삼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움직이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던 건, 이른바 국가 조선의 운영을 맡았던 사대부들이 이런 일본의 침탈에 대항하지 못하고 국운이 쇠락하는 왕조 국가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깨닫고 앞장서서 친일에 나섰다는 점이다. 대대손손 누려온 지극의 복락을 연장하기 위해 그들은 양심이나 체면 혹은 배알도 없이 일제에 협력했다. 오히려 국가로부터 아무 것도 받은 것도 없이 항상 수탈만 당하던 백성들이 나서서 국권 회복을 위해 일제의 기관총 앞에 농장기로 무장하고 항거했다. 많이 보던 모습이 아니던가. 역사는 비극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목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소설의 한 축에 빌런 이토가 있었다면, 다른 한 축에는 그를 사냥해야 하는 포수 신천 출신 도마 안중근이 있었다. 19세에 교구 사제 빌렘에게 세례를 받은 안중근은 순흥 안씨 집안의 가장이었다. 어려서부터 리더십이 있었고 하는 식의 영웅 신화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노루 사냥을 즐기던 그에게 총알은 한 발이면 충분했다. 서두에 등장하는 그의 사냥에 묘사는 결국 이어질 대사에 대한 명징한 암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안중근은 이토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왜 그가 이토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무엇이 방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래야 하는 것처럼, 주인공을 운명의 시간과 장소에 데려다 놓기 마련이다.

 

, 순서가 좀 어긋나긴 했지만 이토는 근대화의 부산물인 시간에 국가 조선과 민중을 적용시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어쩌면 서양 근대화의 기본은 노동을 측정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물자와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는 가장 유요한 수단인 쇠비린내나는 철도의 부설이지 싶다. 사적 시간에 얽매인 민중들을 교화해서 공적 시간의 개념으로 유도해내서, 하나의 동일한 일체감과 유대감을 만드는데 성공해서 병영국가로 나가기 시작한 국가 일본을 건설한 자신감에서 초대 통감 이토는 조선을 통치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고향에서 후대 교육에 매진하기도 했던 안중근은 사랑하는 처자와 정든 땅을 버리고 국권 침탈의 수괴로 자신이 정한 이토를 저격하기로 결심한다. 그 와중에 스며든 빌렘 신부나 뮈텔 주교와의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십계명에도 나오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이유로 사제들은 안중근의 거사에 반대한다. 실제로 한국 천주교에서는 안중근이 이토 저격에 성공한 다음, 정치적 이유로 안중근과 선긋기에 나섰다. 안중근의 의거가 독립전쟁의 일환이자 정당방위였다는 점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런 부분들은 소설만으로는 알 수 없기에 결국 추가로 공부해야 했다. 일개 독자로 이럴진대, 글 쓰는 작가들은 도대체 이런 서사를 쓰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고 정확한 사전 조사가 필요한 걸까.

 

작가에 대한 개인의 호오와 상관없이 <하얼빈>은 김훈의 스타일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문장은 언제나처럼 간결했고, 힘이 넘쳤다. 예를 들어 안중근은 깊이 잠들었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토라는 거물의 저격을 앞두고, 청년 안중근의 심리상태를 이보다 더 조준사격하듯 표현할 방법이 없지 않을까. 일본과 러시아 관헌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얼굴도 알지 못하는 타겟을 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역사가 말해 주지만, 그에게 필요한 건 단 세 발의 총알뿐이었다. 불안한 사냥꾼의 심리처럼, 총구는 늘 흔들렸다.

 

그리고 이토가 죽었다고 해서, 무너져 가는 조선이 다시 기적처럼 부활할 수도 없는 그런 형국이었다. 이토가 죽었어도, 이토의 후계자들은 조선을 통한 대륙 진출이라는 고래 일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숱한 청춘들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아야 했다. 영악한 책사였던 이토의 모든 행동은 자국의 조선 침략을 위한 방편이었다. 순종의 남행부터 시작해서, 볼모로 황태자 이은의 태사를 자처하며 일본으로 잡아간 것까지. 고려 왕조의 폐허 앞에 망해가는 나라의 군주 순종 일행을 배치해서 촬영한 사진은 프로파간다와 정치쇼의 극치였다. 러일전쟁 당시, 그들이 군신이라 일컫는 노기 마레스케의 멍청한 전술로 러시아군의 토치카와 기관총 앞에 숱한 일본군이 갈려 나간 백옥산 참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토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살다가 총에 맞았다.

 

이토의 저격까지 직전까지 밀도를 압축해 가던 서사는 저격 성공으로 긴장이 완화된다. 그리고 안중근은 여순 감옥에서 의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린다.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에게는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자신에게서 정치적 정당성을 제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검찰관 미조부치의 예리한 심문을 유연하게 맞받아친다. 사실 안중근 재판 역시 자신들이 그나마 문명국이라는 점을 열방에 과시하고 싶은 하나의 정치쇼였다. 이미 결론은 나 있었으며,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안중근의 묘역이 사후, 성역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제는 유해를 가족들에게 인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독립된 조국에 자신을 묻어 달라는 안중근의 유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점이 통탄할 심정이다.

 

다음 달이면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순국 113주기다. 마음이 처연하다.


[뱀다리] “뮈텔은 신앙과 문명을 군함에 실어서 세계에 전하는 조국 프랑스와 프랑스 왕과 프랑스 군대와 프랑스 교회를 위하여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251).”

 

안중근이 사형 언도를 받은 1910214일은 프랑스 제3공화국 시절인데, 프랑스에 왕이 있었나? 50대 뮈텔 주교에게 치매라도 온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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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2-10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하얼빈> 재밌을 거 같네요^^

레삭매냐 2023-02-15 17:34   좋아요 1 | URL
다른 건 몰라도 가독성 하나
는 끝내 줍니다.

간결하면서도 힘찬 서사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