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우리의 일상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탓도 있을테지만 한 두 명도 아닌데 그 분들 모두를 기억할만한 일도 딱히 없기 때문이겠지만 적어도 뉴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김영란 전 대법관이란 분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분에 대해서라면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부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는데 힘 쓰신 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법의 입법으로 해당되는 인물들은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 등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도 요즘은 스승의 날에도 선물을 받지 못하는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이 돈을 모아 선생님의 선물을 사드리고 반장과 부반장은 일명 촌지라고 해야 할 돈을 냈던 기억이 있기에 정말 괜찮은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공정의 아이콘 같은 분이 쓴 『판결 너머 자유』는 ‘판결’ 시리즈 세번째 책으로 부제가 좀더 와닿는 책이기도 하다.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라는 문구를 보면서 지금 이 시대를 표현한 말 중에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분열되었고 분쟁이 일어나고 서로를 향한 저주의 말도 서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사안들이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그런 판결이 내려지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판결들을 보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있었던 사안들임을 감안하면 이 책을 통해 판결의 전후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상반되지만 어느 한쪽의 신념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신념들에서의 합의와 판결을 주제로 한 이야기와 기본적 자유들에 대한 판결을 주제로 한 이야기로 나눠서 소개되는데 모두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다.어느 쪽이든 그들이 말하는 바는 합당하고 그 신념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사안에 대한 판결은 신중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논쟁은 심각하고 분열 역시 더욱 커질테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명확하게 판결이 내려져야만 더이상의 분열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보면 쉽진 않겠지만 이런 판단이 왜 필요한가, 이런 판결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과 논의가 필요하고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와 같은 여러 방면에 걸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출산하면 산모는 정신이 없다. 아이의 아빠도 사실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바뀔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과거에는 그런 일들이 있었고 부모가 모른 체 키우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도 낳은 정과 키운 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일이다. 지금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것 같은데 이번에 만나 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국내 영화 개봉 10주년 기념으로 개정판으로 출간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제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상, 제61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관객상, 제32회 밴쿠버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화제의 작품을 소설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작품은 많은 관객과 독자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준다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은 완벽하다 못해 타인의 워너비 같은 노노미야 가족 안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료타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아내와 아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삶이다. 그 자신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미도리가 아들 게이타를 낳은 산부인과로부터 한통의 연락을 받으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까지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했던 아들이 사실은 다른 집의 아이와 바뀐 것이다. 그러니 게이타는 다른 집의 아들을 키우고 있었던 셈이다. 설마하는 생각은 DNA 검사로 확실해지고 평소 자신과 아들이 닮지 않았다고 했던 주변의 말은 사실 진짜 닮지 않아서 했던 말임을 깨닫게 된다.자신의 진짜 아들은 류세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가정에서 살고 있다. 무려 6년이 넘게 키웠는데 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들의 뒤바뀐 사건도 부부에겐 충격인데 료타는 회사에서도 입지가 곤란해지고 그제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게이타는 물론 아내와 새어머니를 어떻게 대했는지 등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미 두 가족은 바뀐 아이들이지만 자신들의 아들로 생각하고 키웠는데 말이다. 두 가족이 사실을 안 이후, 특히 료타의 결정을 포함해 두 가족의 결정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로도 한번 보고 싶어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