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성경 2
리하르트 뒤벨 지음, 강명순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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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악마의 성경 스스로 인간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인간들의 마음을 움직여 서로 죽이게 했고, 상하게 했고, 대립하게 만들었다. 결국 악마가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닐었을까. 그가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 악마는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수도원에서 대학살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죽었던 일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지만 1572년 마지막으로 무역 행상을 떠났던 니콜라스 비간트에겐 시작인 일이 되어 버렸다. 사랑하는 아내가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는 아이를 하나 입양하기로 했고 입양된 여자아이로 인해 그는 행복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정 파탄이 일고 있었다. 

그 아이는 살아남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검정색 옷의 수도사들과 열 명의 프랑스 여인과 아이들의 대량 학살 속에서. 그 속에서 탄생한 아이였기에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그에게 전해졌고 그는 그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나갔다. 세월이 흘러 아그네스가 사랑에 빠졌을 때도 니콜라스는 그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딸을 보호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아그네스와 사랑에 빠진 키프리안과 욜리아와 사랑에 빠진 안드레이. 그 학살현장에서 살아남은 또 하나의 소년 안드레이와 키프리안은 각각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의기투합했고 그들은 <악마의 성경>을 쫓아 수도원으로 향했다. 

사랑하는 욜리아를 잃은 안드레이와 아그네스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키프리안 그리고 다시 자행되는 어긋한 믿음을 가진 수사의 광란. 이 모든 것이 진압되고 나서 남은 것은 사랑과 가족이었다. 

사실 악마의 성경이 좀 더 지독하고 사악한 내용이길 기대했다. 악마의 성경이 전면에 나선다든지, 다빈치 코드처럼 쫓고 쫓기는 긴박한 사건의 연속이 되기를 기대했다. 방대한 양에 비해 소설은 스릴있는 추적을 허락하진 않았다. 그점에서 기대했던 재미는 살짝 떨어졌으나 악마의 성경이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던 책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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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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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라는 요시오 할아버지의 말은 우리의 가슴을 슬프게 만든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범인인데,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들이 더 무거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그런데 범인의 동기는 "그냥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아주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때때로 이토록 신랄하고 공포스럽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아낸다. 살인극을 연출하고 공범을 제거하고 그것도 모자라 친절한 관찰자인양 책을 써내고 선량한 얼굴로 인터뷰를 하면서 즐기는 살인자.  유족들의 마음을 이용하면서도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게임을 펼치듯 스토리를 짜내는 사이코 패스적인 범인. 

보통 사건의 범인들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라는 명목아래 그들은 사건을 저지르고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가진다. 하지만 미미여사의 책 속 범인은 다르다. 그는 피해자를 이벤트 참가자로 보고 있으며 그의 시각 안에서는 시청자들은 구경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는 구경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살인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놀라고 화나는 것을 넘어서는 무서운 일이 책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3권 분량의 책 속에서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이 범죄자를 양상했나보다는 이 범죄자가 사회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경악해야 한다. 단지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미미여사는 사회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였다. 

등장인물간의 심리적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가운데 육천매가 넘는 긴 분량의 소설이 오 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며 연재되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애초에 작은 동네에 사는 세 명의 소년들이 그 시작점이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 이 작은 원점에서 작가는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낸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3권을 차례차례 다 읽고 문득 두려움이 일었다. 작가가 말하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뉴스를 보면 매번 터져나오는 사건 사고들 속에서 우리는 피스와 같은 인물을 발견한다. 또 가즈아키 같은 사람도 살아가고 있다. 신이치나 메구미도 세상어딘가에선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에 의한 산물이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도 오버랩 된다는 사실. 이 사실이 못견디게 두려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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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 2
김진 지음 / 이코믹스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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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그레고리의 [여왕의 연인]을 읽으면서 나라간 혼사란 국익을 위한 일이지 사랑이나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 쓸쓸함이 느껴졌었다. 소설 [바람의 나라]를 읽으면서도 그렇다. 연이 고구려로 시집온 까닭은 반 볼모 잡이였다는 부분에서 무한한 슬픔이 밀려들어왔다. 겨우 10살 남짓한 연약한 아이가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보내지다니. 그녀는 트집의 빌미가 되기 위해 뽑혀 온 아이였다. 부실한 아이를 골라 겉으론 화친하고 시집가서 죽으면 트집잡아버리겠다는 어른들의 얄팍한 계산. 게다가 무사히 살아서 왕자라도 생산하면 또 든든한 후방이 생기는 것이니 일석이조인 셈이고 어느모로 보나 손해날 일은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는 혼사였다. 

이렇듯 어린 태자부부의 혼사에도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암투가 치열한 궁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숨조리며 눈치보며 살았을까. 이 시대의 왕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처럼 궁은 넓은데, 아무데도 갈 데는 없으니.

소설[ 바람의 나라]는 원하는 만큼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다. 그 결말이 좀 더 길게 늘어지기를 바랬고, 좀 더 치열하기를 바랬으며 연을 잃고 나라를 얻은 무휼이 또다시 호동을 잃으면서 유리처럼 변해가는 모습까지 바라보기를 바랬다. 하지만 소설은 참 짧았다. 겨울 낮의 햇살처럼. 그래도 이 이야기를 소설로 봐두고 싶었던 것은 아마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옛날 만화로 보던 그 재미나던 이야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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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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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망설였다. 아름다운 흉기를 읽게 되기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좋아하는 작가이고, 출판된 책들마다 한결같이 재미있어서 꼭 챙겨보았는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읽기가 망설여졌다. 아름다운 흉기. 어떻게해서 아름다움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겉표지만 보면 여자가 범인이거나 팜프파탈이거나 한 것 같은데, 왜 아름다운 여자가 흉기가 되는 것인지...책을 읽기도 전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을 결심이 섰다. 누군가가 본다면 무슨 책 한권에 그런 고민들을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고 보기 싫은 책이라면 안보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책이란 그리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밥을 먹은 그릇수 보다 어쩌면 책을 읽은 권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면서 한 권의 책이라도 즐겁게 읽었던 나인데, 어째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앞에두고 망설일 수가 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읽기가 멈추어졌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무언가가 자꾸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읽기를 마치고 나서는 깨닫는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였다.  센도에 의해 인간병기로 만들어진 타란툴라. 그녀는 남편이자 스승인 센도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범인들을 찾아 응징을 시작했는데, 범인들은 올림픽 스타 네명이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팽팽하게 수평으로 당겨진 연결선 가운데서 우리는 그 누구도 선한 쪽이라고 섣불리 선택할 수 없다. 미야베미유키라면 어느 한 쪽을 향한 결말을 정해놓고 몰아가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가의 판단이 아닌 독자에게 판단권을 넘기는 듯 했다.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결국 그의 작품을 다 읽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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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라마 - 여자가 꿈꾸는 사랑의 모든 것
가쿠타 미쓰요 지음, 안윤선 옮김 / 예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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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스물이라는 나이는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다. 10대때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서 꿈꿔보는 나이가 바로 스무살이다. 스무살만 되면 어른이 되어 멋진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무에게나 터치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가지게 하는 나이이다. 20대가 넘어서면 스물이라는 나이는 아주 어리면서도 풋풋한 추억을 가진 핑크빛 나이로 기억되어 있다. 스물이라는 나이는 이래저래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나이이다. 

그렇다면 서른은 어떨까.

서른.
서른은 무언가 완성된 나이이며 늙어가는 길목에 있는 이정표 같아 쓸쓸함을 안겨준다. 많은 책들이 그래서 서른이라는 나이를 언급하며 책 제목으로 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서른. 무엇을 할 수 있는 나이일까. 나이 서른. 무엇을 해야 적당한 나이일까. 

나이 마흔.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무료하고 누군가는 새로 시작해야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고 누군가는 더이상 꿈꾸기 어려운 나이라고 하고. 불혹이라는 어두운 이름처럼 마흔은 블랙빛 나이처럼 느껴진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마흔은 참 싫을 것만 같은 나이다. 

다행스럽게 오늘은 마흔이 아닌 서른에 관한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서른에 관한 소설들. 누군가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나 골드미스들만 모아놓은 소설이 아닌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꿔도 좋을지 살짝 걱정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소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 가쿠다 미쓰요는 서른을 그렇게 정의내리고 있다. 

그녀는 툴툴대는 서른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인없이 지낸 14년 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 긴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들과 비교하면서 "너무해"라고 투덜거릴 수 있는 나이. 서른.

그런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꾸고 싶어하는 서른이 모인 소설. 하지만 생각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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