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식당 1 수학식당 1
김희남 지음, 김진화 그림 / 명왕성은자유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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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희남

  그림 - 김진화

 

  표지를 보면 어지럽게 여러 가지 그림과 글자가 적혀있다. ‘피타골 피타골 주문을 외워라’라는 글자가 적힌 원은 빙글빙글 돌고, 그 주위에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노란 수염이 인상적인 셰프가 보인다. 그리고 변형되어 마치 뱀처럼 보이는 ‘술술’이라는 글자와 ‘open’이라 적힌 간판과 여러 가지 수학 기호들까지.

 

  수학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걸 형상화시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을 넘기면, 마을의 풍경이 보인다. 왼쪽 위쪽에 수학 식당의 ‘신장개업’이라는 플랜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그 다음 장은 셰프와 조수 당케의 간단한 소개글.

 

  그리고 다음으로 이 식당의 5가지 요리가 적힌 메뉴판이 보인다. 식당이기에 목차라고 하지 않고, 메뉴라고 한 점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요리는 ‘사각사각샌드위치’, ‘막대어묵조랭이떡볶이’, ‘별나별나초콜릿’, ‘폭폭사르르카스첼라’ 그리고 ‘쌍둥이스테이크’이다. 아! 후식으로 ‘몰라몰라주스’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얼굴이 사각턱이라 슬픈 손님과 사각형의 정의에 대해 공부한다. 당케와 손님의 대화가 주를 이루고, 셰프는 요리와 함께 정리를 해준다. 사각턱이라 슬픈 손님의 애환이 남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숫자의 자릿값을 몰라서 이사한 집을 못 찾는 어린 손님의 이야기. 거기에 덧붙여 길을 잃어 헤매다가 셰프의 눈에 띈, 몸에 난 다섯 개의 별 때문에 수학 식당 ‘비수레’의 후계자로 지목이 된 당케의 과거가 살짝 드러난다. 자릿값을 잘못 읽으면 큰일이긴 하다. 특히 은행에서 그러면…….

 

  세 번째 이야기는 손가락이 열 개뿐이라서 두 자리 수 덧셈을 못 해 슬픈 꼬마 아가씨를 위한 초콜릿 상자를 이용한 두 자리 덧셈 방법을 공부한다. 예전에 발가락까지 동원해서 더하기 하는 애를 본 적이 있다. 그 애가 이 책에 나온 방법을 알았다면, 계산을 하겠다고 양말을 벗어 던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컸을 텐데, 그 애는 뭐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네 번째 이야기는 카스텔라를 만들면서 셰프가 당케에게 여러 가지 덧셈과 뺄셈 식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조카 수학책을 보면서 놀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예전에는 그냥 더하라고 했는데, 요즘은 창의력을 발휘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도록 유도한다. 세상에나,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수학 문제에서 고민하게 될 줄을 몰랐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 줄 알면, 다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시각을 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방침이라고 본다. 집에서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힘들어서 그렇지.

 

  마지막 다섯 번째는 뭐든지 똑같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쌍둥이 형제와 길이 재기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눈의 착시 현상에 대해서도 살짝 다루고.

 

 

 

  그런데 후식인 주스는 수학 식당에서 만든 게 아니다. 셰프와 동창이었던, 하지만 후계자로 지명되지 못하자 수학 식당을 무너뜨리겠다고 결심한 봉팔이 만든 ‘학수 식당’의 것이다. 문제는 봉팔은 수학을 엉망진창으로kfj r 만들어서 세상을 어지럽히겠다는 야망을 품은 자라는 것이다. 주스를 마시면 수학 문제가 술술 풀리긴 하지만, 하나도 맞는 게 없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는 마을 아이들이 몰라몰라 주스를 마시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모두들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것. 과연 셰프는 봉팔의 음모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당케는 셰프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 무사히 수학 식당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궁금증을 잔뜩 안겨주고 1권이 끝이 난다. 각 챕터 뒤에는 간단한 요리법과 ‘비밀 수학 레시피’가 들어있다. 요리법은 말 그대로 메뉴에 있는 요리법이 적힌 것이고, ‘비밀 수학 레시피’는 각 메뉴에서 배운 수학 원리를 다시 한 번 정리해놓은 것이다. 그걸 보면서, 이야기로 읽었던 것을 공식화하고 머릿속에 요약하면서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수학이라고 관심을 보이다가 이야기라는 점에 흥미가 반감되었던 조카가 책을 읽더니 슬그머니 다가와 속삭였다. “고모, 이거 2권은 어디 있어?” 아직 안 나왔다니까, 다시 속삭이는 말. “2권 나오면 제일 먼저 사줘. 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꼭.”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조카가 2권을 찾을 정도니, 꽤 재미있는 건 틀림없다. 고모는 모든 책이 다 재미있는데, 넌 왜 날 안 닮았니? 식성만 비슷한 조카야.

 

  그런데 이 책은 음, 수학 방식이 초등학교 1,2학년 것과 3,4학년 것이 뒤섞여 나온다. 한자리 수 덧셈 뺄셈 식 바꾸기는 1,2학년에서 다루지만, 자릿값이나 도형은 2학년인가 3학년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글의 문장은 1학년에게는 좀 어렵다. 2,3학년에게 적당한 글이지만, 수학 문제는 그들에게는 좀 쉬운 편이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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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이집트 비밀스러운 피라미드
로베르토 자코보 지음, 음경훈 옮김, 이해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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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로베르토 자코보

  그림 - 이해정

 

  이 글의 저자인 로베르토 자코보에 대해 조사해보면,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세계의 역사와 신비, 고고학을 다룬 시리즈 프로그램의 작가이자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나온다. 책 후반에 피라미드 앞에서 고고학자와 토론 방송을 하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미스터리나 비밀, 이집트 피라미드 그리고 신화 같은 것은 내 취향이다. 그래서 조카에게도 그런 류의 책을 골라주곤 하는데, 막내 조카는 영 아닌가보다. 큰 조카나 둘째 조카는 어느 정도 좋아하는 장르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어서 재미있었는데, 막내인 얘는 그런 재미가 하나도 없다. 사실 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일념으로 이것저것 읽히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딱 내 취향이라서 골라보았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부터 시작해 현대까지의 긴 역사를 간략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취재 수첩’이라 하여 좀 더 심층 있게 다루고 싶은 주제를 다양한 그림과 유물 사진과 설명을 곁들였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여러 신들에 대해 알려주거나, 교통수단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취재 수첩은 아니었지만 이집트 상형 문자표가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뿐 아니라, 정설로 인정받지 못한 여러 가지 가설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서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피라미드의 제작에 대한 외계인 설이나 에드가 케이시의 예언 등등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등장시킨다. 또한 하트셉수트와 세넨무트의 비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보통 역사책보다는 미스터리 모음집에서나 다룰 법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골고루 다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려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언제나 정해진 대로 되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또한 과거의 일을 우리는 알 수 없기에,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니 지금은 정설이라 일컬어지는 이론도, 나중에 어떤 유물이 발견 되냐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에게 한 가지 생각만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알려주는 것.

 

  ‘껴묻거리’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학교에서는 부장품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신기한 어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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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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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작가 - 움베르토 에코

  그림 - 에우제니오 카르미



  움베르트 에코의 이름 때문에 고른 책이다. 겉표지에 적힌 문장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이 아동용 책을 썼다니! 대박!’이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어린이들을 위한 글은 어떻게 다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설마 아동용 책에도 주석과 별첨이 잔뜩 달려있을까?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글보다 그림이었다. 종이를 찢어 붙이기도 하고 다양한 상징과 기호로 가득한 그림을 보는 순간, 에코의 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는 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다.






 글은 평범하고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는 폭탄 만드는 것을 좋아한 한 장군의 이야기. 두 번째는 우주로 나간 서로 다른 국적의 우주 비행사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외계인을 만나나 우주 탐험가의 이야기다. 이 세 가지 짧은 동화를 통해, 작가는 전쟁의 위험성, 사람 사이의 이해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림이 많아서 어린 아이들이 보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쪽은 글자, 다른 쪽은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글자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기도 하고 한두 줄만 적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확실히 말하지만 저학년용은 아니다.


  이야기의 내용이 거의 다 비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얘기에서는 부자들과 장군이 결탁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대놓고 둘이 손을 잡았다거나 음모를 꾸민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부자들이 “우리는 이 많은 폭탄을 만들려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어요. 그런데 이렇게 곰팡이가 슬게 내버려 둘 겁니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장군은 전쟁을 일으키기로 한다. 그제야 위험을 알게 된 사람들은 폭탄을 만들라고 장군에게 권유한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각자 우주선을 발사한다. 강대국 세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다. 세 명의 우주인들은 화성에 도착했지만, 서로를 믿지 못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말이 달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까워지는 계기는 ‘엄마’라는 단어의 발음이 서로 비슷해서였다. 화성인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유도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감정의 상징인 눈물 때문이었고 말이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외계인들이 우주 모험가과 나누는 대화 역시, 많은 상징과 비유와 은유가 숨어 있었다. 우주 모험가가 자랑하는 지구의 과학 문명과 외계인이 바라본 그 폐해를 대비시키면서, 무분별한 개발의 위험성과 자연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이런 식이니, 열 살 난 조카가 재미없다고 툴툴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어쩌면 이 책은 고학년, 아니 어른들을 위한 우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림 때문에 어른들이나 고학년 내지는 중고등학생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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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암행어사 속속들이 우리 문화 1
김은하 지음, 김이랑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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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은하

  그림 - 김이랑

 

  속속들이 우리 문화 시리즈이다. 홍문관 교리인 나강직이 암행어사로 임명되어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일을 재미있는 그림과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물론 나강직은 허구의 인물이다. 특히 ‘나’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주인공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총 열 네 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가 끝나면, ‘암행백과’라 하여 관련된 과거 기록이나 그림 또는 사진을 보여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암행어사가 어떻게 임명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관직에 있는 친인척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부임지가 결정되는 과정은 공정함을 기하기 위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이후 암행어사가 오기를 꺼려하는 수령의 훼방에 관한 내용도 있고, 고을을 제대로 다스리기는커녕 자기 배불리기에 바쁜 악덕 수령의 얘기, 사또가 너무 착해서 아전들이 마음대로 횡포를 일삼는 이야기, 고을 일에 참견도 모자라 자기들 잇속만 챙기는 양반들의 사연, 진정으로 고을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또의 이야기 그리고 억울함을 죽음으로 고발한 소녀의 이야기 등등 흥미 있고 가슴 아프며 고개를 끄덕이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우리가 잘 몰랐던 암행어사에 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기껏 악덕 수령을 봉고파직 했더니만 집안의 배경으로 도리어 암행어사를 핍박한 이야기나 수사를 방해하려고 암행어사를 죽인 이야기까지.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이몽룡이 자기가 자란 마을로 암행어사 출두를 하는 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만화를 연상시키는 그림은 잘 살펴보면,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장터 그림이나 사또의 송사 장면을 살펴보면, 구석구석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이 잘 드러나 있다. 중간에 뻔뻔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양반이나 아전의 표정. 억울해서 주먹을 부르르 떨거나 이를 가는 사람들의 얼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딱 파악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착한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아이들에게 양반과 관리들은 다 무능하고 자기들 욕심만 채우려는 나쁜 놈들이었다는 인상을 줄 수가 있다. 비록 암행어사나 임금님은 그들과 반대로 백성을 보살피는 자애롭고 인정 많은 사람으로 나오지만 말이다. 하긴 관리들이 다 청렴결백하고 양반들은 백성을 사랑하며 세상이 평온하면, 암행어사를 파견할 필요가 없었겠지…….

 

  조카를 위한 책을 고르느라 아동 도서를 종종 보고 있는데, 아이들 책이 더 재미있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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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 -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5
이성규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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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작가 - 이성규



  순전히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고른 책. 아는 집에 갔다가, 호기심이 생겨서 빌려왔다. 제목이 책을 선택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알 수 있다.


  '조선을 경악시킨 놀랍고 발칙한 과학 이야기‘라고 책 뒤에 적혀 있어서, 사실 불가사의나 미스터리에 관한 기록 모음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실록에 어떤 사건이 기록되어 있으면, 그걸 현대 과학의 시각과 그 당시의 사회정치적 관점으로 해설을 해놓은 것이었다.


  예를 들면, 1장의 ‘조선시대에 등장한 트랜스젠더 닭’을 살펴보자. 실록의 기록을 나열한 후, 자연에서 성별이 바뀌는 생물에 대해 예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 성별이 바뀌는 닭이 자주 출몰한 시대적 배경을 얘기한다. 중종과 명종, 외척들이 득세할 때였다. 그래서 혹시 외척의 전횡을 성이 바뀐 암탉의 얘기에 빗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11장 ‘광해군 때 목격된 UFO’는 실록에 기록된 하늘에 나타난 괴물체를 언급하면서, 이것이 UFO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세계 각지의 UFO목격담을 첨부한다. 덧붙여 UFO에 대한 용어 설명과 역사적인 몇 가지 사건까지.


  그런데 읽다보니 그림은 조금 초딩 스타일인 것 같았는데, 내용은 중학생용이었다.


  10장 ‘조선 최악의 발칙한 사건-아내가 장가를?’에서, 그런 점을 확실히 느꼈다. 양성인간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용된 용어들이 참으로 어려웠다.


  ‘남성가성반음양’이라든지 ‘진성반음양인’ 그리고 ‘외성기 조직의 수용체 이상’ 같은 어휘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것들이다. 한국어에 한자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로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을 하고 있으면……. 게다가 황당한 것은 갑자기 한자어들의 향연 중간에 ‘페니스’라는 영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건 뭐지?’ 하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말았다. 차라리 한자어 옆에 괄호를 하고 한자를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실록의 사건들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시대상 연관시켜 해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 부분은 참으로 좋았다.


  다만 몇몇 장에서 사용된 용어들이 너무 어려워서, 읽기에 불편함을 주었다. 역시 ‘과학은 어려워’ 라는 인상을 주기 쉬웠다. 물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줄줄 나오는 책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림이나 사진이 재미있고 칼라로 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음, 이건 어쩌면 내가 요즘 중학생들의 독서 수준을 너무 모르는 것일지도. 아니면 내 주위 중학생들의 수준이 평균 이하이거나.


  어찌 되었건 시도는 신선했다. 접하기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역사에 연관시켜서, 자연스레 과거에도 관심을 갖게 하고, 과학에도 호기심을 느끼게 하니까. 어려운 용어야 나중에 커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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