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月女의 恨: Wal-nyo's Grudge, 1980

  감독 - 김인수

  출연 - 진봉진, 허진, 박병순, 이치우




 

  호러타임즈 2차 상영회 때 본 작품이다.



  ‘월녀’는 ‘금아랑’과 약혼한 사이였다. 하지만 지역 유지 ‘석탈’의 딸인 ‘유화’가 금아랑을 사모하다 못해 상사병으로 쓰러지면서, 문제가 생긴다. 석탈이 월녀의 아버지에게 거액의 돈을 주며 마을을 떠나라 협박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몰래 건달들을 고용해, 월녀와 아버지를 죽이라 명한다. 도망치던 월녀는 저주받은 연못이라 불리는 ‘흑묘못’에 몸을 던진다. 한편 월녀가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났다 생각한 금아랑은 유화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결혼식 날 밤, 귀신의 공격으로 유화가 살해당한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월녀가 돌아오는데…….



  이 영화에는 또 다른 숨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흑묘못에 얽힌 괴담이다. 예전에 마을에 젊고 아름다우며 용한 무당이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와 하룻밤을 자고나면 남자들이 죽어나갔다. 사실 그녀가 기르던 검은 고양이가 남자들을 죽이는 거였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무당을 죽여 버린다. 그러나 무당의 원혼이 고양이에게 옮겨가, 마을 주민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결국 그 힘을 봉인시킨 것이 흑묘못이라는 얘기였다. 월녀가 살아 돌아오게 된 계기는 바로 흑묘못에 깃든 무당과 고양이의 원한 때문이었다.



  영화의 설정만 보면, 한을 품은 여인의 복수극이라 생각할 것이다. 사실 전반적인 내용도 그랬다. 초반에는 흑묘못에 얽힌 무당과 고양이의 복수, 후반에는 월녀의 복수. 상당히 무서운 장면이 많을 것이라 은근히 기대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포스터를 보고 조금 기대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보면서 웃음이 나는 장면이 많았다. 뭐랄까, 지금은 쓰지 않는 어투라든지 다소 투박한 특수촬영기법은 40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니 그러려니 해도,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첫날밤에 신부가 죽었는데, 아무도 신랑을 잡아가지 않아 좀 웃기면서 놀라웠다. 부인을 잃고 전 약혼녀를 돌보는 걸 보면, 아무라도 저 놈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거 하나도 없다. 신부의 부모조차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딸 살리자고 남의 가족을 그렇게 죽였으면서! 진짜 딸이 죽었는데 왜! 정작 그들은 살아 돌아온 월녀가 무슨 말을 할까, 아니면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그런 배짱으로 어떻게 월녀와 아버지를 죽이라고 사람들을 고용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금아랑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귀가 얇아서 어디다 쓰려는지……. 왜 귀가 얇다고 평하는지는 적으려니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넘어가겠다. 하여간 요즘 작품에서 저런 성격의 남자가 주인공이라면, 아마 게시판에 불이 붙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 바꿔달라고.



  고양이들이 많이 나와서 무섭다기보다는 어쩐지 귀염귀염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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