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언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날이었다. 지하철 안에서였다. 내 옆 좌석에 앉은 대여섯의 여성들이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한 동네에 사는 것 같았고 오십 대로 보였다. 그중 한 명이 "강북 사람들은 왜 강남 사람들을 미워하는 거야?"라고 묻자 다른 이가 "강남 집값이 비싸니까 그렇지"라고 받아쳤다. 처음에 물은 이가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을 던지자 모두 까르르 웃었다.



그들이 그런 얘기를 꺼낼 만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얘기에서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이 지속되었으나 비강남 지역에서 강남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로 들렸다. 이 말은 출세할 능력을 가진 자에게는 격려로 들리지만 출세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조롱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분위기가 한껏 들떠 있어 누구나 말실수를 하기 쉽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하철 타고 왔니? 웬만하면 차 좀 사라." "아직도 청바지 입니? 난 너 정장 입은 걸 못 봤어." "양주를 마셔 봐. 그다음부턴 소주를 못 마실 걸." 이런 말들은 악의 없는 농담이라 할지라도 듣는 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특히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번에는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책 좀 읽어라. 그래야 대화가 통하지." "그것도 몰라? 얘는 뉴스도 안 보나 봐." 이런 말들은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함으로써 듣는 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특히 학력이 낮은 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사안인 만큼, 올바르지 못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차별을 낳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그런 측면에 주목하여 우리가 삼가야 할 말들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러하다. 자기가 얘기를 하는 도중 누군가 끼어들 때 제지하기 위해 쓰는 '지방방송 꺼'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지방에 사는 이들을 무시하는 뜻이 담겨 있어서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쓰는 '정상인'이라는 말도 삼가야 한다. 장애인이 비정상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반대 의미로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결손 가정'이란 말도 삼가야 한다. '결손'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하다는 뜻이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손 가정은 '한부모 가정' 또는 '조부모 가정'으로 바꿔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결례를 저지르곤 한다. 가령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이에게 차를 어디에 주차했냐고 묻거나, 대학을 가지 못한 이에게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냐고 묻는 것은 결례다. 골프에 무지한 지인에게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클래식에 무지한 지인에게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것도 결례가 된다.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첫 장에 이러한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비판할 때만 그렇겠는가. 평상시 대화할 때도 세상 사람이 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음을 기억해 두어야 하리라.



상대방에게 악의적 비난이나 욕설을 퍼붓는 것만이 불쾌감을 주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 것도 불쾌감을 준다. 따라서 말을 할 때에는 청자의 입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무의 됨됨이는 열매를 보면 알고, 사람 됨됨이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안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323010004426

 



.......................................


(후기)


한차례 몸살을 앓았습니다. 

앓느라 이번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 글쓰기의 어려움!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시어머님이 올해 구순이 되셨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갑니다. 

여행 갔다 와서 여행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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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3-24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것!
본인들은 정작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모르지요 ㅠㅠ

페크pek0501 2023-03-29 16:33   좋아요 2 | URL
자기 생각만 하기 쉽지요.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하니까요.
저부터 조심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3-24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참 공감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그렇더라도 노력해야겠습니다.
심하게 몸살을 앓으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을까요? 요즘 독감이다 감기다 환자가 많은가보더라구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시어머님 구순도 축하드리고 여행도 즐겁게 다녀오시길^^

페크pek0501 2023-03-29 16:36   좋아요 1 | URL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올바른 생각을 갖고서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여행은 즐겁게 무사히 마쳤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엔 무슨 숙제라도 가지고 있는 듯했는데 갔다 오니 시원합니다...

희선 2023-03-2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안 좋은 말은 안 하려고 해야 할 텐데... 다른 사람 처지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도 뉴스 안 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네요 그나마 다른 사람 처지를 조금이라도 알 만한 게 바로 책이 아닌가 싶어요 다 알지는 못해도... 책과 현실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시어머님 구순이군요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면 좋겠네요 페크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3-29 16:37   좋아요 2 | URL
상대의 입장을 깜빡 잊을 때가 있어 실언할 때가 있어요.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작가도 있더군요.
건강이 제일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피로만 느낄 뿐 병이 나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표제작인 ‘저 불빛들을 기억해’(103~108쪽)에서 발췌함. 



몇 해 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두 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처음에는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이틀 동안 기다렸다가 간신히 입원실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온 아이에게 갑자기 1형 당뇨라는 질병이 찾아왔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오르내리는 혈당을 안정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어린 나이부터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살아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려 견딜 수가 없었다. 혈당이라는 감옥은 순간순간 우리를 옥죄어 들어왔다.(104쪽)



어느 날 저녁, 우리는 걷다가 복도 끝에 앉아 잠시 쉬면서 맞은편 병동을 바라보았다. 수백 개의 창문들에 불이 커져 있었고, 방마다 각기 다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늘상 보아온 풍경이지만, 그날따라 불빛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불 켜진 방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온기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창문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말했다. 

“저 수많은 창문들을 보렴. 지금은 병원에 있으니까 주변에 아픈 사람들뿐이지만, 퇴원하면 너는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해. 그러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거야. 그때 저 불빛들을 기억해. 저렇게 수많은 방 속에서 병과 싸우고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106쪽)



지금 이 시간에 병으로 인한 고통과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106쪽) 어느 날 저녁, 우리는 걷다가 복도 끝에 앉아 잠시 쉬면서 맞은편 병동을 바라보았다. 수백 개의 창문들에 불이 커져 있었고, 방마다 각기 다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늘상 보아온 풍경이지만, 그날따라 불빛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불 켜진 방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온기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창문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말했다.
"저 수많은 창문들을 보렴. 지금은 병원에 있으니까 주변에 아픈 사람들뿐이지만, 퇴원하면 너는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해. 그러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거야. 그때 저 불빛들을 기억해. 저렇게 수많은 방 속에서 병과 싸우고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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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충분히 행복한 운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심리학 교수 다니엘 카네만이 한 말이다. 그는 행복을, 순간기억과 관련지으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열망이 크지 않았던 사람”임을 지적한다. 기를 쓰고 행복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오히려 행복해지기가 힘들다는 말인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윌리엄 데이먼의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보면 그 말이 이렇게 표현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드물다.”―맞다. “진정한 행복은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고, 도전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드는 흥미로운 것들과 관련이 있다.”―맞다. 나 역시 여전히 어딘가에 몰입하고 도전하며 빠져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것이 무슨 커다란 사업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내가 사 온 너무나도 특색 없는 유니클로 셔츠를 내가 좋아하는 색상으로 직접 염색하는 것에서도,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글을 발견하는 것에서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에서도 나는 충분히 몰입하고 빠져든다.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외부 요인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도 아니고 순간순간 충분히 몰입할 때 찾아온다.―칙센트미하이가 <몰입>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330~331쪽)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쓰러져가는 양계장 축사들 사이에 서서 나는 눈을 감았다. 나를 처음 그곳으로 이끌었던 향기를 찾아내기 위해 코끝은 아주 예민하게 허공을 더듬었다. 그러자 그날의 향기가 닭똥 냄새를 비집고 서서히 흘러들었다. 삶이란 이처럼 낡은 축사들 사이에서 맑은 향기 한줄기를 찾아내는 지나한 과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곳에 오래 서 있었다.(57쪽) 





....................추기(追記)


<세이노의 가르침>은 목차를 살펴보고 마음이 끌려 구매했다. 736쪽 분량으로 두꺼운 책인데도 값이 저렴하다. 알차고 유익한 내용이어서 빨리 완독하고 싶다. 


<저 불빛들을 기억해>는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좋은 글이 많아 종이책을 구매했다. 저자가 워낙 유명한 시인이라 시집을 갖고 있는데 산문집은 처음 접했다. 시인이 쓴 산문집은 시적인 문장이 있는 게 장점인 반면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있는 게 단점인데, 이 산문집은 문법에 어긋난 문장이 없어 좋다. 맘에 드는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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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17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세이노의 가르침 읽으셨군요.
저는 예약시작할 시기에 구매했는데 그 때는 검정 표지였지만, 요즘엔 하얀색 표지로 다시 나오는 것 같았어요.
페이지가 많지만 책 가격이 높지 않아서 좋았어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3-17 22:20   좋아요 2 | URL
아, 서니데이 님도 세이노의 가르침, 을 구매하셨군요. 책을 받을 땐 검은 표지였는데 이젠 하얀 표지로 바뀐 모양이에요. 검색하니 하얀 표지의 책만 뜹니다.
목차를 보니 완전 사고 싶었는데, 7백 쪽이 넘는 분량의 두꺼운 책인데도 6천원대라서 웬 떡이냐 하면서 샀지요. 스텔라 님의 서재에서 처음 본 책이에요. 우리가 책을 다 사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정보를 접해 어떤 책들이 나오는지는 꿰뚫고 살잖아요.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서니데이 2023-03-17 22:30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이번에 나온 거지만, 저자가 예전에 신문지면에 연재한 적도 있어서 유명해요.
책이 출간된 적은 없지만 글모음을 제본해서 파는 책도 있었고요.
이번에 책으로 출간된다는 소식 듣고 일찍 샀는데, 3월이 바빠서 아직 거의 못 읽었어요.
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3-17 22:37   좋아요 2 | URL
예 맞아요. 저도 동아일보에서 찾았어요. 2001년인가 연재를 했더군요.
글을 몇 편 읽었는데 구수하게 재밌게 센스 있게 잘 쓰더군요.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배운 게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ㅋㅋ

희선 2023-03-18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안 샀지만, 예전에 초판 한정판이라고 한 것도 같네요 초판 한정판은 검정이고 지금은 흰색으로 나오는군요 어느새 주말입니다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3-18 13:35   좋아요 1 | URL
한정판이란 걸 알아서 빨리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딸애가 사 달라는 책이 있어 함께 구매했어요.
벌써 주말~~~. 쏜살같은 시간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yamoo 2023-03-18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세이노의 가르침을 구매하시고 읽으셨나보네요! 저도 얼른 사야겠습니다!
좋은 책으로 보입니다!

페크pek0501 2023-03-18 13:37   좋아요 1 | URL
세이노, 읽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반이다, 라는 생각으로요.ㅋㅋ
책을 사고 나면 맘에 들지 않는 책도 있잖아요. 위의 두 권은 다 맘에 들어요.
그래서 오늘 ‘추기‘의 글을 올렸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23-03-18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이노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모셔만 두고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
앞부분에 저자의 펴낸 의도와 과정 읽으면서
뭐 모든 작가가 이렇게까지 착해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이런 작가가 나와주면 책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저절로 작가의 만수무강을 빌게되더군요.

사진 보니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나 봅니다.
어디론가 가고픈 봄이 돌아왔네요.
근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3-18 13:43   좋아요 1 | URL
완독한 건 아닙니다. 완독하기엔 너무 두껍잖아요.ㅋ
스텔라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된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날 목차를 보고 장바구니에 넣었죠.
이 책이 신간인 줄 몰랐어요. 제 글이 화제의 글에 떠서 좀 놀랐어요. 저 글이 왜 저기 있지? 하면서요.ㅋㅋ
이미 부자여서 더 부자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저렴한 값으로 책을 내도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대중에게 혜택을 주기도 하고 더 많이 팔리는 효과가 보고 말이죠.
저 사진은 색을 입힌 게 아닌데 저런 색으로 나오더군요. 아마 해질 무렵이라 그런 듯합니다. 작년 이맘때 사진이에요. 올린 적이 없는 것 같아 써먹었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03-19 0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법에 어긋난 문장이 없는 글.
페크님께서 예전에도 문장 다듬는 법과 좋은 글 쓰는 법 포스팅 올려주셔서 참 도움 많이 받았던 기억 새록 올라옵니다^^

페크pek0501 2023-03-20 11:24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문장 다듬는 법과 관련한 페이퍼를 올리면서 저도 공부가 되었답니다. 앞으로 또 올리게 될 날이 있겠지요...
요즘 좀 바쁘네요.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동분서주하는 느낌이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2023-03-20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2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3-22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이노의 가르침> 좋죠^^ 즐독하세요ㅎ

행복에 관한 좋은 가르침.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순간순간에 집중^^!

페크pek0501 2023-03-22 12:59   좋아요 1 | URL
세이노의 묵직한 무게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많이 배울 게 있을 것 같기 때문인 듯합니다.
맘에 드는 책을 가지고 있는 게 든든하죠. 순간순간에 집중^^ 하겠습니다!!!
 

(경인일보 홈페이지에서 ‘지면 보기’를 클릭하여 지면을 ‘화면 캡처’함.)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튀르키예 지진 같은 굵직한 사건만 큰 비극을 낳는 게 아니다. 다만 마음의 병이 깊어져 슬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오슈코른 영감은 장날에 장터로 가다가 조그만 노끈 오라기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소용이 될 만한 것이라면 주워 모아 두는 게 좋다고 여겨 그 하찮은 노끈을 주웠다. 노끈을 주운 이 행동이 남의 지갑을 주운 행동으로 소문이 퍼져 나갔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누군가 500프랑의 돈과 서류가 들어 있는 가죽 지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도둑으로 몰린 오슈코른 영감은 결백을 주장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아 밤새도록 앓았다.



이튿날 오후 가죽 지갑의 도난 사건이 해결되었다. 길에서 지갑을 주웠다는 사람이 주인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어서다. 그 소식이 곧 그 근방에 퍼졌고 오슈코른 영감도 그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의기양양해져서 온종일 누명에서 벗어난 자기 얘기를 했다. 길 가는 이를 만나도 그 얘기였고 술집에서 술 마시는 이들과도 그 얘기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납득한 것 같지 않았다. 공모자나 공범자를 시켜서 그 지갑을 되돌려주게 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기에 대한 의심이 너무나 부당한 것임을 깨닫고 가슴이 미어질 듯했다. 온통 노끈 이야기에 사로잡혔고 몸이 축났다. 그는 섣달그믐께 앓아눕더니 정월 초순에 죽고 말았다. 이 소설의 제목은 '노끈 한 오라기'로 기 드 모파상이 썼다.



그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앓다가 죽었을까. 그가 앓은 병에는 먹는 약이 소용없다. 자기 말을 누군가가 믿어 주는 것만이 약이 될 뿐이다. 만약 그의 말에 공감해 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오슈코른 영감이 범인이라는 소문을 들은 뒤부터는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라도 한 듯, 지갑이 주인에게 돌아갔음에도 그의 말에 공감해 주지 않았다. 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 필요한 열린 마음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자연재해, 질병, 빈곤 등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인간의 불행은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다. 즉 노사 간, 세대 간, 가족 간, 친구 간, 이웃 간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는다.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갈등이 생기지 않을 터다. 온갖 감정의 기저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깔려 있다. 오슈코른 영감 역시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을 이겨 내지 못하고 숨졌다.



대체로 인간은 평소 가볍게 여기던 것이라도 본인의 일이 되고 보면 중대해지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가볍게 여겨질 일을 당시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다른 이에게는 매우 괴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특정인을 겨냥한 악성 댓글이나 부당한 압력이 당사자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저런 오해로 인해 오슈코른 영감처럼 괴로워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만약 오슈코른 영감과 똑같이 오해를 받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자신도 남을 오해한 적이 있을 거라며 상쇄시켜 버리고 잊기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혹은 본인은 잘못한 게 없고 남들이 오해한 것이니 남들의 탓으로 돌리고 넘어가는 것이 지혜롭겠다. 훗날 진실은 꼭 밝혀질 거라는 믿음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괜찮겠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걸 이기지 못하고 속을 끓이곤 한다. 마치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인생을 사는 것처럼.



인생이 넓은 정원이라면 인간은 정원사다. 그 정원에는 간혹 시든 나무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정원사는 시든 나무에 집착해서 다른 나무들마저 시들게 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시든 나무는 튼실하게 자란 나무들에 가려 잊혀지게 마련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정원 전체의 나무를 잘 가꾸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오슈코른 영감을 떠올리며 든 생각이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223010004632


 



.......................................

(후기)


영혼까지 끌어모아 쓴 글입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 글쓰기의 어려움!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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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2-24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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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2-24 12:13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 님, 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감은빛 2023-02-2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따뜻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라 정말 좋아요!
오늘은 본문에도 공감했지만, 특히 후기에 더 공감합니다. ^^
언제나 글쓰기는 영혼을 끌어모아야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런저런 오해들을 많이 받았던 기억들이 있어요.
어렸을 때는 그런 일로 상처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하도 상처를 많이 받아서 이젠 마음에 딱지가 두껍게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많이 무뎌졌네요. 그런가보다 하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3-02-24 12:12   좋아요 0 | URL
글쓰기는 그야말로 영끌이죠...
오해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인간이란 제멋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상처를 받는 것도 경험이 필요합니다. 무뎌지는 장점을 얻기 위해서 말이죠.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23-02-24 13: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잘 쓰셨는데요? 유난히. ㅎㅎ
역시 글은 영끌할 때만 빛이 나는가 봅니다.
계속 영끌하는 마음으로 써 주세요.^^
(이거 욕인지 축복인지. ㅋㅋㅋ
독자는 작가의 고혈을 빨아 먹고 산다잖아요.
작가는 그런 존잰 것 같습니다.ㅠ)

페크pek0501 2023-02-25 12:22   좋아요 2 | URL
댓글은 이달의 당선작을 안 주나요? 스텔라 님이 받을 뻔...ㅋㅋ
작가의 고혈을 빨아먹다니 독자들은 흡혈귀였군요.ㅋ
글쟁이들은 흡혈귀에게 빨아먹히고 싶어하는 존재들이겠네요.^^

거리의화가 2023-02-24 16: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혼까지 끌어쓰셨으니 당연히 좋을 글! 링크 꾹 눌렀습니다.
관계에서 오는 슬픔이나 좌절은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신이 들면 나중에 이게 고쳐져도 다시 믿음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죠. 이것은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오보라는 게 밝혀져도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지요. 그냥 그 오보인 기사는 진짜처럼 인식되어버리는...
페크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칼럼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02-25 12:26   좋아요 1 | URL
링크 꾹, 감사합니다. 그래도 제가 알라딘 출신인데 오피니언 지면에서 조회 수로 꼴찌는 면해야 될 것 같아서요...ㅋ
신뢰의 문제, 그렇겠네요. 오보가 있어서 정정을 해도 나쁜 이미지가 씌워진 것은 벗겨지지 않다고 하네요.
나쁜 논란의 중심이 서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흠집을 낸 셈이 되는 거죠.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말이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칼럼, 극찬의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2-24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해를 받는 일이 생기면 많이 힘들 수도 있어요. 말하는 사람은 여러 사람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일 수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이 된다면 하지 않은 일을 해명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좋지 않네요. 그럼에도 그런 일들은 가끔씩 생길 수 있어요. 조심스럽습니다.
글쓰기는 잘 되는 날보다 잘 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고 해요. 그래도 하나를 잘 끝내면 다음에도 잘 되실 거예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2-25 12:28   좋아요 2 | URL
오해를 하거나 받거나 우리네 인생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오해를 받는 쪽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에요.
남을 위해 인생을 사는 건 아니지만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말이죠.
오늘 공기 맑은 토요일이에요. 어제는 쌀쌀해서 어머니와 걷기 운동하다가 감기 걸릴까 봐 걱정되더라고요.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어제였어요.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2-25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이런 일 많겠습니다 실제 일어난 일과 다른 기사 날 때도 있겠지요 사람들은 그거 보고 다 믿기도 하겠네요 다 진짜는 아니기도 하다니... 다른 사람이 자신을 오해하면 마음이 정말 안 좋겠습니다 자신을 믿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좀 나을 텐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오해하는 건 그냥 둬야겠지요 풀려고 하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요 시간이 가면 다르게 볼지도 모르겠네요

페크 님 주말은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2-25 12:31   좋아요 1 | URL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겠지요. 사실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안목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에겐 오해받는 일이 치명적일 수 있어요.
열린 마음이 필요한데 워낙 인간이란 고정관념과 선입견의 노예들이어서 쉽지 않을 때가 많을 듯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3-02-25 1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감님을 믿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드네요 ㅜㅜ
역시 모파상은 이야기꾼인거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2-25 13:07   좋아요 2 | URL
모파상 같은 옛날 작가들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있었던 거죠. 그런 일로 인간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안 거죠.
지금이야 뉴스를 통해 이런저런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지만 티브이와 인터넷 없는 시대에 소설을 썼던 작가들의
능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천재들이에요. 그것도 타자기도 아니고 장편도 펜으로 썼을 테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3-02-25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렇게 오해를 받으면 대범하게 넘기지 못할듯요. 다들 오슈코른 영감처럼 괴로워할 것 같아요. 살면서 저런 일이 없는게 좋겠지만 혹시 저런 일이 생기면 페크님 글을 생각하면서 용기낼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2-25 14:34   좋아요 1 | URL
알라딘 메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구경하며 장바구니에 마구 넣다가 그만 노트북 꺼야겠다, 하는데
바람돌이 님의 댓글이 보였어요. 사고 싶은 책은 왜 이리 많은 걸까요?ㅋㅋ
오해받다가 혈압 오르면 큰일납니다. 느긋해질 필요가 있어요. 저도 그런 일 생기면 오슈코른 영감을 생각해야겠어요. 화병 나면 본인만 손해, 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고양이라디오 2023-02-27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페크님 칼럼도 쓰시고 책도 내셨네요. 많이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책 읽고 리뷰 남기겠습니다^^b

책 구입하러 출발하겠습니다ㅎㅎ

2023-02-27 1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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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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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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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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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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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3-02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이제 3월이 되어서인지, 서재 분위기도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요.
오늘은 조금 기온이 낮았지만, 그래도 많이 따뜻해졌어요.
3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3-03 15:37   좋아요 1 | URL
3.1절을 말하는 군요. 으음... 그저께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후하하~~ 제가 이래요. 기억력 저하 현상..
어제의 일은 기억이 납니다. 엄청 추웠는데 두 시간을 걸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퇴근 후 뭘 사오면 좋겠냐고 문자를 보내서 귤을 사 오라고 답장했더니 잘못 알아 굴을 사 왔어요. 저녁에 초고추장을 만들어 생굴을 맛있게 먹었는데 속이 안 좋았어요. 토할 것처럼 울렁거렸어요. 다행히 설사하고 나니 괜찮았어요. 토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음. 생굴 조심합시당~~ㅋㅋ

서니데이 2023-03-03 15:41   좋아요 1 | URL
페크님, 그런 일이 있었네요. 지금은 좀 어떠세요. 겨울에 굴이나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생물로 먹을 수는 있지만, 겨울에도 노로바이러스 등 식중독 가능성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해요.
많이 고생하셨네요.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3-03 15:54   좋아요 1 | URL
예.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 나았어요. 안 그래도 식중독 같아 며칠간 고생할까 봐 걱정했는데 괜찮아서
다행이었어요. 아침에 발레 하러 갔다온 걸요.
굴을 끊기로 할까 봐요.ㅋㅋ 다음부턴 굴전으로 전을 부쳐 먹어야겠어요. 안전하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3-03-03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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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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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2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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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5: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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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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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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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0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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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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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0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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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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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185~214)’에서 발췌함.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규정했다. 우리는 존재의 차원에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긍정 정서positive affect의 차원에서 쾌락을 떠올린다. 반면 에피쿠로스는 결핍과 부재의 측면에서 쾌락을 규정했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상태를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197쪽)


⇨ 나는 큰 욕심을 갖지 않는다. 무탈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포도 한 접시로 즐거울 수 있고 커피 한 잔으로 즐거울 수 있다.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이라면 이에 동의할 것이다. 고통은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만드니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본 사람이라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부재한 상태가 되는 것이 첫 번째 요건임을 알게 된다. 이는 고통의 가치를 말해 주기도 한다. 고통을 겪어 본 자만이 삶의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다.   


난 ‘행복’의 가까운 친구가 ‘감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감사를 느낄 줄 알면 행복할 수 있고, 감사를 느낄 줄 모르면 행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며, 올바른 마음가짐만 갖춘다면 아주 적은 양의 치즈만으로도 소박한 식사를 성대한 만찬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202쪽) 


⇨ 예를 들면 자기가 가진 고급 핸드백이나 비싼 보석이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니라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급 핸드백이나 비싼 보석으로 며칠간 즐거울 수는 있으나 일년 내내 즐거울 수는 없다. 


나는 커피 한 잔 들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런 행복은 매일 느끼는 것도 가능한데, 이런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없어야 하므로 다음과 같은 요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 경제적 안정, 가족 간의 화목, 큰 고민거리 없음 등등이다. 예컨대 부부 싸움을 하고 난 뒤 커피 한 잔으로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고통 없는 순수한 쾌락은 극히 드물어요.” 톰이 말한다. “그래서 에피쿠로스의 철학이 저한테 딱 맞는 거예요. 전 엄청 우유부단한 사람이거든요”(210쪽)


⇨ 예를 들어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다면 피로를 감수해야 한다. 피로를 감수하기 싫다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없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이 인생의 커다란 쾌락 중 하나라고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축복받은 삶에 이바지하는 여러 가지 중에 우정만큼 중요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 그리고 지금의 톰과 나처럼 친구는 식사의 필수 요소라고 덧붙였다. 친구 없이 먹고 마시는 것은 “사자와 늑대처럼 게걸스레 먹는 것”과 같다. (중략) 전체적으로 보면 우정은 고통을 완화하고 쾌락을 증진한다. 우정과 관련된 고통은 우정이 주는 쾌락으로 상쇄되고도 남는다.(213쪽)


⇨ 내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때 이런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준 것은 남편도 아니고 아이들도 아니고 내 또래의 친구들이었다. ‘갱년기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친구가 없는 사람이 가장 외롭다고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

저자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 철학적 여행가, 칼럼니스트. 미국. 1963년생. 글이 재밌고 사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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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2-21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확행이 에피쿠로스 철학에서 나온 거군요! ㅎ
가끔 좋은 사람 만나 수다한판 떨고 들어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죠.
그렇죠. 갱년기는 친구들만 알아요.
저의 엄니도 잘 모르시더군요. 물론 엄니 땐 갱년기란 단어 자체가
없어서 모르시는 거지만.
젊은 사람 부러운 게 있는데 풍부한 연골이더라구요.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하루 이틀 쉬면 낫잖아요.
지금은 연골보조제도 먹어줘야 해요. ㅠㅠ

2023-02-21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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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2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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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2 14: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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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2 2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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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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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2-2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책인데, 좋은 구절을 다시 보니 너무 좋네요. 에피쿠로스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고통없이는 행복도 쾌락도 없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정의 중요성도요^^!

페크pek0501 2023-02-27 18:35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 님도 이 책의 진가를 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저자가 참 재밌게 써서 그 기술을 나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자주 들춰 보기로 한 책입니다.
당장 큰 근심이 생기면 근심이 없던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알 수 있죠!!

고양이라디오 2023-02-27 18:56   좋아요 1 | URL
네, 전 이 책 읽고 저자가 맘에 들어서 이분 책 다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고 그러면서도 한번씩 깊이있는 성찰을 주고 참 좋더라고요ㅎ

맞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는가를 깨닫게 됩니다ㅎ

페크pek0501 2023-02-28 12:1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서 이 저자의 마니아가 되어야겠군요 하하~~.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28 13:04   좋아요 1 | URL
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모두 재밌었어요ㅎ

페크pek0501 2023-03-02 12:26   좋아요 1 | URL
옙..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