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할 때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몸에 기운이 없다고 느낄 때 말을 많이 하면 내 몸속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기운이 없는 날에 누군가를 만날 때면 내가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쪽에 있게 된다. 반대로 기운이 있는 날에 누군가를 만날 때면 내가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말을 하는 쪽에 있게 된다.

 

 

 

2. 나를 포함해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는 내용을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말의 3분의 1은 자기 자랑을 하는 것, 3분의 1은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것. 그런데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자신이 유머가 있음을 자랑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면 말하기는 결국 반 이상이 자기 자랑인 셈이다.

 

 

 

3.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자기 자랑을 하는 가벼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을 줄여야겠다는 것. 다시 말해 내가 말하는 시간을 줄이고 남의 말을 들어주는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것.

 

 

 

4. 말수를 줄이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면 가벼운 사람이 되는 걸 피하는 이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몇 가지 이점이 더 있다.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어 인간관계가 좋아지며,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5. 탈무드의 어떤 구절을 떠올리면 듣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라는 구절을.

 

 

 

 

 

.........................................

짧은 칼럼을 써 봤다.

쓰고 보니 주관적인 글인 것 같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칼럼은 편견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한다.  

 

 

 

 

 

 

 

 

 

 

 

 

 

 

 

 

 

 

 

 


 

 

 

 

5월이 가기 전에 올리려 했던 장미꽃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6-0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9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6-06-0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의 일상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고, 우스개 소리도 거의 하지 않으니, ...

제 말하기(와 글쓰기)의 절반은 제 자랑, 나머지 절반은 나의 경제적 유익을 위해서 ...

남의 이야기도 거의 듣지 않으나, 책을 읽는 것을 듣는 것에 포함시킨다면 2:1의 비율을 맞추면서 제 자랑을 늘리기 위해 독서를 더 많이 해야겠군요.

페크pek0501 2016-06-09 11:47   좋아요 0 | URL
말을 하는 게 고단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날 때 그래요. 몸이 고단하니 말수가 적어지고 그 대신 친구들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을 글로 써 봤어요. 집에 와서 생각하니 저도 말할 때 자기 자랑을 하고 있더라고요. ㅋ

말을 많이 하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딱 아는 만큼 글을 쓰듯이, 딱 아는 만큼 말을 하게 된다고 믿으니까요.
누구든 만나서 잠깐 얘기를 나누면 그의 지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잖아요. 상대가 사용하는 어휘만 봐도 짐작이 되잖아요. 그래서 글 올리는 게 가끔 두렵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cyrus 2016-06-08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상대방의 말을 들어줬는데 정작 상대방은 제 말을 안 듣습니다. 상대방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습니다. 너무 들어주는 자세도 좋다고 보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호구짓을 실제로, SNS에서 몇 번 겪은 적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6-09 11:50   좋아요 0 | URL
꺄르르~~~ 님은 잘 살고 계신 걸로 접수합니다. 남에게 손해를 보기도 하며 사는 게 좋은 삶이라고 봐요. 저도 바보짓으로 손해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죠. 살면서 나도 모르게 지은 죄가 있을 터이니 그걸로 상쇄하자, 뭐 이런 생각으로 계산하고 나면 편해집니다.

잘 살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까 알라딘에서도 님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잖아욧... ㅋㅋ

반갑고 고맙습니다.

cyrus 2016-06-09 20:39   좋아요 0 | URL
제 블로그가 인기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기`는 마태우스님, 로쟈님, 다락방님, 하이드님 같은 오랫동안 알라딘에 활동하신 분들에게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

페크pek0501 2016-06-10 15:42   좋아요 0 | URL
학창 시절에 말이죠, 전교에서 10등 안에 드는 학생은 똑같이 우등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이죠. 이곳 알라딘은 학교보다 규모가 크니 알라디너 중 30위 안에 들면 저는 다 인기블로거, 유명블로거로 안답니다.

님이 제 서재에 댓글을 남기시기 전부터 저는 이미 님을 인기블로거, 유명블로거로 알고 있었답니다. 키득...


루쉰P 2016-06-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죠? ㅋ 전 듣기도 말하기도 안 할 수 있는 홀로 선 고시원에 있어서 훗 근데 진짜 들어주는 게 어렵더라구요 그럴람 질문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ㅋ 아 누구라도 좋으니 말할 사람 있으면 백년동안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처지라면 말이죠 ㅋ

페크pek0501 2016-06-09 11:53   좋아요 0 | URL
이게 누구십니까? 그동안 활동하고 계셨던 겁니까? 아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백 년 동안이나 들을 수 있는 마음자세라니... 으음... 꽤 바람직한 자세 같습니다. 그런 자세라면 친구에게도 애인에게도 인기가 있겠는걸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잘 들어주면 존중받는 느낌도 들고 호감의 표시인 것도 같거든요.


아무쪼록 그 자세를 견지하며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본받겠습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루쉰P 2016-06-09 13:56   좋아요 0 | URL
ㅋㅋㅋ 활동이라뇨 ㅋ 전혀 안 하고 있다가 들어온 지 며칠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말아먹고 좀 여유 있는 시간이라 딴 걸로 정신 소비하는 것보다 여기 들어와서 글 읽는게 좋을 것 같아 조금씩 들어와서 읽고 있어요. ㅋ

사실 백년은 농담이고, 사람을 못 만나니 그런 것 같아요 ㅋ 글은 모두 편견(?)이라기 보다는 쓰는 사람의 독자적인 사상 있지 않을까요? ㅎ 페크님의 사상이 담긴 글이니 편견이락고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ㅋ

알라딘 자주 올께염 ㅋ

페크pek0501 2016-06-10 15:44   좋아요 0 | URL
글을 쓰는 사람의 독자적인 사상이라... 참 좋은 표현입니다.
저의 사상을, 저의 개성을 보여 주는 글로 생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6-06-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하신 말씀인데 그렇게 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말을 안하면 소외되는 것 같고, 바보가 되는 것 같고.
주거니 받거니가 잘되는 인간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언니와 저처럼요.ㅋㅋㅋ

6월은 릴케와 장미의 계절이어요.^^

페크pek0501 2016-06-10 15:4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해야죠. 아무도 말을 안 하고 들으려고만 하면 그것도 큰일이지요... 사실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많이 하는 친구가 저는 좋답니다. 활력이 느껴지고 재밌어요. 다만 저에 대한 반성과 다짐의 글이에요.
 



결혼이 주는 건 행복인가, 불행인가? 결혼은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불행도 준다. 결혼 생활엔 행복한 시간만 있는 게 아니다. 만약 행복한 시간만 있다면 이혼하는 사람들이 왜 있겠는가.

 

 

결혼 생활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단체 생활이다.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식구를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만약 상대를 배려하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잡음이 생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낮잠을 잘 땐 조용히 해 줘야 하는 규칙 같은 것. 시끄럽게 해서 낮잠을 깨게 하면 안 된다.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환기가 되게 해 주는 규칙 같은 것.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용변을 봐서 냄새가 나게 했든 샤워를 해서 습기가 차게 했든, 환풍기를 돌려놓든지 문을 열어 놓아서) 다음에 화장실을 사용할 식구가 불쾌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오랜만에 라면을 먹으려고 찾아보니 라면이 하나도 없었다. 슈퍼에 가서 사 갖고 오려니 귀찮았다. ‘내가 사 놓은 라면을 누가 다 먹은 거야?’ 하는 생각으로 폰을 찾아 우리 식구 네 명의 카톡방에 들어갔다. “누가 마지막 남은 라면을 먹었나요?”라고 물었더니 둘째 아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메시지를 띄웠다. “마지막 남은 라면을 먹는 사람은 ’이제 집에 라면이 없음.‘이라고 카톡으로 알릴 것.”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답글을 적었다. 이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단체 생활에서 규칙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혹자는 집안일은 전적으로 주부의 몫이니까 라면을 사 놓는 일이 주부의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부부와 두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인 경우에 주부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제 맞벌이 부부의 시대다. 며느리 노릇하랴, 딸 노릇하랴, 살림하랴 이것만으로도 바쁜 게 주부인데 게다가 직장을 다니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주부가 고달픈 시대가 되었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만 바쁜 게 아니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만 바쁜 게 아니고 주부도 바쁜 시대다. 그런데 네 식구가 똑같이 바쁘면서 주부만을 희생하라고 하면 잘못이다. ‘주부가 희생해서 가족이 행복하다면?’ 이런 생각은 쓸데없다. 불공평하게 희생자를 깔고 얻어지는 행복이란 ‘가치 없음’이다. 다 같이 행복할 때 값지다. 넷 중에서 한 명의 희생자만 생겨나면 그 희생자는 언젠가는 원망을 품게 될 확률이 높다. 희생이 필요하다면 넷이 서로 공평하게 나눠 희생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고 희생을 나눠야 잘 유지되는 ‘단체 생활’ 같은 ‘결혼 생활’이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미혼자들은 결혼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미혼자들은 결혼을 앞두고 ‘단체 생활’ 같은 ‘결혼 생활’에 내가 적합한지를 생각해보기는커녕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깐 상대가 자신을 위해 뭐든 해 줄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그런 것 같다. 글쎄, 신혼기엔 가능하려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이 많아져서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지 않아 힘든 상황이 되는 걸 많이 보아 왔다. 육아 문제에 있어서 서로 돕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결혼 생활이 힘들어진다.

 

 

직장에 다니는 주부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주부들이여! 엄살 좀 피워라.’ 공평한 단체 생활을 위해 엄살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엔 체력이 약한 걸로 무기 삼아 엄살을 피우며 식구들의 협조를 부탁한다. “(애들한테) 나 힘들게 하면 체력이 약해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 그러면 너희 용돈이 줄겠지. 그래도 좋아?” 남편에게도 똑같이 말한다. 이렇게 하여 예전보다 협조하는 가족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으로 힘주어 말한다. ‘주부들이여! 희생자가 되지 말라.’ 만약 주부들이 희생자가 되면 그 아들들이 자라서 주부가 당연히 희생되어야 하는 줄 알고 나중에 결혼한 뒤 자기 아내에게도 희생자가 될 것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져 부부간에 마찰이 생긴다. 또 그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희생자인 주부가 원망을 품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보고 느끼는 자녀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우리 모두 공평한 단체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되기를.(끝)

 

 

 

 

 

 


.........................<후기>


나는 내 딸이 훗날 결혼할 때 가정에서 희생하고 사는 사람을 시어머니로 만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밑에서 자란 아들과 함께 사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기에.

 

“우리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사셨단 말이야. 당신은 왜 그렇게 못해?”라고 말하는 남편과 사는 아내는 얼마나 힘들 것인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0-21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10-21 19:12   좋아요 1 | URL
무척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기를 기대해 봅니다. ^^

stella.K 2015-10-2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업주부가 된 것에 대해서도 존중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여성이 사회취업률이 낮았을 땐
전업주부가 된 것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요.
요즘엔 그건 하나의 선택이라고 봐요. 그럼 그것에 대해 존중을 해 줘야지
여자가 집에서 뭐하냐고 핀잔 주는 남자들 문제 있다고 봐요.
살림 하는 것도 보통 힘든 거 아니거든요. 그것도 환산하면
웬만한 월급과 맞먹는 건데 실질 임금이 없으니 하찮은 걸로 여기죠.
그런데 요즘 남자들 여자가 살림도 잘 하면서 직장에도 다니는 걸 바라는데
욕심이 좀 지나치다고 봐요.

페크pek0501 2015-10-21 19:15   좋아요 1 | URL
살림하는 게 얼마나 체력 소모, 시간 소모가 되는 일인데요. 이것 과소평가하면 안 되지요.
요즘 주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니까요. 집안일과 직장 일.

앞날, 딸들이 걱정입니다요.


[그장소] 2015-10-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듯하지만 마지막 없어진 것을 문자로 공지..좋은걸요!^^ 팁하나 배워가요^^ 선배님!

페크pek0501 2015-10-22 13:43   좋아요 1 | URL
하하~~ 어떤 분은 저에게 선생님이라고 댓글을 쓰셨던데 님은 선배님이라고 하시니... 으음... 기분은 좋지만... 기분은 정말 좋아요... 그런데 좀 어색합니다. ㅋㅋ

마지막 것을 사용할 땐 모두에게 알려 주는 게 좋죠. 치약이나 삼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해서 창문을 못 열고 있어요. 생각 같아선 창문을 활짝 열고 이불을 팍팍 털고 싶은데... 청소기를 돌리고 싶은데...
날씨만 생각하면 불행해져서
날씨에 집중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좋은 하루 보냅시다.

[그장소] 2015-10-22 15:07   좋아요 0 | URL
선생님도 좋은데..그럼 넘 어려워질것같아서..^^ 언니처럼 응석도 좀 부리고 적당히 밀당도 하고싶으니...인생선배님!^^ 나중엔 모르죠 .
정말.너무 많이 배워 선생님으로 기억될지..
지금은 한걸음..이정도..^^
그러게요..날씨 생각하면 얼굴을 종일 쓸어 내리게 됩니다..왜 제 얼굴이 흐려진 것 같은지..확 걷어내고 속 시원하게 맑은 공기...간절합니다
ㅡ이런 못된 이기 ㅡ우리가 만든 속에 살면서..
나는 아닌냥..이럽니다.오늘도 기분은 맑음^^
하시길~~

페크pek0501 2015-10-24 14:3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저처럼 님의 기분도 좋으시길... ^^
미세먼지가 심한 날들을 상기하시며...

마립간 2015-10-22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집의 경우 화장실의 휴지를 마지막을 사용했을 때는 (공지가 아니라) 휴지를 채워넣기. - 덕분에 저는 잔소리꾼이 되었지요.

진일보하는 의미로 공지에 그치지 마시고 구매해서 채워 넣기로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5-10-22 13:49   좋아요 1 | URL
저라면, 그런 잔소리꾼은 환영합니다. 가족 간에도 매너가 좋아야 해요.

진일보...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직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기에 있어서 제가 웬만하면 해 주고 있어요. 나중에 사회인이 되면 구매를 시켜도 될 것 같군요.

단체 생활이란 바퀴가 잘 굴려 가려면 서로의 협조는 필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며칠 전 길을 가다가 다리를 저는 소녀를 봤다.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소녀를 보자 제일 먼저 내 다리의 건강함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리를 절지 않아서 참 감사한 일이야.’라고. 그 다음엔 그 소녀가 가엽다는 생각과 함께 수술을 잘 받아 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자의 불행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이다.

 

 

행복에 대해서도 그렇다. 누군가의 행복을 접하면 겉으론 축하하면서 동시에 마음속으론 ‘그런데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왜 비교하게 되는 걸까? 이런 비교 심리가 친구 사이에서 우정이 깊게 자리 잡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강준만 저, <감정독재>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생긴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란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웃의 불행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겠다. ‘나는 저 정도로 불행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라는 생각으로.

 

 

에밀 시오랑은 “모든 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드라마이며 미묘한 상처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어쩌면 우정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친구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친구에게 진심으로 기뻐해 주지 못하는 것은 친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없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비교하게 되어 그런 게 아닐까? 비교하지 않고 그저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될 텐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자신이 손해 보는 인생을 살게 되는 건 절대 아닐 텐데.

 

 

친구의 불행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친구가 가난하여 편안한 인생이 되지 못해 돈을 꿔 달라고 부탁하거나, 오갈 데 없으니 당분간 얹혀살겠다고 부탁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이에 해당하겠다. 아마 이런 스트레스를 겪고 나면 친구가 행복해지는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싶다.

 

 

친구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이라면,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에 있지 않고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에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 이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글 **

 

 

...............
행복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웃은 물리적 이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친척과 친구 등 늘 이웃처럼 소통하는 사람들도 포함한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144쪽)  
- 강준만, <감정독재>에서.
...............

 

 

...............
“우리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불행해진다.” 프랑스 사상가 미셸 몽테뉴의 말이다.
“현실보다는 비교가 사람을 행복하거나 비참하게 만든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행복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말이다.
“거지는 자신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다른 거지들을 시기할망정 백만장자를 시기하진 않는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142~143쪽)
- 강준만, <감정독재>에서.
...............

 

 

 

 

 

 

 

 

 

 

 

 

 

 

 

 

 

 

 

 

...............
모든 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드라마이며 미묘한 상처의 연속이다.(14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

 

 

...............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용케 모면한 불행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늘 떠올리고 있어야 할 일이다.(79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5-07-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잘됨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해서란 말에 동감합니다.

요즘 강준만의 책을 읽으시는군요.
에밀시오랑의 책은 저도 읽고 싶은 책인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에밀시오랑의 우정에 대한 생각이 왠지 얄궂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긴 나이가 드니까 우정이 새삼 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혼자 외롭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인간이란 참...ㅠ

페크pek0501 2015-07-14 22:15   좋아요 0 | URL
타인이란 거울로 자신을 비추어 보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강준만과 에밀 시오랑의 책은 제게는 두고두고 보게 되는 참고서 같은 책이에요. 인용할 게 많거든요.
나이 들어 우정이 귀한 이유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라 연민이 생겨서가 아닐까 해요. 님의 말씀처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죠.
어제는 시원했고 오늘도 견딜 만한 더위였어요.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세실 2015-07-1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불안/알랭 드 보통> 중에서
친구인듯 아닌듯... 가끔 그런 생각드는데 본성인가 봅니다.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14 22:18   좋아요 0 | URL
<불안>을 읽으셨군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예요. 제 글에 서머싯 몸의 글 다음으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많이 인용한 것 같아요. 알랭 드 보통 자신도 인용문을 많이 쓰는 작가죠.
친구의 행복에 대해서 진심으로 기뻐하기 힘든 것은 시기심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남의 행복이나 불행에 대해서 대체로 무관심하지 않나요?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을 하는 수는 있어도 친구의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진학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크게 기쁘지 않은 건 당연합니다. 고민거리가 아니었으니까요.
인간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초복이었는데 삼계탕은 드셨는지요? 저는 오늘 저녁으로 먹어서 지금도 배가 불러요.

cyrus 2015-07-1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인용한 몽테뉴의 말은 몽테뉴가 수백 년 뒤에 나오게 될 SNS의 문제점을 예고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15-07-14 22:19   좋아요 0 | URL
위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란 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어서 시대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기도 해요.
마음이 시원한 여름이 되시길...


마립간 2015-07-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정이야말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정서라고 가치판단을 하는데, 그 이유는 수평적 관계에서의 존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14 22: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부모 자식 간이나 사제지간 같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네요. 게다가 친구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자인데도 불구하고 참다운 우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건 훌륭한 일인 거네요. 그래서 그런 우정은 감동을 주지요.
저에게도 애정을 갖게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마치 형제애와 같은 애정을 느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여름 잘 보내세요. ^^

2015-07-18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8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3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친구가 털어놓은 말은 이러했다. 친구들만 만나고 오면 우울해진단다.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화제로 떠들어댈 때 외국에 한 번도 간 적 없는 그녀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멍하니 듣기만 한다는 것. 그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것. 어느 나라가 볼거리가 많다느니, 어느 도시가 음식이 맛있다느니 하며 신나게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 자기만 빼고 다들 외국에 한 번씩은 갔다 온 것 같단다. 친구들과 헤어질 때 또 한 번 초라함을 느꼈는데, 그들이 모두 자기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할 때 그녀는 집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 기분에 공감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데 왜 우린 자신의 강점은 보지 못하고 남의 강점만 보게 되는 걸까. 왜 남의 약점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만 생각하는 걸까.

 

 

이런 일이 있었다. A라는 여성이 몸이 뚱뚱해서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식품을 먹었는데 그만 부작용이 났다. 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이다. 그녀는 다이어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날씬한 몸매를 가진 친구 B란 여성을 부러워했다. B의 외모뿐만 아니라 유능한 직장인으로 활력 있게 사는 것도 부러워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B는 A를 부러워했다는 점이다. B는 A가 애처가 남편을 둔 것과 경제적으로 여유 있음을 부러워했던 것. 이 두 여성은 각각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불만만을 토로하였다.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 보면 좋을 텐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상대의 강점만 부각시켜 보았다. 그래서 기혼 여성들은 동창회만 갔다 오면 그날 부부 싸움을 한다는 말이 있나 보다. 자신보다 더 잘 살고 있어 보이는 친구를 보고 나면 속이 상해서 남편에게 그 화풀이를 하게 되어 싸우는 것이다.  

 

 

비관주의는 기분에서 비롯되고, 낙관주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비관하게 되는 기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낙관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기분이 노력하지 않고도 그냥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면, ‘의지는 노력하려고 마음먹어야만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남과 비교해 자신이 가진 강점이 하나라도 있게 마련이니 그것을 찾는 마음을 가지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저 사람은 안경을 썼으니 불편한 점이 있겠고 그러니 안경을 쓰지 않은 나는 행복하다. 나도 키가 작은 편이지만 저 사람은 나보다 키가 더 작으니 내가 더 행복하다. 사고 날까봐 조심하며 운전하고 다니는 친구보다 버스 타고 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마음 놓고 졸기도 하는 내가 더 행복하다. 부자 친구보다 독서를 즐길 줄 아는 내가 더 행복하다.’ 
  

 

수평선은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게 수평선이다. 그저 멀리서 보니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서 아름답게 보이는 선이다. 남에게도 고민거리가 있을 텐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점만 보는 것은 수평선처럼 남의 인생을 멀리서 보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 안을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평소에 부러워하던 사람과 인생이 바뀐다 해도 아마 인간은 또 다른 수평선을 보게 될 터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10-0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노력이 현명하겠지요.
제가 그러고 삽니다^^
우리는 책만 구입하면 행복해하는 책 부자~~~~
요즘 책베개에 필 받았어요. 기대 이상으로 예뻐요. ㅎㅎ

페크pek0501 2014-10-08 11:4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럴 것 같은 님이 좋습니다.
저도 돈 부자보다 책 부자가 되는 게 더 좋아요. 만약 책에 대한 열정이 식는다면 설령 제가 돈 부자가 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덜 행복할 듯해요.

책 베개, 저는 없어요. 요즘 인기더라고요. ^^

추신...........................................................

위 글의 마지막 문단을 고쳤어요. 오늘은 쉬는 날이라 늦잠 자고 나서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말이 안 되더라고요. 고친 글도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요...ㅋㅋ

아, 글쓰기, 어려워 죽겠어용...
 

한 일간지에 최근 서울 각지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10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 실렸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에 관한 인터뷰였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을 옮겨 보았다.



휴지를 변기가 아니라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해 놓은 곳도 외국인 눈에는 낯설었다. 이들은 “그런 화장실은 중남미의 빈곤국가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음식점이나 주점의 ‘남녀 공용 화장실’을 보고 외국인들은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이들은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니, 매우 충격적이었다. 몇 번이고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1. 8. 13-14.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남녀 공용의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 등은 우리들에겐 이미 익숙해져 버려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인데, 외국인들의 눈엔 충격적이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겐 충격이 아닐까.

지하철에 관한 것도 있었다.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다들 뛰기에 무슨 일이 난 것 같아 무서웠다. 알고 보니 지하철이 구내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음식점에 관한 것도 있었다. (손님들이) “여기요!” “저기요!” 하며 종업원을 부르는 것이 낯설다고 했다. “식탁 위에 화장실 휴지가 있어 깜짝 놀랐다”는 대답도 있었다.


외국인들은 이 밖에도, 한국의 길거리에서 휴지통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쓰레기를 내내 들고 다니다가 호텔에 와서 버렸다는 것, 쓰레기통도 없는데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 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 특히 여자 나체사진이 담긴 전단이 대학가에 뿌려져 있다는 것 등을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 삶의 풍경을 보니 ‘문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건 ‘이미 익숙해져 버려서’이다. 익숙하면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익숙함으로 인한 무감각은 조지 오웰이 쓴 ‘교수형’이란 제목의 에세이에 잘 나타나 있다. 교수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반복되는 일상사이므로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태연스럽기만 하다. 
 

 




우리는 교수대 뒤편으로 돌아가 죄수의 (교수형을 당한) 시신을 확인했다. 발끝이 아래로 쭉 뻗어 있는 그는 돌처럼 생명 없이 매달린 채 천천히 돌고 있었다.


소장은 지팡이를 뻗어 시신의 맨살을 찔러 보았다. 시신이 슬쩍 흔들렸다. “‘제대로’ 됐다.” 소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교수대 밖으로 나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무룩한 기색이 어느새 걷혀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흘끗 바라보았다. “8시 8분. 오늘 아침에 할 건 다했다. 휴우.”


- 조지 오웰 저, <나는 왜 쓰는가>, 28쪽~29쪽.




소장이 교수형을 처음 집행하는 날부터 시신을 지팡이로 찔러 보는 일을 예사로 하진 않았을 것이다. 반복되어 생긴 그 ‘익숙함’이 죽은 사람에 대한 연민도 슬픔도 없는 무감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모 연예인(남자)이 부부 사이에서 오갔던 말을 재현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중 이런 말이 나왔다.


“야, 내가 뭘 잘못했니?”(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말)


‘야’라고 부르는 것이 시청자에 따라선 부부 간에 예의가 없는 사람처럼 또는 저급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모 연예인은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익숙한 것이므로.


길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아마 그런 사람들도 그것에 대해 타인이 느끼는 불쾌감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익숙한 것이므로.


거짓말을 하다 보면 그 자신조차 그 거짓말에 속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고 한다. 습관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습관적으로 도둑질을 하는 사람도 그것에 익숙해져 버려서 그것이 ‘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뻔뻔해지는 게 아닐까.

  

다음의 명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일은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다.(스위프트)


비관주의는 일단 거기 익숙해지면 낙관주의처럼 편안한 것이다.(아널드 베넷)


아름다움은 곧 애인에게 익숙해져서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게 된다.(J. 애디슨)


역경에 익숙해지면 그것은 더 이상 괴롭지도 않다.(클라우디아누스)


- <세계의 명언 2>, 해누리, 369쪽.




흔히 우리는 잘못된 사회를 비판하고 개선되길 희망한다. 그런데 ‘자기 개선’이라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 모두 일상적 습관이 되어 버린 익숙한 것들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인의 세계를 본 것처럼,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의 세계를 점검하는 시간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1-08-1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창호가 그런 이야기를 했죠.세상이 악하다고 투덜대지 말고 네가 착한 사람이 되어라.

자기의 잘못은 절대 인정 않으면서 세상이 왜이리 악하냐고 삿대질하는 인간들이 있죠.

페크pek0501 2011-08-16 11:1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개인 하나하나가 다 잘 하면 좋은 세상은 저절로 되니까요.

오늘 날씨는 흐리네요. 초가을 날씨 같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반가운 노이에자이트님!!!!!!!!!!

노이에자이트 2011-08-16 17:12   좋아요 0 | URL
명랑한 인사를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힘냅시다!

페크pek0501 2011-08-17 00:42   좋아요 0 | URL
예, 파이팅입니다.

옹달샘 2011-08-16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익숙하면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저에게도 익숙함으로 나쁜 습관이 생활화되어 문제로 인식을 못하고 삽니다. 무슨 일이든 나부터 반성하고 고치는 일이 순서인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1-08-17 00:42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옹달샘님. 잘 지내죠? ^^^

누구에게나 익숙함의 무감각으로 인해 문제점이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하는 게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집에 손님이 오면 집안 청소를 한다든지 해서 점검하는 거지요.

이 글을 쓰고 나서 저도 저 자신에 대해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정신 교육'인 것 같아요. 쓰면서 많이 배웁니다. 또 남의 글에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니 (책이든 블로거들의 글이든) 많이 읽게 되고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