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 하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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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짙은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었다는 미미여사는 진상(上) 에서는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과 시작된 사랑, 그리고 헤이시로가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사랑이 우선은 외모에서 시작된다는 뜨끔한 진실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기에   下 편에서는  농도짙은 연애를  기대하고 있었건만, 연애보다는  연애를 하며 꼬여가는 인간들의 마음과 관계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연이어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범인을 쫓아야 하는 이야기가 下편에 와서는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들의 마음때문인지 우리가 알면서도 놓치고 있었던  예쁜 남자, 예쁜 여자로 시작해  맘에 드는 여자, 남자를 보면 정신 못차리는 인간들이 벌이는 일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어쩌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상일지도)를 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석한 유미노스케의 추리로 범인은 얼추 모양새를 드러냈기에 잡기만 하면되는데, 그러기까지 마음이 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편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 이를 사랑하게 된 늦사랑, 혹은 짝사랑 주인공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답니다. 특히나 짝사랑으로 고민하는  옴팡눈의 사나이 신노스케는  사건을 조사하며 만난 주변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자신의 처음 사랑이 어떤지 배워가며 사랑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체 흐름을 읽다보니  교과서적인,  본성은 착한 신노스케라는 걸 알기는 하겠지만 어디가서든 농담만하는 헤이시로나  할 일 다하고 부인 걱정까지 하는 마사고로보다 끌린다는 면에서는 약간 떨어지지않나  싶습니다. 너무 엄격하기에 연애하는 재미를 찾기가 힘들어 보이니 말입니다. 연애라는 건 사실 외모에서 시작되기는 하나 끌리는 면이 없다면 지속되지 않는 것이니까요!!(제 생각에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쁜 남자라는 말이 나온건지도 모릅니다)

 

친절한 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178

왜 쓸모가 없겠습니까만, 사람은 왜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지 ...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쁜데다가 지혜까지 가지고 있는 듯 보였던 후미노 아가씨의 정체를 알게 됐음에도 끝없는 미련을 보이는 신노스케는 지독한 연심으로 인한 방황을 꽤 합니다. 헤이시로가 보여주는 이야기로 드러난 그의 생김새는 역시나 못생겼기에 아가씨들의 시선을 처음에는 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처로 단단해지고 나서는 다른 이들의 눈길을 끌수 있는 자신만의 향기를 갖게 된듯해  '역시나'하는  마음을 가져도 봅니다. 

 

'바보한테는 약이 없다.'는 겐토쿠 의원의 말처럼 엉겹결에 일어난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바보들은 사건을 키워, 후세 자식들에게까지 그 죄가 내려가도록 둔다는 사실에 '지금 내가 잘하면 후대에 복을 받을 것이요. 내가 못하면 후대에 벌을 받을 것이다' 가 뭔지 알게 합니다.  삐뚤어진 후미노 아가씨의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고집스러움은 안타깝기만 하고  가지 않는 길을 부러워하는 여자들의 질투를 받는 것이라 하기엔  너무 부족해보이는, 어디 가든 창백한 얼굴과 잠깐의 대화만으로 사랑받는 사타에씨의 일은 읽어가는 나조차도 부럽지만  그녀의 운명이  꼭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사람의 운명이란 어쩌면 모든 게 조화가 맞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네째 신타로만 용서가 안됐던 어머니 오키에의 사연, 어렸을 적 정으로 맺어진 후미노, 자신의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타에, 목숨을 던질수 있을만큼 큰 사랑을 한 오신 등 많은 여인들과 신노스케는 사랑에 빠져 기쁜 이들과 슬픈 이들의 모습으로,  멀리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연애란 때가 맞아 잘 될수도 있지만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연애의 끝은 제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안 이뤄지는 사랑 또한 당연히 있지만 그 후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어있는지라  요즘도 일어나고 있는   상심한 연애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이  미미여사가 알려주는 연애의  눈으로 세상을 봤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랑과 사건, 뗄레야 뗄수 없는 이 둘의 관계는 당신의 선택으로 달라질수 있다는 미미여사의 연애 상담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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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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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길을 걷다  뭔가 하얀게 보이면 귀신이 아닐까 싶어 무서워하는 내게 어른들은 말했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구나. 진짜 무서운 건  밤에 만나는 사람이란다." 하고  말이다.  이제는 길다가 밤에 누군가와 스쳐지나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조심하게 된다. 세상을 알게됐기때문이 아니라 그건 요즘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때문아닐까 싶다. 복수나 받게 된 상처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을때도 있지만 그냥이라는 무차별 사건이 많아진 지금은   어떤 마음을 가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기에  나 역시 어두운 밤 만나는 그 누군가가 괜시리 무서울때가 있다

 

아내와 딸을 물놀이 사고로 잃었다는 니토 도시미라는 남자의 사건을 조사하게 된 소설가 '나'는 니토가 말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 사건, 그리고 니토 주변을 조사하게 된다. 조사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니토와 가족들의 평판에 '한 길 사람속'이라는 알수 없는 정체에 부딪치게 된다. 자신이 사건의 범인이라 말하면서 미소를 잃지않는 니토는 가족안에서의 사랑, 부유한 가정환경, 행복한 어린시절, 친구나 회사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로 누구도 그가 어떤 사건의 범인이라거나 용의자인것조차 믿을수 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이미 여러 의문의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되면서 그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소설가는 그를 지금처럼 잔인해지게 만든 원인을 찾아보기로 한다. 어린 시절의 그를 증언하는 이들을 따라가며 나 역시 어린 내 시절 내모습이나 친구들 모습을 떠올려보게된다. 그 시절에 대해 누군가 물어본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같이 웃고 울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각자의 마음 속  어떤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며 어떤 사건을 기억속에서 꺼내 자신있게 그라며 말해줄 수 있을까 싶다. 

 

 누군가에 의한 계획적인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그 사건, 그 인물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 조사해가는 소설가를 따라가며 사건 동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우리 나름의 추측에 혼란이 생기게 된다. 돈문제, 결혼 생활의 외도로 인한 문제, 어렸을 적 상처로 생긴 트라우마, 심지어는 정신이상이라는 생각해낼수 있는 예상 원인에서  어긋나게된 것이다.   사건이 생기면 사건을 일으킨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진 결과대로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긴거구나.' 하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길 원하는  우리 모습을 보게된다.  늘 희미한 미소를 짓고서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남자, 결코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 어르지는 않는  니토를 애처가에 딸바보인 좋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사람들 틈에서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이  냉혹한 인간성의 표현이라는 생각에 역시 이상했구나 싶어지게 되고,  주변에서 사고라면 천벌이요, 살해당한거라면 자업자득이라는 슬픈 평가를 받은 가지와라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된장국을 끓여놓고 엄마를 기다리는 효자이기도 했다는 이야기에는 과연 어떤 얼굴을 보아야 그의 진면목을 알수 있는걸까 싶어진다.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얼굴로 평가를 받는 것이며   우리는  왜 또 그렇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걸까  싶다.

 

르포르타주 미스터리 형식을 띠고 있는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은 처음부터 사건과 범인을 드러내놓고 그 뒤를 밟아가고 있는 지라 범인의 반전이라는 새로운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가 잔혹해질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여긴 장면들에  매번 다른 이유를 부여하고 있거나  누군가의 행동들을 종합해 보면 어떤 사람인줄 알 것같다는  우리들의 섣부른 추측을 무너뜨리는 반전이라면 기대해봐도 좋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문제라고요."167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마음(을)(......)'읽는 것이 허용되지않는다는' 사실은 아마 신의 가장 큰 은총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

                                         [도둑맞은 편지] 중에서-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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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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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쓰모토 세이치의 '짐승의 길'이란 책을 보면서 '짐승이 다녀서 난 좁은 길을 인간이 길로 착각할때가 있다'는 설명에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건들이 짐승이 가는 길인줄 모르는 인간들이 발을 잘못 들여 일어난 사건이란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에게  미스터리 논픽션이 있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번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고나서야 알게됐다.

 

'전골을 먹는 여자','두명의 진범','어둠속을 내달리는 엽총'이란  일본에서 일어난 세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들과 비슷한 다른 이야기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써져있는 이야기는 물론 끔찍한 사건이기에 더 그렇겠지만 담담하게 써 간 그의 글과 함께 하기에 더 섬뜩한 느낌을 받게된다. 정신 지체라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인육을 태연히 먹는 사람들, 거기에 전장에서의 기아나 에도 시대의 기근 상황을 제외한다면 이 산촌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의붓자식을 죽여 그 고기를 먹은 예는 달리 없다는 그의 말이 이 사건이 얼마나 무서운 사건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두 명의 진범'에서는 한 건의 단독범죄에 두 명의 피의자라는 이상한 사건이야기로  공범이 아닌 것이 확실한 이들 중 드디어 한 명이 진범이라 판결을 받았음에도 검찰쪽에 의심받던 한 용의자가 반년이나 더 구류를 살아야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이미 심정적으로 범인을 정해놓은 검찰이 진범이라 고백하는 이가 나왔음에도  다른 증거를 심는다던가, 거짓 자백을 요구하면서  의심하던 이를 끝까지 풀어주지 않으려 했기에   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죄없는 이에게도  의심을 갖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당함과 공정함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하는 법의 심판에   이제껏 단 한 명의 억울한 이가 없었을까 란  우리의 의심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나기까지는 모두 무죄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면서도 사건에 연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두고 두고 그 누군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심하게 되는 우리의 의식에게도 당신은 이런 일에 떳떳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둠속을 내달리는 엽총' 역시 누구나 가질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결국 어떤 일을 불러오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한된 공간, 반복적인 부딪힘으로 계속되는 욕설, 경멸, 훼방들을 받는다면 나중에는  그 일들이 쌓여 아주 작은 불꽃에도 언제든 터지게되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모멸을 참을 수 없다며 무쓰오라는 젊은이가 벌인 사건은   지금도 뉴스에서  특보로 나오고 있는   학교에서나 아는 이들 모두에게 복수를 해야만 했다는 말로 집단 보복,무차별 살인을 가하는 이들의  심정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게하는 집단 무관심, 따돌림, 의심등으로   점점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목 조목 이야기해주고 있다.  

 

놀라운 일은 이 모든 끔찍한 사건에   저자 세이치는 담담하고 건조하게 사건이 그래서 이리 되지않았을까 하는 객관성을 잃지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후라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은 가까이에서 조사를 해갈수록  인간에 대한 더 큰 실망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는 누구라도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이리 될수 있다는 말로 사건 전개를 해가고 있다.

 

이제껏 읽은 그의 책을 생각해보면(물론 몇권 안되지만..) 그는 사건을 저지른 이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다른 작가들보다 더 세심히 써가고 있는 듯하다. 그럼으로 읽어가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주고 그는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결심했어!!" 라는 콩트처럼 나대신 누군가가 이 선택을 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잘못된 짐승의 길로 들어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지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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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로 모비딕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전혜선 옮김 / 모비딕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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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로 이름을 날린 마쓰모토 세이치는 '역로'에서도 범죄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가고 있다. '잠복'에 이어 읽게된 그의 단편소설집 '역로'는   1950년대 당시 남성중심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부인외에 여자가 있었음에도 뻔뻔하게 둘 다 자기 곁을 떠나게 둘 수 없다는 남자, 퇴직후 사라진 남자에 대해 비슷한 나이때의 자신과  비교하며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형사의 이야기등 일어난 사건 주변에 놓인 중년이라는 나이에 실패가 두려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옅은 화장을 한 남자' 편에서는 남편이자 애인이였던 남자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며 고백하는 여인의 이야기로, '역로'에서는    "그만두면서 뭔가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란 전 직장 동료의 말로  정년 퇴직한 남자가 사라진 건,   유리한 조건의 취업을 제안받았음에도 거절한 것을 보아하니 인생을 일에만 바쳐온  사람의 최후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며 이해한다거나  "고갱은 이렇게 말하더군. '인간이란 자기 자식에게 희생되는 존재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영원히 반복된다. 만약 모든 인간이 자식의 희생물이 된다면 대체 누가 예술이나 아름다운 인생을 창조할 수 있겠는가' 라고 말이야.....  ...  고갱에게는 그림있었지. 하지만 고즈카에게는 없었어. 대신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을 거야." 라는 무책임할 수 있는 추측으로 ,  인생의 쓸쓸함을 터무니없는 이유와 결론으로  늘어놓는  '역로'  요부노 형사의 사건 추리를 빙자한 고백은  저자의 생각이지 않을까 할 만큼 중년의 남자들이 "왜 나만..."이라거나 "왜 나는 ...." 이라는  절규로  가끔  딴 곳을 바라봐야 살것같다는 궤변을 내놓는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다.  '오차'에서 역시 자신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남자의 고백을  '가족을 부양한 채 쉰 가까이 나이를 먹으면 투지도 체력도 없어진다.'는 해석으로,  '짝수'에서는  회사에서 자기 앞길을 막은 겐이치 부장의 앞 길을 자신이 막아버리기로 한 조노의 야심찬 계획이 짝수라는 숫자에 의해 어떻게 파헤쳐지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미운 부장의 앞길은 막는다 치지만 계획의 성공을 위해 이유도 모르고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여인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보이지 않는 그의 계획을 하늘이 알아서 막아준것이 아닐까 싶어 드러난 증거가 고마워지게 된다.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에서는   부정부패 사건은 금품을 건넨 사람도 받은 사람도 이익을 얻게 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또 책임은 말단 직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단편 8개의 이야기는 연인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그 집착으로 지쳐가는 사람들, 인생의 쓸쓸한 뒷길에  원하지 않았지만 사라지게 된 사람들, 승진과 인정에 대한 욕심, 그리고 '출세'가 유일한 보람이라는 하급 공무원들의 지금과 비슷한 상황과 죽음이 말하는 인생의 허무함과 고단함이   옷차림과 거리의 모습, 그리고 그런 시대였으니... 싶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는 점만 뺀다면 지금의 우리가 뉴스란에서 읽게되는 소식과 다르지 않기에 오히려 더 쓸쓸해지게 된다.

 

사건 주변에 늘 있는 남자와 여자, 거기에 인생을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중년의 나이가 주는  무게에 눌린,  고집스러움과  외로움이 ' 역로' 의 사건들을 일으킨 범인이  아닐까  싶다.  사건은 벌어지고 사건을 일으킨 이들은 결국은 벌을 받게 되지만 그 사건 이면에 놓여있는 인간들의 감정이 어땠는지, 이렇게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흔한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당신은 같이 휩쓸릴 것인지, 아니면  쓸쓸한 혼자라도 인생이란  길을 꿋꿋이 나아갈 것인지를  마쓰모토 세이치가 물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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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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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 이야기로,  시대에 상관없이 사람 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걸 말해 온 미미여사는 이번에는 농도 짙은 연애소설을 써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말상에 누구에게나 마구 던지는 농담같지만 사실은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헤이시로와 예전 미인이였음이 틀림없다는 부인의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부부 사이,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투박하기에 오히려 주변이들에게 늘 엄마같은 따뜻함을 주는 오토쿠, 그리고   빼어난 미모에  뛰어난 추리 감각으로 그가 하는 말이라면 사건의 정답임에 틀림없다는 걸 몇 번의 사건을 통해 증명한 유미노스케를 중심으로 '진상'에서는 20년 전 일어난 사건으로 복수심에 붙타는 누군가에게  당한 이들의 시신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여러 인물들이 어떻게 얽혀가고 있는지가  나오고 있습니다.

 

 끔찍한 과거가 부메랑이 되어 불러온 사건에 관계되어있는 이가 누군지 쫓아가는 과정에 '하루살이'나 '얼간이' 등에 등장한 여러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생김새가 어떤지 새상 그려갈 수 있게 됩니다. 오토쿠의 반찬가게를 도와주는 두 여인네들의 얼굴이 어떤지, 심지가 굳고 범인 제압에 뛰어난 능력에 듬직한  몸집만큼이나 입도 무겁고 성격 좋아보이는 신노스케가  단지 인물 하나때문에 말상인 헤이시로의 동정을 받는다는  등의  이야기가  누구나 그럴테지만  첫 인상, 그리고 잘 생기고 못생기고의 얼굴 배율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미여사의 이번 이야기에서 더 느끼게 됩니다.

 

원한에  불타고 있는 자가 누구길래 이토록 꼬리를 드러내지 않는지 찾아가는 동안  에도시대 인물들이 많이도 스쳐가며 저마다 사연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에도 시대를 그려가는 미미 여사의 특징은 아무래도 스쳐 지나가는 인물 하나 하나에도 저마다의 개성을 준다는 것이겠지만  537페이지를 가진  전편끝으로 갈 때까지 많은 이들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면서 중요한 건 각자 사람들이 살아가는 저마다의 삶이라는 걸 알게 합니다. 어렵게 살면서도 좋은 인간임을 보여주는 이가 있는 가 하면,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불평을 털어놓는 이가 있기에 말입니다. 그러다,  끝으로 갈수록 유미노스케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것 같은 분위기를 띄울 땐  내 머리의 한계가 원망스럽게 되기도 하고요.

 

전작에서보다 부쩍 큰 듯한 유미노스케와 그에 대한 헤이시로와 마사고로, 오타쿠등의  무한 신뢰, 그리고  들은 모든 사건을 기억하며 그들을 도와주는 짱구 산토로뿐 아니라 이 편에서는  연이어 나타나는 시신들의 공통점, 그리고 죽음을 당할 당시의 상황등을 조금 더 알려주는  모토미야 겐에몬이라는 노인의 등장으로  앞으로 사건이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게도 됩니다. 

 

부모와 자식, 부부, 이웃간의 사랑, 그리고 사람사이가 어때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하는 미미여사는 이번에는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더 명확히 보여주려 하는 건가 싶기에 신노스케라는 인물이 짝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아마 다른 이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후미노라는 똑똑하고 아리따운 여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벌써 이 이야기에 등장한 것이 아닐까 싶은 범인의 이야기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역시나 인과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겠지만 어떻게   보여줄까  싶어, 아직 농도 짙은 연애가 보이지 않는 상권을 지나 하권으로 당장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아내의 눈초리가 차가워졌다.

"남자는 어리석어요. 바보예요."

이번에야말로 차갑게 내뱉듯 말한다. 헤이시로는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봐."

"왜요?"

"그 밥 좀 줘."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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