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뤼팽과 홈즈의 대결
모리스 르블랑 / 브라운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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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홈즈와 뤼팽이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은 아마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배에서 잡혀야했던 안타까움을 주던 뤼팽, 독에 중독된 듯 친구 왓슨을 속여가며 악랄한 범인을 잡아야 하는 홈즈라는,  탐정과 도둑의 분야에서 너무 완벽하기에 그 둘이 만난다면 과연 누가 누구의 세상을 뚫게될까 하는 당연한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어떤 도둑이라도 잡아야 사는 남자 홈즈와 어떤 물건이라도 눈에 들어온 건 다 가져야 하는 남자 뤼팽, 그들이 싸운다면  너무도 다른 이들이라 마음이 어느 한 쪽으로 확 기울어져 응원하게 될  것 같지만  사람 마음이 어찌나 요상한지 탐정인 홈즈가 지켜야 하는 걸 훔쳐야하는 뤼팽, 그 둘중  어느 하나의 손을 확  들어주지는 못하겠더라.. 는 것이다.

 

무섭게 자신만의 철칙을 지키려다 보니 혼자만의 세상에 사는듯한 홈즈나 무조건 훔치다 보니 이젠 스쳐 지나가는 여인들의 마음까지 스리슬쩍 하는게 너무 당연하게 되버린 뤼팽의,  다르지만 강렬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도저히 고를 수 없을 것 같던 매력은 이제사 어느 한편으로 많이 기울어진 나를 느끼게 된다.  너무 많은 여인에게  눈길을 주는 그런 쉽고도 험한 남자는 싫더라.. 가 내 기울어진 응원의 이유이다.  이건 아마도  세월속에  자유보다는 규칙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의 차가운 시선때문이 아닐까 싶어, 약간 슬퍼지게 되지만 말이다.

 

자유와 고집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들의 대결이 아이들때처럼 결과가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그들의 대결이 모리스 르블랑에게서 나왔다는 시작부터가 이미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독하다 싶게 자신만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던 홈즈가 너무 쉽게 인정한 뤼팽이라는 설정부터 그의 무모한 패기를 호탕하게 웃으며 인정한다는 이야기는  '이 곳에 나타난 홈즈, 넌 누구냐?' 싶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이 세상 단 한명의 벗이라 여기는 왓슨의 부상에도 대수롭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는,  시크함을 넘어 무감각한 홈즈는 이 곳에서 너무 다른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게 된다. 

 

 '금발의 여인'과 '유대식 램프' 사건에서 만나게 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로  만남을 여러번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평상시와 달리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뤼팽과 사건 끝맺음이 완벽하지 않는 홈즈라는 이야기는  많은 비밀과 꼬인 전개,  그렇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여러 관계에도 불구하고, 우선 모리스 르블랑에게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쓴 거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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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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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아주 아름다운 거니까. 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원래 그렇듯 우리 눈을 부시게 하다 못해 눈을 아프게 하지. 그래서 사랑이 가고 나면 울게 되는 거라네."-130

 

사랑은 지나가고 나서야 , 도저히 내가 멈추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때 그렇게 멈추면 안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될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강렬한 사랑은 때로는  남의 것이라 해도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하고, 또 우리를 웃음짓게도 때로는 그들때문에 울게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사연에서 자신의 지나간 사랑을 기억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사랑이라 불리우지만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스승의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을 알게 된 제자 마커스의 이야기는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겠다.'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좋아하거나 역시 그 전 작만 못하구나 라는 쉬운 비평을  받고 싶지 않을 작가의 고민부터   어느 새 우리를  1975년과 2008년으로 오가게 합니다. 그  두 해를 실종 33년후라는 시간으로 이어놓은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두 작가들 사이에 우리의 시선을  꽉 묶어놓고 그 사이에 놓인 틈이 뭔지를 찾아보게 합니다. 뛰어난 신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꿈같은 시간이 너무도 짧아 아쉬운 마커스 골드먼은 그렇게, 두 번째 작품이 써지지않는다는 작가들의 병에 심하게 걸려있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부터 늘어놓습니다.

 

거대 출판사와의 달콤한 계약은 이제 족쇄로 그의 목을 조여오기 시작하고, 이미 비어버린 머릿속은 아무 글로도 채워지지 않고 마지막 기한이 점점 다가오게 됩니다.  그런 그는 " 학생때처럼 우리 집에 오지 않겠나?" 라는   대학 스승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HQ,해리 쿼버트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예전 그 때의,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울때의   시간이 그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작가가 되기전 평범한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보아줄 누군가가  그리웠던  거 아닐까 합니다. 그의 스승조차도 '악의 기원'이란 세기를 뛰어넘는 작품 하나로 온 일생을 영광스럽지만  쓸쓸하게 살아가기에  비슷한 서로를 알아보는 그들은 마치 부자관계같은 친밀함을 서로에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과 비교해 너무 뛰어난  스승의 작품에 갑자기 미칠듯한 질투를 느끼게 된 그는   스승의 물건을 뒤지다  그의 오래전 비밀을 우연히 알게되고,  '사랑 그리고 한 소녀의 실종'이란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그들의 관계가 흔들리게됩니다.  

 

하나의 사건,그리고 단  하나의 진실이 존재할것같은 이야기속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수많은 대화, 장면, 그리고 기억의 복선이 있는지라  스승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두번째 책을 쓰기로 한   마커스가 속았다는 걸 알았을 때 나 역시 속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뿐만 아니라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어 보였던 이야기가 사실은 앞 뒤가 맞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인인듯, 그만의 사건 동기인듯 보였던 이야기가 이미 33년전 아름다운 뉴햄프셔 오로라라는 작은 지역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있었다는게 드러나면서 평범해 보이는  그들 각자에에게  모두 아픔과 사랑, 그리고 어두운 면이 있었다는 것이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마 범인은 대충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간에 그렇게 생각했던 우리조차 '아닌가' 싶은 일들이 여러 번 있기에 이 이야기는 의외로 긴장감을 가지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웠던,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존재였던 놀라라는 예전 사랑받던 소녀의 이야기뿐 아니라 누군가의 절대적 사랑이 뭔지, 그리고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주책, 유명작가의 두려움과 출판업계의 이야기, 그리고 의문의 살인이라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사건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 역시 돌아보게 합니다.  절대적 사랑에게 생기게 된 흔들림이나  오랜 시간으로 맺어진 사이에서 느끼게 된 배신은 당한 자보다  배신을 한 자에게 더 아픔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사건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인간들의 속내와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사건뒤에 있는 일상의 특별함과 평범한 재미, 그리고 저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랑들,그리고  책이라는 그렇게  우리를 둘러싼 주변 모든 것들에 대한 가볍고도 무거운 이야기가 2권이라는 두께를 순식간에 읽게 하기에,   다음에 조엘 디케르가 어떤 이야기를 써낼지 기대하게 됩니다.   

 

"책은 단어들과 관계를 맺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건 옳지 않네. 책은 사람들과의 관계야."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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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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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어린아이와 관계된, 있어서는 안되는 모든 사건을 그려나간  타우누스 시리즈  6번째 '사악한 늑대'는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이들 사이의 갈등과 어려움, 그리고 그 사건을 일으킨자가  사건을 해결하려는 자 안에 있을수도 있다는 의심을 불러올만한 예전 사건과의 연결등 많은 이야기들이 다 들어있어 복잡하다. 


 예전과 다르게 사이를 두지않는 촘촘한 구성으로   빠른 진행은 아니지만  점점 넬레 노이하우스, 그녀의 이야기가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사건의 주요 범인중 한 사람 정도는 누구일지 초반부터 감을 잡을 수있다는게  흠일정도지만, 그래도  이젠 익숙해진 피아와 보덴슈타인 반장을  중심으로  여러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범인에 상관없이 그 주변 이야기들도  관심이 가게 된다.   많은 사건을 해결해가면서도 사소한 투닥거림외에는  의기투합했던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흔들리는 과정에 우리 역시 '설마'하면서 그들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피아가  보덴슈타인을 의심할 일이 생기고 믿었던 가족이 의심스럽고, 오랜 친구를 믿을수 없는 상황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 안에 자신의 진심을 담은  이가  누구인가를 찾아야 하는  이야기등으로  지금까지의  시리즈중에 제일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나 싶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한다면..." 늑대가 들어와 다 잡아먹을거라는 못된 어른들의 말에  몸서리를 치는 아이들이  점점 예전의 밝았던 모습을 잃어가는 과정과 그런 상처를 가진 예전의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날의 끔찍한 기억에, 어느 부분은 어린채로 남게 되어 어떤 삶을 살게되는지의 모든 과정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온전한 정신을 가진 어른들이 잘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늑대라는 이야기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이들의 기억때문인지, 나 역시  예전 동화속 아기염소만 남은 집에 들어와 모든 염소를 잡아먹으려했던 늑대가 얼마나 미웠는지, 아기 돼지 삼형제집에 들어오려했던 늑대나 빨간 모자에 나오는 늑대의 최후에 끔찍해하면서도 얼마나 안심했었나   하는 기억을 떠올리게도 되고  뉴스에서 나오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아이들이 당연히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가 역시나 사람이 저지른 일이 아니였나 보다 싶어지게 된다.  

 

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은  과거의 음모로 모든 걸 잃은 남자 킬리언과  벤케가 벌이고 괴로워하던  예전 사건 모두에  커다란 조직이 있음이 점점 드러나면서,  그 어둠의 힘이 얼마나 큰지 과연 그들을 다 잡을  수 있을지의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의 전부라 할수 있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라는 기본적인 마음을 흔들수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앞에 선 건, 자신 옆에 서 있는 힘 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키고자 그리고 정의를 지키고자 자신이 모든 걸 잃을 수 있음에도 앞에 나선 몇몇 이들뿐인데,  이 사건은 어떤 식으로, 그리고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 일이 될까 싶어지게된다. 

 

비극을 부르는 자들의 최후는 그들이 불러온 비극으로 끝나야만 한다. 그리고,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당신이 눈을 뗀 순간 늑대가 언제든 당신앞에 나타날수 있다'라는 마지막 부분까지, 넬레 노이하우스는 끔찍한 사건을  드러내서 나쁜짓을 한 사람은 그가   한 짓으로 어떤 최후가 어울리는 건지, 그리고   부모들에게는 언제나 아이를 향한 눈을 떼지말라는 경고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다. 

 

이제 더 이상은 없어야 하는 사건들과  감이 뛰어나다는 피아까지 속인 위장에 능한 늑대들, 그래도 끝까지 피아와 보덴슈타인 반장이 쫓아갈꺼라는 걸 알기에 그나마 안심이라고나 할까. 이제는 더 믿음이 가게 된   그들의 다음 활약도 당연히 기대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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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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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넘어질뻔하는지라,  '한치앞을 보는 능력' 이 있었다면  그 돌멩이를  순간 넘어갔을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드는게 이 책에서처럼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좋았을껄이다. 그런게 있다면 살면서 창피할 일도,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최선일까 하는 고민이 필요없을텐데 싶다가도 만일 그 능력이 진짜로 있어, 5분 뒤 누군가가 나에게 '이제 헤어지자'나 '너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듣는 상황을 알게 된다면, 그런 상황은 예기치 못한 상황보다 더 나쁘지 않을까  싶어진다.  언제까지든 피할 수 있는 능력이야 물론 있겠지만, 늘상  읽히게 되는  곤란한 상황은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않을까 싶어서이다, 

 

 미래를 보는 힘과 과거를 바꿀수 있는 힘, 둘은 늘 영화나 책으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해왔다. 그건 아마도   미래를 본다면 지금 현재에 아둥바둥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과거를 바꿀수 있다면 지금 현재에 후회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있다면 부러울 그 힘을 가진 이들에게는 늘 어려운 일들이 생기곤 한다.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간  '백 투더 퓨처' 시리즈가 그랬고,  미래의 5분을 본 '넥스트'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랬다. 뭔가를 바꾸기 위해선 우선 그 자신의 일생부터 바뀌게 되기때문일지도 모른다. 

 

 14대 달라이 라마 으뜬 갸초에게 보낸,  10년전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라는 편지 한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정해진 운명 따윈 없다는  신가야라는 한 청년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짧지만 굵었던  인생이야기를 꺼내놓게된다.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 '미래를 보는 아이들'의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역사를 바꾼 이야기와 지금도 그 힘을  한 개인에게 묶어두려하는 악마라 불러도 좋을 이와의  싸움을 준비한 '신가야'는   진정한 궁극의 아이라는 이름답게  자신이 본 미래대로 그들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일들을 자신의 손안에 두기를 원하는  이들과 맞서게 되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수 없게 되는  자신의 운명을 읽는 그의 능력은 역시나   특별히 하나 더 받았기에   그 만큼의  삶의 무게를   더했음이  드러나게 된다. 

 

크게는 지시에 따라야 하는 미국 대통령, 일본과 중국의 일촉즉발 상황, 달라이 라마라는 종교 지도자와 음모,작게는 사랑했던 여인의 비밀로 괴로워하는 이,  거기에 미래를 보는 남자와 7살 이후의 모든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여자라는  너무나 멀게 떨어져있다고 여겨지는  사건 하나 하나가   가야를 중심으로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엘리스에게   당신이 바뀌면 당신의 인생도 바뀐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가야의 사랑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인간이라며 이미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자에 맞설 용기가 되고,   정해진  미래를 바꿀 결정적인 힘이 되게 된다. 

 

신은  그래서 평범한 우리에게  불투명한  미래를 준 건 아닐까 싶어진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대가 사랑스러운 건  당신 속과 우리의 내일을 모르기때문이고   그렇기에 우리의 사랑은 더 간절해지니 말이다.  역시나   내일을 확실히 알수 없기에 오늘 더 열심히 살아볼 힘을 어디선가 불러오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sf액션 스릴러로  다가오는 이 이야기가  따스하게  남는 건 아무래도 책 전체를 흐르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을 훨씬 뛰어넘는   사랑과 정, 그리고 마음이 가득 들어있기때문이다. 죽어서도 죽을 수 없었던  남자가  말하고 싶어도 말할수 없었던 건 너무  가득차 넘치는 마음이였으니 말이다.  간만에 책속에서 강렬함과 따스함이 들어있는  영화를 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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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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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의 탈출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그 곳이 채텀처럼 조용하고 쓸쓸하며 누가 누군지 다 아는 곳에서  살았다면 더더욱이나   날 모르는 사람들과의 낯선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더 바라게 될 것이다. '붉은 낙엽'으로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게 사실은 행복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토머스 h.쿡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과 우리의 이웃처럼  보이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삶의 기준을 정해놓아 생기게 된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쓸쓸한 노년의 나이가 된 헨리가 자신이 소년이였을때 바라본 채텀이란 공간과 그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나 더 만족해보이는  아버지의 모범적인 일상이나   늘상 똑같이 들려오는 규칙에 염증을 내던 자신을 보여주며 그러다 만난 채닝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리라는 희망을 키우던 헨리는 무조건적으로 옳게만 받아들였던 어른들의 세상이 그다지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을만큼 자란 아이가 바라 본 세상은 어떤지, 그리고 그렇기에  자신과는 다르게 많은 여행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새로 오신 채닝 선생님에게 당연히 호감을 갖게 되는  자신의 기억 순간 순간을 보여준다.

 

 내가 헨리였대도 그녀가 꺼내 놓은  여행 기억으로 시작된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맛 볼 자유의 바람을 미리 느껴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 시간동안 자신의 꿈을 그려갔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을 잘 따르는  학생이라는 관계는 헨리가 채닝 선생님이  리드 선생님과 친해지는, 그리고 사랑에 빠진걸 알게됐다고 믿을만큼 친하게 되면서 살짝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채텀에서의 일상은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나가게 된다.  더 자주 만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이 사랑을 이루기위해 이 곳을 떠나기라도했으면 하는  소년의 바람이 커지는 것말고는 말이다. 하지만   채텀에서의 일들은 금방 소문이 되고, 그렇지않아도 배신의 기억에 사로잡힌 리드 부인이 이상해지면서  '그렇고 그런'이란 관계는 무조건 안된다는 어른들의 시선으로   채텀에 비극이 생겨나게된다.

 

"그 세상에서 중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라, 한층 깊고 오래 지속되는 결과와 관계였다" -214

인생은 한번 뿐이고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이야기를 남기는 리드선생님, 인생은 원래 부당한 것이며 우리가 가장 후하게 주거나 받을 수 있는 건 신뢰라는 아버지,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며  갈망은 우리의 운명이며 그 끔찍한 고통을 달래기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게 믿음이라는  헨리등  모두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느끼고 믿었던 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삶이란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옅은 후회를, 그리고 안타까움을 주게된다.

 

토머스 h.쿡은    사건을 삼켜버리고 조용해진 채텀의 검은 연못처럼  평온해보이는 우리의 일상안에는   감출것도 말하지 못한 것도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가며  뭔가 일어날것같은 불안불안함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사건이나 꼬임, 반전을 말하지는 않지만 일상을 적어나간 줄 알았던 일들이  책이 넘어갈수록 '이제 사건이 벌어지는 걸까.' 싶은  작지만 뭔가 께름직한  불안이나 오랜 세월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우연히 드러내는  몰랐던 속 이야기들이 되어가며   어쩌면 나 역시 가지고 있는,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탈출을 꿈꾸지만 머물수밖에 없어 괴로워하던 리드 선생님이나  딸이 자유롭게 자라게 하기 위해 많은 걸 희생했을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닝 선생님, 자신의 조용한 삶을 평생 불안하지만 맞다고 살아온  헨리 어머니, 믿음과 선량함 신뢰가 살아가는 동안의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헨리 아버지 등 모두에게서 내 마음 조금씩을 볼 수 있기에  제각각의 방향에 서 있는 그들 모두를  이해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평범한 이웃이였던 이들의  조용하고 은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대로 사건이 모양을 만들어가며 부풀어 오르기에,   이제껏 내가 보고 들었기에 진실이라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었던 일들이 과연  진짜였을까 싶다.  난 내 소신대로 살아가는 동안 애정이라며 다른 이들의 삶속에 너무 끼여들어 문제를 만든 적은 없었을까... 슬슬 걱정이 된다. 

 

"그들은 황무지를 만들어놓고 그걸 평화라고 불렀다."-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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