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 신화 우리나라 그림책 1
서정오 지음, 이강 그림 / 봄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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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옛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것도 재주다. 같은 이야기라도 맛깔나게 하는 이가 있는 반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시시하고 썰렁하게 하는 이도 있다. 삼신할미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정오선생님은 우리 옛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분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할머니에게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입말로 아이들이 알아듣기 귑게 풀어낸다. 많은 아이들에게도 조곤조곤 말하듯 읽어주면 쏙 빠져든다. 내아이 혼자라면 무릎에 앉히고 읽어주면 더없이 좋을 책이다. 그림도 가볍게 부웅~ 뜨는 색깔이 아니어서 무게감이 있고 옛이야기 맛이 더 살아난다.

옛이야기가 다 그러하듯 숨겨진 교훈을 발견하는 것도 즐겁다. 왜 집집마다 삼신할미가 있게 되었는지 내력을 들려주면서,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라' 는 교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부모들은 귀한 내새끼를 엄하게 잘 키우고 있는지 돌아보며 읽어도 좋겠다.

동해용왕의 아내인 서해용녀는 만날 남한테 아기를 점지해 주느라 바빠서 늘그막에야 귀한 딸을 하나 낳았다지.^^ 어찌나 귀여운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더니 그만 버르장머리 없는 망나니가 되었대. 한 살때는 어머니를 꼬집고 두 살때는 아버지 수염을 쥐어뜯고, 세 살때는 집안 물건을 집어던지고 네 살때는 집안 세간을 다 부수었대~ 일곱 살때는 동네 애들을 때리고, 여덟 살때는 어른들에게 욕을 하고 아홉 살때는 이리저리 나쁜 말을 옮겨 사람들을 싸움 붙였대. 허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ㅉㅉ



참다못한 용궁백성들이 용왕을 찾아가 하소연했어. 용왕은 무쇠상자에 넣어 쫒아내기로 했어. 애가 탄 어머니는 땅나라에 가서 삼신노릇을 하라며 가르쳐 주려는데 그만 시간이 모자랐어.ㅜ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동해용왕 딸은 대충 아무렇게나 삼신 노릇을 했어. 닥치는 대로 아기를 점지하다 보니, 남자들도 아기를 배고 늙은 할머니도 아기를 배는 거야. 게다가 어떤 사람은 석 달만에 아기를 낳게 하고 또 누구든 3년이 돼도 아기를 못 낳아 큰일이 났지. 이러니 땅세상 사람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 땅세상 백성들은 옥황상제께 빌었어.



옥황상제는 신하들에게 물으니, 명진국 천왕보살 지왕보살의 일곱 살 난 따님이 슬기롭고 착하여 삼신을 시킬만 하다 했지. 옥황상제는 일곱 선녀를 시켜 삼신노릇을 잘 가르쳤어. 가르친 지 이레 만에 천왕보살 지왕보살의 딸이 새 삼신이 됐어. 새 삼신은 일곱 선녀를 거느리고 땅 세상으로 내려왔어.



땅 세상에 내려온 새 삼신은 잘못 된 것을 바로 잡았어. 그러자 옛 삼신이 화가 나 새 삼신을 따라다니며 빗자루로 때려서 새 삼신은 날마다 쫒겨다니며 울었어. 참다못한 새 삼신은 옥황상제께 둘 중 하나만 쓰시라고 빌었지. 두 삼신을 부른 옥황상제가 물었어. 아기는 얼마 만에 어떻게 낳게 하고 보살피는지...

옛 삼신이 답하기를
"석달 만에도 낳게 하고 삼 년 만에도 낳게 하는데 배꼽을 북 찢어서 낳게 하고, 얼음물에 씻고 소금물을 먹입니다."

새 삼신은 대답하기를
"어머니 몸에 피 살려 석 달, 살 살려 석 달, 뼈 살려 석 달, 아홉 달 열 달 만에 늘어진 뼈 당겨 주고 오그라든 뼈 늦춰 주어 고이 낳게 하며, 은가위로 탯줄을 잘라 참실로 매어 주고 더운 물에 씻어 주며 나쁜 귀신이 못 들어오도록 금줄을 쳐 줍니다."

대답을 들은 옥황상제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보나마나겠지~~^^  새 삼신은 땅으로 내려와 삼신 노릇을 계속 했고, 옛 삼신은 저승으로 가서 죽은 아기를 맡아 길렀대. 땅 세상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살아생전 아기 낳은 일을 도와 주던 산파 할머니가 죽으면 삼신이 되어 땅세상으로 내려와 집집마다 삼신할미가 있게 되었대. 우리도 삼신할미가 엉덩이를 때려서 내보냈다지 아마~ㅎㅎㅎ 물론 금줄도 쳐서 나쁜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지!!^^

부모는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고 바르게 키우고,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걸 깨우쳐 줬어.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옛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것도 즐거울 거야. 그런데 요즘 아이들 너무 영악해서 이 말을 믿을까? 병원에서 낳고 산후조리하는 걸 알만큼은 알지만, 지극정성을 다하는 부모 마음이야 예나 오늘이나 다를바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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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08-11-1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아고라 방> 모금청원>서명진행중
으로 가시면 책돌이도서관 이야기를 올려놓았어요.
서명진행을 한달동안(11월10일~12월10일까지)해서 네티즌서명이 500명이 되면, 검토를 거쳐서 정식 모금에 들어간답니다.
모금청원에 들어가면, 댓글 하나당 100원씩 기부금을 다음 에서 준다고 해요.
책돌이도서관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난방비로 백이십만원을 목표모금액으로 올려놓았어요^^
우리 모두 한번씩 관심을 더 보여준다는 의미로,
다음 아고라 방을 부지런히 드나들고, 주위에 알려서 서명 많이 부탁드려요.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62539

( 클릭 하면, 거기로 이동이 되요~)
-----------------------------------복사전문
제가 하고 있는 모임에서 도서관을 만들어요. 아직 수가 많이 부족하네여. 순오기님 클릭 한번 부탁드려요. 소문도 내주세요.-라고 부탁도 하고 싶어요.
 
오소리가 우울하대요 - 우울한 아이 꽉 닫힌 마음의 문 칭찬과 격려로 활짝 열기 인성교육 보물창고 8
하이어윈 오람 글, 수잔 발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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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울증에 대해 얘기하지만 우울한 오소리가 아니라, 오소리의 마음을 바꿔 준 두더지에게 주목하게 된다.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모든 게 싫어!'라는 우울에 빠진 친구 곁을 지키는 단 한사람, 두더지는 바로 그런 친구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곁을 지키며 뭔가 궁리해 내는 두더지를 통해, 우울에 빠진 친구에게 어떡해야 될지 깨우침을 준다.

이 책은 밝고 부드러운 숲과 회색빛 오소리방의 색채대비로 분위기를 보여준다. 우울한 오소리의 회색방에서 밝은 숲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시작이다. 방구석에 혼자 처박히기 보단친구들이 있는 숲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우울증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더지처럼 곁을 지킨 단 한 사람이 없어 귀중한 생명을 끊은 연예인을 보며 우린 얼마나 안타까웠던가.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세번째 이혼한 딸의 방문 앞에서 불침번을 섰던 부모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며 오열했었다. 혹시라도 목숨을 끊을까봐 밤새 지켰던 그 부모의 마음에 공감했고, 그 덕에 우리가 공지영을 만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최진실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이런 의미였다. 그날 밤, 친정엄마가 손주들 방에 가지 않고 밤새 곁에서 지켰더라면 우린 그녀를 잃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나는 우울한 오소리의 곁을 지킨 두더지를 단연 이 책의 주인공으로 꼽는다. 이 책은 우울증에 빠진 친구의 곁을 지키는 단 사람이 되자고 독자에게 속삭인다.

살다 보면 어른이나 아이도 크고 작은 문제로 우울에 빠지게 된다. 가벼운 우울은 털고 일어설 수 있지만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우울증은 치료를 요한다. 하지만 마음의 병이라 어떤 치료보다도 마음을 바꿔줄 계기가 필요하다. 두더지는 집안에서 꼼짝 않는 오소리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벤트를 준비했다. 오소리가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로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 바로 오소리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한 두더지의 이벤트는 어떤 의사나 심리학자의 처방보다 지혜로웠다.

오소리뿐 아니라 숲 속 모든 친구들의 장점을 찾아내어 상을 준 두더지는 분명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독서는 지식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주기 때문에, 이런 지혜는 독서의 내공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상, 최고로 느린 춤 상, 점프왕 상, 가장 멋진 신랑감 상, 수영 상, 잔꾀 상, 총총걸음 상, 단숨에 감자칩 가장 많이 먹기 상, 빠른 응급조치 상, 최고의 아코디언 연주 상, 독서 상'을 시상했으니, 역시 독서상도 빠지지 않았다. 어떤 동물이 무슨 상을 받았는지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다. 특징과 장점을 살려낸 상을 보면서 우리 교육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됐다. 오직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개개인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목표가 아닌가!

오소리에게 다섯 부문의 상을 안겨 준 두더지의 지혜를 오소리도 충분히 느끼고 깨달았기에 두더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으면 우울한 친구라도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다. 오소리의 존재가치를 회복시켜 준 두더지의 이벤트는 칭찬과 격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오소리가 받은 다섯 가지 상은 무엇인지 헤아려보며 내친구와 가족에게 어떤 상을 줄 수 있을지 꼽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늘 최선의 방법을 알고 있는 동물에게 주는 상,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동물에게 주는 상, 다른 이들을 위해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친구에게 주는 상, 가장 필요하고 든든한 친구에게 주는 상, 기분이 어떤가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친구에게 주는 상' 의 수상자는~ 오소리! 사실은 이 모든 상을 받을만한 친구가 또 하나 있다는 걸 영리한 독자들은 알겠죠? 내가 이런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독자는 또 하나의 상을 받아도 되겠다.^^



초등저학년들과 우울에 빠진 가족에게 어떻게 해 줄 것인가 이야기를 나눴는데, 부모님께는 심부름이나 안마, 용돈으로 좋아하는 것(양말, 책, 꽃...) 사드리기. 편지를 쓰고 풍선으로 엄마방을 꾸며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친구가 우울하다면, PC방에 데려가거나 먹을 걸 사주고 같이 놀아준다가 압도적이었고, 같이 치고 받고 싸움을 해서 우울증을 날려버리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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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8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8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엄마 웅진 세계그림책 1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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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한때 자녀에게 우주였고 신이었으며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뛰어넘는 존재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간다. 세련된 친구엄마와 비교도 하고, 무엇이나 척척 잘해내는 유치원샘한테 더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학년이 높아갈수록 엄마한테 질문해서 명쾌한 답을 듣는 것도 줄어들면 엄마의 저울은 자연스레 기울기가 내려간다.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 "엄마는 내 맘을 너무 몰라,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디.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배신감에 찔금 눈물이 솟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식이 더 많이 커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엄마는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나 곱씹어야 할지도 모른다.



저희들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키우며 '우리 엄마도 이랬구나!' 하는 걸 깨달으며 한없는 고마움과 그리움에 저 혼자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리라. 나도 그랬으니까~~~

이 땅의 어머니는 영원한 사랑의 테마요 눈물샘의 원천이며,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말보다 으뜸으로 꼽힌다. 엄마는 바로 그런 존재다. 엄마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 엄마가 어떻게 자녀를 사랑했으며 가정을 가꾸었는지 배워가는 게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인지도 모른다. 내가 엄마로 산지도 20년이지만 우리 엄마를 따라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자식을 위한 모성이나 남편까지도 아들처럼 받아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모성은 반에 반도 못 따라가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한권의 책으로 우주이며 신인 우리들의 엄마를 담아냈다. 엄마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수많은 걸 꿈꾸었을 테지만 내 엄마가 된 게 가장 아름답고 거룩하며 자랑스런 일이라는 걸 알려준다. 당신의 어머니와 자기 아이들 엄마인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말이 그의 존경과 사랑을 담은 최고의 헌사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 대해선 긴 말이 필요없다. 그냥 보시라~~ 보고 또 보며 음미하고, 씹어보고 꿀꺽 삼키며 내 엄마와 나를 엄마라 부르는 아이들의 행복을 생각해보라. 엄마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벅차서 결코 말이 필요치 않으리라. 울듯 말듯한 이 표정, 엄마는 멋지고 굉장한 요리사이며 놀라운 재주꾼으로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비행사도 될 수 있었고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수도 있었지만 우리엄마가 된 당신, 바로 내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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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3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중군...이 책을 보면서 말합니다.
"엄마, 엄마는 슈퍼엄마지..."
아주 좋아하지요.
아이에게 아직 5살 아이에게 엄마는 진짜 슈퍼엄마인가 봅니다.
근데 지금은 왜소해지는 내 엄마를 보며 짠...하기만 한것을요...

순오기 2008-11-01 16:41   좋아요 0 | URL
애들은 정말 즐거워하지요~~~ 어른들은 본인모습과 엄마의 모습을 찾게 되니 찡하기도 하지만요.^^

마노아 2008-10-3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앤서니 브라운은 엄마, 아빠, 형까지 모두 담아냈네요. '엄마'라는 말은 늘 그 단어만으로도 저릿해요.

순오기 2008-11-01 16:42   좋아요 0 | URL
아빠와 형은 아직 못 봤어요.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야죠.^^
 
난 학교 가기 싫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37
로렌 차일드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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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열광하는 로렌 차일드의 '싫어'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로렌 차일드에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눈높이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을 보면 조금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로렌 차일드의 싫어 시리즈엔 어른이 등장하지 않는다. 동생 교육을 오빠 찰리에게 맡겨둔 부모라니 이해되지 않지만, 아마도 아이들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어른이 안 나와서 좋아하는 거 아닐까?^^

제목은 '나 학교 가기 싫어'지만 단체생활을 처음 접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나야 유치원을 다닌 세대가 아니니까 학교 가는 일을 손꼽아 기다리느라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정작 내가 학교 가기 싫었던 건 중학교 때였다. 날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내 말에 화가 난 아버지는 '그럼 내일부터 가지 마!'라고 선언하셨고, 겁없던 나는 정말 그 다음날 학교에 안 갔다. 시골 중학교라 언니 오빠부터 다 알고 계신 선생님들, 우리집의 교육방침을 아는지라 넷째인 내가 학교에 안 왔다는 건 대 이변이었다. 3학년이던 언니에게 선생님들마다 "네 동생 왜 학교 안 왔냐?" 물으셨고 딱히 대답할 말이 궁했던 언니는 공부도 다 못하고 울며 조퇴하고 왔었다. 물론 그 다음부터 나는 학교에 잘 다녔고~~~ 그러다 인천으로 전학왔지만, 여전히 학교는 가기 싫은 곳이었다. 아마도 난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듯.......^^

내 학창시절의 이런 경험으로 우리 애들이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난, 당연히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은근 슬쩍 겁이 난 아이들은 군소리없이 학교로 갔지만, 게으름부리던 아들녀석을 혼내주기 위해 2학년때 하루는 깨우지 않아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 하루동안 엄마는 집에 없는 아이 취급을 했고...... 중3이 된 지금까지 녀석은 학교 가지 말라면 오히려 서둘러 나선다. 아이의 인생을 길게 볼때, 하루쯤 학교 안 간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오히려 날마다 반복되는 엄마의 잔소리보단 경험으로 깨우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부모가 그런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에 가기엔 할일이 너무 많은 롤라, 어쩌면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겁을 내는지도 모른다. 동생 롤라를 책임지는 건 역시 오빠 찰리다. 롤라는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아직 키가 안 커서, 집에서 할일이 많아 학교에 갈 시간이 없어서, 열까지 셀 줄 아니까 학교 안가도 되고, 글자를 몰라도 전화를 하면 되고,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못 읽으면 이야기를 꾸미면 되고, 똑같은 옷도 입기 싫고, 학교 밥도 절대 먹기 싫고... 구구절절 싫은 이유를 찾아내는 롤라와 제법 설득력 있는 오빠 찰리의 대답은, 어른들이 뭐라 하는 것보다 더 아이들이 공감할 듯하다. 학교 가기 싫은 이유를 설득시킨 오빠의 작전에 말려든 롤라, 찾다 찾다 이유가 없으니 투명인간 '소찰퐁이'를 핑계댄다. 소찰퐁이는 전작에선 나오지 않던 캐릭터지만, 투명인간이라 찾기는 쉽지 않다. 오빠 찰리의 설득에 넘어간 롤라는 드디어 학교에 갔는데~ 오빠는 하루 종일 걱정이 됐는데 롤라는 어땠을까?



하하하~~~ 벌써 친구를 사귀었는지 어떤 애랑 같이 돌아온 롤라를 보고 찰리는 안심했을까, 배신감을 느꼈을까?^^

"거봐, 학교 가면 재밌을 거라고 했잖아!"
"누가 뭐래, 오빠, 난 하나도 걱정 안 했어. 걱정한 건 내가 아니라 소찰퐁이였다고, 난 쭉 괜찮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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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0-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리와 롤라는 뚱한 저 표정이 너무 귀여워요.
소찰퐁은 "진짜야, 내가 안 그랬어."에도 나와요. 상상 속의 친구!
그러고 보니 진짜 이 시리즈에는 어른이 나오지 않는군요. 역시 순오기님은 뭔가 다른 걸 잡아낸다니까요. ^^

순오기 2008-10-29 20:33   좋아요 0 | URL
히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연체돼서 새벽내 리뷰 쓰고 오늘 반납했어요. 연체라 빌려오진 못하고 그림책 10권 보고 왔어요. 로렌 차일드 책도 세권이나 보고요~ ㅎㅎㅎ 어른이 안 나오는 거 생각 안하셨군요.^^
저어기 소파에 앉은 소찰풍이가 보이나요?ㅋㅋ
 
허둥지둥 바쁜 하루가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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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스캐리의 그림책 시리즈, '1,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 2.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3.북적북적 우리동네가 좋아'에 이어 나온 네번째 책이다. 전작들에 대한 호평은 익히 들었지만 전작을 보지 못한 나는 처음 만났다. 307*265mm 의 큼지막한 판형이라 유아들도 보기에 좋다. 양쪽에 가득 찬 그림은 아이들이 좋아할 색채와 캐릭터라 흥미를 가질만하다.



허둥지둥 바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무슨 일로 바쁜지 보여준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수고하는지 다양한 직업을 보여준다. 이 책이 4~7세로 분류되어 있지만, 분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더 어린 유아도 좋아할 수 있고 초등생도 즐겨볼 수 있다. 양면을 빽빽이 채운 그림과 오밀조밀 배치된 설명이나 말주머니를 읽어가면 한편의 만화를 보는 듯하다. 한번 휘리릭 보고 말 책이 아니라 꼼꼼하게 보고 또 볼 책이다. 아주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펼쳐 읽어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발견하면 그곳만 집중적으로 보기도 한다. 고양이, 염소, 돼지, 너구리, 토끼등 동물 캐릭터에 몰입하는 아이도 있다. 전체 그림 중 한 부분만 확대해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다.^^



다양한 직업뿐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구조도 알 수 있다. 초등학생들의 학습에도 참고가 될 요소가 많은 책이다. 유아나 유치원기 아이들에겐 그림책에 불과하지만 오히려 초등생에겐 학습서로 한 몫을 톡톡히 할 책이다. 처음 그림에 혹해서 책을 골랐던 아이들이 쪽수가 많고 글이 많다고 다른 책으로 바꿔가는 녀석들이 여럿이더니, 다른 친구들이 재미있게 보니까 슬그머니 가져다 보는 녀석들이 늘었다. 이 책과 단박에 친해진 아이도 있지만 오밀조밀 뜯어보면서 장점을 발견한 아이들에 의해 오히려 그 인기가 파급되는 책이었다.

집을 지으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단순히 건물 뿐 아니라 지하에 수도관이나 하수도관부터 전기와 난방시설, 변기와 세면대까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우리가 살 집이 완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지가 우리 손에 오기까지 우체국과 소방관들이 하는 일도 살펴볼 수 있다.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것도 알 수 있으며 아이들이 환호하는 기차여행이나 배를 타고 항해도 즐길 수 있다. 

씨앗이 자라서 우리가 먹는 맛있는 옥수수가 되는지, 어떻게 해서 우리가 빵을 먹게 되는지 과정도 배울 수 있다. 나무가 자라 목재와 펄프로 우리생활의 쓰임새도 알려준다. 나무를 베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었으니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돼지는 칭찬할만한 센스다.^^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크레인과 불도저, 트랙터와 덤프트럭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스팔트를 깔고 표지판과 신호등을 세우면 비로소 자동차가 쌩쌩 달릴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학습용 그림책으로 찬찬히 뜯어먹을 책이다. 직업이나 일의 연관성에 따른 편집이면 좋을텐데 좀 뒤죽박죽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2% 아쉽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글이 여기저기 있어 어디부터 봐야할지 허둥지둥했다는 것, 그림이 복잡했지만 지렁이도 나오고 장난치는 장면이 곳곳에 있어 그림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 요소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며 사랑받는 그림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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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0-26 04:32   좋아요 0 | URL
^^

메르헨 2008-10-25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부릉부릉 자동차를 호중이가 좋아해서 한번 읽으면 1시간쯤 걸리거덩요.^^
솔직히 살짝 겁나요.ㅋㅋㅋ
아이들은 불쑥 튀어나오는 그 2%에 허둥지둥 하면서도 즐거워하나봐요.^^

순오기 2008-10-26 04:33   좋아요 0 | URL
ㅋㅋ 한번 보는데 한시간이면~~ 겁나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