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
유인경 지음 / 테라코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를 떠올리면 늘 경쾌한 모습과 달변가다운 입담으로 즐거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기자라기 보다는 유쾌한 방송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말보다 글이 더 진솔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요즘 잘 안보인다 했더니 어느새 기자직에서는 퇴직을 하고 강의를 다니거나 글을 쓰고 즐거운 모임같은걸 많이 갖는 모양이다. 손주까지 본 행복한 할머니도 되었단다.

부럽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느라 외동딸 돌보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지만 잘 자라서 손주까지 안겨준 효녀가 아닌가. 그러니 자식농사 또한 잘 지은 셈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더니 정말 이 책에 등장한 수많은 지인들의 경우를 보니 실감이 난다.

김형석 명예교수부터, 신구, 노라노, 윤여정, 김영옥씨등 정말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잘 살아가는 실버들이 넘치고 넘쳤다. 그렇게 보면 이제 예순 중반인 저자는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디엔가 소속되는 일들은 대개 다 버거운 세대.

오랜 노하우를 지닌 사진기자출신의 지인정도만 빼고는 정말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과, 그런 실버들이 지금도 많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란 것이 문제이다.


'나이들어 선택은 더 나은 것이 아니라 내게 불필요한 것을 골라 버리는 일이다'.

아 정말 참 마음에 드는 말이다. 사실 쌓아놓기보다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알지 않은가. 나이드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도 있다.

살아보니, 나도 예순 중반즈음에 이르고 보니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특히 저자나 나처럼 베이비붐세대들은 위로 아직 부양해야할 부모가 대개 있고

여전히 캥거루 주머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식들 틈에 낀 경우가 많다.


나이는 들었고 경제적 능력은 떨어졌는데 아직 해야할, 부담져야 할 사람들은 여전하고 그걸 떠나서라도 아직 나의 가치가 빛나보일 '일'같은 것들을 찾기가 너무 힘든게 좌절감을 몰고 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할 일, 찾아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음이 놓였다.

아마 많은 실버들이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유쾌한 여기자 유인경의 지식수준과 독서량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삶은, 우리의 삶은. 주변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비밀 레시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6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여섯 살 아이와 까마귀가 연 식당이라니. 이런 가게가 있다면 나는 음식을 사먹으로 갈까? 긴가민가 하고 방문했다가 비밀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삶이 달라진다니..


이 식당은 몸을 위한 음식보다는 영혼을 달래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사실 눈치를 채야만 했다. 열 여섯살 사장도 그렇지만 말하는 까마귀가 있는 식당이라면 예사롭지 않다는걸 알아챌 수밖에 없지 않은가.

초등학교때는 잘나가는 수영선수였지만 중학교에 온 후 제대로 실력발휘를 해본적 없는 세현은 결승전까지는 가지만 항상 오등에서 벗어나지 못해 얻은 별명이 바로 '만년 오등'이다.

모두들 수영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분한 마음에 수영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새로 생긴 식당에 들어서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인간, 영혼을 달래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나? 까마귀의 속삭임이 이상한 식당으로 세현을 이끈다.

'탕후루 떡볶이'라니 정말 이런 음식이 있었나? 이걸 먹을 수가 있을까?

긴가민가 하면서 세현은 떡볶이를 먹어본다. 세상에 이런 맛이라니..

맛있게 먹었다는 세현의 말에 데몬은 환상을 선물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데...이후 세현은 친구들을 데리고 악마의 레시피 식당을 자주 찾게 된다.


세현의 친구들 역시 모두 각자의 고민을 갖고 있다.

소심한 지영, 미래에 뭐가 되어야 할지 고민중인 소민, 엄마가 재혼할까봐 두려운 민준.

친구들은 데몬이 만든 음식을 먹고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고인 고민을 얘기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악마의 비밀 레시피라면 어른인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과연 데몬은 나를 위해 어떤 요리를 해줄지 기대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는 요괴 병원 2 - 요괴가 한을 품으면 저주에 걸린다 여기는 요괴 병원 2
도미야스 요코 지음, 고마쓰 요시카 그림,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서울 것 같은 요괴도 감기에 걸리고 병에 걸리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호즈키 쿄주로라는 의사가 운영하는 전문요괴병원이 있다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요괴병원에 갈 수는 없다. 호즈키 선생이 자물쇠를 걸어서 인간이 들어올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요괴를 치료하는 일만으로도 벅차서 인간까지 들어올 수 없게 했단다. 하지만 딱 한 사람, 바로 나만이 그 요괴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호즈키선생의 요괴병원에서 조수생활을 했던 나는 선생이 능력을 인정해줘서 꽤 예쁨을 받은데다 보수까지 받았다. 하지만 인간세상으로 다시 나와서 다시 요괴세상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수영가방을 찾기 위해 도토리공원으로 갔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나는 다시 요괴세상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주머니에 요괴세상을 문을 열 수 있는 꽈리모양의 등롱초 열쇠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요괴세상으로 들어와버린 나.

어디선가 이상한 주문이 들리기 시작한다. 풀숲 저편에서 요괴고양이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선가 나타난 너구리 가마꾼들. 나는 그들이 짊어진 가마에 타고 어디론가 끌려가고 만다.


너구리 집안에 끌려와 아픈 너구리를 치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큰 너구리 아저씨가 나를 다른 치료선생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순간 호즈키 선생이 나타나 나를 구해주고 너구리 아들을 치료하기 위한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요괴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원한이 깊은 요괴고양이에게서 저주 바이러스를 뽑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호즈키 선생은 왜 나를 자꾸 조수로 써먹는 것인지.

너구리 아들이 치료되지 않으면 나는 다시 인간세상으로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제발 호즈키 선생이 너구리 아들을 치료할 바이러스를 얻어야 할텐데..

세상 어디엔가는 정말 요괴병원이 있을 것 같다.

무서울 것 같은 요괴들이 사실은 굉장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요괴세상이라면 여행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등롱초모양의 열쇠를 좀 빌려달라고 해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가 지구에 살기 시작하고 지금의 번영이 이루어지기까지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바로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의해 많은 살상자가 생겼지만 세균의 발견과 치료제의 발견으로 수많은 인간들이 구제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세균학 뿐이랴. 전기같은 공학적인 면이나 특히 의학에서의 눈부신 발전이 인류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지대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과학이 인류에게 공헌한 했을까.

이 책은 과학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벌여온 잔혹한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려면 해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거 의학의 가장 기초가 될 해부학에 쓰일 시신의 확보가 어려웠다. 시신을 구하기 위해 오래되지 않은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도둑질하거나 가난한 계급사회에서 나오는 시신이나 행려병자들의 시신이 쓰였다.

하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거나 수급이 어려우면 살인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가난한 살인자는 돈이 절대로 필요했기 때문에 시신이 급한 수급자와의 결탁은 자주 이루어지곤 했다.


인간은 왜 싸움을 좋아하는 것일까. 인류에게 전쟁이 없었다면 지금 이 지구의 인구는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팽창할 때 인간은 스스로 전쟁을 벌여 인구수를 줄이는 전쟁을 벌인다고 한다. 암튼 이 전쟁은 인간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주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낸 폭탄이 있다. '맨해턴 프로젝트'로 원자탄이 개발되었고 그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는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원자폭탄이 전쟁을 끝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엄청난 살상력때문에 인류의 고민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 어마무시한 폭탄의 설계 비법을 팔아치운 과학자도 있다. 유대인이었던 폭스나 골드는 반유대주의였던 나치를 적대했던 소련편을 들고 싶었던 이유였다.


매독이나 임질 치료를 위해 일부러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고 병의 진행상황을 알고 싶어했던 의사들, 의학적 실험에 동원된 수많은 동물들, 뇌를 치료하기 위해 엉뚱한 실험에 희생된 정신과

환자들...그러고 보면 엄청난 과학의 발전뒤에는 이런 어둔 역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문제는 과학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르는 어둔 그림자도 깊어질 것이란 우려이다.

수확을 늘리기 위한 농약의 무분별한 살포와 값싼 유전공학은 환경파괴를 불러올 것이고

유전조작에 의한 기형의 병들이 창궐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AI의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은 물론 인류에게 엄청난 번영을 가져다주었지만 지금 인류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기후위기에도 한 몫했다. 과학은 두 얼굴을 지닌 양검의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인류가 과학을 어떻게 발전 시켜야 할지, 숙제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들의 집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분명 과거에는 날았을 새들인데 날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날아오르는 걸 잊은 새들이다.


남편 직장을 따라 지방의 단독주택에 살던 은주는 딸 지안과 함께 초월시 30년이 다된 공작성운아파트로 이사한다. 아직 집이 팔리지 않아 월세로 얻은 집이었다.

평수도 너무 작아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지안이의 교육을 위해 결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사를 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검은 우비를 쓴 사내가 뒤를 쫓지를 않나 이웃주민 남자가 투신을 하지 않나.


초월시는 과거 신도시로 인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노후한 아파트 단지다. 재건축 움직임이 일어나고 집값이 오르는 중인데 은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부동산 투자에 성공했다는 전직장 선배의 발걸음을 쫓기로 한다.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 신혼초기에 단독주택이 아니라 아파트를 샀었야했다. 갭투자를 해서라도 따라 붙어야겠다고 결심한 은주는 부동산을 쫓아다니며 있는대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장만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파트에는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아파트 동대표 선거부터 집값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말라는 협박에 길고양이들의 죽음. 그리고 본드를 탄 음료를 마신 할머니들의 병원행까지 마치 일부러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이 있는 것만 같다.

아파트 복도에는 검은 우비를 쓴 남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회색 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아파트 주민사이에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은주가 사는 초월시에 대기업 본사가 이전해온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은주가 사 놓은 아파트들이 오르기 시작한다. 아 이래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구나, 은주는 대출을 더 일으켜 집을 더 사놓으려고

하지만 한도가 넘쳐 불가능하다. 몇 채만 더 사놓으면 몇 천, 몇 억은 따놓은 당상인데...

은주는 욕망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대기업 본사 이전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강하한다. 은주는 이제 몇 십장의 집문서를 지녔지만 옥상에서 뛰어내린 남자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아마 대한민국처럼 부동산투기가 성행한 곳이 있을까 싶다.

지금도 전세사기에 모든걸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깡통전세에 멍드는 세입자가 한둘이 아니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가 용트림을 하던 시절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복부인들이 있었다.

지금도 곳곳에서 집없는 사람들의 피를 빨아대는 거머리같은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화려한 깃을 가졌지만 날아오르지 못하는 공작새처럼.

그런 새의 이름을 가진 공작성운아파트의 사람들은 언젠가 날아오를까.

부동산투기로 쓴맛을 본 은주의 실패담이기도 하지만 미스터리한 사건의 비밀을 따라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