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 철근 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건설 엔지니어 일일드라마
양동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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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그래서 직업과 관련된 책을 흥미롭게 찾아보는데, 건설 엔지니어는 단순히 건축과 관련된, 건물 올리는 직업이구나 했다. 이건 순전히 동기들의 허세에 내가 당한 것이었음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됐다. 생각해 보면 그 큰 건물을 세우고 그 높은 허공에 다리를 놓는다는 게 상상도 안되는데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그곳이 한순간의 실수와 눈막음으로 잘못 건설되었다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은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건설은 정량적인 수치로 설계되고 시공되는 영역이지만, 풍하중이나 지진하중과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확률론적인 외부 변수가 100퍼센트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다시 검토하고 두드리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직종이다. 그중 공구리 치는 일은 매우 철저하게 수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콘크리트와 철근의 만남은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떼어낼 수 없는 찰떡궁합 건설자재로 인류가 철과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공간의 확장이라는 진보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파트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새벽 5시에 출근, 밤 1시에 퇴근, 주말에도 어김없이 당직 근무를 서며 여러 협력업체들과 조율하고 건설 현장을 분주히 오간다. 현장은 특히 위험천만한 일들이 늘 존재하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동료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너무 무거운 그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사고를 다시 발생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611건,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소중한 생명이 유명을 달리한다. 법을 시행하기 앞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안전과 생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용하고 검토한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가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서 샤워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 먹고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거. 그것은 우리가 버티고 서있는 땅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력, 통신, 수도, 가스, 난방 등의 시설을 24시간 순찰 및 점검하고 거미줄같이 연결되어 있는 정수장과 배수지, 상수도관을 수시로 점검하며 사고에 바로 대처해 주는 그분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와 그것을 만드는 엔지니어 분들의 모습을 보며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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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는 은유작가가 글쓰기 수업과 강연에서 자주 받은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쓰게 하는 것들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요?

글쓰기로 고통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글감을 어떻게 고르나요?

첫 문장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어휘력과 글쓰기 테크닉이 부족해요.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나요?

책 리뷰는 어떻게 쓰나요?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차례에서 마흔여덟 개의 질문 중 그동안 내가 글을 쓰며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찾아 읽게 됐는데, 이 책이 가장 좋았던 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거다. 글쓰기 첫 문장은 항상 어려웠고 어휘력과 글쓰기 테크닉도 부족했다. 책 리뷰를 쓰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나만의 스타일을 갖춰가는 거 같은데, 진짜 내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건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결국 글쓰기를 포기하고 만다. 그런 나에게 은유작가는 고통을 정확하게 서술한 글이, 덮어둔 문제와 아픔을 건들고 마주할 힘을 누군가에게 주기도 한다며 주저하던 '그것'을 꼭 한번 써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글이든 매일 쓰는 행위가 중요하다며, '글쓰기의 유년기'를 편안하고 충분하게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글을 못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이라는 은유작가의 말이 참 큰 힘이 된다. 나한테는 좋은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별로인 글이 될까 긴장하며 올린 적도 있었고, 아무리 봐도 부족해 보여 올리지 못한 글들도 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글쓰기 유년기'의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데 멋지고 근사한 문장을 쓰려니 막힐 수밖에... 은유 작가 말처럼 어떤 형태가 됐든 솔직하고 정직한 글을 매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오만하고 나빴지만 좋은 책을 읽고 그 글을 마음에 담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글도 변화는 거 같다. 좋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이 공간도 나에게 글쓰기 스승과 같아 늘 소중히 읽고 있다. 마음을 나누고 글을 나누는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 글쓰기를 하면서 더 나은 내가 되려 노력하게 되고 타인을 존중하게 됐다는 은유 작가의 말에 큰 공감을 하며 나도 글을 쓰며 더 나은 내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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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6,000년 인류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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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만들어진 역사다. 그것도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세밀하게 가공된 인위적인 생산품. 승자 중심의 역사는 기록되는 순간 이미 왜곡된다.

승자 중심의 편향된 세계사의 틀을 무너뜨린 균형감 있는 해설. 이보다 만만하고 신박하게 정리된 세계가는 없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워낙 흥미롭게 읽어서일까. 박영규 역사 저술가의 세계사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 4대 문명부터 21세기 지식시대에 이르는 6,000년 인류사를 세상 깔끔 신박하게 정리해 주셨다. 워낙 방대한 스토리다 보니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계사에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와 꼭 알고 있어야 할 역사 이야기를 시대 흐름에 맞춰 명확하게 집어준다. 그동안 세계사는 중국사와 유럽사 위주였다. 저자는 그런 편향적 세계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럽, 중동, 인도, 중국의 역사와 그 주변의 역사까지 균형 있게 담아내려 한다.

 

농업의 시작과 함께 태동한 BC 8000년경,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그리고 인류가 농업을 주요 생존 수단으로 삼은 후 인류 역사에 국가가 등장하며 가장 강력한 국가가 주변 모든 영토를 장악하기 이르렀고, 이는 곧 대제국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중동에서 가장 먼저 출현한 대제국, 진을 시작으로 한, 수, 당, 송, 원의 중국, 고조선에서 삼국시대와 남북국시대를 거쳐 고려에 이르는 한국사, 야요이시대를 시작으로 가무쿠라 막부시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 등 대제국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격동의 세계사를 기록한다.

 

특히 책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볼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이집트 문명과 로마제국의 이야기는 다시 읽어봐도 흥미로웠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종교적 갈등과 내란은 여전히 아프고 답답하게 다가온다. 형제간의 피 터지는 계승권 전쟁, 더 많은 영토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한 잔혹한 지배와 전쟁, 전쟁, 전쟁... 역사 속 갈등과 전쟁의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만다. 하지만 유럽을 시작으로 문화 혁신 운동이 일어나고 산업혁명과 미국의 독립, 프랑스 대혁명으로 서양 세계에 큰 변혁을 일으키며 공업시대의 전환, 민주주의국가가 성립된다.

 

리뷰로 다 남기기엔 글자 수가 모자랄 거 같아 이쯤에서 끝내고 ^^;

 

동서양 최초의 대제국과 중국의 황조들, 지중해의 지배자 로마부터 비잔티움제국 1,000년, 다시 일어난 중동과 인도의 대제국, 이슬람왕조, 동서양의 대격변기에서 제국주의 시대, 세계대전, 냉전시대 그리고 21세기 지식시대 , 한국사까지 핵심적인 인물들과 결정적인 사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있어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좋은 세계사 입문서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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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소피의 세계 1 - 소크라테스에서 갈릴레오까지의 철학 만화로 보는 소피의 세계 1
뱅상 자뷔스 지음, 니코비 그림, 양영란 옮김, 요슈타인 가아더 원작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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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니?
세상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어느 날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된 소피는 하나씩 던져지는 물음에 당황하지만 점점 그 물음에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 신화의 세계부터 고대 그리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철학자들을 만나며 철학적 탐구를 하기 시작하는데...

 

철학 소설의 고전 『소피의 세계』를 유쾌하게 만화로 각색한, 소크라테스에서 갈릴레오까지의 철학이야기이다.

 

역시 만화로 만나는 철학은 늘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 철학 이야기를 한결 편하고 재미있게 이끌어준다. 하나의 형태가 소멸되면 원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시 조합하여 또 다른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원자설을 주장한 데모크리토스, 자연현상보다 인간과 인간의 삶에 관심을 둔 소크라테스, 철학자들이 통치하는 국가를 꿈꾼 플라톤, 오로지 이성 덕분에 사유한다는 플라톤과 반대로 오감을 통해 비로소 사유한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국경이 사라지면서 종교적?철학적?과학적 개념들이 뒤섞이며 인생관에 의심과 불확실성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된다.

 

10대 소녀 소피는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나며 자연,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고 자신을 변화시킬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변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책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를 둘러싼 세계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큰 과정을 소피와 의문의 철학 선생님의 편지와 대화를 통해 우리를 철학의 세계로 이끌며 사유하게 만든다.

 

그래서 난 누구이고?
이 세계는 무엇인가?
일단 이 책 한 권으로는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철학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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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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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년 후 죽는다.
하지만 나는 거부한다.
또한 산송장이 되어 '연명'하는 것도 거부한다.

"아무래도 내 몸의 일부를 기계로 만들어내야 할거 같다."

루게릭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 그는 스스로 기계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실화다!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병을 선고받고 공포에 덜덜 떨기보다 오히려 기뻐한다. 자기 몸을 실험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죽어가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번영'을 누릴 방법을 찾아 나서 길 시작한다.

 

MND(루게릭병)은 치료법이 없어 걸리면 죽는다는 것이 의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피터 박사는 그런 '암묵적 규칙'에 반격하며 의료 문제가 아닌 공학적 해법으로 다룰 것을 결심한다. 바로 자신의 몸에 배관을 다시 깔자고 제안한 것이다. 위에 음식과 물을 공급하는 관인 '인풋', 방광에서 소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1', 그리고 결장에서 대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2'를 자신의 몸에 설치하는 '배관 공사'를 위해 그는 수술대에 오른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피터2.0'은 학습을 계속하며 점점 피터 박사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인류 최초로 완전한 사이보그가 되려 했던 그는 자신의 일부는 로봇이 될 거지만 그것도 진짜 자신이라 말했다. 온몸이 마비되지만 뇌는 멀쩡히 작동하는 사이보그. 평소처럼 수다 떨고 웃고 농담하고 인상을 쓰는 인격체가 아바타로 존재하며 살아있는 존재. 그는 자신이 죽는 게 아니라 변신하는 거라 말한다. 인간으로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인간? 아니 사이보그?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뇌와 몸이 없어져도 온라인에 영원히 살아남아있는 존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영원히 살아가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그건 살아있는 존재도 아니고 영원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피터 박사가 서서히 사이보그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고 있자니 기계와 인간의 융합은 또 다른 인간의 탄생인듯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건 영생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여전히 물음표다. 영원한 인간의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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