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의 흥겨운 하루 - 축제 고구려 이야기 그림책
윤아해 지음, 정지윤 그림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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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호의 옷감>은 남포시 대안리 1호분 벽화 속의 '무용총 벽화 속의 점무늬 옷을 입은 무용수들' 에 상상력을 더해 고구려의 남녀가 하는 일로 접근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구려의 이야기를 고구려 벽화에 상상력을 더해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고구려 이야기 그림책> 시리즈로 이번에 접하게 된 작품은 고구려의 축제를 보여주는 <<달기의 흥겨운 하루>>이다.

'동맹'은 고구려 때, 곡식을 거두어들인 것에 감사하며 해마다 10월에 지내는 고구려의 큰 축제인데, 이 그림책에서는 동맹을 앞둔 시장의 모습과 그 시대의 먹거리와 놀잇거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엄마와 함께 달기는 시장에 갔다. 시장에는 비단, 과일, 수레 장식, 그릇, 소금까지 없는 게 없다. 엄마는 달기가 갖고 싶은 빨간 댕기를 사주었고, 달기의 손에는 댕기가 꼭 쥐어져있다. 왁자지껄 소리에 가 곳 에는 움푹 들어간 눈, 쑥 올라간 코, 구불구불한 머리를 가진 서역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달기 또래의 아이의 어깨에는 원숭이가 올라앉아 있었고, 원숭이는 달기의 댕기는 낚아채서 도망갔다. 원숭이를 쫓아 달기는 시장을 돌아다녔고, 비단 가게와 뿔 나팔, 피리, 장고, 북, 거문고, 종 등 다양한 악기들이 가득 찬 가게와 다양한 신발을 파는 신발 가게를 지나, 재주 부리는 아저씨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공터를 돌아다녔다.

 

 

 

이렇게 원숭이를 쫓아 시장을 누비고 다니는 달기를 쫓아 독자들은 동맹을 앞둔 시장을 모습을 보게 된다. 시장의 모습에는 그 시대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시장에서 파는 다양한 물건들을 통해서 고구려에서 사용하던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었고, 노래하고 춤추며 흥겨운 밤을 보내는 삽화에서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축제를 보내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달기의 흥겨운 하루>>는 고구려 벽화의 <각저총 벽화 속의 씨름하는 서역 사람><수산리 고분 벽화 속의 재주 부리는 사람들>을 토대로 상상력을 가미하여 기록한 작품인데, 서역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고구려가 다른 나라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펼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글과 그림은 고서에서 착안하여 글과 그림 자리를 금줄로 나누고, 옛 서체들을 담들어 사용하여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그런 탓에 옛스러움을 잘 묻어난다. 고구려 벽화를 모티브로 엮어낸 이 그림책은 고구려의 모습을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어 처음 역사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줄 듯 싶다. 아쉽다면, 고구려 벽화가 너무 작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인데 삽화와 고구려벽화를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구성해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다.

 

(사진출처: '달기의 흥겨운 하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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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센티미터 희아의 기적 -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와 함께 마음 가꾸기
이희아.현희 지음, 박진 외 6명 그림 / 파랑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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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아의 이야기를 처음 책으로 접한 것은, 장애우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시는 고정욱 선생님의 동화책을 통해서였다. 매스컴을 통해서 희아의 기적을 알게 된 큰 아이로 인해 책을 구매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어졌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직접 쓴 <<103센티미터 희아의 기적>>에서 보게 된 희망과 기적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난 아픔(?)을 노력으로 극복한 그녀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데,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일곱 가지의 기적의 힘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되어줄 듯 싶다.

 

 

희아가 말하는 일곱 가지의 힘은 긍정, 감사, 도전, 인내, 노력, 사랑 그리고 희망의 마음이다. 때로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가는 순간순간이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잔잔하게 들려온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일생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일곱 가지의 마음으로 분류하여 그때 그때의 일들을 기록한다.

세상에 태어난 희아는 손가락 네 개, 발가락 한 개뿐인 아기였고, 아빠를 비롯한 모든 가족은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로 입양을 보내자고 권유했으나, 엄마는 받아들였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으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속삭였다. 못난 줄만 알았던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고, 동네 아이들이 '숏다리'라고 놀리면 "괴물 나가신다. 손가락 없는 숏다리 귀신 나가신다." (본문 27p) 라며 달려가는 희아는 엄마를 통해서 긍정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희아는 피아노가 자신의 멋진 날개가 되어 준 것에, 훌륭한 부모님을 만나게 해 준 것에 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고, 그 감사하는 마음이 결국은 자신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축복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희아를 변화시킨 또 다른 마음은 바로 도전이었다.

 

"희아야,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자기가 정말 원한다면, 스스로를 뛰어넘는 도전을 해야 해. 엄마를 보렴. 가족, 병원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엄마는 끝까지 널 포기하지 않았어. 너와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전했단다. 그 덕분에 지금 엄마는 우리 예쁜 딸, 희아와 행복하게 살 수 있잖니? 희아야, 엄마 말 잘 알았지?" (본문 75p)

 

도전하는 마음은 희아를 <바톡>의 성우가 되게 했으며,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을 것 같던 희아가 엄마와 떨어져 미국에 혼자 남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의 희야가 있기까지 인내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마음의 항생제 주사약인 참을성은 손가락이 네 개밖에 없는 희아를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게 하였다. 피아노가 몹시 싫어 더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겠다고 포기를 선언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그녀는 다시 인내로 인해 피아노 앞에 앉았다. 관절이 없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왼손때문에 힘 있게 건반을 누르려면 남보다 서너 배나 노력해야하는 탓에 손의 근육이 부어올라 통증이 심해져 힘들었고 순간에는 희아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어냈다.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한 탓에 엉덩이가 원숭이처럼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그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희아가 이런 감사하고 인내하고 노력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그로인해 그녀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더 큰 꿈을 갖고 희망을 갖게 했다.

 

"엄마, 내가 피아노를 치고 피아니스트가 된 건 정말 기적 아니야?"

"그걸 이제 알았어? 기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실현했을 때 나타나는 거야. 희아는 기적 그 자체야!"

"나도 내가 기적 같아. 사람들이 나를 보고 기적을 이루고 희망을 꿈꾸면 좋겠어." (본문 203p)

 

 

<<103센티미터 희아의 기적>>은 각 일곱 가지의 마음을 주제로 하여, 그녀가 겪었던 고민과 갈등 그리고 극복하고 일어섰던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그 에피소드 뒤에는 '희아가 보내는 기적의 마음 편지'를 통해서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수록하였고, '희아를 따라 기적의 마음 가꾸기'를 통해 희아를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꿀 수 있도록 훈련할 수 있는 편을 수록하여 멘토링 효과를 주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참을성이나 인내보다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아이들, 자신이 가진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아이들, 사랑보다는 폭력과 폭언을 행하는 아이들, 감사하고 희망을 갖는 마음보다는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자살을 택하는 아이들....희아는 이들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났지만, 사랑하고 인내하고 감사했으며 희망을 가졌다. 희아는 이들에게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일곱 가지 마음을 선물하며 또 하나의 기적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적의 마음을 가꾼다면 자신만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음을 희아는 스스로 보여주었다.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로 '기적'을 이루고, 내 스스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기적의 증거'가 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합니다. (글쓴이의 말 中)

그녀의 이런 마음이 아이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녀의 기적은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덧붙히자면, 가슴 뭉클했던 그녀의 삶 속에서 기적의 일곱 가지 마음을 몸소 실천하신 그녀의 어머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족의 힘은 일곱 가지 마음이 결실을 맺어 기억을 만들어낸 밑거름이 되어준 듯 싶다. 그녀의 어머님은 부모를 통해 아이들이 일곱 가지 마음으로 희망과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103센티미터 희아의 기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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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들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1
주원규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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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오늘의 십 대, 이십 대는 가방에 책이 아닌 폭탄, 혹은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 무기는 경쟁과 착취, 구조적 폭력과 비대화된 이기주의의 이름을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본문 7p)

 

<<광신자들>>을 통해 처음 작가 주원규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 수록된 글귀가 나의 생각과 일맥상통하여 기분좋게 첫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었는데, 사실 기대한만큼의 흥미로운 작품은 아니었다. 기, 도, 농 세 명의 캐릭터가 조금은 애매모호한 느낌이었다. 현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캐릭터이지만, 현실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 블랙코미디 장르에 맞게 조금은 과한 설정을 한 듯 싶지만, 너무 다이나믹한 느낌이라고 표현해야하나. 씁쓸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세 명의 캐릭터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인물로 학창시절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이다.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의 백일을 기념하고자 그녀가 원하는 명품백을 사주기 위해 무작정 농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너무도 단순한 생각을 가진 기, 기와 달리 침착하고 용의주도하기도 하지만, 한번 돌면 물불을 안 가리는 똘기의 소유자 도, 못 생긴데다 사타구니의 가려움증을 참지 못해 지하철에서도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긁어대는 무기를 제작하는데는 훌륭한 솜씨는 가진 여자아이 농.

인터넷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인류를 구하기 위해 사이비 교주 구루가 시키는대로 국회의사당을 파괴하려던 농은 기에게 삼백만원을 제시하여 국회의사당에 놓아두길 원했지만, 기는 여자친구와 함께 볼 영화를 예매하려다 패싸움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 고속터미널 화장실에 폭발물이 든 가방을 두고 오게 되는데, 폭발물인지 몰랐던 기는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가방이 터지는 것을 보고 놀란다. 기의 일이 잘못될 것을 대비해 후속 조치로 도에게도 임무를 부과했지만, 도는 철부지 중퇴생, 인생 낙오자, 루저로 낙인을 찍으며 자신을 조롱하던 무리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기 위해 홍대에서 농의 무기인 총으로 위협한다. 폭발물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닌 대대적인 테러에 준하는 범죄로 인식되면서, 국가 정보원과 대테러 특공대, 약칭 유디티 요원들과 연계하여 용의자를 색출하게 되는 엄청난 사건으로 사회를 들썩이게 한다.

 

사실 너무 황당한 스토리라서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지만, 주인공 3명이 보여주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은 충분히 우리 사회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일과도 별반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폭탄이 무기라면, 현실에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그들의 통제할 수 없는 광기라 할 수 있으리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폭력과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 그것이 잘 못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 자체가 바로 폭탄인 셈이다. 책 속에서 폭탄 사건이 테러에 준하는 범죄가 되었듯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십 대들의 이런 무분별한 행동들은 현재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광신자들>>의 스토리는 사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이들의 무모함으로 인해 사회가 들썩이게 되는 황당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어, 폭탄과 같은 십 대들의 모습과 이들로 인한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를 보여주고 있는 듯 싶다. 허나 스토리나 캐릭터에 몰입하기에 어려웠던 작품이라,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나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후반부에 소개된 '가치의 혼란, 가치의 혼란의 혼란' 이라는 제목의 문학평론가 이수형님의 작품 해설에는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지만, 사실 이 부분도 내게는 어렵게 다가왔다.

튼, 표면적으로 보이는 <<광신자들>>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거침없고도 무분별한 십 대들의 폭탄과 같은 행동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는 점으로만 나는 이 작품을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련다.

 

가치의 배반 위에 형성된 현실의 질서조차 무너진 또 다른 혼란, 말하자면 '가치의 혼란'을 한층 더 배가시킨 '가치의 혼란의 혼란'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가치의 혼란의 혼란이 가치의 복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 해설 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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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까? 말까?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3
하이케 브란트 지음, 송소민 옮김, 수잔네 괴히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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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말 못할 비밀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그 비밀로 인해서 힘겨웠던 경험도 있으리라. 자신만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거나, 절대 말하지 말라고 알려준 친구의 비밀, 우연히 알게된 다른 사람의 감추고 싶어하는 이야기까지도....비밀은 손가락에 박힌 가시처럼 아주 날카로워 마음에 쉽게 상처를 남기게 된다.

자라면서 아이들은 하나둘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기도 하는데, 이 가시를 얼른 빼내야 곪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비밀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직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히 명확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말할까? 말까?>>의 주인공 야나는 그 방법을 제시한다.

 

 

야나에게 비밀이 생겼다. 비밀때문에 가방 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 있는 것 같았고,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 답답하게 했는데, 비밀을 마음속 깊숙이 파묻어 버리고 싶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은 야나를 괴롭혔다.

야나는 이웃에 사는 이들 아줌마 집에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일주일 전 이들 아줌마네 놀러갔던 야나는 아줌마가 잠깐 밖에 나갔다 와야 하는 탓에 홀로 아줌마 집에서 숙제를 하다가 이들 아줌마가 손님이 찾아오면 내놓곤 하는 맛있는 다과들을 발견하게 된다. 야나는 아줌마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초콜릿 세 개를 허락없이 먹었다. 그러나 이틀 후, 이들 아줌마는 야나에게 초콜릿을 먹었냐고 물었고, 야나는 절대 아니라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들 아줌마는 편지를 보내왔고, 야나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답장을 하지 못한 채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슬픔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 이들 아줌마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이스탄불에 가게 되면서 답장을 할 시간이 더 많아졌지만, 야나는 그만큼 더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했다.

 

설상가상 야나는 또다른 비밀을 생겼다.딱지놀이를 하던 에릭과 루카스의 비밀을 엿듣게 된 것과 아빠가 가족들 몰래 헬스장을 다닌다는 것, 그리고 오빠가 가출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야나는 이들 아줌마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하나의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항상 몹쓸 비밀이 말썽이지....있잖니, 아줌마는 네가 초콜릿을 몇 개 먹었다는 게 크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건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이야. 그런 일보다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네가 아줌마를 못 믿어서 솔직하게 터놓지 못하는 거였단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거야. 그것도 좋은 경험보다는 나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지." (본문 122p)

 

오빠의 가출로 아빠와 엄마의 근심이 쌓여가지만, 오빠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는 야나는 쉽게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에릭과 루카스의 비밀을 함께 들은 토니는 선생님께 털어놓음으로써 함께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는데, 야나는 고민끝에 이들 아줌마와 상의를 하게 되고, 비로소 그동안 야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비밀들이 해결된다.

 

비밀은 골칫덩어리다. 이들 아줌마의 말이 맞다. 야나는 또 다시 비밀을 갖고 싶지 않았다. (본문 134p)

 

너무도 예민한 녀석인 비밀은 정말 몹쓸 골칫덩어리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생기는 순간 마음이 묵직해진다. 비밀로 인해 힘들었던 야나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과정이나, 우연히 듣게된 친구들의 비밀이 해결되는 과정, 엄마 아빠의 비밀 그리고 오빠의 비밀이 원만히 해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은 비밀은 꼭꼭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풀어냄으로써 더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들에게 야나를 통해서 비밀은 털어 놔야 한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비밀을 털어놨을 때 어른들은 야단을 치기보다는 먼저 들어 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한다. 무거운 마음에 힘들었을 아이가 용기를 내어 비밀을 털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야단을 맞고 책임 추궁까지 당하게 된다면 아이는 다시는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더 큰 문제로 발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야나의 오빠 오스카와 아빠와의 관계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말할까? 말까?>>는 비밀때문에 힘겨워하는 야나의 심리와 비밀이 해결되면서 달라지는 야나의 심리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비밀을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에 대한 고민을 속시원히 해결해 준다.

동화책을 통해서 어린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하나씩 배워나간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된 거 같다. 아이들에게는 힘겹게 용기를 낸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이들 아줌마와 같은 품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말할까? 말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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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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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는 없다. 여자에게 엄마는 더더욱 그러하다. 결혼 전에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애증이란 감정이 더 컸지만, 결혼한 뒤에야 엄마는 온전한 울타리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엄마를 잃은지 9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엄마는 애달픈 존재가 되고 말았다. 딸이었지만, 엄마가 된 나와 같은 여자 입장에서 엄마라는 단어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갖게하는 대상이 된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나는 세상 천지에 나 혼자가 된 듯한 느낌으로 너무도 많은 울음을 토해냈지만, 남동생은 왠지 담담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문득문득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울컥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남동생은 어느새 현실의 삶에 충실한 듯 싶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말라. 동생 역시 엄마의 죽음에 굉장히 슬퍼했으니.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자체가 달랐을 뿐이다. 물론 그 당시 그런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이 작품을 읽은 지금에서야 그 슬픔이 얼마나 묵직했음을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많이도 울었다. 그런데 김주영 작가가 쓴 <<잘가요 엄마>>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남자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처럼 복받치는 오열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묵직한 슬픔은 존재했다.

 

"내려오셔야 하겠습니다."

새벽 세시에 걸려온 전화가 예사로울 리는 없었다. (본문 7p)

 

엄마의 부음을 알리는 이복 동생의 전화를 받은 후, 요란했던 전화벨소리에 청각이 마비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진 그는, 조금씩 기억의 파편을 모아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고집이 쎘던 어머니는 당신의 시간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갔는데, 어머니가 타고난 지지리도 못난 팔자를 당신 자신이 짊어지고 살아온 내력이 은연중 몸에 밴 탓일 것이리라. 집에서 이십킬로미터 이상을 벗어난 적이 결코 없는 어머니는 이십오 년 전 아들이 서울 아파트에 입주한 첫해의 늦여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울에 다녀갔던 날을 떠올렸다. 버릇없는 손주, 소원한 며느리와 지내다 이른 새벽에 함께 올라온 동생과 조심스레 내려가신 어머니.

 

아직도 잠이 덜 깬 내 이마에 어머니의 차가운 손이 가만히 내려와 얹혔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간혹 내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던 어머니의 손바닥은 더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는 기억은 가슴속으로 뭉클했다. (본문 22,23p)

 

여행을 떠나고 없는 아내와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애당초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 시신을 염습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부음 소식을 듣고도 열여섯 시간을 하는 일 없이 보내고 말았다. 이튿날 새벽녘이 되어서야 H시에 당도한 그는 아직 입관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우에게 화를 낸 후, 어머니의 시신이 연소실로 들어가기 전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허나, 그는 연소실로 되돌아 온 후에야 비로소 눈물이 쏟아졌다.

 

연소실로 돌아온 나는 햇볕이 드는 벽 아래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꺼내물었다. 비로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먼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제 할 수 없이 흘러내린 눈물이 입에 문 담배를 적셨다.

"엄마."

....아우의 전화 통기를 받고 서울을 떠나온 이후 비로소 흐릿하고 아득하게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애간장을 태울 만큼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적은 없었다. (본문 74p)

 

풍광이 좋은 곳에 유골을 뿌린 곳은 초등학교 사학년 가을소풍 때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아버지의 부재, 월사금 한 번 내지 못했던 가난은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이제 그는 아우의 손에 이끌려 하나둘 돌아보게 된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품팔이를 하는데도 두 식구가 끼니 걱정을 그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알 수 없었던 이유들이 어머니가 죽은 뒤에야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면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재혼으로 절망감에 치를 떨며, 어머니를 미워하며 아파했던 자신의 어린시절에도 어머니 안중에는 자신밖에 없었음을 그는 비로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의 과장과 속임수는 그 발단이 어머니를 증오하는 데서 비롯되었고 증오가 깊어갈수록 이상하게 가슴속은 편안했다. (본문 200p)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어머니가 밉살스러웠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속을 썩으면 썩을수록 쾌감을 느낄 만큼 어머니가 싫었지만...(본문 219p)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미움 속에서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 겪은 고통과 상처를 그는 고향의 모든 이들과의 단절로 풀어내려 했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던 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퍼즐을 완성해나가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듯 보였다.

사람은 어리석은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한 줌 먼지가 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비로소 부드럽고 따뜻했던 기억을 그리워할 줄 아는, 뒤늦은 후회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어머니와 고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그것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머니가 살았던,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찾았으니 말이다.

 

결국 우리 인생에서 남는 것은 혼자 가만히 앉아 있으려면 딱히 누구랄 것도 없이 막연하게 그리움이 있다는 것, 그 한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채우지 못한 무엇이 있어서겠지. (본문 266p)

 

'엄마'라는 소재는 진부하지만,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소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은 없었지만, 묵직하게 내려앉은 슬픔이 오히려 더 큰 슬픔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엄마를 보낸 지 9년이 지난 지금은, 울컥 복받치는 감정에서 무뎌졌다. 그러나, 주인공이 연소실에서 비로소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엄마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그날을 떠올리면서 눈가가 촉촉히 적셔졌다.

 

"잘 가요, 엄마."

안개처럼 씨앗처럼.....한평생 무겁고 가혹한 삶의 중력에서 벗어날 날 없었던 어머니는 결국 한줌의 먼지였다.....그렇게 해주 최씨였던 어머니는 끼닛거리 마련에 평생을 박해받은 이승에서 처연하게 소멸되고 말았다. (본문 88,89p)

 

자신을 향한 미움, 분노, 증오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중에는 끝내 자식밖에 없었던 박복했던 어머니의 삶이 진부하지만, 처연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이 세상 모든 누군가의 어머니들의 삶은 늘 그렇게 진부하지만, 늘 그렇게 처연하고, 또 그렇게 아름다운 존재임을 김주영 작가의 필체로 묵직하고 담대하게 적어내려 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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