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절차 1
스탠리 포틴저 지음, 정경호 옮김 / 서적포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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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계속 읽으려구 벼르던 책중의 하나가 <제4의 절차>라는 책이었습니다. 3권으로 이루어져 있어 손이 안가다가 마침내 읽었는데, 정말 횡재한 느낌이랄까요..  

겉표지의 타이틀 광고를 보니, 주제가 무거워서 미뤄뒀던 건데, 상상외로 재미있어서 3권을 이틀에 해치워버렸습니다.

내용은 낙태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로 vs 웨이드 판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정, 의학 스릴러 라고 불릴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 이상입니다. 

무엇보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보다 흥미진진 합니다. 재미에다가 법률지식 그리고 낙태를 둘러싼 치열한 논리정연한 논쟁을 볼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본다고 할까요..  

'인간을 어디서부터 정의해야하는가?' '생명의 소중함이 우선인가 여자의 행복이 우선인가?'라는 물음들에 대한 찬반 논쟁들...

낙태반대론자인 미대법원장 티투스, 낙태반대 이익단체장을 이끄는 <붉은 장미회>의 엘리 그레이브스, 낙태 찬성론자인 세계적인 여성생체이식권위자 레이첼박사,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하원의장 잭 맥클라우드 의원과 그의 아내 빅토리아 등 개성 강한 중요 인물들이 얽히고 설히면서, 정치적 법적 의학적 음모들이 펼쳐집니다.  

낙태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법적 싸움을 벌이는 티투스와 낙태찬성론자들...마침내 대법원장의 주치의인 레이첼 박사는 대법원장의 복강에 잭 맥클라우드 의원의 아들을 착상시키는 수술을 하고 사건은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낙태반대론자들은 낙태찬성을, 낙태찬성론자들은 낙태 반대를 주장하게 됩니다. 

수 많은 음모와 권모술수. 보이지 않는 손이 사람들을 조종하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다가 결국에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기를 죽이는 절묘한 반전이 돋보입니다.

너무도 흥미진진하여, 매우무거운 주제가 한편의 영화처럼 스크린에 뿌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재미가 있습니다.  

낙태주제를 적어도 한번이라도 생각했던 분이나 페미니즘이론에 관심이 있는분, 또는 의학스릴러나 법정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 읽으시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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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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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만나는 전경린의 작품. 역시 우울했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녀의 작품들은 '환과 멸'로 집약될 수 있었기에.(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그래서 읽는 내내 우울하고 책을 덥으면 허무하기 까지 했다. 그것은 그녀 작품속의 각 주인공들이 내면의 상처를 감싸안으면서, 이 땅에서 '독립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하게 되묻기 때문이다. 실존의 문제이기에..그래서 우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초기 작품과는 달리 근래들어 그녀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황진이>에서 황진이가 사랑을 위해 자신의 길을 찾아 훌쩍 떠나버리더니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에서는 생의 끝까지 갔다가 삶의 건강한 의지를 갖고 다시 돌아오는 혜규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때문에 절망하다가(내 생애 하루뿐이 특별한 날), 사랑때문에 자살하고(유리로 만든 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간 <황진이>도 있었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 혜규는 어떻게 할 지 정말 궁금했다. 결론은 생의 끝까지 갔다가(자살 시도) 다시 돌아와 새인생을 사는 것으로 되어있다. 일종의 사랑의 거듭남 이랄까..

줄거리는 이렇다.  이 작품의 주인공 혜규는 1남3녀의 세째. 혜진 혜도 혜규 혜미로 이어지는 혜규 가족의 애증과 갈등이 한 축이고  혜도의 친구 인채 혜규의 사촌언니 예경 그리고 혜규의 남자 형주의 관계가 또 다른 축이다. 어렸을때부터 자기보다 연상인 미모의 예경을 좋아했던 인채, 박식하고 따뜻한 인채를 마음에 둔 혜규. 장성해서 고향인 작은 읍에 국어 선생으로 발령받은 인채와 문화원에서 근무하던 혜규는 학회에서 오랜만에 재회하여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결혼식 바로 전날 인채가 사랑했던 예경을 우연히 택시 안에서 만나 예경의 유혹에 넘어간 인채는 결혼을 무기한 연기하고 그 충격에 혜규는 손목의 동맥을 끊는다. 간신히 살아난 혜규는 오빠 혜도의 도움으로 도시의 모 출판사에 근무하게 되고 거기서 운명적인 사랑 형주를 만나게 된다. 둘은 격정적으로 사랑하지만 그것은 불륜. 서로를 사랑하지만 혜규는 그것이 잘못된 사랑이라는 걸로 괴로워하다가 그와의 사랑을 가슴에 묻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다. 고향에 온 혜규는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오빠가 운영했던 카페 '세상끝의 입맞춤'을 인수면서 점점 생의 의지를 갖게된다. 

전경린은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삶의 궁극인 영원이란 지금 이곳에, 모든 나가 동시에 모여든 일치의 순간을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절정을 향해 살아간다. 그것은 내가 내게로 온전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이렇게 자기로부터 떠나가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그녀 말처럼 이 소설속의 각 인물들은 모두 사랑으로 인해 자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으로 그려지고 있다. 혜도-순이 커플은 그들대로 각자 자신의 것을 찾아 떠났고(떠남과 동시에 그들의 시작이었다), 혜진은 자신의 마지막 보루인 사랑으로, 혜미는 그녀 남편의 외도를 용서로(용서는 사랑이라고 그녀 엄마는 말한다), 인채는 죽음으로, 예경은 그녀의 아픔의 완결인 아들 선우로 인해 모든 갈등과 증오와 번민들을 털어낸다.  

사랑으로 인해 아파하고 자기를 부정하고 좌절하면서 각자 생의 끝까지 갔다가 그들 나름의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각 인물들의 사랑의 회귀..이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자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덮으니 다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애정은 없지만 가족이라는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 순전히 개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로 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위해서 '가족의 존속'을 원하는 혜진의 태도는 사랑인가? 남편과 남편의 내연여가 당당히 혜진으로부터 이혼을 요구하는 그 상황속에서 가족을 지키기위해 이혼을 거부하는 혜진의 태도가 과연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혜미의 남편과 놀아난 21살의 그 여자. 혜진에게 이혼을 요구했던 그여자. 그러니까 '부인도 아니고 창녀도 아닌 독립된 여성으로서 사랑입네 하는 여자'로 대표되는 혜규의 사랑은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세컨드로서 정부에게 당당히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걸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따위 물음을 던져본다.  

하지만 이 소설의 관점에서보면 역시 이런 것들도 사랑 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부로 같이 산다하더라도 '사랑을 찾는 저마다 혼자인 이교도들'이기 때문이며 아무도 '그들이 사랑한 것을 모욕할 수 없기'때문이다.

읽으면서 이번 작품은 어떤 우울로 사랑을 그릴지 내심 기대했지만 전경린은 더 이상 우울한 사랑을 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거 같다. 기대가 약간 벗어나 당황스러웠지만(결말이 전혀 전경린 답지 않아서) 그의 스타일이 아직도 소설 곳곳에 건재함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 작품에 후회는 없다.  

책에서 전경린이 도발적으로 던지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헤어지면, 사랑은 어디로 사라지나..."라는 물음을 되씹어보면서, 나도 사랑에 대해 새로운 물음을 던져 본다. 사랑은 열정의 습관인가 아니면 인간실존 문제에 대한 해답인가..

 

덧붙임>>
"사랑하는 두 사람이 헤어지면, 사랑은 어디로 사라지나..." 내가 생각하기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거 같다. 각 개인 내면에 깊게 새겨져 무의식속으로 가라 앉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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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는 우리역사 - 전면개정판
한영우 지음 / 경세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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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역사책을 읽어야 할까? 살아가는 데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지루한 사건의 나열들을 읽어야 하는 당위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이다. 이에 대한 걸출한 답이 있다.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의미를, 그것도 때때로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자. 만약 어떤 사람이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 그는 죽기 전에 최선을 다하여 문명의 유산을 되도록 많이 모아 그것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 무궁무진한 유산이 바로 우리를 낳은 자궁이자 우리의 영원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것에 대해 감사할 것이다.”  

월 듀란트가 <역사의 교훈>에서 마지막에 남긴 말이다.  
 

듀란트의 말을 한 마디로 한다면 ‘자신이 있게 한 역사를 사랑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 이 말을 통사로서 대변한 책이 있다. 바로 <다시 찾는 우리역사>(경세원. 2007)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을 사랑하면서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넘쳐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역사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숨겨진 보석’을 우리 자신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모르는데 남이 알아 주기를 바랄 수 있는가.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남모르는 행복을 누리고 살아왔다. 더욱이 최근 규장각도서를 관리하면서 나의 행복감은 절정에 달했다. ‘잃어버린 역사’와 ‘숨겨진 보석’을 되찾는다면 우리의 생존 능력은 몇 배로 커질 것이라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다시 찾는’ 우리역사라고 했다. 앞의 수식어가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저자는 지금 이 시대가 한국의 통사를 새롭게 바라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 21세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상 큰 획을 긋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안으로 민족통일이 이루어지고, 밖으로는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민적 응집력이 문화선진국으로 약진하는 저력으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 15세기 세종시대와 18세기 영?정조시대에 이어 300년 주기의 중흥의 시대가 올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다이요, 꿈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사명과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새롭게 시도된 한국 통사이다. 그래서 기존의 한국 통사 책인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 신론>, 변태섭씨의 <한국사 통론> 그리고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낸 <한국역사> 등의 책들과는 서술과 내용면에서 판이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우선 한국사의 시대구분이 독특하다. 역사학계에서 한국사의 시대구분이 화두이긴 하지만 이 책은 저자만이 창안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연맹국가[삼국이전], 귀족국가[삼국과 남북국], 귀족-관료국가[고려], 관료국가[조선], 근대산업국가[개항 이후], 민주국가[해방이후]로 구분하고, 시간적 의미로 고대[고려이전], 중세[고려], 근세[조선], 근대[개항이후], 현대[해방이후]"라는 용어와 구분이 그것이다. 특히 근대산업국가는 일제의 침략으로 좌절되었음을 고려하여 ‘꿈과 좌절’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런 독창적인 틀로 우리역사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매우 쉽고 명쾌하다는 것. 저자가 전문가를 위한 통사가 아닌 일반국민을 위한 통사로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집필했다는 사실이다. 서문의 “개성이 살아있는 통사, 국민에게 다가가는 통사, 시대의 고민을 담아보려는 통사”로 이해되길 바란다는 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중학생 이상이면 무리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학문적 성과를 수용하여, 대학생이나 그 이상의 전문가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통사라는 사실.  


평이하게 서술되었어도 학술서의 품위를 잃지 않은 이 책의 저자인 한영우 교수는 삼봉 정도전을 연구한 국사학계의 원로다. 이 책을 포함해서 2005년까지 20권의 저작을 출간한 대단히 열정적인 학자이다. 이 통사는 저자의 모든 노력의 결정판과 같은 책으로서 저자의 역사의식이 가장 잘 투영된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매 페이지마다 우리 역사의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알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가 그만이다. 무엇보다 매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그림과 진귀한 사진은 보는 즐거움을 넘어, 우리문화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스스로 감탄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책들과 달리 문화사와 생활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책이 쉽고 깊으니 소리 소문 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97년2월 초판이 발행된 이후 2003년 17쇄를 달성하고, 2004년 전면 개정판 1쇄가 발행된 이후 2007년 2월까지 12쇄를 찍었다.  


학술도서로서, 특히 통사를 다룬 책이 이정도로 많이 팔렸다는 게 놀랍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 ‘대학문화신문 추천 대학생 교양필독서’, ‘중앙일보 선정 올해의 좋은 책 100선’.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교보문고 추천도서’, ‘YES24 강력추천도서’, ‘알라딘 베스트 추천도서’. 책의 날개를 장식하는 화려한 추천 문구들이다.  


이런 추천은 과장이 아니다. 책의 서문과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총설>만 보아도 우리 역사에 대한 애정과 나에 대한 주체성을 단숨에 깨달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바로 이런 나라이고 한국을 이루고 있는 개개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책을 외국에 알리는 번역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동경대 요시다 미츠오(吉田光男) 교수에 의해 <한국사회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되어 나왔고, 모스크바대 박미하일 교수에 의해 러시아판이 번역중이다. 영어판은 현재 연세대 함재봉 교수에 의해 번역 중이다.  


역사서술은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있다고 한다. 냉전사의 수장이자 대표적인 현대사가인 존 루이스 개디스는 <역사의 풍경>이라는 책에서 역사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중 하나가 “선별성과 동시성을 가지며, 사건들의 불협화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영우 교수는 바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찾아’ 통사로 내놓았다. 새로운 세기를 펼쳐갈 새로운 통사가 탄생한 것이다.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가 20세기를 연 우리나라 최초의 통사였다면 <다시 찾는 우리역사>는 21세기에 걸맞은 우리 세대의 <한국통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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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패니메이션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
박태견 / 길벗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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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경제부 기자의 애니비평서. 아톰에서 슬램덩크까지 애니를 경제학적,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탁월한 저서.  

현재까지 출간된  애니 분석서 중에서 애니에 대한 중요도를 가장 심도있게 파헤친 책 중 하나이다. 


현직 기자답게 애니를 보는 시각이 날카롭다. 애니 자체의 비평 뿐만아니라 애니가 가진 사회적 힘과 경제적 힘, 문화적 역량을 세심하게 진단하고 한국의 애니 산업이 나아갈 방향 까지 제시한 역저.  

특히 애니가 어떻게 게임산업과 연관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일본의 대기업과 만화영화 제작사들 그리고 만화가들과의 관계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자세히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세계 TV애니메이션 시장의 65%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아니메, 그들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비밀은 무엇이며 21세기 최고이 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만화산업, 그리고 수십년만에 부흥기를 맞이한 국내 만화산업의 일대 도약을 위한 긴급 제안"을 충정어린 마음을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한국 애니메이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는 아주 괜찮은 저서 이다.  

경영학,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 뿐만아니라 사회학, 만화학과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도서. 그리고 한국 애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애니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 이 책이 지금은 절판이지만 10년 전에 이 책을 읽을 당시 이 책보다 뛰어난 애니의 문화적 사회적 분석서는 단연코 없었다. 이 책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 책을 뛰어넘는 애니 비평서나 분석서가 아직도 눈에 띄지 않는다. 많은 책이 출간 되긴 했지만..  이 책의 판매수입금 중 50%는 박재동 화백이 준비중인 국산 애니 <오돌또기>의 제작 후원금으로 지원된다고 했는데, 어찌돼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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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여자
김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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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읽어버릴 정도로 빨리 읽히는 소설이다. 저번주 전경린에 홀려있었는데...주말을 또 사랑 타령하는 소설에 또 날려버렸다....근데, 재미있는걸 어떡하랴...
사랑에 대한 김미진의 생각을 보자...그 얼마나 전경린과 구별되는지...


<모차르트가 살아있다면>이후 두 번째 접하는 김미진의 장편소설. 모차르트 이후 단편에서 조차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작품을 실로 오랜만에 만나 본다. 7년 만인가....그런데, 모차르트 보단 약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주제의 진부함이 컸다. 물론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다. 3류 통속소설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불륜..자전거를 타는 여인이라는 제목에서도 그 상징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물론 불륜도 사랑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내내 오래 전에 끝난 드라마 <푸른 안개>가 생각났다. 사회에서 성공했다라고 평가받는 한 중년의 남자가 한 20대 여자에게 영혼을 울리는 사랑을 느껴 가정과 직장을 모두 팽개치고 그 감정을 간직한다는 이야기...그녀는 떠나버리고 그는 아무것도 없는 거지가 되었다는...그 문제의 드라마 <푸른 안개>...사랑을 모르고 앞만 보고 왔던 한 남자 앞에 나타난 사랑에 그는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사랑을 모르고 오로지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하고 그럭저럭 살아온 이 소설의 주인공 미목.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산 사나이 하훈으로 인해 그녀는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다. 몸의 세포 배열까지...모든 것이 푸른 안개의 주인공 이경영과 똑같다. 뒤늦게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는 사람들의 비극적 결말....<푸른안개>가 그랬고 영화 <데미지>와 <실락원>이 그랬으며 숱한 불륜의 통속소설들이 그랬다. 모두 사회의 지탄을 받는 화냥년 이었으며 가정을 버리는 철면피 가장 이었다.

불륜....모든 도덕을 무너뜨리고 서로 갈구하는 이 감정도 사랑이라 불리울 수 있는가?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끄는 그 열정을 우리는 당당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누가 보장하는가? 순간의 사랑이 모든 것을 파멸시켜도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가? 이따위 물음들을 던져본다. 드라마 <푸른 안개>가 종결되었을 때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경영을 비난했다. 그럴 수는 없다라고....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바로 그 불륜을 사랑으로 그리고 있다. 그것도 한 단계 승화시키고 있다. 서로의 숭고한 죽음으로....(하훈은 로체의 정상에서 시신조차 없이 하나의 편지만을 달랑 남기고 죽었다)

김미진은 말한다. 

“사랑이 무엇인가요? 심리학자와 병리학자들은 인간의 신비를 낱낱이 해부했고, 인간의 사랑을 맥박 수와 디엔에이와 케미컬 언 밸런스로 도표화했어요. 인간을 알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에 대한 신비감, 존엄성 같은 것은 다 깨져 버렸죠. 그러나 극단적 회의주의로 바라볼 필요가 앖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사랑은 오묘한 섭리예요. 과학이나 통계로 추론할 수 는 있지만 결코 증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에요.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거예요.”(하훈)  

“사랑을 사고 파는 사람들, 사랑이라는 감정에 몇 번 멍들고 아예 사랑한다는 것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 사랑에 불능이 된 사람들, 그들에게 귀띔해 주고 싶어요. 이 세상 어딘가에는 사랑이라는 절대공간이 존재하고 있어요. 기술 문명의 급류 속에서 아직도 인간이 가장 우수한 종족으로 남아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랑 때문이죠. 사랑은 구정물 같은 욕망의 충돌이 아니라, 혈관속을 질주하는 운명이에요. 그 운명 속에 갇혔어요.”(미목)

이 둘의 대화를 통해 김미진은 단언한다. 불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사랑이 그것을 증명했다고...비극으로 완성되야 더없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과연 그런가? 그러면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 만을 바라본 남편 영준은 무엇인가?
나는 불륜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미목이 남편 영준을 죽인 거에 이르러서는 이건 잘못된 관계라는 걸 확신했다.

비극으로 완성한 불륜이 더없이 아름답다고?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영준의 입장에서 봤을땐 그건 결코 사랑일 수 없다. 미목과 하훈의 관계는 그야말로 천생연분. 나중에 진정한 짝을 만났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한쪽을 파멸시키고 당사자도 행복한 시간을 지속하지 못했기에... 

우리는 둘 만의 사랑을 불륜, 불장난 등 여러 경멸 스런 어휘로 부르곤 한다. 어느모로 보나 하훈과 미목의 사랑은 세상이 환영하지 않는 그들만의 주관적인 감정이다. 
 

사랑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는가? 남녀의 독점적 관계속에서 피어난 독점적인 소유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거 같다. 소설속 어디에도 단점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포용력은 없다. 오직 열정에 끌려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게 전부다. 살인적인 그리움은 있을지언정 용서하는 포용과 헌신 배려와 같은 건 없다.  

열정이 없어진 순간부터가 나는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열정은 모든 눈을 가려버리지만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단언컨대 영원하지 않다. 하훈은 영원할 거라 단언하면서 죽어버렸지만... 

열정과 젊음이 사라진 후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랑이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건 넌센스다. 사랑은 인간이 실존해 있을때만 누릴 수 있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죽을때까지 알아가는 과정이 또한 사랑이다. 불륜으로 맺어진 두 남녀가 죽어 더 아름답다는 망발을 어떻게 소설가가 천연덕스럽게 주장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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