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를 읽는다 - 유토피아란 무엇인가
이나바 신이치로 지음, 정윤아 옮김 / 미컴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된 아니메 작품 비평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세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탁월한 저서. '유토피아란 무엇인가'란 부제를 달고 있다.  

고교생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애니를 전공으로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필히 읽어야 할 책이다.  

학부 1,2학년 학생들에게는 애니를 심도있게 보고 읽을 수 있는 시각을 일깨워 주는 책.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핵심적 사상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책.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인 박정배씨가 이 책을 추천한 추천사로 이 책의 가치를 대신하려고 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만만치 않다. 만화와 애니 모두 높은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한 고급스러운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우시카>는 읽기의 어려움과 더불어 곱씹는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경제학 교수 이면서 개인과 공동체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가 <나우시카>에서 받은 충격을 자신의 인문학적 소양으로 풀어쓴 이 글은 그래서 텍스트보다 더욱 꼼꼼한 독해를 요한다. 그러나 이제 애니나 만화가 인문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만큼의 깊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2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 랜덤소설선 10
정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편 순간부터 4시간 여 동안 꼼짝 않고 정정희의 최근작을 읽어낸 것이다. 내가 정정희의 소설을 끝까지 읽다니....정정희는 나에게 극복할 수 없는 작가였다. 그녀의 작품들은 항상 나에게 거부감을 주어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읽으려고 노력해봤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반도 못 읽고 덮어 버렸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문체 운운할 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그녀의 작품들은 나에게 거슬리는 뭔가가 있었다. 콕 집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 뭔가가.  문학엔 문외한 이지만 정정희의 작품들은 솔직히 어설퍼 보였다. 일명 대가들이라는 작가에 비해서. 대표작이라는 <오렌지>가 그랬고 <토마토>그 그랬으며 <연애>도 <언니>도 모두 그랬다.  

신간이 나오면 언제나 구해 보는 작가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나로 하여금 작품을 끝까지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정희의 신작이 나오면 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번 것은 어떻게 나를 실망시킬지 확인하는 안티 팬이라 해야 할까.  

그래도 안티는 아니다. 정정희는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본 첫 여성작가 이기에. 이 작품도 솔직히 별 기대도 안하고 펼쳐 든 것이다. 그런데 정정희는 드디어 5번째 접하는 작품 만에 나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작품도 한 결 붇럽고 무난해졌다고나 할까. 

 정정희는 기묘한 사랑의 삼각관계를 갖고 찾아왔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있었다. 두 여자에 한 남자. 45세의 어머니와 20살의 딸. 그리고 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30이 안돼 보이는 청년 ‘옆’.  

두 모녀의 사랑과 청년의 사랑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한 여자의 죽음 앞에서 남아있는 서로 다른 남녀는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그것은 사랑의 상실을 의미하는 슬픔이었다. 모텔에서 옆과 옆이 사랑하는 죽어가는 그녀와의 섹스는 슬프고도 기묘하면서 가슴 아픈 사랑의 행위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소설 속에서도 그런 사랑의 행위는 본적이 없었다.(읽은 책이 일천하여 이런 사랑을 첨 접해 봤다) 바로 그런 옆의 사랑이었기에, 혈연적 사랑보다 배타적 사랑이 더 사무친 그림으로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사랑의 강도는 함께 한 시간에 비례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상식적으로 옆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딸 미나가 더 슬프고 더 그리워해야 마땅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옆이 훨씬 더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이 죽으면 그렇게 되는 건가...

 죽음에는 1인칭 죽음, 2인칭 죽음, 3인칭 죽음이 있다고 한다. 1인칭 죽음은 내가 죽는 것이다. 아무 느낌도 아무 생각도 있을 수 없다. 3인칭 죽음은 아무개가 죽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혹은 내가 약간은 아는, 그러나 내 삶과는 무관한 아무개의 죽음. 신문 부음 난에, 또는 이러저런 사고로 죽는 아무개가 죽는 것이다. 약간 놀랄 수는 있어도 곧 잊혀 진다.  

문제는 2인칭의 죽음이다. 나와 같이 많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의 죽음. 2인칭 죽음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동반한다. 왜냐하면 내 속에 함께한 그가 죽는 것이요, 그 속에 함께 있던 내가 죽는 것이기에.  

이 소설은 바로 2인칭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미나를 보면 죽은 그녀의 생각이 나서 행복하다는 옆. 너를 보면 네 죽은 동생이 생각나서 살수가 없으니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는 옆의 어머니. 옆의 동생이 죽고 나서 두 달 후에 갑자기 천식으로 생을 마감한 옆의 아버지. 옆의 태권도 동기였고 옆의 동생이 죽은 것은 바로 자기의 이기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는 옛 연인 유리 등. 책은 그들 2인칭 죽음에 대한 추억으로 빼곡히 차 있다. 마치 빛바랜 그들의 앨범 사진을 보는 듯.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3류 통속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 전에 끝나서 제목도 생각나지 않았던 드라마였는데, 주인공이 김미숙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젊은이가 중년여성을 사랑하고, 그 여성이 나중에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그런 내용. 이 책도 옆과 이마 엄마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반부만 하더라도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랑타령 같았다.

  

그런데, 내 경험상 정정희는 그렇게 쉽게 쓰는 작가가 절대 아니었다. 항상 내게 거부감을 잔뜩 주어 읽기 거북하게 만들었던 정정희였다. 내용은 무난했으나 솔직히 제목이 거슬린 건 사실이었다. <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라니... ‘사랑이 시작될 때’라든가 ‘사랑을 시작할 때’라면 문제의식도 없었겠다.  

하지만 정정희는 명확히 책 타이틀을  ‘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라고 했다. 일상에서 누구도 이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사랑이 시작할 때’라는 건 가능해도 ‘사랑이 말한다’고는 잘 표현하지 않는다. 말하는 주체는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말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를 가진 소리언어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추상적이라면 사랑, 정의 , 자유 등도 동등하게 그 자리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하나의 언명으로서~. 정의가 말하기 시작할 때, 자유가 말하기 시작할 때...역시 어색하다. 사람이 와야 한다. ‘연인이 말하기 시작할 때’, ‘철이가 말하기 시작할 때’, ‘옆이 말하기 시작할 때’. 이래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정희는 무지막지하게도 사랑을 바로 그 주체의 자리에 넣어버린 것이다. 왜 그렇게 표현 했을까. 다시 생각하고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 읽고 나서야 약간은 이해가 갔다. 정정희는 이 작품에서 아마도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담고 있었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두 남녀의 감정의 추이를 그려가고 있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살아가야하기에, 슬픔을 극복하고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사랑이기에 사랑을 주체의 사리에 넣은 건 아닐까.

 사랑하던 사람의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사람이 살아생전 보았던 것, 입었던 것, 그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사물을 그 사람 사후에 보는 건 또 어떤 괴로움일까. 그러한 사물로부터 그 사람을 잊게 되는 건, 아니, 그런 것을 보고 그 사람 생각에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건 얼마만의 시간이 걸리는 걸까.  

이 소설은 이런 물음들을 끊임없이 생각나게 한다. 사랑했던 사람과 같이 한 추억을 잊는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평생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어떤 걸 하거나 보거나 들을 때 보낸 사람과의 한 때가 엊그제처럼 생생히 떠오르지만 더 이상 슬프지 않을 때(그리움에도 눈물이 말라버리는 한계점이 있을 때) 사랑은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들과 남편의 죽음을 극복하고 아쿠아로빅을 배우러 다니지만 남편에 대한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옆의 어머니. 아들 옆과 쌈밥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는 어버지가 쌈싸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문뜩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기억은 있되 슬프지 않은 것. 그것을 우리는 슬픔을 극복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이후 옆의 어머니는 아버지 회사의 공백을 그의 부하 직원이 차지했을 때, 바로 그 부하 직원과 사랑에 빠지면서 결국 그 사람과 재혼한다. 옆이 중국집에서 일할 때 중국집 주인 여자가 혼자 있기 시작할 때 주방장은 남몰래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미나의 엄마가 죽은 직후에도 미나는 옆에게 그냥 그녀의 딸이었다. 미나에게도 옆은 그냥 그녀 엄마의 연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가고 그녀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둘은 자기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채워간다.  

그녀 사후 1년. 슬픔이 무뎌지고 눈물이 마를 때 쯤 사랑은 말하기 시작했다. 옆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먼저 간 그녀의 추억을 간직하고 슬퍼하지만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 않을 때, 바로 그때 사랑은 말하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는 진행형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결국 옆과 미나는 그들의 사랑을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옆의 어머니가 재혼한 것처럼, 그들도 사랑할 것이다. 옆과 미나의 남자친구 가운데 흔들리는 미나의 심정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흔히들 사랑 후에 남는 게 무엇이냐고 묻곤한다. 이 소설은 거기에 명확히 답한다. 사랑 후에는 그 사랑에 대한 화석화된 추억만 남을 뿐이라고. 그 추억이 남아있는 삶에 흔적을 남기는 아픔이라고. 그 아픔이 무뎌지고 슬픔의 눈물이 말라갈 때 드디어 사랑은 말하기 시작한다고.

 정정희는 그저 그런 통속소설이 되었어야 할 작품을 묵직하게 바꾸어 놓는 데 성공했다.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이후, 그 슬픔의 과정을 밀도 있게 보여주면서 미나 엄마 사후, 옆 동생 사후 미나와 옆 그리고 유리가 보여주는 남아 있는 자의 삶의 방식을 통해 '당신은 자신 있는가‘라고 묻고 있었다.(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죽은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와 두부는 소설 속 곳곳에 등장한다. 바로 내 어머니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소설 속에서 옆과  미나는 그렇게도 그들이  공유한 여자의 커피를 함께 마셨는데, 나는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커피향기조차 들여 마실 수 없을 거 같다. 커피와 두부를 먹는 순간마다 내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기에.

 나는 비관적 생각을 가끔 한다. 내 어머니가 죽은 그 다음 날 나도 저 높은 곳에서 땅으로 나의 몸을 던지는 그런...그 슬픔과 그 격정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 지 너무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슬픔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었다.  

정정희의 이번 소설이 나를 감동시킨 건 바로 그 점에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올 그날을, 내가 극복할 수 없다고 여기는 바로 그 문제를 정정희는 아주 훌륭하게 두 주인공을 통해 형상화시키고 있었다.

 문학평론가 황도경은 이 소설을 ‘소리에 대한 소설’, ‘향기에 대한 소설’, ‘위치에 대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은 ‘의미에 대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연인에 대한 사랑은 절대 동일선 상에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연인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 속에서 이질적인 사랑의 의미는 다른 의미의 사랑으로 융합되어 확장되고 있었다. 죽음과 슬픔을 통과한 사랑은 어떤 의미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는지 사랑은 의미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니메가 보고 싶다
박인하 외 3명 / 교보문고(교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나온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제패니메이션]의 일본어)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서이자, 비평서.   

이전에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책은 있었지만 일본 아니메에 대한 안내서는 이 책이 처음이다. (이후 여러 애니와 아니메를 분석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의 모든 아니메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 60-70년대 우리나라에 소개된 걸작 아니메부터 최근의 에반겔리온 까지.  

이 책은 4명의 만화, 애니 전문가들에 의해 씌여졌다. 성대 국문과 석사출신의 만화평론가 박인하, 컴퓨터 그래픽프로듀서 윤영복, 만화웹진 코믹스 전문기자 최유정, 하이텔 건담 소모임 "범검사"에서 활동중인 신수현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 책에서 두 가지 정도의 목적을 세웠다. 하나는 진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살아남기 위해 왜곡되지 않은 아니메의 개론적 정보 제공을 통해 우리보다 앞서있는 일본의 애니에 대한 노하우를 벤치마킹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우리의 유년시절을 지배했던(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본 아니메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걷어내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저자들은 방대한 일본 아니메를 통해 삶에 대해, 자연과 우주, 사랑과 우정, 정의와 용기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를 이야기 한다.  

"적어도 우리에게 있어 애니는 거대한 부가가치이기 이전에 우리를 사람의 삶 속으로 인도한 바다와 숲과 같은 것이다."(본문 중에서)  

데츠카 오사무, 60-70년대의 TV아이메, 로봇 메카닉물, 소녀에서 여신까지 실로 다양한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부록으로 인터넷 아니메 투어와 건담에 관한 역사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올 컬러판. 
 

참고로, 이 책은 오래 전에 나와서 현재 절판된 상태이지만 서울의 꽤 큰 서점에 가면 아직도 만나볼 수 있다. 비평서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고 체계적인 입문서라고 하기엔 부족하긴 하지만 출간된 연도를 참고해서 보면 그 나름대로 이 책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진짜 아니메 소개서는 출간 당시 이 책이 유일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유미리 에시이집을 읽었습니다. <남자>를 읽은 직후 읽었더랬습니다~ 

두 작품 모두 단어를 중심으로 한 단상을 모은 매우 주관적인 에세이집입니다.

아직 유미리 소설들은 읽지 못했지만 유미리가 어떤 사람인지 2권의 책을 읽으니 확연히 알겠더군요.  

적나라한 자기얘기였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흘러가는 단어를 잡아 자기식으로 푸는 이야기속에서 유미리는 참 불행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재일한국인2세로서...그녀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단어속에 절절히 맺혀있더군요. 어찌보면 미치지 않은것만으로도 다행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유미리의 여러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더군요. 머랄까...정신과 치료를 요한다고 해야할까...하여간 적대심을 안으로 삭이고 글을 쓰는 작가가 돼서 그런거 봅니다.

하지만 자기식의 단어 정의...멋진 언어의 유희가 좋았더랬습니다.  

상처입은 영혼의 언어가 어떤 것인지 오롯이 알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 좌절, 이유 있다 -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슈퍼영어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현지 교수들은 3번 놀란다고 한다. 한번은 높은 토플 점수에 놀라고 또 한번은 높은 점수에 비해 언어구사력이 형편없음에 놀라며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 비해 여전히 영어를 못하는 것에 놀란단다.

이것은 우스게  소리가 아니다. 미국 현지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들이 전해주는 말이며 각종 영어 관련 서적에 단골로 소개되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 영어 마을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대학 졸업 때 토익 성적이 없으면 졸업도 취업도 안 되는 시대이다. 그야말로 영어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화두가 된 지 벌써 몇 년 째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10년 이상은 영어를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두려워하며 외국인만 만나면 줄행랑을 친다.

진짜 우리나라만큼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영어를 못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없는 듯하다. 서점에서 영어에 관련된 서적은 수 십종에 이르며 거의 모든 책들이 ‘이렇게 공부하면 영어에 달인이 된다’고 유혹한다. 각종 어학원이다 유학원은 만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

여기 이런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고자 야심차게 출간된 책이 있다. <영어 좌절 이유 있다>(엡투스 미디어. 2007)가 바로 그것. ‘영어 좌절을 극복하는 실전적 영어공부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영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책으로 보일 수 있다. 일단, 제목부터가 튄다. ‘그래 그 이유가 뭔지 좀 알자꾸나’하면서 책을 펴들게 만든다.

저자의 이력부터가 심상치 않다. 이창렬 박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26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그것도 26세에! 도올 김용옥씨가 40이 넘어 하버드 박사를 받았다고 그렇게도 자랑하던 대학의 박사학위를 20대에 획득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서 놀라기는 이르다.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성, 코넬대학교, 스위스, 이태리 벨지움 등지에서 연구활동을 했단다. 국제적이다! 이대 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우주소년단 영재교육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위치에도 있어 보았다! 그리고 중앙일보에 “하버드 박사 이창렬의 지극지긋한 영어 이야기”를 연재했다. 와~ 영어칼럼리스트까지. 


됐다. 검증된 사람한테 영어를 제대로 배워보자. 그래, 영어라고하면 좌절감만 맛본 사람인데, 도대체 뭣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지 속 시원히 들어나 보자.

책은 단순 명쾌하다. 간결하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목표설정, 2부 영어를 갈고 닦는 법, 3부 잊지말아야할 기본기, 4부 풍부한 표현력을 얻을 수 있는 길. 각 부에 5장씩 할애되어 총 20장으로 영어 좌절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명쾌하고 좋은데 왠지 헛다리 짚는 느낌이 든다.

예컨대 이 책의 13장을 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어단어 300이라는 장을 만날 수 있다. 장의 말미에 장을 4개의 문장으로 요약해 놓았다. 이런 요약은 매 장마다 있다.

1. 많은 단어를 외우고 있다고 해서 영어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2. 300개의 단어로 미국 사람들은 자기표현의 2/3를 할 수 있다.

3. 어려운 단어를 새롭게 배우는 노력만큼 쉽고 흔히 사용되는 단어들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강조하거나 핵심이 되는 단어는 어려운 단어로 하되 나머지는 평이한 단어로서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영어적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봐온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20개장을 요약하고 있다. 이렇게 각 장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80개의 명제로 영어좌절의 이유가 정리된다. 마지막에는 이 80개의 팁 중에서 영어 좌절을 끝장내는 10가지 방법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1. 발음보다 리듬을 알아라

2. 배운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을 연습하라

3. 일대일 대화를 실시하라

4.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어라

5. 훌륭하지 않아도 글을 마구 써라

6. Thesaurus로 단어를 배워라

7. 모음 없이 자음을 소리 낼 줄 알아라

8. 관용표현을 익혀라

9. 쉬운단어로 표현하라

10. 영어를 영어로 이해하라

하지만 영어좌절을 극복하는 실전적 공부법이기에는 너무 약하다. 1번과 7번은 많이 들으면 저절로 해결될 일인데,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은 느낌이 든다. 4번과 8번 그리고 9번은 너무도 뻔한 내용이다. 6번은 사전의 중요성 특히나 Thesaurus의 활용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영문과 학생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내용이다.

이런 원론적인 얘기를 이 책에만 있는 내용인 듯 소개한 것이 좀 아쉽다. 결국 2번, 3번, 5번만이 이 책에서 독특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 설득력이 좀 빈약한 게 흠이다. 솔직히 이 책을 다 읽는 건 시간낭비일 수 있다. 장의 뒤에 있는 핵심 포인트만 알면 책을 다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간 허탈하다.

이와 같은 책을 읽는 비법이 있다. 천기누설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보답코자 공짜로 알려드린다. 서점에서 읽어 치우는 것이다. 30분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류의 책은 알아 둬야할 중요한 팁이 있거나 중요하게 암기해야 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4부가 그렇다. 참신한 숙어표현과 접두어 접미어로 어휘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소개돼 있어 암기할 게 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첩을 들고 가야 한다. 30분을 더 투자해서 아예 확실히 자기 걸로 가져오는 게 좋지 않겠는가?

자, 조그만 노트를 준비하여 가까운 대형서점으로 가서 영어 공부 노하우를 훔쳐오자.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보자. 그런데 이런 천기누설을 한다고 출판사에서 잡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못드는밤 2009-06-2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도 많은 책을 썼더군요. 비슷비슷한 논조를 가진...
사실 너무 많은 영어책이 범람하고 있어서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지요
자세한 리뷰 감사드리고, 어쨌든 저는 구입했으니 안잡혀 가셔도 될겁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