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끌 거야! 괜찮아, 괜찮아 5
제임스 프로이모스 글.그림, 강미경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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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끌 거야!』는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먼저 부모님들이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tv를 사랑하고, 그토록 tv에 매달리는 것은 부모님들이 시작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tv를 보면 칭얼대던 아이도 금세 집중하고 부모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tv 가까이로 불러들인 건 부모님들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을 끌 거야!』를 보며, 먼저 이런 반성을 해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애쓴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가 하고 말입니다.

 

『텔레비전을 끌 거야!』의 주인공 토드는 부모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tv와 친해집니다. 심지어 tv는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부모가 해야 할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됩니다. 학부모 상담을 위해 학교에 찾아가고, 토드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며, 잠들기 전 동화도 읽어줍니다. 급기야 토드를 입양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합니다.

 

이에 부모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며, 토드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지만, tv에 길들여진 토드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방법은 하나! 바로 tv를 끄는 겁니다.

 

이제 tv를 끄고, tv의 자리를 부모님들이 채워줍니다. 부모님의 자리를 tv가 채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함께 여행을 가고, 함께 책을 읽기도 하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가정이 회복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제 토드는 똑똑한 아이 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상으로 받은 것이 다름 아닌 노트북. 여전히 또 다른 유혹은 존재하는 법이죠.^^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의 자리를 tv에, 컴퓨터에,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스마트폰에게 빼앗긴 것은 아닐까요?

 

사정이 있어, 어머님의 댁에 들어와 산지 1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초등1년)가 “○시 내 고향”, “생○ 정보통”과 같은 tv 프로에 빠져 들더라고요. 자꾸 tv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요. 그래서 규칙을 정했답니다. tv는 주말에만 본다고요. 그랬더니, 금요일 저녁이 되면, “○○의 법칙”을 보려고 졸려도 참고요. 그래도 약속을 잘 지켜서 주말에는 몇몇 프로그램들은 함께 보고 있답니다.

 

물론, 간혹 주중에도 컴퓨터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하구요. 그래도 잘 따라주는 아이가 고맙고요. tv를 없앨 수 없다면, 끄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아요. 부모가 먼저 줄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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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놀이 - 제4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3
서화교 지음, 소윤경 그림 / 살림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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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놀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힘 있는 아이(김민기)가 언제나 착하기만 하고 양보하기만 하는 아이,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해 주는 아이(한서준)를 괴롭게 하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된 “유령놀이”였다. 힘 있는 아이가 유령이 되어 반 아이들에게 온갖 장난을 해도, 아이들은 괴롭힌 아이를 유령으로 생각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의아해 하는 놀이다. 하지만, 이 놀이는 유령이 힘없는 착한 아이가 되면서 바뀐다. 점차 이 아이는 반에서는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유령이 되어 버린다.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리는 “유령놀이.”

 

이러한 왕따 문제와 맞물려서, 『유령 놀이』는 청소년 자살 문제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재희는 중학생이었다. 그것도 공부를 잘 하는. 하지만, 점차 어머니의 집착과 기대에 부응하기엔 버겁기만 하여,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 유령이 되고 만다. 이 유령과 괴롭힘 당하는 유령 아닌 유령인 서준이가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준이는 자신과 유령인 재희를 바꾸기를 원한다. 그리고 실제 그 일이 벌어지고 만다. 유령인 재희는 서준의 몸에 들어가 서준을 괴롭혔던 민기에게 맞서 싸우며, 점차 민기가 누렸던 인기를 자신의 것으로 함으로 민기를 몰아세우게 된다. 한편 서준은 유령이 되어 유령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향한다.

 

『유령 놀이』는 대단히 무거운 문제를 흥미롭게 진행시킨다. 유령이 존재하며, 이 유령과 몸을 바꾼다는 재미난 설정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 그들의 심리 상태와 그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을 갖춘 자리에서 남을 괴롭히던 민기는 자신의 인기가 점차 가짜 서준(민기는 처음부터 서준이 가짜라고 의심한다)에게로 빼앗기게 되고, 점차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과정 가운데서 당하던 서준의 입장을 돌아보게 되고, 진짜 서준이 다시 돌아와 자신의 친구가 되길 바란다.

 

유령에서 서준의 몸을 입은 재희는 서준의 몸으로서 서준을 괴롭히던 것들을 해결해 나갈뿐더러, 자신의 엄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후회하게 된다.

 

서준은 서준 대로 유령의 세계에서 벽화를 그리는 일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배우게 됨으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인생을 헤쳐 나갈 것을 준비하게 된다.

 

뿐 아니라, 민기와 서준의 사이에서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또 한 시각이 있다. 바로 소영이의 시각. 소영이는 민기가 서준을 괴롭히는 것,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착하기만 한 서준을 무시하는 것을 외면한다. 하지만, 점차 그 외면이 잘못임을 깨닫고 민기의 뒤를 몰래 좇아 유령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언니, 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래, 가만히 있으면 내가 너무 비겁한 것 같아.” 이 소영의 외침이야말로 왕따 문제, 학교폭력문제에 대한 해결열쇠가 아닐까?

 

윤일병 사건으로 온 국민이 패닉상태에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마음은 애가 탄다. 내 아들 역시 피해자는 아닐까? 이런 마음을 품는 것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만 품어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내 아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함께 분개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뿐 아니라, 윤일병이 그 오랜 시간동안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있었음에도, 그 주변의 수많은 시선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음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직접 그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애써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 이것 역시 폭력의 가해자임을 말이다. 이 침묵이 있기에 가해자들은 마음껏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가해자들을 양성하는 또 하나의 세력은 애써 무관심한 자들, 침묵하는 자들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소영과 같은 이들이 용기를 내어 한 사람 두 사람 일어나게 될 때, 그리고 민기와 같은 힘 있는 자들의 반성과 자각이 행해질 때, 아울러 서준과 같은 약자가 두려움을 떨치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애쓸 때, 비로소 이 땅의 수많은 ‘유령’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함께 하는 그날을 꿈꿔보며, 성경의 표현을 빌려 본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이사야서 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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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하늘 1
윤인완 지음, 김선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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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서울이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엄청난 싱크홀 현상이 벌어진 것.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다음 권에서는 알 수 있을지도... 그런데,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는다. 역시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1권의 마지막 끝나는 장면을 통해, 뭔가 정부의 음모가 이 안에 감춰져 있는 듯하다.(2편이 어서 출간되길 기다리자^^)

 

아무튼 이처럼 깊은 땅 속에서 두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2 남학생 강하늘(이 이름 역시 1권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며 1권은 끝난다. 하늘이란 이름, 심연의 하늘에 어울리는 이름이며, 상징적인 이름인 듯 싶다.), 고3 여학생 신혜율. 이들이 심연의 바닥에서 어떻게 희망을 일구어낼지 궁금하다.

먼저, 1권만의 내용은 말 그대로 “심연”이다. 희망이 가라앉은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끔찍하고 암울하다. 어둡고 막막하다. 실제 책의 그림 가운데, 색조가 들어간 컷은 몇 컷 되지 않는다. 그나마 색조 역시 핏빛만이 몇 컷 나온다(물론, 일상의 행복을 상징하는 컷이 2-3컷 나오기는 한다). “심연의 하늘”의 전체적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색조이다. 이처럼 암울한 싱크홀의 원인은 1권에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심연의 상황’ 가운데 벌어지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난폭성이다. 버려진 애완견들이 난폭한 야생동물로 변한다. 그리고 좀비인 듯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이들 좀비들은 극한 상황 가운데 인간성을 잃어버린 괴물들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삶을 포기하는 자들이 있다. 신혜율의 친구들이 살아남았지만, 희망 없는 심연의 바닥에서 생을 포기한다. 신혜율 역시 포기하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붙잡는다.

강하늘과 신혜율은 이 심연의 바닥에서 희망의 땅으로 다시 올라가게 될까?

 

      

이것을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은 용기와 희생, 연대함이다. 그리고 함께 하늘을 보는 것,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결코 쉽게 생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이다. 강하늘과 신혜율이 함께 이 심연의 끝에서 하늘을 보게 될지 궁금하다. 2권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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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희망의 메시지
피트 윌슨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드폰테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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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다는 자기 최면을 할 때가 많다. 때론, 신앙인은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때로는 누군가 나의 괜찮지 않음을 알게 될까 두려워 애써 감추고 덮어두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과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괜찮지 않은 과거를 그냥 덮어 놔서도,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묻혀진 듯 여겨지는 과거는 현재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내면의 잡동사니들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치심도, 후회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 안의 죄도 내려놓아야 한다.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하고 감추기보다는 하나님 앞에 내려놓을 때, 용서를 체험하게 되고, 참 자유, 완전한 해방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치유하시는 분이심을 믿고, 하나님 앞에 내려놓아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을 체험하게 된다. 이렇게 내려놓음을 저자는 항복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내 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항복할 때, 이것이야말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과거를 무시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과거를 내려놓고, 과거에 깨끗이 항복함으로 그 과거의 장벽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깨진 항아리와 같은 우리를 사용하시고, 우리의 암흑기조차 사용하시며, 우리의 상처마저 사용하시니, 굳이 그것들을 감추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은 옳다. 우리의 과거를 묻어두기보다는 과거를 주님의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그 과거를 넘어서는 축복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흠을 넘어서게 하는 저자의 관점은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책 제목처럼, 비록 우리의 삶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여전히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용납하시며, 우리를 사용하실 테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 은혜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저자는 공로주의를 경계한다. 이는 마땅하다. 공로주의는 경계해야만 한다. 우리의 행함이 구원에 이르게 하지 못하고, 우리의 행함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는 것 역시 아니다. 은혜도 마땅하다. 우리의 강함 때문에 사용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약함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사용되어지며, 하나님의 그릇으로 빚어져 가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 저자의 주장이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은혜를 강조하는 저자의 견해는 자칫 값싼 은혜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저자의 주장들은 일정 부분 값싼 은혜 쪽에 치우친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두 가지 병이 있다. 그것은 공로주의와 값싼 은혜이다. 행함으로 구원받는 것 아니다. 우리의 신앙의 행위들로 우리가 구원받는 것 역시 아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 하지만, 이 믿음과 신뢰는 추상적인 것이 아님도 기억해야 한다. 믿음은 결코 행함을 배제하지 않는다. 저자의 견해는 자칫 이 부분을 놓치게 할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가 다시 회복됨을 말하기 위해, 행함을 경계하는 듯 싶다. 하지만, 행함이 없는 거짓 믿음, 거짓 은혜는 공로주의와 함께 한국교회의 두 개의 커다란 병폐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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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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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는 한 소년이 여우를 쫓다 혼자만의 동굴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혼자만의 계곡, 혼자만의 동굴을 갖게 된 소년은 그곳을 “폭스 밸리”라 부른다.

 

22년이 지난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하던 한 여인이 실종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잠시 개를 데리고 산책 간 남편 뒤에 홀로 남았던 여인은 문이 열린 차량과 그 안에 그대로 놓인 지갑 등을 뒤로 하고 사라지게 되는데.

 

이 실종사건의 범인은 다름 아닌 “폭스 밸리”의 주인. 청년이 된 소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한 여인을 납치하여 자신만의 “폭스 밸리” 동굴 속의 나무 상자 안에 여인을 가둔다. 여인의 남편에게 몸값을 요구할 계획을 세우며... 하지만, 계획과는 다르게 며칠 전 우연히 벌인 폭행사건으로 인해 구속되고 만다. 납치한 여인을 “폭스 밸리”의 나무 상자 안에 가둔 채.

 

다시 3년가량의 시간이 지나, 모범수로 가석방 된 청년. 그 뒤로 청년 주변에서는 감추고 싶던, 잊고 싶던 옛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옛 애인의 성폭행, 소식을 끊고 살던 어머니의 실종사건. 그리고 자신이 범한 사건과 너무나도 똑같은 한 여인의 실종사건.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폭스 밸리』는 짧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잔잔한 듯하지만, 그 안에 엄청난 긴장과 서스펜스, 스릴이 감춰져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원초적 본능이 감춰져 있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과연 범인은 누구일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의심케 한다.

 

『폭스 밸리』를 읽어나가며, 몇 가지 키워드를 떠올려 본다. 그 단어들은 여우, 가면, 동굴, 사랑이다.

 

아름다운 경치 가운데 위치한 『폭스 밸리』를 끔찍한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여우는 누구인가? 눈앞에 밀어닥친 위기를 모면하려고 스스로 절망적 상황으로 도망치는 라이언인가? 라이언을 더욱 끔찍한 상황으로 몰아세우는 진짜 악당 악덕 사채업자 데몬일까? 또 다른 실종자 알렉시아를 스트레스의 절벽으로 몰아세우는 회장일까? 알렉시아의 남편 켄을 가사 지옥으로 빠뜨리는 네 아이들일까? 어쩌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 누군가를 힘겹게 하며 도망치는 여우가 아닐까? 그리고 오늘 우리 역시.

 

이처럼 서로를 힘겹게 하는 여우들은 모두 각자의 가면을 쓰고 있다. 결코 성공적이지 않은 가정생활을 해나가면서도 성공적인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면을 쓰고 안간힘을 쓰는 여인. 아내와의 사랑도, 자녀들을 향한 사랑도 없지만, 희생적인 남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남편. 열정적 사랑을 애써 가면 뒤에 감추는 남녀. 질투와 시기의 마음을 우정이라는 가면 뒤에 숨기고 있는 자들. 악의적 호기심을 연민과 관심이라는 가면에 숨기고 있는 수많은 자들. 차가운 가면 뒤에 감추고 있는 애끓는 사랑. 우리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있을까? 그 가면을 벗었을 때의 내 모습은 긍정적 모습일까? 부정적 모습일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각자의 등장인물들의 가면은 조금씩 벗겨진다. 물론, 반전은 마지막에 이루어지지만.

 

 

또 하나의 키 워드는 동굴이다. 처음 시작이 동굴의 발견, 동굴에서의 범죄, 벗어나지 못하는 “폭스 밸리”의 동굴이라면, 마지막 동굴은 또 하나의 범죄의 동굴이지만, 그곳에서 힘겹게 벗어나게 되는 동굴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지나가 이 동굴을 벗어나게 되는 힘의 원천은 사랑이다. 물론, 이 사랑의 설정이 조금 억지스럽긴 하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지나의 내면에는 어머니와의 불화에 대한 심상이 갑자기 등장한다. 결국 위기 속에서 차가운 가면 뒤에 감춰져 있던 어머니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고, 그 사랑을 통해, 지나는 동굴을 벗어나 절벽을 오르게 된다. 이 부분은 너무 억지스럽다. 첫 번째 동굴에서 희생된 바네사, 그녀의 남편, 하지만, 이제 새롭게 지나의 연인이 된 매튜와의 사랑의 힘으로 설정하였더라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남녀의 사랑은 움직이는 사랑이라면, 부모자식의 사랑은 다른 차원임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이처럼 스릴 넘치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사랑으로 봉합된다. 지나와 어머니의 사랑, 지나와 매튜의 사랑, 라이언과 어머니의 사랑, 라이언을 향한 노라의 희생적 사랑 등. 결국 사랑의 힘이 “폭스 밸리”를 음울하고, 무거운 공간이 아닌, 아름답고 활기찬 공간으로 열어가는 힘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싶었나 보다.

 

『폭스 밸리』를 덮으며, 내 가면을 벗고, 동굴을 벗어나, 멋진 삶의 계곡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여우가 되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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