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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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에 실린 단편집은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와는 판이하게 분위기도 다르고, 소설을 읽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도 천차만별일 정도로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상실의 시대"보다는 "TV 피플"이 내 취향과 가까워 더 선호한다.(상실의 시대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 나는 연애소설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탐구하는 쪽을 더 좋아하고, 평범한 일상만 반복되는 소설보다는 현실을 뛰어넘은 진기한 이야기들을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TV 피플"은 만족 90%쯤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단편집으로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어,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자마자 읽었고, 그 후에 "상실의 시대"까지 손에 쥐게 되었으므로, 내게 이 단편집은 특별한 무엇이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은 후, 가슴 한 구석에서 생겨나는 허무함은 황당한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 끝나는 거야"라고 말할 만큼, 어쩐지 아쉽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뜻일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이 단편집은 그런 허무주의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그 전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곳으로의 전환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 하루키의 발전 가능성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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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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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도서]하치의 마지막 연인


 

바나나의 소설에 긴장감은 그리 없다. 의식하지 않는 사이,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또한 내게 그런 책이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가진 전통적 서사 구도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이성으로 꼬집어 볼 기회는 주지 않고 물가에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돌멩이같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는 책. 나는 사실,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책을 읽는 편이다. 그리하여 바나나 책을 읽을 때도 그렇게 읽고 말기 때문에 감성만으로 얘기한다면, 찬찬히 뜯어볼 거리가 잘 없다. 일일이 따져가며 읽긴 하지만, 그건 소설의 기본에 불과하다. 대부분, 문체, 구성, 주제에 관해 소설의 3요소에 관해 얘기. 그리하여 평을 쓰려 하면, 이런 유의 소설이 내겐 지극히 어렵다.
"너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다. 하치, 중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
할머니의 예언이 예기하는 파동은 상당히 크다.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은 느낌. 이 유언이 이 소설의 전주곡이 되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무거운 주제의 늪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라 가볍게 읽을 것 같은데 또 그게 아니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주인공의 자신과 하치의 관계에 대한 목마름은 깊은 사색처럼 빠듯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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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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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도서]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서둘러 사게 된 책이다. 단편집이라 더욱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단편은 분량이 짧아서,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여러 번 거푸 읽으면서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간직할 수 있어 좋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하나가 된 느낌을 책을 읽는 동안 변함없이 내게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 거쳐간 소중한 기억과, 오래 전 만난 인연과, 일에 쫓기다 보면 의식하지 않는 새, 잊혀버리고 말 찰나의 순간과 한 조각의 일상과, 자신을 들어올리는 생의 무게를 따뜻한 단편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몸은 우리를 지탱하는 만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고르지 못할 때 병치레를 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은 뗄 수 없는 상호관계라는 것과, 열심히 달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더라도 읏차-하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금방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값진 것을 소설 곳곳에서 얘기해주는 것 같다.
우리를 거쳐간 것은 그 무엇도 보잘것없지 않다. 매순간 기억해야 될 우리 몸의 일부이다.
우리를 보살펴주는 환경이라던가,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내 주위 소중한 분들과, 내게 주어진 일과라던가, 사랑으로 하나하나 지켜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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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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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도서]하드보일드 하드 럭

 

꽤 단기간에 읽었던 책이다. 놀라운 건, 작가는 이 소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완성했다고 한다. 순간이라도 놓칠 수 없는 감정을 조심조심 끌어내려 신경을 곤두세웠던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져 읽는 내게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삽화가 책과 어우러져 실제의 장면처럼 느껴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죽음"을 소재로 한 2편의 중편소설이 실려있다. [하드보일드]는 사랑하는 법도 모르고, 주는 법도 몰랐던 시절, 의도에 없었던 소중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에 감정을 담은 노래를 하늘에 띄우는 것처럼 혼신을 다해 추억을 되새기고, 응어리진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 럭]은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 뒤에 작은 행운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후, 슬픔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일으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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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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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도서]허니문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게 해준 책. 전에 나온 "키친"은 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무작정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허니문"은 표지의 "개"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관심이 갔다. 말하자면, 모험 식으로 읽게 된 것이다. 대부분 그렇게 해서 알게 되는 작가가 많다;;
얇은 책이라 스피디하게 읽힌다. 문장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 떠오르는 생각은 상당하다. 작가는 여러 가지를 담으려고 한 것 같다.
부모는 집을 나가버리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 히로시와 옆집에 사는 소녀 마나카의 우정과 순수한 사랑이야기. 사랑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열광하지 않지만, 마나카의 시점으로 그녀의 시선이 가는 사물과 히로시의 모습, 올리브에게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순진한 사랑이라 공감이 간다. 일부러 독자를 끌어들이려 장치를 만들었다던가 그런 것이 없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담백하다. 마냥 신비스러운 일상, 번번이 끼고 싶다는 우스운 생각도 하게 만든다;;
이제껏 바나나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개인의 상처와 방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고 떠 안으며, 더불어 자신의 상처도 같이 치유해 가는 과정은 담백한 문체 안에서 빛을 발휘한다. 마냥 무거운 주제임에 분명한 "죽음"마저도, 이 소설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함으로 표현된다. 바나나의 특유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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